61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 (1).
긴 뿌리 나무 몬스터가 출몰하는 버려진 나무 들판.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평소 하던 대로 사냥을 했다.
물론 가족들에게 공개를 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생활 패턴을 바꿔야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여전히 사냥에 몰두했다.
이곳 버려진 나무 들판은 250레벨도 되지 않는 나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사냥터니까.
경험치도 경험치지만 적정 사냥 레벨인 400~500레벨 대의 유저도 사냥하기 버거워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데 지금은 있었다.
바로 초절정미녀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나가.
“우와. 우와. 우와.”
연신 감탄을 쏟아 내면서.
물론 감탄만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이런 날로 먹는 사냥 방식이 어디 있어! 이건 반칙이야. 반칙!”
지하 서재의 가족간의 조촐한 파티.
그 파티가 끝난 시간이 채 밤 11시도 되지 않았기에 나는 게임에 접속했다.
상당히 술을 많이 마신 누나도.
여하튼 그렇게 옆에서 쫄랑쫄랑 따라 다니며 투정을 부리는 누나를 데리고 새벽 1시가 약간 넘은 시간까지 사냥을 했다.
그리고 곧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내일도 아니, 오늘도 바쁠 테니까.
다음날.
분명 어제 가족들 입장에서도 그리고 명진의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큰 일이 벌여졌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봤을 때 오히려 좋았다.
특히 아빠가 김성한이라는 자를 내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기에 더 이상 미련도 그리고 후회를 가질 일이 아니라고 말했기에 더욱더.
여하튼 그렇게 아침 식사를 하고 또 한 번 지하 서재에 모였다.
단순히 내 능력을 ‘우와!’하고 넘길 사안은 아니기에.
그리고 어제 내가 먼저 꺼낸 말이 있었다.
바로.
[일반, 희귀, 귀함 등급까지 강화가 되지 않은 악세사리를 주시면 최소 안전 강화인 3강화까지는 곧바로 할 수 있습니다. 전설 등급은 아마 1, 2강화까지만 곧장 가능할 것 같고요.]
아이스 맨과 동반 성장도 가족들에게 큰 관심을 자아냈지만 그래도 가장 큰 관심을 자아낸 것은 유일하게 3차 클로즈 베타 당시 최대 레벨을 달성한 대가로 받은 강화의 신이라는 특성이었다.
그래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줬다.
위의 말과 함께.
그만큼 400레벨 대의 귀함 등급인 스콜피온의 악세사리를 정확히 3강화까지 시키는데 골덴링만을 필요했었다.
그래서 어쩌면 400레벨 혹은 그것보다 더 낮은 레벨의 일반 혹은 희귀 등급의 악세사리는 골덴링 만으로 4강화 혹은 5강화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선은 안전 강화인 3강화까지만 언급했다.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나니까.
왜냐하면 무기, 방어구와 달리 어지간한 악세사리는 100% 안전 강화 수치인 3강화까지 가는 것도 벅찼다.
무기나 방어구 강화석과 달리 악세사리 강화석은 오로지 보스 몬스터에게만 나오기 때문에.
특히나 초반에 획득한 일반 등급의 튼튼한 장검도 0에서 1강화를 가는데 무기 강화석을 무려 3개나 필요로 했었다.
당연히 1에서 2강화를 하는 데는 더 많은 강화석을 필요로 하고.
즉, 악세사리 강화석 때문에 일반과 희귀 등급의 악세사리는 오히려 안전 강화인 3까지 강화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귀함이나 전설 등급에 사용할 악세사리 강화석도 모자랐기에.
그런데 나는 가능했다.
골덴링만 있으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일반이나 희귀 등급의 악세사리를 3강화까지 만드는 것이.
더욱이 따로 긴 시간도 필요로 하지 않고.
그래서 일반과 희귀 그리고 귀함 등급의 악세사리를 내가 최소 3강화까지만 해준다면 그것 자체로 명진에 크나큰 힘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명진 소속으로 뛰어난 활약을 한 자에게 보상으로 강화된 악세사리를 지급하면 명진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끌어 올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나의 의도를 파악했는데 어제 그 말을 꺼내자마자 아빠와 형이 특히 반색하며 반겼었고.
여하튼 지하 서재에서 어제처럼 다 같이 게임에 접속을 했다.
엄마를 뺀 아빠와 형, 누나와 함께.
버려진 나무 들판.
아빠와의 교환으로 정확히 강화가 되지 않은 총 510개의 악세사리를 건네받았다.
대다수가 일반과 희귀였고 간간히 귀함과 전설이 섞인.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정확히 3억 골덴링도 함께 건네받았다.
당연히 처음에는 거절했다.
많아도 너무 많았기에.
왜냐하면 귀함 등급의 스콜피온 킹의 악세사리를 0에서 3강화까지 하는데 소요된 총 골덴링이 채 30만 골덴링이 안 됐었다.
하물며 대다수가 일반과 희귀 등급인 510개라 봤자 전부 3강화를 가는데 총 1억 골덴링도 필요치 않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이 됐다.
물론 그 외 귀함과 전설 등급을 생각하면 더 소요 될 수 있지만 그래도 확실히 1억 5천만 골덴링은 넘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내 거절에 아빠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차피 골덴링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것이 악세사리 강화석이다. 그리고 3억 골덴링에 500개가 넘는 악세사리를 안전 강화인 3강화까지 시키는 것? 우리 명진에게도 그게 더 이득이다. 더욱이 주영이 너한테 손해를 전가시킬 생각은 없다. 주영이 네가 강해지는 것
이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니까.”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바로 510개의 악세사리 중에 단 3개만 존재했던 전설 등급의 악세사리.
형이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현재 착용한 스콜피온 킹의 반지와 귀걸이 셋트보다 그게 더 좋을 거야. 그건 주영이 네가 쓰면 된다.”
“.......”
가족들을 상대로 뭔가 이득을 취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솔직히 취할 필요도 없고.
그만큼 그간 나 스스로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전혀 없었다.
더욱이 아끼지 않고 나름대로 펑펑 쓴다고 썼음에도 오히려 수중에는 2억 골덴링에 가까운 금액이 쌓여 있었고.
퀘스트 때문에.
“네. 잘 쓸게요.”
딱히 더 거절하지는 않았다.
아빠와 형의 성의라는 것을 아니까.
나중에 내가 더 크게 되돌려 주면 되고.
여하튼 그렇게 510개의 악세사리와 3억 골덴링을 받아들고 이곳 버려진 나무 들판의 텔레포트 존으로 이동했다.
“이동. 페레로성.”
[페레로 성으로 이동합니다.]
이미 오늘 새벽을 3시를 기점으로 +1얼음황제의 수호검에 사용한 14일이라는 강화의 신의 쿨타임이 끝났다.
그래서 곧장 이동했다.
질질 끌 일은 아니니까.
곧 코툼성과 개척자들의 아니, 아시란테 도시보다 월등히 큰 페레로 성이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처음 와보는 곳.
하지만 스킬 습득을 위한 거대한 탑과 상점 같은 것은 전부 중앙 광장에 모여 있기에 대장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대장간에 다가서자 항상 울리던 메시지가 울렸다.
[강화 하시고자 하는 아이템을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메시지에 아빠에게 받은 악세사리 중에 하나를 꺼내 강화창에 집어넣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강화의 신 활성화.’
[강화의 신을 활성화 합니다.
-100% 확률로 강화에 성공합니다.
-강화 대상 : +0샐러맨더의 비늘로 만든 팔찌
-강화 시도시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건 : 30,000골덴링.
-강화 성공시 생성되는 쿨타임 : 없음.]
희귀 등급의 악세사리.
3만 골덴링이면 나쁘지 않았다.
스콜피온 킹의 귀함 등급은 0에서 1강화를 하는데 약 5만 골덴링 정도가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샐러맨더의 비늘로 만든 팔찌를 시작으로 강화에 들어갔다.
전설 등급의 악세사리 3개를 제외하고.
1시간 뒤.
그전에는 몰랐지만 일일이 계속 강화의 신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나름대로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1시간 만에 총 507개의 악세사리를 전부 최소 3강화 까지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몇몇 일반과 희귀 등급의 악세사리는 3강화를 넘어서 4강화 그리고 5강화까지 만들었다.
그만큼 모든 악세사리를 쿨타임이 생성되기 직전까지 강화를 했다.
그게 내가 아빠나 형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럼에도 총 2억 골덴링이 소모되지 않았다.
즉, 1시간 만에 1억이 넘는 골덴링과 전설 등급의 악세사리 3개를 생각하면 나에게 어마어마한 이득.
여하튼 빠르게 대장간을 빠져 나와 버려진 나무 들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빠에게 강화를 시도한 모든 아이템을 넘겼다.
그전까지 내가 착용했던 3강화 스콜피온 킹의 반지와 귀걸이도.
이제는 필요 없으니까.
“우와. 이게 진짜 되네. 완전 사기 아니야? 그리고 이 정도면 돈을 받고 강화를 해준다고 하면 금세 재벌이 되겠는데.”
500개가 넘는 악세사리 전부를 3강화 그 외 200개가 훌쩍 넘는 악세사리는 4, 5강화가 되어있는 것을 보고 누나가 눈을 크게 뜨며 감탄했다.
물론 누나가 했던 말을 나도 상상했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금세 고개를 저었다.
괜히 강자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만큼 내가 강화를 시킨 아이템으로 강해진 적이 등장하는 것?
물론 그럼에도 내가 더 강하긴 할테지만 그래도 싫었다.
더욱이 나 스스로 골덴링의 부족을 느낀 적도 없고.
그리고 그 뒤로 아빠와 형, 누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체적으로 1인 2역에 대해서.
그만큼 명진에서 직접적인 도움이나 서포터를 받지는 못하지만 솔직히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항상 그렇듯 혼자 이렇게 사람이 없는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것이 더 좋았다.
딱히 서포터를 받을 필요도 없이.
그리고 대화는 다 같이 로그아웃을 하고서 지하 서재에서까지 이어졌다.
바로 내가 집으로 곧장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하지만 이것은 내가 거절했다.
내가 집에 들어가고 곧장 아시란테라는 이름이 알려지면 혹여나 하는 의심을 하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집이 아닌 밖에서 사는 나를 김성한의 무리는 집에서 내놓은 아들로 인식하고 있었다.
즉, 다른 자들의 시선을 생각하면 그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의견을 따르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여하튼 그날은 그렇게 점심까지 집에서 먹고 집에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원룸으로 이동했다.
홍주영이 떠난 사이.
홍기영은 아버지 홍상만 회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주영이 보호는 해야지 않을까요?”
홍기영의 걱정스런 질문.
그 질문에 홍상만 회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마라. 이미 조치를 취해 놨으니.”
홍상만 회장은 과거에도 홍주영을 그냥 내쫓지는 않았다.
홍주영이 살고 있는 그 원룸.
그 원룸에 항시 상주하는 주인이 바로 명진 비서실 소속의 경호원이었다.
그리고 홍상만 회장은 이번에 다른 지시를 내렸다.
홍주영의 양 옆방과 위아래 방의 주인을 전부 비밀스럽게 교체를 하도록.
“그나저나 할아버지 말씀이 맞았네요.”
“.......”
홍상만 회장은 홍기영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선대 회장이 살아생전 아들인 자신과 장남인 기영이 거기에 유일한 손녀인 수영이보다 끔찍이 생각했던 것이 바로 주영이였으니까.
밑도 끝도 없이 큰 인물이 될 거라면서.
“그래. 그렇구나.”
홍상만 회장도 홍기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것을 보고도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기에.
4일 뒤.
“쏟아지는 우박. 아이스 스피어.”
후두둑. 후두두둑.
여전히 버려진 나무 들판에서 사냥을 지속했다.
최소한 못해도 200레벨 대의 후반 아니면 300레벨까지는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사냥터니까.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4일간 무려 20레벨을 올렸다.
하루에 약 5레벨.
그래서 오늘도 착실히 레벨이 올라가는 즐거움에 빠져 사냥에 열중하는 사이 일단의 무리가 이곳 긴 뿌리 나무 몬스터를 향해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강석태를 비롯한 64명의 무리가 떠올랐다.
실제로 그들의 리더한테 올 테면 와보라는 말도 했으니까.
우선 몬스터를 무시하고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드러난 무리를 보고 그들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전혀 전투를 고려하고 있지 않았기에.
마치 이곳에 누군가 있겠냐는 듯이.
그리고 그들 무리도 나를 보자 조금 놀란 듯싶었다.
“어? 여기서 사냥을 하는 자가 있어?”
“그러니까. 더욱이 혼자면... 상당히 강자라는 건데. 그렇지?”
“당연하지. 여기가 어떤 곳인데.”
“설마 우리처럼 보스 몬스터 노리는 건가?”
“에이. 한명이잖아. 한명. 한명이 어떻게 보스 몬스터를 잡아.”
“그럼 쫓아내야 하나?”
“원래라면 그래야 하는데. 이곳에서 혼자 사냥을 한다는 것은 꽤나 강자라는 뜻인데. 흠.”
“뭘 그걸 네가 걱정 하냐. 대장이 알아서 하겠지. 더군다나 혹시 이곳의 보스 몬스터를 확인하러 온 경쟁 길드 소속 일수도 있잖아.”
“아오. 젠장. 보스 몬스터 경쟁이 갈수록 뭐가 이렇게 심해지냐.”
“그게 다 미래나 명진, 대성, 구산 거기에 대유까지 대기업들이 난리를 치니까 글치.”
“씨팔. 그놈들은 뭐 할게 있다고 이 게임에 그렇게 목숨을 건데?”
“그걸 나야 어떻게 알겠어.”
“하여튼 씨팔. 어쩌다 우리 성창이 밀리고 밀려 거지 보스 몬스터로 소문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성창.
다른 말도 말이지만 성창이라는 말이 귀에 뚜렷하게 들려왔다.
안식처이자 휴식처 그리고 피난처이기에 게임 내에 욕심이라는 것을 부릴 필요가 없던 나에게 처음으로 욕심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자들이었다.
성창 길드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필드에 등장한 보스 몬스터를 공격은커녕 구경하는 것조차 막아섬으로써.
물론 지금은 충분히 이해한다.
명진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아니, 어지간한 길드는 전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그때의 아주 사소한 원한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그것에 연연하기에는 나 스스로 갈 길도 바빴고.
하지만 나름대로 이번에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아시란테라는 이름을 널리 퍼트릴 기점으로 삼기에는.
물론 그래서 대뜸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성창 길드를 향한 공격?
당연히 할 생각은 없다.
사소한 원한도 잊었고 괜한 적을 만들 생각이 없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니까.
가령 ‘살테 일족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라.’ 같은 A등급의 퀘스트가 아니라면.
즉, 이번에 한번 해볼 생각이다.
아빠와 형에게 받은 전설 등급의 악세사리가 과연 얼마큼의 위력을 발위할지 테스트를.
당연히 보스 몬스터에게.
물론 그 아이템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믿는 것이 더 컸지만.
<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 (1). > 끝
<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 (2).-새벽 4시 작가의 말 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