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본보기 (1).
“이동. 버려진 나무 들판.”
[버려진 나무 들판으로 이동합니다.]
질척이는 늪지대와 돌 다람쥐가 나왔던 암석 지대 그리고 몇몇 사냥터를 아우르는 이제는 개척자들의 도시에서 ‘아시란테’라는 이름을 가진 그 도시를 완전히 벗어났다.
퀘스트도 해결이 됐고 더 이상 그 곳에서 머물며 사냥할 메리트 자체가 없기에.
그래서 낮에 잠깐 로그아웃을 하면서 나의 요청에 이곳으로 명진의 3군과 4군을 옮긴 석인수 실장에게는 전화를 했다.
물론 최종적으로 그 결정을 한 것은 아빠지만.
어쨌든 전화로 모든 일이 완벽하게 끝이 났고 더 이상 이곳에 명진의 3군과 4군을 쭉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석인수 실장은 당분간은 이곳에 3군과 4군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명진에게 큰 이득이 되는 곳이라며.
그 말에 나도 알았다는 답변을 했다.
이미 내 손을 벗어났고 이유야 어쨌든 명진에 이득이라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기에.
그리고 차후 생각보다 더 이득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이곳의 장악을 언급한 것이 나라며 생색내기에도 나쁘지 않고.
여하튼 그곳을 떠나 이동한 곳이 바로 페레로성.
코툼성이나 아시란테 도시 보다 조금 난이도가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사냥터인 이곳 버려진 나무 들판으로 이동했다.
당연하지만 일부러.
곧 눈앞에 버려진 나무 들판의 세이프티 존이 모습을 드러냈다.
휘이잉.
한산하다 못해 조용했다.
마치 가화 길드를 처리하고 난 후의 질척이는 늪지대의 세이프티 존처럼.
“...이러고 보니까 쭉 인기 없는 사냥터만 골라서 가네.”
딱 한번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에게는 천국에 가까운 인기 사냥터인 샐러맨더의 서식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그랬다.
물론 그마저도 살짝 간을 보는 수준의 사냥.
제대로 사냥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애초 목적도 내가 죽인 11명의 대성 길드원을 피해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조금의 경험치라도 얻기 위해 간 것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때 확실히 경험을 했다.
인기가 많은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경쟁이 치열해도 너무 치열했다.
한 마리의 몬스터라도 더 잡기 위해서.
그러다 먼저 선공한 몬스터를 누군가 빼가면 말싸움이 벌어지기 일쑤였고.
그럴 바에 차라리 이런 곳이 나에게는 낫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대로 이리저리 날뛰며 사냥을 할 수 있고 인기가 없다는 것이 꼭 경험치가 낮다는 뜻은 아니니까.
바로 여기 버려진 나무 들판처럼.
저벅저벅.
당당하게 발걸음을 세이프티 존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할 수 있었다.
조경 등을 위해 앙증맞게 가꾼 묘목 같은 모습을 한 긴 뿌리 나무 몬스터를.
묘목.
즉, 외향적으로 드러난 생김새만큼은 딱 어린 나무 그 자체였다.
그 와중에 그나마 큰 나무라 해봤자 내 가슴팍 정도 밖에 안 왔고.
다른 나무류 몬스터인 어둠에 물든 엔트 같은 것에 비하면 정말 작고 비실한 모습.
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있었다.
바로.
기긱. 기기긱.
내 앞쪽으로 미세하지만 땅이 조금씩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무언가 땅속을 기는 소리를 동반 한 채.
그리고 곧 땅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긴 뿌리 나무 몬스터의 말 그대로 긴 뿌리가.
휘리릭.
순식간에 내 오른쪽 발목을 휘감는 긴 뿌리 나무 몬스터의 뿌리.
물론 그 뿌리는 단 하나가 아니었다.
괜히 몬스터의 이름이 긴 뿌리 나무가 아니기에.
그래서 곧장 사용했다.
이미 비슷한 전투를 경험한 적이 있기에.
그것도 얼마 전까지.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순식간에 나를 중심으로 얼음의 대지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얼음의 대지 위로 살얼음이 내려앉으며 얼음의 대지를 한층 더 두껍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콩! 콩! 콩! 콩! 콩!
무언가 둔탁하게 두들기는 소리.
그게 사방에서 울렸다.
그리고 당연히 그 소리는 긴 뿌리 나무 몬스터들의 뿌리가 얼음의 대지를 밑에서 두들기는 소리였고.
“아이스 웨폰.”
[3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였습니다.
-3강화 튼튼한 장검에 강하고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우선 내 오른쪽 발목을 휘감은 나무뿌리를 향해 아이스 웨폰이 적용된 3강화 튼튼한 장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한두 번의 휘두름에 나무뿌리에 하얀 서리가 생기며 순식간에 내 발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물론 그 와중에 여전히 콩콩 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댔다.
마치 누가 더 빨리 얼음의 대지를 뚫을 것인지 경쟁을 하듯 긴 뿌리 나무들의 뿌리가 얼음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음... 뭔가 좀 그러네.”
당연하지만 이런 모습을 그렸다.
그렸기에 거리낌 없이 왔다.
6700이 훌쩍 넘는 지력과 아이스 맨의 특성 그리고 살얼음까지 가미된 내 아이스 필드는 어지간한 강철 그 이상의 능력을 자랑했기에.
물론 콩콩 거리는 소리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저벅저벅.
한없이 바쁘고 시끄러운 얼음 밑과 달리 아주 평온한 얼음 위를 느긋하게 걸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백조가 떠올랐다.
물 위에 떠있는 모습만큼은 그 어떤 동물보다 우아하고 부드럽고 여유가 넘치는 백조.
하지만 백조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물속에서 쉼 없이 다리를 휘젓는다.
물론 얼음 밑에서 쉼 없이 다리를 휘젓는 것은 긴 뿌리 나무들의 몫.
나는 우아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여유만 챙겼다.
그리고 곧 긴 뿌리 나무의 몸체와 마주했다.
오로지 공격 수단은 긴 뿌리인 긴 뿌리 나무 몬스터.
그래서 뿌리 위로 존재하는 몸통과 나뭇가지 등은 나에게 어떠한 공격도 퍼붓지 못했다.
절대적인 우위에 선 상황.
“아이스 스피어.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곧장 그 긴 뿌리 나무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몬스터를 상대로 절대적 우위에 섰다고 감격에 가까운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한 번이면 족했기에.
퍽! 퍽! 퍼버벅!
당연하지만 방어 수단이 없는 긴 뿌리 나무 몬스터는 내 공격을 그대로 허용했다.
하지만 생긴 것과 달리 의외로 튼튼했는지 쓰러지지는 않았다.
“이래서 아무도 사냥하는 자가 없지.”
알고는 있었지만 어째서 이곳이 인기 없는 사냥터인지 확실히 체감이 됐다.
우선 원거리에서 그것도 땅 밑에서 시작된 공격은 누구나 익숙지 않은 방식이기에 어색할 수밖에 없다.
도통 적응하기 어려운 방식이기도 했고.
더욱이 그런 독특함을 가졌다면 그 뿌리의 몸통이 약하기라고 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그런데 긴 뿌리 나무는 내 아이스 스피어와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를 버텨냈다.
물론 몸통 깊이 파이는 상처를 냄으로써 다음 공격이면 충분히 쓰러트릴 것 같지만 그래도 상당한 아니, 뛰어난 방어력을 가진 것은 확실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내 아이스 계열의 마법은 동급은 물론 1, 2 단계 이상의 마법정도는 압도할 위력을 가졌으니까.
몬스터 주제에 공격과 방어의 완벽한 조화.
그렇다면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으로 나와 같은 방식으로 사냥을 하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단연코 나와 같은 능력을 선보일 자는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천상계라 칭하는 최고레벨 수준에 아이템도 최고 수준으로 도배를 했다는 가정 하에.
하지만 그런 레벨과 아이템을 착용한 자가 이곳에 올리는 만무하다.
나야 고작 235레벨이기에 경험치 획득이 많지만 천상계 수준의 레벨에게는 적은 아니, 미미한 수준의 경험치만 획득할 것이기에.
우선 어쨌든 겨우 버티고 선 눈앞의 긴 뿌리 나무 몬스터에게 아이스 볼을 날려줬다.
퍽!
뚜둑.
그나마 겨우 버티던 긴 뿌리 나무의 몸통이 그 한방에 꺾였다.
그리고 그 한 마리가 준 경험치를 확인한 후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네.”
이곳에 오기 전 5일간 주구장창 쥐꼬리만큼의 경험치도 안 주던 돌 다람쥐만 잡았다.
그래서 증가한 경험치 양에 미소가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나에게 긴 뿌리 나무의 특이한 공격방식은 무용지물이기도 했고.
콩! 콩! 콩! 콩! 콩!
“콩. 콩. 콩. 아이스 필드. 콩. 콩. 콩. 살얼음.”
나도 모르게 긴 뿌리 나무들이 뿌리를 이용해 얼음을 두들기는 소리를 따라 흥얼거리며 사냥을 지속했다.
백조처럼 우아하게 이곳저곳 얼음 위를 누비며.
페레로성의 텔레포트 존.
일단의 무리가 한쪽 구석에 조용히 자리했다.
물론 그 중에 한명은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분주히 움직이던 한명이 소리를 내질렀다.
바로 사카모토가.
“찾았다! 모두 버려진 나무 들판으로 이동한다!”
사카모토의 외침.
그 순간 한쪽 구석에 위치했던 일단의 무리가 분주히 움직였다.
사카모토가 말한 버려진 나무 들판으로.
그리고 그렇게 버려진 나무 들판에 이동한 인물은 정확히 사카모토 본인을 포함해 총 64명.
사카모토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63명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나 여기 버려진 나무 들판에 대해 아는 자는 말해봐라.”
아시란테 라는 강자와 전투가 벌어질 장소는 이곳.
그래서 이곳 사냥터에 등장하는 몬스터나 특징 등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기에 사냥터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사카모토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자들도 있어서인지 이곳 버려진 나무 들판에 대해 한두 가지씩 정보가 새어나왔다.
잠시 후.
“잠깐... 그렇게 좋지 않은 사냥터인데 왜 하필 그놈이 여기에 온 거지?”
“.......”
“.......”
“.......”
사카모토의 질문에 아무도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저레벨 아니, 저레벨이 아니라 400~500레벨 사이의 적정 레벨 때 이곳에 온 자들은 하나같이 레벨에 비해 높은 난이도로 떠났고 그나마 사냥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벨에는 이곳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더 좋은 사냥터는 많고 많았으니까.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아이템을 주는 것도 아니고.
“흐음. 종잡을 수 없는 놈이군.”
대답 없는 63명을 확인하고 사카모토는 낮게 되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장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해가 안 간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기에.
“이곳에 있는 모두가 가지각색이라는 것은 안다. 누구는 한국에 대한 원한으로 뭉쳤을 것이고 또 누구는 오로지 돈 하나만 보고 뭉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위대한 미쓰야 길드의 동지이다!”
한국의 미래 그룹에 버금가는 일본 최고의 그룹이자 일본 ‘Revival Legend’ 내의 최고 길드인 미쓰야 길드.
누구보다 빠르게 ‘Revival Legend’의 중요성을 파악한 미쓰야 그룹의 회장인 류세치는 경쟁자들이 제대로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일본 안을 정리했다.
게임 내적인 힘뿐만 아니라 현실의 힘까지 거침없이 써가며.
그리고 얼추 정리를 끝내자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언젠가는 벽이 허물어질 것이기에.
그러다가 한국에서 발견했다.
그렇게 찾았건만 일본 내의 ‘Revival Legend’에는 없는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를.
물론 류세치는 알고 있었다.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서버 혹은 세계에 각국에 서비스 되는 ‘Revival Legend’는 각각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다만 그게 결계나 벽으로 칭할 수 있는 무언가에 막혀 있을 뿐.
그래서 운에 따라서는 다른 곳보다 확연히 좋은 사냥터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했다.
가령 류세치가 그렇게 찾던 돌 다람쥐가 나오는 사냥터 같은 곳이.
어쨌든 류세치는 억울했다.
왜 일본의 ‘Revival Legend’에는 없는 것이 한국의 ‘Revival Legend’에는 있는 것인가 하고.
하지만 낙담은 잠시.
류세치는 곧장 움직였다.
없으면 뺏으면 되니까.
그리고 벽이 허물어지면 거침없이 그곳을 장악하면 되고.
그렇게 류세치는 현실의 힘을 사용해 아주 조심스럽게 한국 내에서 사람을 모았다.
혹여나 들킬 경우를 생각해 특성을 가진 자들을 처음부터 배제한 채 한국에 대한 원한을 가진 자들과 돈에 눈이 먼 자들로.
그러다 운 좋게 사카모토 같은 특성을 가진 자들도 몇몇 발견했고.
여하튼 류세치는 조심스럽게 그들로 하여금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를 모으게 만들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얻을 찰나에 터진 아시란테란 자의 공격과 강탈.
화가 났다.
정말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했건만 결국 모조리 뺏겨버렸기에.
그래서 류세치는 명령을 내렸다.
벽으로 가로막혀 명진에는 복수의 칼날을 들이밀 수 없지만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아시란테 라는 자를 게임에서 발도 못 붙이게 하라고.
그리고 그런 류세치의 명령에 한국 내에 포섭한 자들 중에서 그나마 강자들을 이끌고 사카모토가 움직인 것이고.
다시 현재.
사카모토는 기세등등한 63명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버려진 나무 들판 안으로 들어섰다.
왜냐하면 선언을 했다.
전투를 하다 죽는 자들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무조건 할 것이고 최종적으로 아시란테를 죽인 자는 현금 1억을 그 자리에서 지급을 하기로.
그리고 이번 이벤트는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내뱉었다.
목표는 아시란테 라는 자가 더 이상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 그 순간.
즉, 사카모토는 운이 좋으면 수억에서 수십억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당연히 그것을 마다할 자들은 여기에 없었고.
원한조차 잠재우는 것이 돈이기에.
그래서 모두들 기세 좋게 움직였다.
그 64명에 낀 강석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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