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내 아이디는 2개?
[축하합니다. 아시란테님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될 정도로 크나큰 업적을 이곳에 남겼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코인 10,000개를 획득합니다.
-하나의 스킬에 한해 최대 레벨을 넘어서 다음 레벨까지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가령 3레벨이 맥스인 아이스 웨폰을 선택시 3레벨이 맥스임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레벨인 4레벨까지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단 한번 선택한 스킬은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호칭 ‘영광된 이름’을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보유 호칭 개수가 5개에 도달했습니다.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현재 보유 호칭.
: 나 혼자 만렙 클로즈 베타 유저.
: 허수아비 파괴자.
: 강화 나만큼 해봤어?
: 하락하지 않는 자.
: 영광된 이름.
-잔여 스탯포인트 300개를 획득합니다.]
“.......”
우선 무려 1만개의 코인.
아빠도 아빠지만 누나가 특히 코인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었다.
하지만 솔직히 크게 와닿지 않았다.
정작 쓸데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얻기 힘들다던 코인을 나는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로 12,000개, 스콜피온 킹의 퀘스트로 500개 그리고 이번 A등급 ‘살테 일족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라.’ 퀘스트 완료로 1,500개를 얻었다.
어마어마한 양.
더욱이 누나는 고레벨임에도 1000개는커녕 100~200개도 없는 자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1500개를 얻은지 몇 분 안 돼서 또다시 1만개를 얻었다.
귀하디귀하다는 코인의 가치를 몸으로 체득하기에는 너무도 빈번하게 그리고 많이 얻은 상황의 연속.
그래서 가차 없이 코인에서 눈을 뗐다.
코인 다음에 적힌 내용이 더 눈에 들어왔기에.
“스킬의 최대 레벨을 한 단계 더 올려준다라...”
마음에 꽤 들었다.
가령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고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스킬이 되어버린 2레벨, 5레벨, 7레벨로 존재하는 아이스 필드를 나만 7레벨을 넘어서 8레벨 혹은 9레벨짜리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에.
하지만 미리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아이스 필드를 7레벨로도 만들지 못했기에.
그리고 그 사이에 더 괜찮은 스킬을 발견할 수도 있고.
“호칭 확인. 영광된 이름.”
그래서 곧장 새롭게 획득한 호칭 확인부터 들어갔다.
[호칭 : 영광된 이름.
-모두가 칭송하고 모두가 기억할 정도로 이름을 떨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호칭이다.
: 주민들과 기본적으로 호감 상태가 된다.
: 생명력 5만 증가.
: 마나 5만 증가.
: 모든 스탯포인트 300씩 증가.]
“오!”
가장 먼저 획득한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라는 호칭은 뛰어나도 너무 뛰어났다.
말 그대로 넘사벽.
그래서 좋은 호칭의 기준점을 허수아비 파괴자로 잡았다.
생명력 10만과 마나 10만 그리고 모든 스탯포인트 200을 올려주는 허수아비 파괴자는 그전에 내가 아는 그 어떠한 호칭에도 뒤떨어지지 않았기에.
물론 ‘영광된 이름’이라는 호칭은 생명력과 마나 증가량이 각각 5만으로 허수아비 파괴자에 뒤떨어졌지만 모든 스탯포인트 300은 허수아비 파괴자보다 100이 더 높았다.
그래서 좋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명력과 마나량에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기에.
더욱이 호칭은 동반 성장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즉, 체력과 정신력도 모두 300씩의 증가가 적용 됐다.
그리고 ‘영광된 이름’이 더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 이것이 바로 5번째 획득하는 호칭이라는 것이었다.
입에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물고 온 5번째 호칭.
당연하지만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 단 하나의 호칭도 보유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5개를 보유하면 이런 보너스가 있는지 몰랐다.
그리고 단언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5개? 5개는커녕 1개라도 갖고 있는 자가 극히 희박한 것이 호칭이니까.
“상태창 확인!”
우선 모든 것을 확인하고 큰 목소리로 상태창을 열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잔뜩 기대감을 안고.
[이름 : lumen, 아시란테
레벨 : 235
죽인 횟수 : 1096,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4개.
생명력 : 1,124,000(now) / 1,124,000(max)
마나 : 913,000(now) / 913,000(max)
힘 : 1170 민첩 : 1170 체력 5480
정신력 : 3390 지력 : 5790
잔여 스탯포인트 : 95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
200레벨을 달성한 뒤로는 딱히 상태창을 열지 않았다.
그 당시에 획득한 잔여 스탯포인트도 그리고 3개의 스킬포인트 전부 사용했고 퀘스트에 집중하느라 사냥을 거의 하지 못했으니까.
물론 그래도 200레벨 당시의 상태창을 꽤나 세세히 기억을 하고 있기에 어디가 얼마큼 변했는지는 한눈에 들어왔다.
가령 정확히 11명에서 천단위인 1096명으로 변한 죽인 횟수와 호칭 ‘영광된 이름’의 영향으로 모든 스탯포인트가 300씩 증가해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힘과 민첩마저 1천을 훌쩍 넘은 것 등이 그랬다.
그리고 35레벨업으로 인한 350개와 이번 퀘스트의 완료로 300개, 거기에 5개의 누적된 호칭으로 얻은 300개가 쌓여 총 950개의 누적된 잔여 스탯포인트까지.
하지만.
“아시란테?”
다른 것은 증가, 전부 증가의 영역에서 설명을 할 수 있지만 딱 하나 증가의 영역이 아닌 새로운 생성의 영역에서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내 아이디인 lumen의 옆에 버젓이 쓰여 있는 아시란테.
당연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이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어지간해서는 처음 설정한 아이디를 평생 갖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설마 진짜 적용 되는 것은 아니겠지?”
절로 나오는 의문.
그리고 그 의문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일이 곧바로 벌어졌다.
[BOSS강님으로부터 친구 초대가 들어왔습니다.]
가화 길드의 길드장이었던 강석태.
그가 복수를 다짐하며 내 손에 죽을 때 말했었다.
자신의 아이디를 절대로 잊지 말라고.
물론 그것과 상관없이 내가 그에게 알려줬던 것은 홍주영이라는 이름도 그렇다고 lumen이라는 아이디도 아닌 얼음황제 수호검의 원주인이자 얼음의 주인이라는 아시란테.
즉, 강석태는 지금 lumen이 아닌 아시란테로 친구 추가를 했을 것이다.
그것밖에 모르니까.
우선 친구 초대를 받아들였다.
정말로 그런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
[BOSS강님의 친구 초대에 동의하셨습니다.
-BOSS강님과 귓속말이 가능합니다.]
[BOSS강 : 야이 개새끼야!]
[아시란테 : 1]
[아시란테 : 2]
[아시란테 : 3]
[아시란테 : 정말... 되네.]
대뜸 욕설부터 내뱉는 강석태.
하지만 강석태의 욕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분명 lumen이라 적혀 있어야 할 부분에 아시란테라고 적혀 있는 것이 더 신경이 쓰였기에.
[BOSS강 :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가! 그나저나 이 쓰레기 같은 새끼야! 할 짓이 없어 홀라당 정보를 명진에 팔아먹었냐? 그래서 얼마에 받고 쳐 팔았냐? 어? 한 달에 씨팔 1억이면 됐지! 이 욕심 많은 개새끼야!]
“친구 삭제. BOSS강.”
[친구로 등록된 BOSS강님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삭제시 귓속말이 불가능합니다.]
“어. 삭제.”
[친구로 등록된 BOSS강님이 친구 목록에서 삭제되었습니다.]
가화 길드? 그리고 강석태? 전혀 두렵지 않다.
더욱이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
즉, 그와 나눌 대화는 없다.
반대로 강석태은 꽤 할 말이 많은 것처럼 보였지만.
하지만.
“원래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니까.”
물론 그럼에도 강석태의 친구 추가를 받아들인 이유는 하나다.
바로 테스트.
정말로 저 아시란테가 내 아이디가 됐는지 안 됐는지의 테스트.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데 테스트는 한 번이면 족했다.
“그럼... 나 아이디가 2개가 된 건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lumen 과 아시란테라는 2개의 아이디를 가진 다는 것은 어쩌면 나중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당연히 적에게.
우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95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전부 지력에 투자했다.
그리고 당연히 동반 성장의 영향으로 체력도 950개, 정신력도 475개가 올랐고.
“흐흐흐.”
상태창을 확인하며 악당처럼 한번 웃어주고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정체됐던 레벨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
그리고 당연히 봐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암석 지대의 세이프티 존에 상당수의 사람 아니, 정확히는 NPC들이 존재함으로써.
그리고 그 상당수의 NPC무리에서 한명이 걸어 나왔다.
바로 나한테 처음으로 퀘스트를 줬던 키한나.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시란테님.”
“아닙니다.”
솔직히 내 활약 이상의 보상을 받았다.
거기에 개척자들의 도시 이름이 ‘아시란테’로 됐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생각지도 않은 어마어마한 특별 보상까지 받았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도시 이름을 ‘아시란테’로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들이 바로 내 앞에 있는 자들일 것이다.
이들이 아니라면 도시 이름이 생뚱맞게 ‘아시란테’가 될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그간 보였던 계산적인 모습을 지우고 나도 최대한 예의 있게 행동했다.
“저희는 이제 이곳을 떠날 생각입니다. 저희를 억누르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막은 노예라는 신분이 사라졌으니까요.”
“어디로?”
살짝 궁금해서 물었다.
“저희의 고향 북부로요. 남들은 척박하고 메마른 땅이라지만 그곳이 바로 저희의 고향이니까요.”
“아...”
퀘스트에서도 분명 나왔었다.
이들 살테 일족은 북방 민족이라고.
“꼭 그곳에서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노예 같은 끔찍한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요.”
“감사합니다. 아시란테님도 언젠가 북방 쪽으로 오시면 저희 살테 일족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은혜를 쉽게 잊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혹여나 저희를 찾으실 때 이것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바로 이것이 저희 살테 일족의 증표니까요.”
키한나는 나에게 산으로 보이는 문양이 조각된 팬던트를 건넸다.
우선 거리낌 없이 받았다.
선의로 주는 것을 거절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의 선의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기껏 좋은 분위기를 망칠 생각도 없고.
여하튼 그렇게 암석 지대의 세이프티 존에서 키한나를 비롯한 살테 일족과 악수를 나누며 헤어졌다.
서로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띠고.
서울에 위치한 강석태의 집.
몇몇의 사람이 거실의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미친 새끼! 친구 추가를 삭제해? 씨팔! 씨팔!”
강석태는 그 후로 꾸준히 아시란테로 친구 추가를 넣었다.
하지만 수락 여부는 전적으로 상대방의 몫.
그래서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껏 준비한 복수가 물거품이 됐으니까.
그리고 그때 그런 강석태를 향해 상석에 앉은 자가 입을 열었다.
“조용하고. 앉아라.”
“...네.”
가화 길드 내에서는 거의 황제처럼 군림한 강석태.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모든 돈이 자신에게서 나왔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아니었다.
“명진 길드가 그곳에 똬리를 틀었다고?”
“네.”
“명진이라면...”
“대한민국 내에서 거의 3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길드입니다. 소속 길드원만 해도 10만에 가깝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감히 그들과 대적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고요.”
“흠.”
강석태의 대답에 상석에 앉은 자는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결국 일본과 한국을 더 나아가 각 국가를 가로막는 벽이 사라져야 어찌해볼 방도가 생긴다는 거군.”
“네.”
“좋아.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는 포기한다. 하지만 이 일의 원흉인 아시란테 그놈은 게임에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든다. 가능하겠지? 사카모토.”
“네! 가능합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카모토.
그리고 한국 이름은 오지환.
하지만 그는 스스로 한국 이름을 버렸다.
한국인 아버지가 자신과 엄마를 한국 땅에서 버린 것처럼.
여하튼 한국인 아버지가 사라지고 분명 다른 동남아 혼혈에 비해 티는 덜났지만 그래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사카모토.
어쩌면 일본 혼혈이라는 이유로 더 심한 따돌림을 당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사카모토는 현실의 탈출구를 찾아 게임에 몰두했다.
바로 ‘Forgotten Legend’를.
아쉽게 1차 클로즈 베타는 하지 못했고 2차 클로즈 베타부터.
그리고 2차 클로즈 베타 당시 사카모토는 최대 레벨을 달성했고 특성을 하나 얻었다.
일반 스킬에도 존재하는 ‘추적’계열로.
하지만 사카모토가 특성으로 얻은 것은 단순히 추적 스킬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났다.
특성명도 그래서 ‘끈질긴 추적’이었고.
“백 번, 천 번, 만 번이고 찾아가 죽여 놓겠습니다. 더 이상 게임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끔요.”
사카모토는 자신을 거둬둔 상석의 남자를 향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사카모토의 결의에 찬 대답에 상석에 앉은 남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아. 하지만 아시란테 그놈의 실력도 최상급. 방심하지 마라.”
“네. 이미 저희 쪽으로 매수된 자들중 강자로 칭할 수 있는 자들은 전부 불러들였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선보인 아시란테 그놈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명진에 대해서는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한 그들은 타깃을 아시란테라는 자로 돌렸다.
그들의 신조상 당한 만큼은 꼭 되갚아줘야 하기에.
하지만 그들은 미처 몰랐다.
분명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아시란테 즉, lumen이 전보다 어마어마하게 강해졌다는 것을.
마치 딴 사람이 된 것 마냥.
< 내 아이디는 2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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