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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53화 (53/271)

53화. 이 맛에 퀘스트를 한다.

다음날.

아빠의 말대로 아침 9시가 살짝 넘어서 청담동 본가로 찾아온 석인수 실장과 독대를 했다.

“...해서 개척자들의 도시라는 곳을 부흥시켜야 합니다. 개척자들의 도시라는 딱지를 떼고 번듯한 다른 이름을 가진 도시로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

그래서 그전의 일은 간추려서 말했다.

물론 그 와중에 가화 길드에 대한 언급은 했다.

명진이 개척자들의 도시로 들어가면 가화 길드의 길드장이었던 강석태라는 자가 별 난리를 다 쳐도 명진에 티끌만큼의 타격도 줄 수 없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은 석인수 실장이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그것도 고개를 숙이며.

“솔직히 회장님이 막내 도련님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했을 때는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일 것이라 지레짐작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죄송합니다. 막내 도련님을 제가 무시한 거니까요.”

대뜸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석인수 실장.

하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보여준 것이 없으니까.

그 후 고개를 다시 든 석인수 실장이 내 눈을 바라보며 마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째서 회장님이 막내 도련님을 놓지 않고 계속 신경을 쓰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

아마 석인수 실장은 그 누구보다 경험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까 명진이라는 이름으로 관리하는 ‘Revival Legend’내의 모든 일의 책임자 자리를 맡고 있는 것이고.

물론 총책임자는 아빠지만.

여하튼 그 경험 많은 석인수 실장은 한눈에 이 퀘스트가 범상치 않은 퀘스트라는 것을 인지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게 더 깊은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민하듯 턱을 쓰다듬을 뿐.

“부흥이라... 그럼 이렇게 하겠습니다. 명진의 3군의 본거지를 개척자들의 도시로 옮기겠습니다. 그리고 3군에 이어 4군도 함께요.”

“네? 그래도 되나요?”

내가 내심 원한 수준은 4군.

그 정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개척자들의 도시를 시끌벅적하게 만들기에는.

하지만 석인수 실장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집중적으로 케어하고 관리하는 1군, 2군에는 살짝 못 미치지만 그래도 명진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3군까지 옮기는 것으로.

그리고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해줄 수 있냐는 반응에 석인수 실장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 퀘스트... 막내 도련님에게는 큰 건이지 않습니까?”

나한테는 큰 건이다.

무척.

특히나 골덴링과 경험치 그리고 코인과 악세사리 상자를 떠나 무려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는 남과 확연한 차이를 만들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얻는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는 공통적으로 주어진 레벨업과 착용에 한정된 아이템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군다나 나는 동반 성장까지 있고.

그래서 석인수 실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또박또박 딱 부러지게.

“중요합니다. 무척!”

“그럼 이대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아마 오늘내로 이 안건이 통과가 되면 내일쯤에 3군과 4군의 대대적 본거지 이동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거지를 옮긴다는 것은 그 밑에 딸린 여러 관계자들도 함께 움직인다는 뜻이고요.”

“네. 알겠습니다.”

단 3분.

3분 만에 본거지를 옮기는 나름대로 큰 일이 결정이 됐다.

물론 최종적으로 아빠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여하튼 그 후에도 아직 중요한 내용이 남아있기에 석인수 실장과의 이야기를 더 진행했다.

바로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

그리고 예상대로 석인수 실장은 그 광물 덩어리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당연하지만 모를 것이라 예상은 했다.

만약 안다면 가만히 있을 아빠도 명진도 그리고 석인수 실장도 아니니까.

그래서 최대한 자세히 말했다.

분명 이 광물 덩어리는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아이템이 분명했기에.

그리고 그 영향은 명진을 다른 그룹이나 길드보다 한 발짝 앞서나가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했고.

관악산 근처 원룸.

집에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으니까.

“이동. 질척이는 늪지대.”

[질척이는 늪지대로 이동합니다.]

그나마 있던 가화 길드 자체가 사라졌기에 휑한 모습의 질척이는 늪지대의 세이프티 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이곳에 왔다.

이제 내일이면 이곳도 사람으로 꽉 찰 것이기에.

분명 매력적이지 않은 사냥터인 것은 확실하지만 바로 옆에 수천? 아니, 수만에 이르는 길드원을 보유한 거대 길드의 본거지가 자리함으로써.

“그전에 많이 사냥을 해둬야지! 내일은 처음으로 내 자의적인 판단하에 다른 사냥터로 떠날 거니까.”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개미굴과 사막 스콜피온 숲을 강제로 떠나야 했다.

아니, 꼭 강제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반강제로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선택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귀찮은 일을 감수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레벨업에 지장이 생기니까.

하지만 이번은 100% 내 의지.

그래서 홀가분하게 질척이는 늪지대 안으로 들어섰다.

당연히 소중한 내 발을 위해서 사방팔방 아이스 필드를 사용하며.

그렇게 그날은 하루 종일 질척이는 늪지대 안에서 사냥을 했다.

그날 밤.

청담동 저택.

“응?”

홍상만 회장은 석인수 실장이 내민 서류를 확인하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뜬금없이 멀쩡히 잘 있는 3군과 4군의 본거지를 옮긴다는 내용이기에.

그래서 곧장 그 서류를 내민 석인수 실장을 바라봤다.

이 서류가 무슨 뜻이냐는 눈빛을 보내며.

그리고 십년 이상을 홍상만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석인수 실장이 그걸 모를 리가 없기에 곧장 입을 열었다.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며.

“회장님이 지시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언제?”

홍상만 회장은 석인수 실장의 답변에 살짝 당황했다.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으니까.

“오늘 아침에 주영군을 만나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게 그 필요한 조치라고?”

“네.”

“.......”

홍상만 회장에게 석인수 실장은 무척이나 믿음직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명진이 운영하는 ‘Revival Legend’에 대한 책임자로 앉힌 것이고.

그런데 그의 당당함을 넘어선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대답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석인수 실장의 입이 열렸다.

“저는 회장님이 그간 아무런 실력도 보이지 않은 주영군을 향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항상 의아스러웠습니다. 오히려 그 관심을 조금이나마 기영군이나 수영양에게 돌리는 것이 명진에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을 했고요. 하지만 오늘 회장님의 크나큰 혜안과 안

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홍상만 회장이 석인수 실장을 신뢰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입에 발린 소리를 좋아하지 않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입에 발린 소리의 근원지가 막내 주영이였기에.

“아직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영군이 엄청난 것을 물어온 것 같습니다. 주영군 자신에게도 그리고 명진에게도 모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요.”

당연하지만 석인수 실장은 따로 사람을 풀어 조사를 했다.

입으로는 3군과 4군의 이동을 들먹였지만 만약 거짓된 부분이 있다면 모든 것을 정지 시킬 생각으로.

그게 자신이 할 일이니까.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나 어렵지 않게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에 대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관련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기에.

뿌려진 돈만 수백억 아니, 그 이상.

당연하지만 그 정도의 돈을 뿌려가며 비밀리에 움직였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세력이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였다는 뜻이라는 것을 모를 석인수 실장이 아니었다.

“조만간에 정리하여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다만 주영군이 어쩌면 저나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대단할지 모르겠습니다.”

석인수 실장의 두루뭉술한 말.

하지만 홍상만 회장은 더 캐묻지 않았다.

석인수 실장을 믿는 것도 있지만 그의 모든 칭찬이 막내아들인 주영이를 향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자신보다 아들을 향한 칭찬이 더 기쁜 홍상만 회장이었다.

다음날.

항상 그렇듯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시리얼로 아침을 해결하게 게임에 접속했다.

당연히 로그인 장소는 어제 로그아웃을 했던 질척이는 늪지대의 세이프티존.

웅성웅성.

와글와글.

“.......”

분명 어제 로그아웃을 하기 전까지는 단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는 상당한 인원이 존재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들이 누군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명진의 3군과 4군.

그들이 아니라면 이곳에 있을 자들이 없으니까.

‘빠르구나...’

물론 아빠의 승인이 빨리 떨어졌기에 가능했겠지만 그래도 석인수 실장의 일처리에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일처리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쪽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시란테님!”

바로 이 퀘스트를 준 키한나가.

“아시란테님! 사람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 개척자들의 도시로 유입되고 있어요!”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덤덤하게 말하고 싶지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키한나의 저 행동은 퀘스트의 클리어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반증이기에.

그리고 그렇게 키한나와 잠시 이야기를 진행했다.

물론 대체적으로 촉촉한 눈가를 하고 있는 키한나의 말을 내가 들어주는 입장이었지만.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가 딱히 말을 꺼내지 않아도 키한나의 말 속에 이미 필요한 정보들이 충분히 들어 있었기에.

바로 3~4일 정도 이 현상이 지속되면 왕에게 편지를 보낼 거고 그 후에 왕의 비밀 조직이 와서 확인을 할 거라는 정보들이.

즉, 퀘스트를 완료하기까지 최소 3~4일이 흘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뒤는?

솔직히 상관없다.

다시 휑한 개척자들의 도시가 되든 말든.

어차피 키한나의 살테 일족도 노예 신분을 벗어나는 것이 목표이기도 했고.

물론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 때문이라도 적당한 인원은 유지가 될 것 같기는 했다.

“이동. 개척자들의 도시.”

[개척자들의 도시로 이동합니다.]

키한나와의 대화를 끝내고 개척자들의 도시로 움직였다.

퀘스트가 종료될 최소 3~4일간 미리 점찍어둔 다른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서.

물론 이곳에서 사냥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정체를 알고 이들은 나의 정체를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도중에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내 사냥 속도와 사냥 범위는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기에.

그래서 지금까지 쭉 인기가 없는 사냥터를 찾는 것이었고.

하지만.

[A등급 퀘스트 ‘살테 일족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라.’를 진행 중입니다.

-퀘스트를 진행 도중 개척자들의 도시를 벗어나면 퀘스트 포기로 간주됩니다.

-이동하시겠습니까?]

“응?”

없었다.

한 달 이상 진척이 없으면 살테 일족이 파기 한다는 말 외에는 이런 제약이.

“이놈의 제약은 한 번에 말하던가...”

한 달 이상 진척이 없으면 살테 일족이 스스로 퀘스트를 파기한다는 제한도 퀘스트를 받아들이고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개척자들의 도시를 처음으로 벗어나려 하자 새로운 제약을 알 수 있었고.

우선 개척자들의 도시에 속한 몇 개의 사냥터를 돌았다.

하지만 하나같이 많은 명진 소속의 유저들이 존재했다.

단 돌 다람쥐가 나오는 암석 지대를 빼고.

‘흠.’

절로 드는 고민.

돌 다람쥐는 경험치가 짜도 너무 짰기에.

그렇다고 다른 명진 길드원들 사이에 사냥을 하기에는 좀 그랬다.

명진 소속이라고 성인군자에 매너를 지키는 자들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

똑같을 수밖에 없다.

개인의 이익과 단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과 우리가 아닌 남에게는 확실히 비매너에 적대적인 행위를 할 수 있고.

가령 몬스터를 많이 잡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할까? 나도 엄연히 명진 소속인데.’

실질적으로 가입을 하지는 않았지만 명진 소속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선 참았다.

가장 먼저 말할 대상은 가족이니까.

그리고 3~4일 정도는 퀘스트 성공을 위해서 충분히 참을 수 있는 범위고.

그렇게 돌 다람쥐를 향해 달려들었다.

단 1의 경험치라도 획득하기 위해서.

5일 뒤.

예상했던 3일과 4일을 넘어선 5일 째.

약간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차후 꽤 큰 가치를 보일 광물 덩어리를 상당히 많이 모았지만 그래도 5일째 단 1레벨도 올리지 못했기에.

하지만 묵묵히 사냥을 지속했다.

내가 조른다고 그리고 다급해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그리고 여전히 아이스 필드와 쏟아지는 우박, 얼음 폭파 등으로 돌 다람쥐를 잡고 있을 때 메시지가 울렸다.

[A등급 퀘스트 ‘살테 일족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라.’ 클리어에 성공하였습니다.]

사냥 도중 갑자기 뜬 메시지.

“흐흐흐.”

미친놈처럼 웃음이 새어나왔고 그것을 일부러 참지 않았다.

드디어 해결을 했으니까.

그리고 당연히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A등급 퀘스트 ‘살테 일족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라.’ 클리어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2500만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상당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1500개의 코인을 획득합니다.

-잔여 스탯포인트 300개를 획득합니다.

-귀함에서 전설 등급 사이의 악세사리 1종이 나오는 랜덤 상자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 맛에... 퀘스트를 하는구나.”

줄줄이 울리는 메시지에 그간의 고생이 전부 씻겨 내려갔다.

물론 솔직히 고생까지는 아니었다.

그만큼 가화 길드를 처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였던 개척자들의 도시의 부흥은 집안의 힘을 빌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해결을 했고.

여하튼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상태창을 열어 얼마큼 증가했는지 확인할 찰나 메시지가 더 울렸다.

분명 보상을 다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척자들의 도시 이름이 ‘아시란테’로 변경됩니다.]

“?”

아시란테는 내가 키한나에게 알려준 가명이다.

그리고 이번 퀘스트 내내 모두 저 가명을 사용했고.

물론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러려니 넘겼다.

‘아시란테’ 라는 이름을 도시 이름으로 쓰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하지만 곧바로 그러려니 넘기지 못할 메시지가 울렸다.

< 이 맛에 퀘스트를 한다. > 끝

< 내 아이디는 2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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