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50화 (50/271)

50화. 절반.

강석태도 확인은 했다.

300명으로 구성된 3개의 파티 중에 2번 파티가 길드 채팅창에 그 미친놈이 등장했다고 연달아 글을 올렸기에.

그리고 강석태는 길드 채팅창에 올라온 그 요란함과 긴장감이 묻어나는 글로 그 미친놈을 먼저 발견한 것이 아닌 최소 기습 정도는 당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300명.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독려했다.

막타로 그 미친놈을 죽인 대상에게는 현금 500만원을 주겠다고.

물론 마음 같아서는 1억이라도 부르고 싶었지만 그 미친놈이 이번 한번만 지랄을 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500만원으로 줄였다.

그 정도도 눈이 뒤집혀 악착같이 달려들 금액이기에.

하지만 채 10분 아니, 5분.

5분 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길드 채팅창에는 침묵이 자리했다.

[BOSS강(길드장) : 2번 파티? 2번 파티 아무도 없어? 누구라도 있으면 대답을 해봐!]

[.......]

[.......]

[.......]

방금 전까지는 시끌벅적했다.

500만원은 내 것이라고 글도 올라왔고 다른 길드원들의 2번 파티가 부럽다는 글도 올라왔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런 글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간부 맥스칼이 강석태를 향해 입을 열었다.

“길드장님 지금 비상 연락망으로 전화가 왔는데 300명이... 전부 몰살당했다고 합니다.”

“.......”

맥스칼의 말에 강석태는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설마 설마 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드러났기에.

물론 그간 길드장으로 짬밥을 헛되이 먹은 것은 아니기에 우선 급하게 외쳤다.

“나머지 2개 파티에게 전해! 당장 이곳 세이프티 존으로 복귀하라고!”

이미 300명으로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

강석태로서는 더 이상의 피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솔직히 길드원이 죽어 나자빠지는 거야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이미 전세가 기울었다고 판단되어 가화 길드를 이탈하는 자가 나오면 큰일이기에.

“네! 알겠습니다.”

곧 명령을 내린 강석태는 머리를 굴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본에 연락을 해야 하나?’

그냥 흔하디흔한 게임을 즐기는 유저였던 강석태.

물론 일개 유저로 치부하기에는 강석태는 나름대로 꽤나 유명했다.

과거 한 게임에서는 거대 길드의 길드장으로 나름 하나의 서버를 좌지우지 했으며 이후 다른 게임에서는 버그 아닌 버그를 최초로 활용하여 서버 전체를 롤백(현재의 데이터가 유효하지 않거나 망가졌을 때 기존 데이터로 되돌리는 행위. 일명 백섭이라고도 한다.) 시

키기도 했다.

물론 길드장으로 있을 때 길드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몰래 빼돌리는 행동이 들통나 자신이 만든 길드에서 축출되는 나름대로 불운을 겪긴 했지만.

여하튼 가벼운 마음으로 ‘Revival Legend’라는 게임을 즐기던 강석태에게 일단의 무리가 찾아왔었다.

일본인들이. 그것도 게임이 아닌 현실로.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개척자들의 도시를 장악해 암석 지대에 나오는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를 모아 달라는 제안을.

처음에는 강석태도 별 미친놈 다보겠다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나름대로 확인한 결과 개척자들의 도시는 별 볼일 없는 곳이었고 돌 다람쥐도 마찬가지였기에.

하지만 선수금 명목으로 무려 50억이 입금되자 강석태로서도 눈이 홱 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곧 난관에 봉착했다.

별 볼일 없다고 생각했던 돌 다람쥐.

이게 은근히 잡는 것이 힘들었다.

워낙 재빠른 것도 있었지만 다람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방어력이 상당히 높았기에.

물론 고레벨의 유저를 모으면 상관없지만 그럼 그들에게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는 상황.

그래서 강석태는 자신이 잘하는 말빨로 초보들을 구슬렸다.

질이 아닌 양으로 승부를 볼 생각으로.

그리고 그런 식으로 최근까지 1500명까지 모았고 강석태는 현실에서 강남 한복판의 50평대 아파트를 자기 이름으로 매입까지 했다.

거기에 2대의 최고급 스포츠카도 보유했고.

이런 황금줄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강석태는 자신의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는 판단하에 이 일을 사주한 일본 쪽에 연락을 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귓가로 암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길드장님! 지금 복귀하던 3번 팀이 그 괴물하고 조우했다고 합니다!”

“어디서!”

이미 300명이 날아간 상황에 또 300명이 날아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강석태는 당장 위치부터 물었다.

하지만.

“여기서 20분 거리입니다.”

“...씨팔!”

강석태는 20분 거리에 있다는 말에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10분도 아닌 5분에 300명이 박살난 것을 지켜봤기에.

더욱이 3개의 파티 전부 엇비슷한 전력.

3번 팀이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달려가 봐야 이미 끝나 있을 확률이 무척이나 높았다.

그리고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 빠른 속도로 복귀중인 1번 파티를 그쪽으로 보내면 같이 전멸할 것 같다는 그런 불안한 생각이.

“곧 돌아오겠다! 모두 여기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라! 로그아웃.”

강석태은 1번 파티에게 최대한 빠른 복귀를 지시하고 로그아웃을 했다.

채널이라는 벽에 가로 막혀 일본 그쪽이 이곳으로 진출할 방법이 없어 자신에게 사주를 한만큼 역시나 채널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게임 상에서는 일본과 연락을 할 방법이 없기에.

의도치 않게 마주쳤다.

이곳 암석 지대의 세이프티 존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300명의 다른 가화 길드원을.

그래서?

당연히 곧장 달려들었다.

이미 방금 전에 똑같은 300명의 무리를 별 피해 없이 처리를 했기에.

그리고.

“씨팔.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 나온 거야!”

“아무리 격차라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그들은 억울함을 표출하며 죽어갔다.

물론 처음부터 나와 대적할 생각이 없었는지 내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사방팔방 찢어져 도망을 쳤기에 처음과 달리 300명 전부를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살아 돌아간 자는 20명 내외.

이정도면 충분했다.

저벅저벅.

그리고 그 상태로 암석 지대의 세이프티 존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적의 본대가 있을 것이기에.

어쩌면 300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강석태의 집.

“분명 저한테 아무도 아는 자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이게 뭐요?”

“그게 무슨 말이지?”

“광물 덩어리! 그 광물 덩어리를 차지하기 위해 엄청난 강자가 왔단 말이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혹시 그쪽의 실수로 뭔가 정보를 흘린 것이 아닌가?”

“전혀! 일부러 찾는 이를 없게 하기 위해 같잖은 통행료도 걷었고 혹여나 생각보다 강자가 오면 뒷돈까지 주어가며 이곳은 우리 가화 길드가 차지하게 도와달라고 후원까지 했소! 그리고 광물 덩어리를 캐는 자들에게는 혹여나 들키면 이 좋은 사냥터를 뺏겨 돈벌이 수

단이 사라질 테니 단단히 입조심 하라고 항상 주의를 줬고!”

강석태는 자신을 의심하는 말에 휴대폰 너머의 사내에게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심 억울하기도 했기에.

그만큼 강석태는 지금의 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하고 싶을 만큼.

“흠... 좋아. 그나저나 내가 알기로 나름대로 세력을 키운 것으로 아는데 처리가 불가능한가? 아니면 전처럼 매수를 하던가.”

“방금 내가 말하지 않았소! 그자가 여기를 차지하기 위해서 왔다고. 그런데 무슨 매수가 통하겠소! 그리고 엄청난 강자요. 내가 모은 찌끄래기 따위로는 얼마가 있든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그렇다면 우선 따로 해결사를 보내도록 하지. 그러니 잠시만 시간을 끌도록.”

“빨리 와야 할 것이오. 늦으면 모든 것이 어긋날지도 모르니까.”

강석태는 그것을 끝으로 통화를 끝내고 곧바로 ‘Revival Legend’에 접속했다.

그리고 접속하자마자 마주할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암석 지대의 세이프티 존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한 남자를.

약 600~700명 정도.

대략 그 정도로 보였다.

그전에 상대했던 최대 인원에 비해 2배 이상.

하지만 이상하게 전혀 두렵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때 그 무리에서 한명이 걸어 나왔다.

나에게 입을 열며.

“나는 가화 길드의 길드장 강석태다. 너는 누구지?”

“나? 아시란테.”

서슴없이 대답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을 lumen(루멘)이라는 이름 대신 아시란테라는 이름으로 했기에.

“좋아. 본명을 밝히기 싫다면 아이디도 좋지. 그나저나 무슨 목적으로 우리에게 이러는 거지? 너 같은 강자가 별 볼일 없는 이곳 개척자들의 도시에서.”

“나도 여기가 좀 마음에 들어서. 너희들처럼. 왜? 너희도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엉덩이 깔고 눌러 앉은 것 아냐?”

“.......”

내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는 강석태.

그리고 그를 향해 무심하게 이어 말했다.

“뭐야? 설마 너희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것은 아니겠지?”

가면을 쓰고 칼을 숨기고 본심마저 숨기는 그래서 본론보다는 삥삥 도는 그런 정치적인 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어차피 퀘스트 때문에 모든 결과는 하나로 귀결이 될 것이기에.

당연히 승자와 패자로.

그리고 그런 내 의중을 눈치 챘는지 강석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좋아.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마지막으로 제안을 하지. 월 5천! 아니, 넌 내가 봐왔던 그 누구보다 강자. 그래서 특별히 월 1억! 월 1억씩 현금으로 후원을 하겠어. 더욱이 대가로 딱히 뭘 해달라는 것은 아냐. 이정도면 너에게도 충분하지 않나?”

월 1억이라는 금액에 누군가는 혹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지간한 자는 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월 1억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적이라면 아이템이나 레벨업 등을 제외하고 획득 방법이 없는 잔여 스탯포인트 단 1개가 더 중요했다.

남과 똑같이 없는 방법이 아닌 다르게 하나라도 더 얻는 것은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니까.

그리고 먼 미래를 생각하면 그게 더 가치가 있고.

씨익.

그래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감추지 않고 입을 열었다.

“미안. 나는 이곳이 무척이나 좋아서 꼭 가져야겠어.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저들은 아니, 가화 길드의 길드장 강석태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나를 마중하듯 굳이 모든 인원을 데리고 세이프티 존 밖으로 빠져 나옴으로써.

물론 약 700명쯤 되어 보이는 인원을 믿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나를 월 5천 혹은 월 1억에 혹할 인물로 봤거나.

돈에 혹해 가화 길드에 붙은 자들처럼.

하지만 그간 내가 보였던 행동을 생각하면 그는 세이프티 존 안에 악착같이 머물러야 했었다.

그러면 귀찮음과 수고스러움은 내 몫이었을 테니까.

“마... 막아!”

“아이스 쉴드!”

“메가 쉴드.”

“대지여. 저자의 육체를 속박하라.”

“내 그림자는 풀지 못할 끈이 되리라! 그림자 결박!”

“파이어 쉴드!”

“소환. 바람의 정령. 바람의 정령.”

물론 전과 다른 점은 있었다.

바로 그전의 300명으로 이루어진 2개의 파티는 전부 내가 기습을 함으로써 전투가 진행이 됐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상태에서 전투가 시작됐다.

강석태는 그것을 믿었을지 모른다.

월 5천이나 월 1억은 되면 좋고 안 되면 마는 그런 수준의 낚시였고 정정당당하게 맞부딪치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그런데 이미 늦었다.

자신감을 수치로 표현하면 지금 내 자신감도 만만치 않기에.

가화 길드 스스로 12시간도 안되어 나에게 총 800이 넘는 킬 수를 제공함으로써.

30분? 아니, 채 20분이 흐르지 않은 시간.

“허. 도대체 너의 정체는 뭐지? 물론 인정해. 내가 모은 자들은 전부 초보 나부랭이들. 일부러 강자를 모으지 않았어. 강자를 모으면 그만큼 지출이 클 수밖에 없거든. 그러면 그만큼 내 몫이 줄어들고. 하지만 강함에도 정도라는 것이 있어. 그래서 난 보지 못했어. 너

같은 강자를.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어. 너 같은 강자가 있을 거라는 것을. 더군다나 이런 무지막지한 공격력을 갖췄음에도 그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방어력까지 갖춘 존재는.”

허무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내뱉는 강석태.

그런데 솔직히 700명 임에도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가화 길드에 대한 소속감도 약했고 상황이 조금만 불리해지자 눈치를 살피며 뒤로 슬금슬금 움직였고 결국에는 앞 다퉈 도망쳤기에.

전형적인 당나라 군대.

그래서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강석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원래 세상은 넓은 법이니까.”

“그래. 세상은 넓지. 뿌드득. 하지만 기고만장하지마라. 이게 끝이 아니니까!”

강석태는 언제 낙담했냐는 듯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

두 눈에 용광로 같은 분노를 내포하고서.

하지만.

“응. 기다릴게. 하지만 서둘러야 할 거야. 너무 늦으면 내가 없을지도 모르거든. 아이스 스피어.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대수롭지 않게 답변까지 해주고 마지막 공격을 퍼부었다.

이미 용서도 화해도 그렇다고 이해도 필요 없는 사이니까.

휘이잉.

방금 전까지 나름대로 치열한 전투가 벌여진 장소라고 보기 무색할 정도로 침묵이 자리했다.

“흠. 이거 게릴라가 아니라 그냥 적의 본거지로 갔어도 상관없었겠네.”

분명 처음에는 호승심도 있었지만 나름 나는 혼자고 적은 단체라는 걱정거리가 있었기에 게릴라 전술을 펼쳤다.

적의 아킬레스건인 이곳 암석 지대로 이동해서.

하지만 결정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휑한 암석 지대의 세이프티 존으로 이동했다.

“이동. 개척자들의 도시.”

[개척자들의 도시로 이동합니다.]

곧 눈앞에 개척자들의 도시가 보였다.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내 목적지는 가화 길드의 본거지니까.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서 가화 길드의 본거지에 당도할 수 있었다.

역시나 한산한.

죽지 않고 도망친 자들도 모두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도망을 친 것 같았다.

그렇게 무혈입성으로 가화 길드의 본거지에 들어가 중앙에 위치한 큼지막한 수정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수정을 향해 거리낌 없이 아이스 스피어를 사용했다.

쾅!

단 한방에 박살나는 수정.

그와 함께 메시지도 울렸다.

[개척자들의 도시에 위치한 가화 길드의 수정석이 깨졌습니다.

-가화 길드의 본거지가 사라집니다.]

물론 가화 길드는 또 이곳 개척자들의 도시에 수정을 박고 본거지를 세울 수 있다.

단 1년 뒤에.

하지만 1년 뒤에는 아니, 1년이 아니라 조만간 이곳에 다른 길드가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명진이라는 이름으로.

물론 본대는 아니지만.

그리고 그때 또 다른 메시지가 울렸다.

[A등급 퀘스트 ‘살테 일족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라.’를 진행 중입니다.

: 가화 길드를 개척자들의 도시에서 쫓아내라. - 성공.

: 개척자들의 도시를 번듯한 이름을 가진 도시로 만들어라. - 진행중.]

< 절반. > 끝

< 연보라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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