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생각보다 가치 있어 보이는.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 (희귀, 재료 아이템)
-돌 다람쥐는 평소 돌을 먹으며 생활한다.
그렇기에 특성상 암석이나 바위가 많은 지역을 주 서식지로 삼는다.
그리고 유독 욕심이 많고 성질이 급한 돌 다람쥐이기에 돌을 먹는 와중에 그 돌 속에 함유된 미량의 광물도 함께 먹음으로써 체내에 소화 되지 못한 여러 광물이 축적이 되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돌도 소화 시키는 돌 다람쥐 특유의 분비물로 체내에 축적된 여려 광물들이 마치 원래 하나인양 뭉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이다.]
“흠.”
돌 인줄 알았더니 돌은 아니었다.
돌 속에 포함된 자잘한 여러 광물들의 집합체 일 뿐.
그래서인지 확실히 돌보다 무거웠다.
턱. 턱.
한손에 그 광물 덩어리를 붙잡고 던지고 받고를 몇 번 했다.
그리고 낮게 입을 열었다.
“설명만으로는 그렇게 값나갈 재료 아이템으로 보이지는 않은데... 더군다나 희귀고.”
만약 전설까지는 아니더라도 귀함만 됐어도 가화 길드원들이 쾌재를 불렀던 것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갔을 것이다.
하지만 희귀.
일반 보다는 좋다지만 솔직히 따져서 희귀는 그렇게 좋은 수준에 속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쓸만한 장비를 맞췄다 말하려면 최소 귀함 등급을 맞춰야 할 정도로.
“그런데 이 광물 덩어리를 보고 그렇게 좋아했단 말이지. 뭔가 있나?”
분명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이쯤 되니 가화 길드의 그간 행동이 얼추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분명 그들이 원한 것은 통행료 따위가 아닌 바로 이 돌 다람쥐의 소화 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
그래서 일부러 과한 통행료를 받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쫓아내려고.
그래서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게 만들려고.
당연히 추측이지만 왠지 이게 정답 같았다.
“좋아. 어쨌든 이 광물 덩어리가 네놈들의 아킬레스건이란 말이지.”
우선 나머지 4개의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를 집어 들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분명 내가 그 효용성은 모르지만 값이 나갈 아이템이 분명하기에.
그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아직 이 안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가화 길드원이 많을 테니까.
가화 길드의 길드장 강석태는 평소처럼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 접속하자마자 평소와 달리 길드 채팅창이 굉장히 활발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궁금증을 안고 길드 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BOSS강(길드장) : 무슨 일이야? 뭐 때문에 이렇게 시끄러워?]
30대 중반의 강석태.
물론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닌 수준.
하지만 강석태는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길드원 모두에게 똑같이 하대를 했다.
그게 싫으면 애초에 길드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리고 강석태 본인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돈.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는 세상에 현실의 사람도 아닌 가상현실 속의 유저를 부리는 것은 무척이나 쉬웠기에.
그만큼 강석태는 본인 스스로 든든한 자금줄이 되는 황금줄을 잡은 운 좋은 사나이라고 생각했다.
[맥스칼(간부) : 길드장님! 왜 전화를 안 받으세요! 아까부터 전화를 했는데!]
[BOSS강(길드장) : 응? 전화 했어? 밥 먹는다고 휴대폰을 놓고 나가서. 그런데 왜? 뭐 때문에 전화를 했는데?]
[맥스칼(간부) : 지금 암석지대에 난리가 났어요. 웬 로브와 마스크로 얼굴 전체를 감춘 이상한 놈이 등장했는데 그놈이 돌 다람쥐를 잡는 우리 길드원들을 학살하고 다닌다고요!
[BOSS강(길드장) : 뭐? 어떤 미친놈인데 그래! 그리고 그걸 두 눈 뜨고 보고만 있어? 당장 잡아서 죽여! 돌 다람쥐가 얼마나 중요한데!]
[맥스칼(간부) : 우리도 그러려고 했죠. 그래서 길드장님이 연락이 안 되는 사이 이미 선발대를 꾸려서 들이 밀었는데 놈이 너무 날쌔고 영악해서 잡지 못하는 상황에다 상대적으로 약한 사냥팀만 노리고 있다고요!]
[BOSS강(길드장) : 아놔. 씨팔. 어떤 개자식이야. 설마 일부러 노리고 들어온 건 아니겠지?]
[맥스칼(간부) : 그건 모르죠. 하지만 한 놈뿐인 걸로 봐서는... 여하튼 일단은 잡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BOSS강(길드장) : 알았어. 지금 당장 갈게. 애들 집합 시켜놔.]
[맥스칼(간부) : 네. 알겠습니다. 얼른 오세요.]
BOSS강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강석태는 재빠르게 가화 길드의 본거지를 빠져 나와 개척자들의 도시에 있는 텔레포트 존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설마 이 새끼 뭔가 알고 온 것은 아니겠지? 분명 황금줄을 내민 그쪽에서 아무도 모를 거라고 했는데.’
암석 지대 안.
웅성웅성.
“이게 뭔 소리야?”
“지금 이 암석 지대 안에 어떤 미친놈이 있다는데?”
“야. 단순한 미친놈이 아니라 정확히 우리를 노리는 놈이라잖아. 벌써 4개 팀이 당했대.”
“헐.”
“지금 당장 사냥을 중단하고 세이프티 존으로 오라는데.”
“그럼 가야지. 괜히 죽을 필요가 뭐가 있어. 그리고 원래 미친놈은 상대 하는 것이 아니랬어.”
정확히 이번에 5번째로 마주하는 가화 길드의 사냥 파티.
시끄러웠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퍼졌는지.
그래서 곧장 난입했다.
그들을 향해 스킬을 난사하며.
“아이스 필드! 거기에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아이스 필드로 얼음이 생성되기 무섭게 곧장 그 얼음 위로 살얼음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얼음과 만난 살얼음은 금세 더 두꺼운 얼음으로 탈바꿈하였다.
“크헉!”
“뭐... 뭐야!”
“젠장. 그 미친놈이다!”
“피해! 길드 채팅창에 그 미친놈의 아이스 필드가 평범한 아이스 필드가 아니랬어.”
“씨팔. 뭐야? 아이스 필드는 원래 이동속도 감소가 주 능력 아니었어? 무슨 생명력이 이따위로 빠지는데?”
씨익.
가화 길드원들의 행동에 웃음이 났다.
왜냐하면 고작 아이스 필드와 그 아이스 필드에 힘을 보태줄 살얼음만 사용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눈앞에는 전쟁터와 다름없는 상황이 연출 됐다.
그래서 곧장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은 더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 원래 정석이기에.
“쏟아지는 우박. 그리고 얼음 폭파!”
후두둑. 후두두둑.
지지직. 퍽! 퍽! 퍽!
“씨팔.”
“뭔 놈의 대미지가...”
“젠장. 이건 그냥 미친놈 수준이 아니잖아...”
방금 전까지 가화 길드 소속의 총 4개의 사냥 파티와 전투를 벌였지만 그래도 크게 구분을 하자면 이게 유저와의 두 번째 전투.
첫 번째 전투는 개미굴에서 11명의 대성 길드원과의 전투였다.
그리고 엄청 싱겁게 이겼다.
정확히 101레벨에.
그리고 지금은 200레벨.
하지만 단순히 99레벨의 증가로 치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중간에 스콜피온 킹의 퀘스트로 얻은 2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와 현재 힘과 민첩을 제외해도 지력만큼은 총 100을 올려주는 스콜피온의 킹의 악세사리를 착용했다.
더욱이 그때는 희귀 등급의 사이딘의 방어구 셋트도 구비하기 전이라 쓰다버릴 누더기 방어구를 착용하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귀함 등급의 엘샤의 방어구 셋트.
그래서 저들의 모습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해만 했다.
이해 외의 나머지 것들은 내가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나저나 어딜 가려고. 얼음 감옥!”
아무래도 나와의 대적보다 도망을 가라는 명령이 있어서인지 아이스 필드에 허둥대는 같은 길드원을 버려두고 도망가는 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얼음 감옥을.
쿠우웅.
도망치던 5명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집채만 한 얼음 감옥이 생성이 됐고 그들을 가둬버렸다.
물론 얼음 감옥에 갇힌 그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부... 부셔!”
“파이어 볼!”
“치명적 일격.”
“트리플 샷!”
얼음 감옥에 갇힌 자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경험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명이 내뱉은 부수자는 언급에 그들은 단 하나의 얼음 창살을 노려 집요하게 그 부분만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뭐... 뭐가 이렇게 단단해!”
“어째서 금 자체도 안 가는데?”
나도 아주 살짝 걱정하기는 했다.
혹여나 부서질까봐.
하지만 수많은 공격에 얼음 창살은 작은 실금조차 가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저들을 내버려두고 나머지 가화 길드원을 정리하기 위해 아이스 스피어와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등을 사용했다.
물론 반항은 있었다.
나에 대한 공격을 함으로써.
“죽어! 이 개자식아! 윈드 스피어!”
“솟아라. 그래서 나의 적을 휘감아라! 죽음의 뿌리!”
“소환 대지의 정령. 대지의 정령.”
“포이즌 애로우!”
퍼버벅!
순간 내 몸에 몇몇 공격들이 박혀들었다.
하지만 그뿐.
그 어떠한 공격도 나에게 피해를 아니, 하다못해 인상이라도 찌푸릴 정도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나름대로 적에게 충격인 것 같았다.
모두들 당황스런 표정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그만큼 저들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극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
즉, 상대적으로 빈약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방어.
그런데 방어조차 뛰어난 내 모습에 사기가 완전 꺾인 것 같았다.
그리고 사기가 꺾인 상대는?
간단하게 처리했다.
금세 쿨타임이 돌아온 아이스 스피어 등으로.
이제 남은 것은 얼음 감옥에 갇힌 5명.
저벅저벅.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양 느긋하게 그들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손을 내밀었다.
“?”
“?”
“뭘...”
그들은 그런 내 행동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아무리 죽을 상황이라지만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를 내놓는 것은 힘들겠지? 하긴 내가 도둑놈 심보지. 어차피 한번 죽어봤자 약간의 경험치 손실과 24시간 접속 금지라는 페널티만 존재하는데 광물 덩어리를 내놓는 것은 아니지. 암 아니고
말고.”
물론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이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의 쓰임새가 뭐냐고.
하지만 일부러 묻지 않았다.
아니, 묻기는커녕 한술 더 떠서 마치 그 쓰임새를 아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원래 그런 상황에 비밀이 술술 새어 나오는 법이니까.
하지만.
“광물 덩어리는 획득 즉시 길드 채팅방에 몇 개 획득했다고 올려야 하기에 절대 줄 수 없습니다.”
“맞아요. 나중에 간부진에서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을 한다고요.”
이미 이들의 목적이 통행료가 아니라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라는 것을 파악했다.
당연히 귀할 거라는 생각도 했고.
하지만 내 생각보다 더 귀한 것 같았다.
저런 행동을 하는 것 보면.
그래도 조금 더 상황극을 유지했다.
“흠... 광물 덩어리를 그렇게 많이 필요하던가? 아닌데...”
그들이 들으라고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한명이 내가 던진 미끼를 물었다.
“저희도 이 광물 덩어리로 뭘 하는지 몰라요. 대신 이것 하나를 획득할 때마다 파티원 전부에게 실제로 5천 원씩을 지급했기에 하는 거에요.”
“저도요.”
물론 미끼를 물었지만 아쉽게 잡어(雜魚).
그래서인지 5명 중에 그 누구도 실제 쓰임새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숨겨진 가치가 있다는 것은 파악이 됐다.
그만큼 대략 이들의 한 파티에 평균 20명 정도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하루에 20명으로 구성된 한 파티가 100개 아니, 최소 50개의 광물 덩어리를 획득한다 치면 총 500만원이 필요했다.
거기에 그런 파티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여러 개가 존재했다.
결국 쓰임새에 대한 정보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쏠쏠한 정보 획득.
그래서 그 5명에게 선물을 안겨줬다.
빠른 죽음을.
1분 1초라도 빨리 죽어야 재접속을 위한 24시간이 빠르게 다가올 것이기에.
“얼음 폭파.”
퍼버벅! 퍽!
당연하지만 얼음 감옥의 구성은 얼음.
즉, 얼음 폭파의 대상이 됐다.
“씨팔!”
“개새끼야!”
물론 그들은 나의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 A등급의 퀘스트를 받아들인 순간 저들은 내 적으로 확정이 났고 적에게 보일 배려라고는 죽음뿐이기에.
그것도 빠른 죽음.
< 생각보다 가치 있어 보이는. > 끝
< 예상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