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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42화 (42/271)

42화. 모임 (1).

“쏟아지는 우박!”

후두둑. 후두두둑.

아이스 필드가 펼쳐진 영역 위로 쏟아지는 우박의 연계기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 두 개를 견디며 다가오는 늪지 괴물들에게는 나머지 스킬들을 쏟아 부었다.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퍽! 퍽! 퍽!

물론 하나가 더 있긴 하다.

바로 아이스 필드와 찰떡의 궁합을 자랑하는 얼음 폭파가.

하지만 질척이는 늪지대를 일부러 피하기 위해 깔아놓은 아이스 필드를 굳이 파괴해가며 싸울 필요성이 없기에 그것은 사용하지 않았다.

얼음 폭파를 사용치 않아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다는 점도 크게 한몫했고.

더욱이 아이스 필드를 가만히 유지만 해 놓음으로써 생기는 효과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왜냐하면 늪지 괴물의 몸을 구성하는 것은 다름 아닌 늪 그 자체.

그런데 내 아이스 필드로 늪지 괴물과 늪이 분리가 됐다.

그 말인즉슨.

펑! 펑!

“쿠엑!”

“쿠으윽!”

늪지 괴물의 몸이 터져나갔다.

내 쏟아지는 우박과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나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같은 공격이 늪지 괴물의 몸에 박혀들 때마다.

그리고 거머리같이 늪을 흡수함으로써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인 늪지 괴물은 아이스 필드에 막혀 늪을 흡수하지 못함으로써 그대로 죽어나갔다.

최후의 발악 같은 능력 한번 사용치 못하고.

물론 내 아이스 필드가 약했다면 늪지 괴물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게 강제로 부서져 나갔을 것이다.

그만큼 몇몇 늪지 괴물은 나를 향한 공격보다 아이스 필드 자체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당연히 부수기 위해서.

하지만 내 아이스 필드는 끄덕하지 않았다.

씨익.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사냥.

더욱이 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온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이 없기에 내 마음대로 날뛸 수 있다는 점 오로지 그것 하나만 보고 왔는데 의외로 내 능력에 딱 맞는 사냥터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뿌듯함을 배가 시키는 메시지가 종종 울려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흐흐흐.”

미소로 그치지 않고 웃음마저 새어나왔다.

좋아하고 재미있는 것을 함에도 마치 잘했다는 칭찬과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받는 것 같기에.

그래서 웃으며 더 앞으로 달려 나갔다.

격려를 받은 만큼 힘을 내기 위해서.

물론.

“아이스 필드!”

쿨타임이 돌아오는 족족 늪지 괴물이 없음에도 사방팔방 아이스 필드를 사용했다.

내 발은 소중하니까.

2일 뒤.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아이스 필드로 늪지대와 분리된 상태에 쏟아지는 우박을 겨우 견뎌낸 몇몇 늪지 괴물들을 상대로 마지막 공격을 퍼부었다.

펑! 펑!

“쿠엑!”

“쿠으윽!”

[레벨이 올랐습니다.]

항상 들어도 기분이 좋은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

그리고 다른 메시지도 울렸다.

더 정확히는 알람음이.

[새벽 1시입니다.]

“휴. 그나마 1레벨은 올렸네. 상태창 확인.”

[이름 : lumen

레벨 : 174

죽인 횟수 : 11,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3개.

생명력 : 988000(now) / 988000(max)

마나 : 785500(now) / 785500(max)

힘 : 870      민첩 : 870      체력 4700

정신력 : 2755      지력 : 4867

잔여 스탯포인트 : 18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3강화로 변한 스콜피온 킹의 반지와 귀걸이로 힘40, 민첩40, 지력80이 증가했다.

그리고 2개의 착용으로 인한 모든 스탯포인트 20의 셋트 효과까지.

그때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착용하고 보니 나름대로 커보였다.

우선 다른 것을 다 떠나 지력 100의 증가는 확실히.

“그나저나 스콜피온 킹의 퀘스트로 156레벨로 올랐고 그럼 2일간 총 18레벨이 오른 건가?”

하루에 약 9레벨.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이 계산대로라면 아무리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가 증가한다 해도 대략 3일이면 200레벨 달성이 가능하기에.

“아, 아닌가?”

내일은 집에 가는 날이다.

그리고 미리 언질을 받았다.

저녁은 호텔에서 경영자 모임 겸 파티가 있으니 나도 참석을 하라고.

그래서 조금 일찍 집에 들르라는 말을 했다.

꾸며야하기에.

어쨌든 180개의 스탯을 지력에 모두 투자했다.

5000을 돌파는 지력 수치에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내일도 집에 들르기 전 잠시라도 즐거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이제 잠을 자야하기에.

“아이스 필드.”

물론 돌아가는 그 길도 아이스 필드로 나에게는 그 어떤 꽃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을 만들면 움직였다.

“쏟아지는 우박,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종종 달려드는 늪지 괴물에게는 다른 아이스 계열의 스킬을 남발하며.

그리고 이곳 질척대는 늪지대의 세이프티 존이 가까워지자 +3 사이딘의 부츠를 벗고 이곳에서 덤터기를 쓰고 산 볼품없는 장화로 갈아 신었다.

저벅저벅.

“이야. 오늘도 칼 같으시네요.”

나에게 7만 골드에 장화를 강매한 남자.

그 남자가 어제처럼 아는 척을 해왔다.

“네. 이제 새벽 1시가 넘었으니까요.”

“그나저나 그 장화 꽤 쓸만하죠?”

“나름 대로요.”

웃기지도 않는 질문.

하지만 여기서 싸울 생각은 없기에 대충 맞받아쳤다.

지금만큼은 이곳 질척이는 늪지대가 개미굴과 사막 스콜피온 숲에 이어 마음에 쏙 드는 사냥터였으니까.

그래서 아직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역시 돈이 아깝지 않다는 제 말이 맞죠? 흐흐흐.”

그의 말장난에 그냥 한번 웃어주고 한쪽 구석으로 이동해 로그아웃을 외쳤다.

다음날.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시리얼로 아침을 해결하고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 4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악착같이 사냥을 하여 결국 2레벨을 올리고 로그아웃을 했다.

점심부터 본가에서 먹기로 했기에.

그래서 부랴부랴 씻고 집을 나섰다.

물론 그 와중에 미리 준비한 것을 잊지 않고 챙겼다.

바로 3세대 가상현실 접속기.

전에는 게임을 정확히는 ‘Revival Legend’를 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에 여러모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실망감을 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

그래서 챙겨들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에 있을 경영자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잠깐이라도 하기 위해서.

곧 항상 그렇듯 시내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서는 택시를 타고 청담동 집까지 이동했다.

그러고 여전히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엄마와 함께 집안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아빠와 형 그리고 누나와 함께.

물론 식사를 끝나고 아빠와 형은 뭐가 바쁜지 먼저 움직였다.

저녁에 있을 경영자 모임에 대해 짧은 언급과 함께.

후식 자리.

“그나저나 경영자 모임이라면서 왜 미래 그룹은 없는 거야?”

우리나라의 5대 그룹을 따지자면 미래, 대성, 명진, 구산, 대유 이렇게 총 5개였다.

그런데 자리에 일어나기 전에 아빠의 말에는 미래와 대유가 빠졌다.

특히 5대 그룹이라고 뭉뚱그려 부르지만 확실히 구분을 하자면 강중중중약.

그만큼 미래 그룹은 대한민국 부동의 원탑이었다.

대유는 확실히 쳐졌고.

그런데 그 미래 그룹이 빠졌다.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누나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걸 말해줄려고 아빠가 너에게 일찍 오라고 한 거야. 너도 알고 있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오늘 모임은 경영자 모임을 가장한 특별 회동이야. 그것도 Revival Legend에 대한.”

“응? Revival Legend?”

경영자 모임이 아닌 Revival Legend에 관한 특별 회동이라는 말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응. 그럼 그런 특별 회동에 미래 그룹이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알겠지?”

“미래 그룹은... 안 하나 봐?”

그렇게밖에 유추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내 반응에 누나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후후후. 아니, 지금은 해. 그것도 부랴부랴 서둘러서. 하지만 이미 늦었지. 물론 미래 그룹에서도 오늘 모임을 알아. 그래서 내가 듣기로는 자기들도 참석을 하겠다는데 그간 미래에 당한 것이 꽤나 있는 우리나 대성 그리고 구산에서는 끼어줄 생각이 없는 거지. 한번 엿 돼봐라 하는 심정으로.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런 것 아니겠어?”

이 바닥이 원래 그런 바닥인지는 모르겠지만 누나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에는 턱까지 괴며.

“그나저나 외계인을 가둬놓고 기술을 빼낸다는 말까지 있는 미래가 그걸 무시하다니. 오만? 자만? 아니면 덩치가 커서 엉덩이가 무거웠나. 하여튼 미래는 지금 한창 바쁠 거야. 어떤 것을 양보해야 낄 수 있는지 머리를 굴리느라.”

“대유는?”

“거기는 원래부터 좀 쳐지는 곳이니까. 여하튼 말 그대로 오늘 모임은 우리나 대성, 구산이 계속 확장을 하다 보니까 서로 겹치는 부분에서 마찰도 생기고 잡음도 생기기에 만들어진 회동이야. 물론 그건 표면적으로 드러난 요소고 진짜는 우리 명진과 대성 그리고 구산이 으쌰으쌰 해서 다 해먹자는 거지만.”

“.......”

예전부터 누나는 잘했다.

엉킨 실타래처럼 두루뭉술한 것을 혹은 껄끄러워 꺼내기 어려운 핵심을 정확히 끄집어내어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그래서 누나와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얼추 감이 잡혔다.

그리고 누나는 아직 할 말이 끝나지 않은 듯 식탁 위의 사과를 아작아작 씹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 한정된 재화를 모두가 공평하게 나눈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겠어? 더욱이 현재는 자국 내에서 아등바등 거리지만 조만간 멀지 않은 시점에는 전 세계가 통합되어 그 한정된 재화를 차지하기 위해 싸울 테고. 뭐 미리 그전에 친목을 다지겠다는 거지. 잘 되면 하나의 세력으로까지 통합이 될 수도 있고.”

누나의 별거 아니라는 듯이 스쳐 지나가는 말.

하지만 그 말속에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말로 치부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겼다.

“통합?”

“응?”

“방금 통합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것도 전 세계가.”

전 세계의 통합.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내 반응에 누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설마 아빠에게 그런 말을 다 듣고도 아직 눈치 못 챈 거야?”

누나의 말에 아빠에게 들었던 말을 곱씹었다.

가상현실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브텐이라는 기업이 사라진 것과 4차는 현실로 구현이 될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국을 필두로 정부와 거대 기업들이 이 ‘Revival Legend’라는 게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도.

즉, 이 ‘Revival Legend’가 서비스 되는 것은 대한민국만이 아닌 전 세계.

그런데 나는 게임 내에서 단 한 번도 외국인을 만난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던 누나가 자세를 바로하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잘 들어. 동생아. 이 ‘Revival Legend’는 말이지. 음... 그래. 쉽게 말해서 1개의 서버를 갖고 있어. 모든 것을 아우르는 1개의 서버. 그리고 그 서버에 종속된 수많은 채널이 존재하는 거지. 마치 게임처럼.”

누나가 말하는 그런 류의 게임을 알기에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리고 원래 게임이라면 그 채널을 왕래하며 움직일 수 있겠지만 현재 이 ‘Revival Legend’는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야. 그런데 영원히 이게 유지될 것 같아? 아니. 절대 아니지. 물론 추측뿐이야. 하지만 언젠가는 경계선이 되어주는 채널이 사라질 거야.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당연히 한곳에서 뭉쳐지겠지.”

“그... 그럼 언어는? 언어 같은 것은 어떻게 할 건데?”

소통.

모든 게임에서 소통은 필수였다.

그런데 그 소통을 막는 한두 개도 아닌 수백 개의 언어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씨익.

하지만 누나는 내 질문에 개의치 않다는 듯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 게임에 그런 사소한 것이 문제가 될 것 같아?”

“.......”

순간 누나의 말에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 모임 (1). > 끝

ⓒ basso77

< 모임 (2). - [유료 연재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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