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퀘스트 종료.
퍼엉!
일반적인 스콜피온을 포함해 상처 입은 이나 저주받은 혹은 용맹한, 포악한의 수식어를 달고 있던 모든 스콜피온들은 한결같이 모래를 뚫고 등장했다.
그래서 스콜피온 킹 역시 모래를 뚫고 등장하는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니, 어색한 수준이 아니라 전의 스콜피온들과 달리 거대한 모래 폭풍과 함께 사방 수십 미터 이상 모래를 흩날리며 등장하는 모습은 ‘아! 역시 보스 몬스터구나.’ 하는 감탄마저 자아낼 정도였다.
자랑은 아니지만 등장씬 만으로도 내가 없다면 과연 이렇게 지친 팀으로 스콜피온 킹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덤이었고.
하지만.
“귀... 귀엽네요.”
그전의 모든 스콜피온들은 최소 어지간한 황소 이상의 크기를 자랑했다.
5, 6라운드의 용맹한과 포악한이란 수식어를 달고 나온 스콜피온들은 그것보다 더 컸고.
그런데 등장씬만큼은 보스 몬스터의 위용을 가감 없이 드러낸 스콜피온 킹은 작았다.
아주 많이.
어느 정도 작았냐면 그전에 가장 작은 크기로 등장했던 1라운드의 상처 입은 스콜피온의 1/4 아니, 1/5도 안됐다.
많이 쳐줘도 내 무릎을 살짝 넘는 크기.
그만큼 보스 몬스터라고 보기 어려운 외형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런 내 반응을 익히 예상했는지 아이디를 비공개에서 공개로 바꿨던 정석영이 내 옆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작죠?”
400레벨답게 이 퀘스트를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닌 듯 정석영의 말투는 아주 평온했다.
그리고 그의 질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생각보다는 작네요.”
“보너스니까. 1~6라운드까지 고생을 한. 그것도 1등으로. 그나저나 한번 공격해 보시겠어요? 아무렇게나요.”
나에게 먼저 공격을 권유하는 정석영.
그리고 그것은 정석영 뿐만이 아니었다.
“맞습니다. 30번님이 공격을 하시죠.”
“그럼 보스 몬스터지만 어째서 단 1의 걱정도 하지 않았는지 충분히 아실 겁니다.”
그들의 말에 슬쩍 스콜피온 킹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두두두.
작은 발을 열심히 놀리며 사막 위를 달려오는 스콜피온 킹.
덩치는 작지만 달려드는 모양새에서는 마치 우리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을 들은 것 마냥 살짝 분노 같은 것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
워낙 작다보니 조금의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겉모습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번만큼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주변에서 했던 말도 있고.
어쨌든 곧바로 열심히 달려드는 스콜피온 킹을 향해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아이스 필드.”
파사사삭!
순식간에 모래 위로 펼쳐지는 얼음의 대지.
그리고 곧 마주쳤다.
내가 펼친 아이스 필드와 나름 작은 다리로 열심히 뛰어오던 스콜피온 킹이.
퍽!
“키헥!”
정확히 8개의 다리 중에 오른쪽 첫 번째 다리가 내 아이스 필드를 밟자마자 스콜피온 킹은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비명은 마지막 비명이 돼버렸다.
스콜피온 킹이 달리던 자세 그대로 아이스 필드 위에 미끄러지며 무너짐으로써.
“.......”
보스 몬스터치고는 허무해도 너무 허무한 죽음.
물론 약하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1~6라운드를 겪으며 상당량의 전력 손실이 발생해도 수월하게 잡을 정도로.
그래도 이건 그 수월하다는 평가를 아득히 넘어선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의 감상평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곧바로 메시지가 울렸다.
[30번 참여 유저(아이디 비공개)님의 마지막 공격으로 퀘스트 ‘스콜피온 킹을 저지하라.’에 성공하였습니다.
-30번 참여 유저(아이디 비공개)님에게 기여도 가산점이 주어집니다.]
나뿐만 아니라 79번 방어대의 30명 모두가 볼 수 있게 뜬 메시지로 왜 나에게 스콜피온 킹을 향한 공격을 주문했는지 알 것 같았다.
바로 기여도 가산점.
즉, 나를 향한 배려.
그리고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퀘스트 ‘스콜피온 킹을 저지하라.’의 기여도가 계산됩니다.
-1등 : 30번 참여 유저(아이디 비공개) - 854,382점.
-2등 : BIG - 287,441점.
-3등 : 13번 참여 유저(아이디 비공개) - 284,330점.
-4등 : 정석영 - 281,951점.
:
:]
압도적인 1위.
1위인 나를 제외하고는 2위부터 30위까지의 격차는 그렇게 크게 나지 않았다.
물론 나 혼자 다해먹었다고 불평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지만 아무도 그런 불만을 내뱉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속한 79번 방어대는 5라운드 혹은 6라운드만을 노렸던 처음과 달리 3라운드부터 명백히 1등을 노렸으니까.
즉, 눈치봐가며 싸우는 상황이 아니었고 오히려 내가 활약을 하면 할수록 더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때 진정한 보상을 알리는 메시지가 울렸다.
[기여도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30번 참여 유저(아이디 비공개)님의 보상입니다.
-상당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1750만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500개의 코인을 획득합니다.
-스콜피온 킹의 반지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꽤 많은 것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에 관심을 쏟기 전에 동시다발적으로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에 거기까지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언뜻 봐도 20개 이상의 레벨업을 알리는 메시지였기에.
고작 하나의 퀘스트를 클리어 했다는 것만으로.
물론 내가 속한 79번 방어대가 이번 퀘스트 자체의 1등 팀이었고 그 팀 내에서도 내가 압도적으로 1등이었지만.
“이야. 코인이 200개나 나왔네요.”
“저도 그 정도요.”
“골덴링도 300만 골덴링이나 나왔습니다!”
“저는 4레벨이 올랐어요.”
“저는 3레벨이요.”
곧 각자 받은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그것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보상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저들이 말한 것에서 거의 3~4배 이상을 받았기에.
더욱이 아이템도 하나 껴있었다.
그런데 그때 메시지가 더 울렸다.
마치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이.
[개인이 획득 가능한 최대 기여도 수치를 넘어섰습니다.
-30번 참여 유저(아이디 비공개)님에게 추가적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2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기여도는 모두에게 공개됐지만 보상은 개인에게만 공개가 됐다.
그렇기에 서로 얼마큼 보상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래서 표정관리를 하기 위해 애썼다.
2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는 분명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보상의 범주를 벗어났기에.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보상은 전부 이 퀘스트를 클리어한 대가.
즉, 더 남았다.
멀찍이 죽어 있는 스콜피온 킹이 죽으며 드랍한 아이템이.
모두들 함께 스콜피온 킹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정확히 몇 발자국 남기고 멈춰 섰다.
“30번님이 아무거나 한 가지 아이템을 가지시고 나머지는 골덴링으로 환산해서 1/N해서 나누도록 하죠. 모두 어떻습니까?”
“저는 좋습니다.”
“저도요.”
“저는 30번님이 악세사리를 줍는 것을 추천합니다!”
정석영의 말에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아니, 개중에는 반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가 주어야할 아이템을 추천 하는 자가 있었다.
바로 나와 같은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 타이치.
곧 나를 향해서 미소 짓는 그를 향해 나도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손세레를 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래야할 필요는 없으니까.
더욱이 게임 내에서는 양보가 미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분명 지금 상황은 내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기도 했다.
우선 골덴링은 무시했다.
200개의 코인도.
물론 아빠도 누나도 이 코인에 주목하라고는 했지만 나는 전에 단 한 번의 퀘스트로 무려 12000개를 얻었다.
그리고 그때는 이게 많은지 적은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게 어마어마한 양이었다는 것을.
물론 5번째.
내 앞으로도 12000개를 획득한 자가 4명이나 더 있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200개에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 할 테니까.
퀘스트란 퀘스트는 전부.
여하튼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에 망설임 없이 한 가지 아이템을 집어 들었다.
타이치가 추천하기도 한 스콜피온 킹의 귀걸이를.
왜냐하면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악세사리는 무척이나 귀하다는 것이.
경매장에는 등록 자체가 안 되어 있을 만큼.
즉, 여기에서 가장 귀한 아이템을 내가 홀로 독식한 상황.
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뭐라 하지 않았다.
당연하게 여길 뿐.
“그럼 이 스콜피온 킹의 갑옷과 투구는 제가 지금 시세대로 계산을 하겠습니다. 물론 골덴링에 여유가 있는 다른 분이 하셔도 되고요.”
현재 여기에서 나만 알지만 대한민국 내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구산그룹의 회장의 손자.
그래서인지 정석영의 분배에 대한 방식에는 멈춤이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말에 반박을 하지 않았고.
결국 나는 뒤로 빠지고 29명의 분배가 시작됐다.
물론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상태창 확인.’
[이름 : lumen
레벨 : 156
죽인 횟수 : 11,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3개.
생명력 : 923000(now) / 923000(max)
마나 : 692355(now) / 753000(max)
힘 : 810 민첩 : 810 체력 4050
정신력 : 2430 지력 : 4117
잔여 스탯포인트 : 45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정확히 이 퀘스트를 시작하기 전이 131레벨이었다.
그런데 1시간 만에 무려 25레벨이 증가했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얻은 200개의 스탯포인트 덕에 총 45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쌓였고.
씨익.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아빠와 누나가 왜 퀘스트란 퀘스트는 꼭 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보상이 어마어마했으니까.
물론 아빠와 누나는 더 정확히는 코인에 집중하라는 뜻이었겠지만.
곧 45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전부 지력에 투자했다.
다른 곳에 투자할 생각은 애초에 없으니까.
그렇게 마지막으로 4567로 변한 지력과 역시나 동반 성장으로 같이 오른 체력과 지력을 확인하고 상태창을 닫았다.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퀘스트 ‘스콜피온 킹을 저지하라.’ 종료되었습니다.
-원래의 위치로 이동됩니다.]
물론 그 와중에 재빠르게 나를 향해 말을 건네는 자들이 있었다.
“30번님 제 아이디 BIG을 기억하시고 차후에 무슨 일이 있다면 꼭 연락 주세요. 제가 나름대로 거대 길드에 가입되어 있고 저희 친형이 길드의 간부라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요!”
순식간에 나를 향해 달려들며 말을 건네는 자들.
“예. 알겠습니다.”
우선 빈말이라도 알았다는 말을 건넸다.
슝.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다시 처음의 장소인 스콜피온 사막 숲으로 이동되는 것을 느꼈다.
< 퀘스트 종료.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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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