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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33화 (33/271)

33화. 하얀색 머리카락 (1).

늦은 밤.

대성 그룹의 김정한 회장을 필두로 몇몇 중요 인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 올라온 보고 내용 때문에.

그리고 상석에 앉아 손에 들린 서류 내용을 모두 확인한 김정한 회장이 양 옆에 앉은 자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진짜야?”

“우선 내용은 전부 사실 같습니다. 그만큼 11명 모두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운영자를 사칭하는 자에게 우롱 당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어쨌든 서류 내용에 적힌 내용만큼은 모두 사실입니다.”

김정한 회장의 물음에 운영자에게 몰살당했다고 주장하는 11명과 5시간에 가까운 면담을 하고 온 4지부의 지부장인 한석주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 대답에 김정한 회장이 곧장 되물었다.

“동영상 촬영은?”

“그게 워낙 경황이 없어서 아무도 촬영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11명이나 있었다면서 단 한명도 동영상 촬영을 못했다는 거야?”

“네.”

“쯧쯧. 멍청하기는.”

김정한 회장은 혀를 차며 손에서 내려놓은 서류를 다시 들어 살펴봤다.

이유가 어쨌든 운영자의 등장은 허투루 넘길만한 사안은 아니기에.

그게 아무리 사칭 혹은 장난일지라도.

“갓 시작한 유저들이나 입을 누더기 복장에 로브를 착용하고 있어서 얼굴 확인은 제대로 못했다라...”

김정한 회장의 되뇌는 듯한 낮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4지부의 한석주 지부장와 함께 11명과의 면담을 진행했던 3지부의 지부장이 입을 열었다.

“상당히 강력했던 것 같습니다. 탱커 1명을 제외하고는 3번의 광역 스킬을 버틴 자가 없을 정도로요. 더욱이 그 탱커도 실력이 있어서 버틴 것이 아니라 외곽에 있어서 겨우 버틴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봤자 11명 모두 290~350레벨 사이. 강자 한명이 이렇게 가지고 노는 것이 어렵나?”

“강자. 더욱이 특출난 강자라면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도 안보일 누더기 같은 아이템을 착용하고 300레벨 대의 사냥터에서 그런 장난을 하고 있을 강자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선에서 그런 강자는 없었고요.”

“그럼 운영자가 맞다는 거야?”

“아닐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운영자라고 칭한 자가 내뱉은 말들이 굉장히 의미심장했습니다.”

“처음이라는 부분?”

김정한 회장도 서류를 읽어봤기에 3지부장이 말한 의미심장하다는 부분이 어디인지 짐작이 됐다.

김정한 회장 본인 스스로도 그 부분에서 굉장히 큰 이질감을 느꼈기에.

“네. 그 정도 강자라면 경험이 많은 것이 당연합니다. 어쩌면 클로즈 베타를 한 올드 유저일 가능성도 높고요.”

“맞습니다. 물론 처음이라는 그런 말을 한 것조차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지만 정보부에서 11명의 면담 내용을 처음부터 재구성한 결과 이런 가설도 하나 나왔습니다.”

3지부장의 말을 이번에는 장인수 비서실장이 이어 받았다.

그리고 장인수 비서실장의 말에 김정한 회장이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무슨 가설?”

“상대방이 진짜 운영자고 스스로 캐릭터를 처음부터 키우고 있다는 가설을요.”

장인수 비서실장은 잠시 말을 끊고 김정한 회장을 포함해 이 자리에 참석한 몇몇의 얼굴을 살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상당히 무례하게 행동했던 11명에게 처음에는 사과까지 했습니다. 비매너라지만 너무 흔해서 그러려니 넘어갈 사안을 정중하게 머리까지 숙이고요. 이게 일반적이라 생각하십니까?”

“흠...”

장인수 비서실장의 말에 몇몇이 턱을 쓰다듬었다.

분명 일반적이지는 않기에.

“그는 강자입니다. 광역 스킬 3개로 300레벨 대의 유저는 그냥 한 번에 쓸어버릴 정도로요. 아니, 솔직히 따지면 3개가 아니라 2개로요. 그간 저는 강자가 약자에게 이렇게 예의바르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

“.......”

김정한 회장을 필두로 이곳에 자리한 모두는 장인수 비서실장의 말에 별다른 반박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러하니까.

특히나 게임에서 언제나 진리로 통하는 ‘힘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라는 말을 생각했을 때 더욱더.

“물론 확률이 낮은 가설이지만 그래도 염두에 둬서 나쁠 것은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좋아. 한번 그 11명의 멍청이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훑어봐. 하얀색 머리카락은 흔하지 않으니까. 만약 운영자라면... 우리가 먼저 접근을 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아니,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히든카드를 손에 쥘지도 모르고.”

“네. 알겠습니다.”

“당장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 정인수 비서실장이 할 말이 있다는 듯이 김정한 회장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모를 김정한 회장이 아니기에 곧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말해봐.”

“네. 그자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300~350레벨의 몰이사냥터로 유명한 개미굴입니다. 그리고 그자가 사용했던 스킬들 대부분은 광역 스킬이고요. 그래서 그자가 있을만한 곳은 아무래도 몰이사냥이 가능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흠.”

장인수 비서실장의 말에 김정한 회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아. 몰이사냥이 가능한 곳 위주로 찾는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성 그룹은 몰래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류에 적힌 누더기 로브에 가려졌지만 하얀색 머리카락을 본 것 같다는 단서를 이용해서.

다음날.

어제 3강화된 사이딘의 방어구 셋트를 장만하고 곧장 로그아웃을 했다.

그때 이미 새벽 1시가 넘은 시간대였기에.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시리얼로 아침을 해결하고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이후 이곳 코툼성 텔레포트 존 앞에 서자 어제 있었던 전투의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나를 찾을까?’

혹여나 그들이 나를 찾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을 뺀 사막 개미굴을 넘어서 다른 사냥터까지.

물론 이렇게까지 걱정할거면 애초에 고개를 숙이는 수준이 아닌 그들이 말하던 대로 무릎까지 꿇고 원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 싶겠지만 그때 분위기는 분명 그것을 넘어섰다.

그만큼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절대적인 강자라도 되는양 여차하면 나를 향해 공격할 의사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유저 한 명 죽이는 것이 큰 대수겠냐는 듯이.

그렇기에 내가 먼저 선제공격을 날렸다.

눈에 떡하니 보이는 상황을 멍청하게 당할 생각은 없기에.

‘에잇! 그래. 안전하게 가자. 이미 귀찮게 된 것 조금만 더 감내해야지.’

원래는 사막 개미굴같이 몰이사냥이 가능한 다른 사냥터도 생각해봤다.

아이스 필드, 쏟아지는 우박, 얼음 폭파로 이어지는 3단계 광역 스킬은 몰이사냥에 최적화된 스킬들이기에.

하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번에는 몰이사냥이 아닌 사냥터로 정했다.

그럼에도 남보다 빠른 레벨업은 자신이 있기도 했고.

“이동. 샐러맨더 서식지.”

아이스 계열 아니, 더 넓은 범위의 물계열 마법사들에게는 천국에 가까운 사냥터.

왜냐하면 상성상 물계열은 불계열에 비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물론 정확하게 어느 정도 우위에 있는지는 모른다.

몇 차례 훑어본 ‘Revival Legend’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지 않기에.

하지만 단 1%라도 더 우위에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스 계열 마법사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사냥터일 수밖에 없다.

마치 파이어 계열 마법사들이 나무 몬스터인 저주받은 엔트가 나오는 곳을 좋아하듯이.

물론 이것은 몬스터에게만 해당.

같은 유저끼리는 해당 사항이 없다.

유저끼리는 강한자가 더 강하다.

유저는 물이나 불같은 속성을 가진 몬스터가 아니기에.

그리고 그것은 유저가 사용하는 스킬도 마찬가지.

물계열 스킬과 불계열 스킬이 맞부딪치면 조금이라도 강한 쪽의 스킬이 이긴다.

상성과 상관없이.

그렇기에 어제 11명의 적들도 아이스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는 나에게 파이어 계열의 마법을 거침없이 사용한 것이고.

여하튼 곧 샐러맨더 서식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350레벨 이상의 아이스 계열 마법사 파티 받습니다.”

“370레벨 물계열 마법사입니다. 3레벨 스킬 다수 보유했고요. 10시간 이상 사냥 가능합니다.”

“샐러맨더의 화염 비늘, 화염 꼬리 다 삽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솔직히 그간 이용했던 사냥터의 공통점을 하나 꼽자면 이거였다.

바로 썩 인기 있는 사냥터가 아니라는 것.

물론 일부러 그런 사냥터를 골랐다.

능력이 되기도 했지만 더 많은 몬스터를 차지하기 위해서.

하지만.

‘나무는 숲에 숨기라는 말이 있으니까.’

온통 사방에는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만 존재하는 사냥터.

그래서 우선은 마음에는 들었다.

곧 장사꾼과 파티를 구하는 자들 사이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샐러맨더 서식지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스 애로우!”

“워터 샷!”

“아이스 스피어!”

그간 이용했던 여타 다른 사냥터와 달리 초입부터 샐러맨더를 사냥하는 자들이 꽤 있었다.

멀찍이에서는 파티를 이뤄 일정한 구역을 차지한 채 광역 스킬을 사용하여 사냥을 하는 자들도 보였고.

마치 이 구역은 내 자리라는 듯이 경계까지 서가며.

“후우.”

절로 나오는 한숨.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경쟁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바.

걸음을 더 안쪽으로 향했다.

스슥. 스슥.

그러자 400레벨대의 몬스터인 샐러맨더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너무 많은 유저수에 불만족스러움이 더 컸던 상황.

하지만 몬스터를 보자 그 불만족스러움이 멀리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궁금증이 자리했다.

과연 내 공격들이 400레벨의 몬스터에게 어떤 위력을 드러낼지.

아무리 그래도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봤을 때 나는 고작 101레벨이기에.

여하튼 모습을 드러낸 3마리의 샐러맨더들은 레벨차 따위는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빠르게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곧장 스킬들을 사용했다.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퍼버벅! 퍽! 퍽!

나름대로 빠른 발걸음을 보이는 도마뱀 형태의 샐러맨더들.

하지만 내 공격이 더 빨랐다.

그리고.

“키헥!”

3마리 중에 앞쪽에 있어서 총 7발의 얼음 화살을 생성하는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와 아이스 볼을 사이좋게 얻어맞은 2마리의 샐러맨더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그리고 뒤쪽의 1마리는 아이스 볼트에 오른쪽 다리가 그대로 꿰뚫려 마치 식은 잿더미처럼 그 부분만 회색으로 변했다.

생각 이상의 성과.

“크. 이래서 상성에 맞는 몬스터를 잡는다는 거군.”

물론 상성뿐만 아니라 내가 보유한 스탯만 따져도 400레벨 그 이상이다.

더욱이 지력뿐만 아니라 다른 스탯들까지 감안하면 그 곱절이고.

거기에 아이스 맨이라는 사기에 가까운 특성.

하지만 어쨌든 좋았다.

101레벨로 400레벨의 몬스터를 거의 한방에 보냈다는 것이기에.

“아이스 볼.”

하지만 감탄도 잠시 우선 한 마리 남은 샐러맨더를 향해 아이스 볼을 날려 정리를 했다.

그리고 죽은 샐러맨더들이 드랍한 골덴링과 화염 비늘 등의 잡템을 주워들었다.

“흐흐. 좋아. 우선 당분간 여기서 사냥한다!”

몬스터 수가 부족할 뿐이지 다른 것은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웃으며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더 많은 몬스터들과 만나기 위해서.

< 하얀색 머리카락 (1).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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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색 머리카락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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