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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32화 (32/271)

32화.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

무덤덤.

생전 처음 겪는 일이기에 무언가 큰 심경의 변화나 나름대로 충격을 받을 줄 알았다.

아무리 게임상에서 유저끼리 서로 죽이고 죽이는 것이 무척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렇지 않았기에.

그런데 막상 닥치고 보니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아니라 아쉬움을 느꼈다.

이 싸움에 대한 아쉬움?

아니다.

이 싸움은 아쉽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까.

그래서 별다른 피해 없이 승리를 가져왔고.

다만 지금 내가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과거.

바로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때가 아쉬웠다.

그때는 결투장은커녕 필드에서조차 타 유저에게 공격 한방 날리지 않아서 사냥한 몬스터 수, 아이템, 골덴링, 스킬 등과 달리 죽인 유저수는 전부 0명이서 F등급을 받았다.

다른 것은 전부 최소 A등급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물론 지금의 3가지 특성에 100% 만족한다.

하지만 조금 궁금했다.

만약에 죽인 유저수마저 A등급 아니, 최소 B등급만 되도 어떤 특성을 받았을지.

“크크.”

순간 웃음이 새어나왔다.

처음으로 일명 PK(player kill)라는 것을 해놓고서는 마치 전문가인양 으스대는 꼴이.

그러다 생각은 내가 마지막 내뱉은 말까지 이어졌다.

“운영자라...”

순간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내 정체를 물어보는 상대방에게.

물론 뜬금없이 내 입에서 운영자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있었다.

바로 어제 아빠와의 대화.

아빠가 말했었다.

이 ‘Revival Legend’에 운영자가 없을 확률이 높다고.

혹 있더라도 개입할 확률은 거의 없고.

“에이. 뭐 별일 있겠어. 그나저나 여기를 떠나야겠지?”

도망?

맞다. 도망.

왜냐하면 나에게 죽은 11명이 그냥 꼬리를 말은 강아지처럼 오늘의 일을 잊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반대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아니, 더 컸다.

그만큼 종종 봐왔다.

작은 싸움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특히나 길드에 가입되어 있다면 길드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있기에 더욱더.

그래서 혹시나 수십 명, 수백 명의 인원을 끌고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 졸이며 사냥할 생각은 없다.

물론 겁쟁이라면 겁쟁이.

하지만 겁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낫지 괜한 오기와 객기를 부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가능하다.

하루하루 강해지는 것이 아닌 몇 시간마다 강해지는 것이.

이제 고작 101레벨이기에.

그렇기에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괜한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싸움을 한다면 조금 더 성장을 한 뒤에 하고 싶었다.

그럼 지금도 엄청난 위력을 선보였지만 더 엄청난 위력을 선보일 테니까.

압도적인 격차로.

그렇게 발걸음을 돌렸다.

사망 페널티로 24시간의 접속 금지가 있다지만 전화를 돌려서 나에 대해 알렸을 수도 있으니까.

대성길드 제4지부.

300레벨에서 450레벨 사이가 주축인 대성길드 4지부 혹은 4군이라 불리는 곳은 다른 지부가 그렇듯이 게임 내에서도 운영을 했고 게임 밖 현실에서도 운영을 했다.

그만큼 대성이 이 게임에 신경을 쏟는다는 뜻이었고.

물론 대성에서 일정하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월급 형식으로 임금까지 주어지는 것은 3지부까지.

관리도 1, 2, 3지부와 4지부의 차이가 꽤 컸다.

그래서 더 치열했다.

4지부를 벗어나 3지부로 올라가기 위해서.

여하튼 현실에 위치한 대성 길드 4지부 사무실에 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그 전화를 4지부 사무실을 지키는 직원이 받았다.

“네. 대성 길드 4지부 사무실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4지부 소속 37번 파티의 대장 정수길입니다.”

“잠시 만요.”

4지부 사무실을 지키던 직원은 책상 한쪽에 꽂혀져있는 4지부 소속의 명단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27번 파티와 그 파티의 대장이 정수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곧장 대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그게 방금 전에 저의 27번 파티 11명이 전원 몰살을 당했습니다.”

“몰살요?”

정수길의 몰살이라는 말에 사무실을 지키는 직원이 되물었다.

“네...”

“11명 전원 몰살이면 이거 경위서 제출하셔야 하는 것 아시죠? 만약 파티장의 명백한 실수가 드러나면 그에 대한 징계도 있을 거고요. 가령 지금까지 지원된 모든 것을 회수하는 등의 징계가요.”

“알죠. 그런데 빠르게 전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뭐죠?”

“그게... 운영자를 만난 것 같습니다.”

4지부 사무실을 지키는 직원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왜냐하면 본인 스스로도 4지부에 속해있으며 ‘Revival Legend’라는 게임을 입장.

더욱이 사무실에 있다 보니 귀동냥으로 듣는 이야기가 꽤 많았다.

그래서 알았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바로 ‘Revival Legend’내에 운영자라는 존재가 없거나 설혹 있다 해도 개입 자체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당황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네? 뭐라고요?”

“운영자를 만난 것 같다고요.”

“당장 11명 모두 4지부로 집합해주세요. 한명도 빠짐없이요.”

물론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손에서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4지부를 지키는 직원은 상부에 보고하기 전에 11명 전원을 불러들이는 명령을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4지부를 지키는 직원은 당장 직속상관인 4지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코툼성에 위치한 텔레포트 존.

‘흠. 어디로 가야 하나?’

원래 최소한 200레벨 이상은 사막 개미굴에서 사냥을 할 생각이었다.

어쩌면 더.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

몇 분만 이리저리 휘저으면 금세 200마리 가까운 개미들이 달려듦으로써.

완벽한 몰이사냥터.

그래서 반강제로 그곳을 이용치 못한다는 것이 굉장히 아쉬웠다.

그리고 사막 개미굴을 아쉬워하던 도중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현재 내가 착용한 아이템들.

“.......”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레벨업이 가능하기에 괜히 시간이나 골덴링을 소모해 그 레벨에 맞는 아이템을 구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실제로 0레벨에서 100레벨까지 채 5일이 걸리지 않았고.

그리고 그것은 갓 100레벨에 사막 개미굴에서 사냥할 때도 그랬다.

수월한 사냥으로.

그래서 최소 200레벨을 넘어서 제대로 된 아이템을 맞추자는 결심을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3강화 정도 되는 희귀 등급의 마법사 셋트 아이템 정도는 맞출까?’

심경의 변화.

맞다.

오늘 있었던 유저와의 전투.

그들은 분명 약했다.

어쩌면 300레벨이 안됐을 수도.

300~350레벨 사냥터에 11명이나 파티를 이뤄서 한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했다.

그런데 만에 하나 그들이 아니라 더 강한 이들과 맞부딪치고 혹여나 간발의 차로 패한다면 엄청 억울할 것 같았다.

여유가 있음에도 골덴링을 쌓아만 놓고 아이템을 맞추지 않음으로써.

아끼다 똥 되는 케이스.

‘좋아. 그냥 아주 좋은 것은 아니라도 평균만 되는 것을 사자.’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코툼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상점가가 밀집된 곳의 경매장으로 이동했다.

강화가 된 아이템은 유저끼리 사고파는 경매장에서 구입을 해야 하기에.

경매장 안.

“젠장! 나 실수로 0을 하나 빼고 올렸어! 그리고 어떤 개새끼가 그걸. 씨팔!”

“멍청아. 확인 좀 잘 하고 올려.”

“젠장. 취소를 하기까지 1초도 안 걸렸다고. 장사꾼 새끼들 24시간 경매장만 붙들고 사나. 어떻게 그걸 사가냐고.”

“야. 24시간 경매장만 붙들고 있는 장사꾼들이 한두 명인 줄 아냐. 시세차익을 노리는 놈들뿐만 아니라 거대 길드에서 요즘에는 전문적으로 장사꾼팀까지 운용한다고.”

“에잇! 한 달간 고생한 것 다 날렸네.”

왁자지껄.

웅성웅성.

경매장은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도 항상 시끌벅적했다.

그래서 개의치 않고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그러자 메시지가 울렸다.

[경매장에 입장하였습니다.

-소유자의 물품을 판매도 할 수 있으며 구입도 할 수 있습니다.

-판매시에는 거래 성사시 1%의 수수료가 발생하며 구입시에는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품 검색.’

이미 이용해본 적이 있다.

그래서 곧장 물품 검색부터 들어갔다.

현재 나에게 팔만한 것은 없으니까.

아,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빼고.

하지만 이것은 절대로 팔 생각이 없다.

꼬박꼬박 ‘강화의 신’의 쿨타임이 종료될 때마다 강화를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700레벨을 달성하고 딱 착용할 생각이다.

분명 안전 강화가 0임에도 3강화 아니, 어쩌면 5강화 이상 되어있을 신화급 무기를.

씨익.

그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메시지가 울렸다.

[물품 검색 :      ]

곧 물품 검색이 뜬 자리에 100레벨, 주력 스탯을 지력, 등급은 회귀, 최소 강화 수치는 3을 입력하고 검색을 시도했다.

그러자 몇 개의 아이템이 검색이 됐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거래 빈도수가 높은 아이템을 선택했다.

팔 때를 위해서.

[+3 사이딘의 로브 (희귀)

-사이딘 마법 공방의 수석 장인인 사이딘이 갓 마법사에 입문한 초보자를 위하여 제작한 셋트 아이템이다.

-로브, 바지, 장갑, 신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셋트로 착용할수록 추가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 2셋트 착용시 : 추가적으로 지력 5증가.

: 3셋트 착용시 : 추가적으로 지력 10증가.

: 4셋트 착용시 : 추가적으로 지력 15증가.

-최소 100레벨 이상 착용 가능.

-효과.

: 지력 12증가.

: 정신력 5증가.

: 생명력 2000증가.

-물리방어력 : 77증가, 마법방어력 : 165증가.

-내구력 : 11700/11700]

[+3 사이딘의 바지 (회귀)

-사이딘 마법 공방의 수석 장인인 사이딘이 갓 마법사에 입문한 초보자를 위하여 제작한 셋트 아이템이다.

-로브, 바지, 장갑, 신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셋트로 착용할수록 추가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 2셋트 착용시 : 추가적으로 지력 5증가.

: 3셋트 착용시 : 추가적으로 지력 10증가.

: 4셋트 착용시 : 추가적으로 지력 15증가.

-최소 100레벨 이상 착용 가능.

-효과.

: 지력 10증가.

: 정신력 4증가.

: 생명력 2000증가.

-물리방어력 : 45증가, 마법방어력 : 131증가.

-내구력 : 9600/9600]

[+3 사이딘의 장갑 (회귀)

:]

물론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난 상태창을 보유했기에 사이딘의 셋트 아이템이 썩 성에 차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부 구입했다.

마음에 안찰뿐이지 지금 착용한 장비에 비하면 월등히 좋은 성능을 자랑했기에.

[4개의 아이템을 구입하는데 총 29만 7600골덴링을 필요로 합니다.

-구입하시겠습니까?]

곧바로 구입 선택을 눌렀다.

그리고 곧장 경매장을 빠져 나왔다.

무기 구입?

오면서 쭉 생각을 해봤다.

나중에 내가 쓰게 될 무기에 대해서.

의도치 않았지만 어쨌든 검.

그래서 적응을 위해서라도 검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는 존재했다.

+3 튼튼한 장검이.

그렇게 경매장 밖을 빠져나와 잡화상점에 들러서 그간 골렘 서식지와 개미굴에서 얻은 잡템들을 한 번에 정리했다.

‘그럼 이제 준비는 다 끝난 건가?’

전보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텔레포트 존으로 이동했다.

또다시 본격적인 몬스터 사냥을 위해.

<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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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색 머리카락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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