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드디어?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달성한 강화 수치 : 10강화.
-안전하게 더 높은 수치로 강화할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들어도 너무 많이 들었다.
이제는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따라 적으라면 적을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던 것은 덤.
왜냐하면 남들과 달리 100%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기에 포기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리석은 행동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강화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번 딱 한번뿐이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하긴 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었다.
바로 쿨타임.
그리고 그로 인한 레벨업 정지.
그래서 정체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이 마땅치 않아 항상 약간씩이지만 절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제까지의 이야기.
씨익.
웃으면서 이제는 두 자리 수로 강화가 된 +10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를 원래의 강화창이 아닌 여전히 붉게 빛나고 있는 퀘스트용 강화창에 집어넣었다.
‘강화의 신 활성화.’
항상 하던 대로 강화의 신 활성화를 낮게 읊조리며.
그리고 그전과 달리 이번에는 빌고 빌었다.
경험치를 확 가져 가주기를.
가능하면 1레벨까지.
[강화의 신을 활성화합니다.
-100% 확률로 강화에 성공합니다.
-강화 대상 : +10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
-강화 시도시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건 : 715,000골덴링, 235만 경험치.
-강화 성공시 생성되는 쿨타임 : 89시간]
“.......”
확 늘었다.
특히나 골덴링이나 경험치도 그렇지만 쿨타임이.
물론 이번의 강화는 그전과 달리 두 자리 수의 강화.
그래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4일에 가까운 쿨타임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멈칫은 길지 않았다.
어쨌든 해야 하니까.
지금까지 버틴 것이 아까워서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강화.’
그렇게 강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당연히 강화는 성공했다.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를 11강화까지 성공하였습니다.]
[강화의 신 특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89시간의 쿨타임이 종료되어야 가능합니다.]
전처럼 두 자리 수 강화에 성공했다는 축하 멘트도 그래서 보상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멘트는 없었다.
하지만 그러려니 넘겼다.
끝까지 갈 생각이기에.
그리고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한 메시지가 울렸다.
[235만의 경험치가 하락함으로써 레벨이 8단계 하락합니다.]
전보다 약 1.7배 정도의 경험치 하락.
그래서인지 전의 3레벨 하락에 비해 8레벨 하락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아쉬웠다.
최소한 10레벨 이상의 하락을 원했으니까.
내심 더 하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간절했고.
하지만 그 생각을 훌훌 털어버려다.
아무리 아쉬워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 상태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로그아웃.”
사냥?
그로인해 다시 100레벨 달성?
하지 않을 생각이다.
왜냐하면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가 더 증가하는 것은 모든 게임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성.
즉, 누적된 경험치가 다르다.
말인즉슨 다시 100레벨을 달성하고 강화의 신을 활성화 하면 그래서 지금의 1.7배 정도의 경험치를 손실한다고 봤을 때 잘해야 13~15레벨 정도의 하락이 예상된다.
그럼 맥스로 15레벨 하락으로 계산할 때 지금의 8레벨과 다음의 15레벨을 합치면 총 23레벨의 이득을 보게 된다.
하지만 100레벨이 아닌 8레벨이 하락한 92레벨에서 똑같은 경험치를 손실한다면 15레벨이 아니라 더 많은 레벨을 하락하게 된다.
100레벨과 92레벨이라는 경험치를 손실하는 시발점이 다르니까.
그래서 20레벨 아니, 어쩌면 25레벨이 넘는 하락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럼 이 방법으로 하면 8레벨과 최소 20레벨만 잡아도 총 28레벨의 이득을 보게 된다.
물론 전자와 후자를 비교하면 5레벨 차.
그래서 환산하면 고작 5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무려 125개가 된다.
그래서 이 방법을 선택했다.
레벨이야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 빠르게 따라 잡는 것이 가능하니까.
89시간 뒤.
89시간을 보내면서 느꼈다.
나는 정말 친구가 없다는 것을.
물론 명목상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자들은 꽤 있다.
가령 내가 아닌 내 뒤에 있는 배경을 쫓는 자들을 포함해 중, 고등학교 시절 어울리지도 않는 파티장과 연회장을 전전하며 안면을 아니, 안면만 튼 또래를 친구라 칭할 수 있다면.
아,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서울대학교를 진학하고 1학기 기간 동안이 더 많았다.
왜냐하면 이때는 아빠가 회장으로 있는 명진 그룹 홍보실에서 나에 대해 포장을 엄청나게 해서 수많은 곳에 뿌렸다.
그만큼 그룹 입장에서 나에 대한 소재는 좋았다.
공부에 관심을 두지 않던 재벌 4세가 마음을 먹고 공부에 열중을 하자 채 2년도 안 돼 수능 만점을 맞을 정도로 실력을 끌어 올린 소재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귀했으니까.
당연히 그간 공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부분은 홍보실에서 만들어낸 포장이고.
거기에 수능 만점 외에도 몇 개 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하게 한다는 것은 더욱더 그 희귀성을 부채질 했다.
물론 의혹은 있었다.
내가 재벌 4세였기에 더.
하지만 의혹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아무리 의혹을 내놓고 흠집을 내려 해도 내가 쌓아 올린 지식만큼은 전부 진짜였으니까.
마치 내가 습득했던 것만큼은 아무것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수 겹, 수십 겹을 쌓아 만든 밀실 안에 가둬 놓은 것처럼.
여하튼 그때만큼은 아빠가 나를 이곳저곳 많이도 데리고 다녔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줬고.
당연히 저명한 인사를 비롯해 우리 집과 같은 재벌가와 내 또래의 재벌 3, 4세들까지.
그래서 아빠가 그렇게 분노하고 실망했는지 모른다.
복학하지 않는 나를 집에서 내쫓을 정도로.
물론 그래도 걱정이 됐는지 살 집은 엄마를 통해 장만해주었지만.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내가 더 밀어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다른 것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지의 그것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카페에서 일을 함으로써.
간간히 오던 연락을 전부 거절한 채.
“후우... 할 것이 없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드네.”
곧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곧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물론 약 4일 동안 일부러 죽음으로써 직접적인 레벨 다운을 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 내 경험치가 92레벨에 65.74%였다.
한두 번 아니, 수십 번을 죽어도 91레벨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더욱이 죽으면 24시간의 접속 금지 페널티가 생긴다.
4일간 한 번씩 꼬박꼬박 죽어도 레벨 다운은 요원한 일이었기에 애초에 포기했다.
갓 레벨이 올라 그래서 딱 0%의 경험치를 갖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여하튼 89시간 전에 로그아웃을 했던 곳은 대장간.
그래서인지 접속을 하자마자 메시지가 울렸다.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달성한 강화 수치 : 11강화.
-안전하게 더 높은 수치로 강화할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이쯤 되니 뭔가 애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애증은 차후에 느껴도 충분한 일.
곧바로 사용했다.
붉은색 퀘스트용 강화창에 11강화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를 집어넣고서.
‘강화의 신 활성화.’
[강화의 신을 활성화합니다.
-100% 확률로 강화에 성공합니다.
-강화 대상 : +11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
-강화 시도시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건 : 815,000골덴링, 612만 경험치.
-강화 성공시 생성되는 쿨타임 : 271시간]
“.......”
비비적비비적.
손을 들어 눈가를 비볐다.
혹여나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10강화에서 11강화로 가는데 들었던 골덴링이 약 42만 골덴링에 215만의 경험치.
그리고 89시간이었다.
이때도 그 전과 비교해서 확 늘어난 수치에 놀랐었는데 지금 보니 그때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놀래야 하니까.
“후우...”
절로 나오는 한숨.
하지만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여기서 후퇴는 없으니까.
‘강화.’
곧 망치로 11강화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를 내리치는 이펙트가 보였다.
그리고 나에게만 보이지만 화려한 폭죽도.
하지만 거기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271시간의 쿨타임 때문에.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를 12강화까지 성공하였습니다.]
[강화의 신 특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271시간의 쿨타임이 종료되어야 가능합니다.]
271시간이 유독 커 보였다.
그리고 메시지는 더 이어졌다.
[612만의 경험치가 하락함으로써 레벨이 42단계 하락합니다.]
예상했던 1.7배를 훨씬 웃도는 3배 가까운 경험치의 하락으로 무려 42레벨의 하락.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하락한 레벨을 다시 올리면 그 만큼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획득할 테니까.
중복해서.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5번째로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의 맥시멈 수치까지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맥시멈 강화 수치 : 12강화.]
“.......”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봤다.
왜냐하면 없었다.
‘Revival Legend’ 홈페이지 어디에도 이 강화 퀘스트의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보상도.
즉,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무조건 해야 했다.
나에게는 ‘강화의 신’이라는 치트키 같은 특성이 있었으니까.
이걸 활용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걸린다 해도 멍청한 행동일 수밖에 없고.
‘2주인가?’
이 퀘스트를 접하고 완료하기까지 약 2주간.
꽤 길게 느껴졌다.
물론 나와 달리 순전히 운으로 할 수밖에 없는 자들은 1시간 아니,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겠지만.
‘그래! 얼마나 좋은 보상을 주는지 보자!’
눈에 잔뜩 힘을 주고 곧이어 울리는 메시지를 노려봤다.
만에 하나 자잘한 보상이라면 이 퀘스트를 만든 자를 찾아가 멱살을 움켜질 생각을 하고서.
우선 당장은 생각만.
< 드디어?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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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100레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