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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6화 (26/271)

26화.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3)

사삭. 사삭.

나를 향해 더듬이를 흔들며 달려드는 개미들.

하지만 상대하지 않고 반대로 달렸다.

도망치기 위해서?

아니, 더 모으기 위해서.

그리고 채 2~3분이 안돼서 ‘Revival Legend’ 홈페이지에 적힌 사막 개미굴에 대한 설명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뒤로 거의 100마리가 훌쩍 넘는 개미들이 달려듦으로써.

그래서 곧장 멈추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우글우글 거리며 달려드는 개미들을 향해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아이스 필드!”

파사사삭.

원래 2레벨 아이스 필드의 적용 범위는 가로세로 10미터.

물론 그 범위는 고정이 아니다.

사용자의 지력 수치에 따라 적용 범위도 그리고 아이스 필드 자체적인 대미지도 일정하게 증가했다.

그리고 일반적이라면 그게 끝.

하지만 나에게는 더 있다.

바로 ‘아이스 맨’이라는 특성.

모든 아이스 계열의 위력 30% 증가.

그리고 그 위력에는 단순히 대미지만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눈앞에는 펼쳐졌다.

100마리가 넘는 개미들이 거의 가로세로 17미터? 18미터? 어쨌든 20미터 조금 안 돼 보이는 범위 안에 갇혀 허우적대는 모습이.

“키헥!”

“켁!”

“케헥!”

그리고 아이스 필드 위에서 격한 소리를 내뱉은 개미들을 보고 또 다른 것도 알 수 있었다.

바로 아이스 필드가 가진 이동 속도 감소 외에도 자체적인 대미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원래 아이스 필드의 주 능력은 적의 이동속도 감소였다.

분명 나중에 업그레이드 가능한 5레벨, 7레벨 아이스 필드는 몰라도 2레벨 아이스 필드는 그랬다.

그리고 그것을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 주구장창 아이스 필드를 사용함으로써 직접 경험하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아이스 필드에 갇힌 개미들이 괴로운 소리를 내면서 그 아이스 필드를 빠져 나오기 위해 안달복달했다.

처음과 달리 나를 향해 달려들기를 포기하고서.

“얼음 폭파!”

물론 가만히 아이스 필드 영역 밖으로 빠져 나가려는 개미들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만 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곧장 처음 사용해보는 아이스 폭파를 외쳤다.

기대감을 잔뜩 안고.

파지지직!

퍽! 퍽! 퍽!

“키헥!”

“케엑!”

영화 같은 곳에서 종종 봤다.

한 겨울 얼음으로 뒤덮인 드넓은 호수를.

그리고 그 호수를 뒤덮은 거대한 얼음에 한줄기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온 얼음으로 금이 번지며 와장창 깨지는 모습을.

지금 모습이 딱 그랬다.

다만 얼음이 깨지며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금이 가고 깨지느라 날카롭게 버려진 얼음 조각들이.

그리고 그 얼음 조각들은 지근거리 위치한 개미들의 각질로 파고들었고.

머리 가슴 배 할 것 없이 이곳저곳 전부에.

그리고 끝.

[레벨이 올랐습니다.]

“호오.”

물론 아이스 필드도 어느 정도 대미지를 입히는데 한몫한 것은 명백한 사실.

하지만 그럼에도 외곽에 처져있는 10마리를 제외한 90마리 이상을 몰살시킨 얼음 폭파의 위력은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쓸 만하다는 것이 이 한방으로 증명이 됐기에.

“쏟아지는 우박.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후두두둑.

곧 나머지 뭉쳐있는 개미들을 향해 쏟아지는 우박을 사용하고 소수로 존재하는 개미에게 다가가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를 사용했다.

물론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는 몰라도 쏟아지는 우박까지는 필요치 않은 상황.

하지만 사용했다.

스킬을 막 퍼부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마나량이 풍부하니까.

그리고 곧 정리를 끝내고 개미들이 드랍한 골덴링과 잡템들을 주우며 상태창을 열었다.

혹여나 100레벨을 지나 101레벨이 되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벌어지기에.

[이름 : lumen

레벨 : 98

죽인 횟수 : 0,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허수아비 파괴자.

생명력 : 701000(now) / 701000(max)

마나 : 581442(now) / 591000(max)

힘 : 715      민첩 : 711      체력 2910

정신력 : 1810      지력 : 2920

잔여 스탯포인트 : 1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응?”

100레벨을 달성하고 한동안 상태창을 열지 않았다.

레벨 변화가 없기에 당연히 상태창의 변화도 없고 그래서 무언가 확인할 꺼리가 없기에.

물론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 한방의 공격도 허용치 않았기에 맥스인 생명력과 마법의 난사로 조금 줄어든 마나량 외에는.

하지만 그럼에도 있어야할 변화가 없었다.

바로.

“왜 잔여 스탯포인트가 10개인거지?”

100레벨에서 3레벨 다운을 당했다.

즉, 97레벨.

그리고 방금 1레벨을 올려서 98레벨이 돼야했고 상태창에도 98레벨을 가리켰다.

여기까지는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잔여 스탯포인트가 10개가 아니라 -20개였다면.

왜냐하면 100레벨에서 3레벨 다운으로 97레벨이 되면 총 30개의 스탯포인트를 이득 본 상황이 된다.

그렇기에 변해야 한다.

-30개로.

그리고 지금은 1레벨을 올려서 98레벨을 달성함으로써 -20으로.

이게 정상이다.

내가 경험했던 1차, 2차, 3차의 ‘Forgotten Legend’ 뿐만 아니라 정식 오픈을 한 ‘Revival Legend’도.

‘우선 힘 5, 민첩 1, 지력 10은 아이템으로 인한 증가니까 이것을 빼고.’

혹여나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지력 스탯에 투자한 것이 빠져 나간 것이 아닌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3차 클로즈 베타의 유일한 만렙 달성으로 1000개를 그리고 허수아비 파괴라는 불가능한 업적으로 200개의 스탯포인트를 얻었다.

그리고 100레벨 달성으로 1000개의 스탯포인트를 얻었고.

이것을 전부 지력에 투자 했으니 우선 2200의 지력 수치가 된다.

거기에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라는 호칭으로 모든 스탯포인트 500개, 허수아비 파괴자라는 호칭으로 모든 스탯포인트 200개.

그래서 총 700개의 모든 스탯포인트가 증가했다.

그럼 딱 맞았다.

애초에 시작할 때 10개를 갖고 시작함으로써 총 2910의 지력이.

그리고 지력의 아이템으로 인한 증가 10을 제외하고 체력도 2910에 정신력도 1810까지.

즉, 스탯포인트는 100레벨 당시와 비교해서 단 1의 수치도 빠지지 않은 상황.

“허...”

약간 떨리는 손으로 1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지력에 투자해봤다.

혹시나 하고.

그러자 1씩 올라가는 지력 수치.

결국 10개를 전부 투자하자 지력 수치는 2930이 됐다.

공짜로 10개의 이득을 본 상황.

아니, 동반 성장 때문에 체력에도 10개, 정신력에도 5개가 증가함으로써 10개가 아닌 총 25개를 이득 본 상황이 돼버렸다.

그리고.

“총 3레벨이니까 그럼 75개인가?”

레벨 다운은 총 3레벨이었다.

“그런데 왜?”

의문.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의심 가는 것은 있었다.

바로 동반 성장.

왜냐하면 만약 1레벨 다운을 했고 정상적인 경우라면 -10을 하면 되지만 나는 -10을 하기에는 손이 가는 것이 많다.

나는 10개가 25개이기에.

“흐흐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만큼 여기에 오면서도 오랜만에 사냥을 하는 즐거움도 분명 존재했지만 다른 생각도 존재했다.

바로 암울함.

왜냐하면 결국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이기 때문에.

100레벨에서 97레벨이 됐다가 다시 100레벨이 되는 그런 제자리걸음인 무의미한 사냥.

물론 그 사이 골덴링을 비롯한 잡템의 획득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인 레벨을 올림으로써 전보다 강해진다는 요소가 빠졌기에 명백히 무의미한 사냥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

거기에 또 강화의 신의 쿨타임이 끝나면 어쩌면 더 긴 제자리걸음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런데 제자리걸음이 아니게 됐다.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것이 돼버렸다.

남은 한 번만 가지고 넘어가는 구간을 나는 두 번을 가지고 넘어감으로써.

물론 많으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치.

하지만 분명 많다.

평등하게 주어진 기회에 단 1개라도 더 많이 가진다는 것은.

“좋아! 그럼 얼른 100레벨을 만들어야지. 그리고 또 강화의 신을 하고. 흐흐흐. 이번에는 3레벨이 아니라 10레벨 다운이 아니, 차라리 1레벨이 됐으면 좋겠군.”

지금 순간만큼은 되고 싶었다.

1레벨이.

5일 아니, 이번에는 4일도 걸리지 않아서 100레벨을 올릴 자신이 있으니까.

얼른 상태창을 닫고 다시 개미 몰이사냥을 위해 앞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순간 죽은 횟수 : 0 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무시하고 넘겼다.

100레벨 달성이 우선이기에.

2시간 후.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미 한차례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즉, 두 번째 메시지로 100레벨 달성.

곧장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상태창 안에는 존재했다.

위풍당당한 2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우선 재빠르게 그것을 전부 지력에 투자했다.

혹여나 뺏길까봐.

곧 지력 20개와 체력 20개 그리고 정신력까지 10개가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내 것이 됐으니까.

“그나저나 아직 강화의 신 쿨타임이 6시간 정도 남았는데...”

어마어마한 노다지.

또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죽는 것.

갓 100레벨 달성한 상태에서 지금 죽으면 99레벨으로 레벨이 다운된다.

즉, 강화의 신으로 경험치를 뺏기는 방법 말고도 가장 손쉽게 레벨 다운을 할 수 있는 방법.

그런데.

“흠. 아까도 그랬는데 죽은 횟수가...”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도 단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다.

안 죽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고.

왜냐하면 사망 패널티로 24시간의 접속 불가를 안는 것은 2주간의 클로즈 베타 기간 동안 만렙 달성을 위해서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반대로 죽인 횟수도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전부를 통틀어서 0이었지만.

즉, 둘 다 전부 0.

“음...”

고민이 됐다.

물론 상식적으로 무조건 죽어야 했다.

10개 아니, 25개라는 스탯포인트를 한정된 아이템이나 스킬 혹은 아주 귀한 호칭 등으로 얻는 것이 아닌 그냥 자연적으로 얻는 기회는 레벨을 올리는 것 빼고는 없기에.

물론 지금 당장은 말고.

지금 당장 죽으면 24시간의 접속불가를 안게 되고 그러면 6시간 뒤의 ‘강화의 신’ 사용을 못하니까.

하지만 강화의 신이 끝나면 무한대로 죽어야 한다.

대충 한 1,000번 이상 쯤.

아니, 할 수 있는 만큼.

그럼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니까.

물론 거기까지도 운영자가 없다는 평가는 받은 이 게임이 허용을 할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모든 것을 다 떠나 이상하게 죽은 횟수 카운트를 올린다는 것에 굉장히 큰 찝찝함이 자리했다.

“그러고 보면 분명 3레벨 다운을 했는데 죽은 횟수는 증가하지 않았단 말이야...”

레벨 다운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것이 있다.

바로 죽음.

그렇게 이어진 고민.

하지만 길게 고민을 이어가지 않았다.

개미들이 리젠 됨으로써.

그래서 우선 발길을 밖으로 돌렸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 당장 죽을 생각은 없기에.

물론 도중에 리젠된 개미들 때문에 걸리적거렸지만 최대한 아이스 필드만 사용해 개미들을 뿌리치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 빠져 나오고 나서야 내 머리통을 스스로 내리쳤다.

“이 멍청이! 100레벨이 아니라 이 사실을 안 98레벨에서 경험치 하락을 받아야 더 많이 레벨 다운이 될 거잖아!”

같은 경험치 하락이라도 98레벨과 100레벨의 하락은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2레벨 이상은.

그런데 98레벨에는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다.

우선 공짜로 얻을 스탯포인트에 눈이 멀어서.

어쨌든 코툼성으로 이동했다.

이번의 강화의 신으로는 최대 10레벨 이상 하락하기를 빌면서.

“좋아. 우선 확실히 죽은 횟수를 증가 시키지 않고 레벨 다운을 하는 방법이 존재하니까 기다려 보자.”

그렇게 우선은 결정을 내렸다.

<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3)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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