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2)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를 8강화에서 9강화로 도전을 한지 23시간 뒤.
대장간 앞에 섰다.
그러자 이미 몇 차례 봐왔던 메시지가 울렸다.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달성한 강화 수치 : 9강화.
-안전하게 더 높은 수치로 강화할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좀이 쑤신다는 말.
혹은 몸이 달다는 말.
그전까지는 그냥 그 의미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어떤 심정에서 나온 말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뼈져리게 느꼈다.
그 의미가 어떤 건지를.
그래서 원래라면 당장에 9강화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를 원래의 강화창이 아닌 이벤트용 붉은 강화창에 집어넣어야 하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전에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신화급 아이템인 얼음황제의 수호검에 강화의 신을 사용할시 얻을 쿨타임을 비롯한 필요 골덴링 등이 얼마인지를.
그래서 이벤트용 붉은 강화창이 아닌 원래의 강화창에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집어넣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강화의 신 활성화.’
[강화의 신을 활성화합니다.
-100% 확률로 강화에 성공합니다.
-강화 대상 : +0얼음황제의 수호검.
-강화 시도시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건 : 850,000골덴링
-강화 성공시 생성되는 쿨타임 : 14일]
85만 골덴링에 14일.
0강화에서 1강화를 가는데 필요한 골덴링과 쿨타임으로는 조금 긴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게 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강화를 시도하는 아이템은 귀함이나 전설급도 아닌 무려 신화급이니까.
안전 강화 자체가 0인.
여하튼 눈으로 직접 1강화시 필요한 골덴링과 쿨타임 확인을 끝내자마자 강화창에서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빼고 이벤트용 붉은 강화창에 9강화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를 집어넣었다.
‘강화의 신 활성화.’
[강화의 신을 활성화합니다.
-100% 확률로 강화에 성공합니다.
-강화 대상 : +9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
-강화 시도시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건 : 175,000골덴링, 137만 경험치.
-강화 성공시 생성되는 쿨타임 : 16시간.]
“?”
순간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왜냐하면 7강화에서 8강화 가는데 약 24만 골덴링에 17시간의 쿨타임이 생성됐었다.
그리고 8강화에서 9강화 가는데 약 50만 골덴링에 23시간의 쿨타임이 생성됐었고.
그런데 9강화에서 10강화를 가는데 필요한 골덴링도 그리고 생성되는 쿨타임도 증가하기는커녕 줄어들었다.
그것도 7강화에서 8강화를 가는 것보다 더.
물론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건에 다른 것이 생성되기는 했다.
바로 137만이라는 경험치가.
하지만.
씨익.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왜냐하면 한창 사냥에 몰두해야할 시기.
거기에 새로운 스킬까지 배운 마당에 반강제적으로 사냥을 금지당한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9강화까지 왔는데 여기서 포기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멍청한 행동이고.
그런데 당장 137만이라는 100레벨에 비춰보면 상당히 많은 경험치를 강제로 뺏긴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레벨 다운.
물론 그래봤자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 때문에 다시 100레벨에 머물게 되는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상황.
하지만 어쨌든 좋았다.
마음 놓고 사냥을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쿨타임도 16시간밖에 안됐고.
‘그나저나 101레벨이 되면 퀘스트가 강제로 종료된다고 했는데...레벨 다운은 상관없겠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추측이 불가능한 상황.
그래서 잠시 멈추고 로그아웃 후 ‘Revival Legend’ 홈페이지에 접속해 레벨 다운으로 인한 퀘스트 존재 여부를 검색했다.
하지만 레벨 다운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글은 단 하나도 없었다.
물론 충분히 이해는 갔다.
강화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레벨 다운을 당할 일은 어지간하면 없을 테니까.
일부러 레벨 다운을 감행하지 않는 한.
그래서 다시 접속을 하고서 눈을 질끈 감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강화.’
어차피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강화의 신을 내버려두고 마냥 운에 의지해 강화 시도를 할 생각도 없고.
그래서 눈 딱 감고 강화의 신을 활성화 하고서 강화 시도를 했다.
그러자 곧 메시지가 울렸다.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에 10강화까지 성공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두 자리 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강화 수치에 따라 주어지는 특별한 보상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강화의 신 특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16시간의 쿨타임이 종료되어야 가능합니다.]
약간의 사족이 붙긴 했지만 여기까지는 강화 시도시 항상 울리던 메시지.
그리고 다른 메시지가 더 울렸다.
[137만의 경험치가 하락함으로써 레벨이 3단계 하락합니다.]
“퀘스트창 확인.”
메시지가 울리자마자 퀘스트창을 열었다.
[현재 보유한 퀘스트 (1)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 (진행중.)]
‘후우.’
어차피 강화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했지만 일말의 걱정은 있었다.
혹시나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그럼 100레벨 달성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에.
이미 10강화가 되어 있는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 대신에 다른 아이템으로.
하지만 퀘스트창에 여전히 존재하는 진행중이라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자 이제는 다른 감정이 자리했다.
바로 사냥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
빠르게 대장간에서 발걸음을 뗐다.
그리고 곧장 코툼성 외곽의 텔레포트 존으로 달렸다.
“이동 사막 개미굴.”
이번 강화를 시도하기 전 8강화에서 9강화를 하면서 얻게 된 23시간의 쿨타임.
그 시간 동안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실실 웃으며 30분간 쳐다도 보고 여러 스킬들도 습득을 하는 등 나름대로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Revival Legend’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앞으로 사냥할 곳을 점찍어 놓으며 순차적인 성장방향을 그렸다.
새로 배운 아이스 필드와 쏟아지는 우박 그리고 얼음 폭파라는 광역 스킬의 효율을 최대한 낼 수 있는 곳으로.
그리고 찾은 곳이 사막 개미굴이었다.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는 없었지만 300~350레벨대의 사냥터.
거기에 최하 20마리 이상 움직이는 무리 생활은 덤에 깜빡하고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고 움직이다보면 순식간에 100마리 이상 개미들에게 둘러싸이는 그런 사냥터.
확인한 바로는 썩 매력적인 사냥터는 아니라는 평가가 주였다.
무리생활을 해서인지 마리당 주는 경험치도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고 드랍하는 골덴링과 잡템을 비롯한 아이템들도 좋지 않았기에.
하지만 빠른 레벨업을 위한 사냥터인 것은 확실했다.
마리당 경험치는 적을지라도 우선 등장하는 몬스터의 양이 어마어마했기에.
여하튼 곧 모습을 드러냈다.
골렘 서식지의 세이프티 존보다 더 큰 세이프티 존이.
하지만.
소곤소곤.
숙덕숙덕.
물론 있었다.
휴식을 취하는 유저들이.
그것도 파티인 듯 단체로.
하지만 골렘 서식지에 있던 일명 장사꾼이나 돈을 받고 버프를 걸어주는 버프 장사꾼의 모습은 없었다.
설정된 세이프티존이 골렘 서식지보다 더 큼에도 소수의 유저들만 존재하는 곳.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사냥터라는 것을 한눈에 보고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경험치 하나만을 보고 왔기에 개의치 않고 개미굴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하는 11명으로 이루어진 파티 내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혼자 온 건가?”
“그런가본데.”
“이곳에서는 혼자 사냥하기 쉽지 않을 텐데. 고렙인가?”
“저 장비에?”
“그렇지?”
“내버려둬. 자기가 죽고 싶어서 죽겠다는데 우리가 끼어들 필요는 없지.”
누나도 오해를 하게끔 만들었던 현재의 복장.
하지만 개의치 않고 그대로 개미굴로 향했다.
물론 이곳에서 사냥을 해보고 부족하면 슬슬 아이템을 맞출 생각은 있다.
0레벨에서 100레벨까지랑 100레벨에서 200레벨까지는 꽤 차이가 크니까.
여하튼 계속 앞으로 걷자 곧 모습을 드러냈다.
5개의 개미굴이.
“흠. 순서대로 난이도 차이가 있단 말이지.”
5번 개미굴의 입구가 가장 거대했다.
그리고 보스 몬스터인 여왕개미가 나오는 곳이기도 했고.
우선 중간 크기인 3번 개미굴로 들어갔다.
이번 사냥은 약간 테스트를 겸하기도 했으니까.
사삭. 사삭.
3번 개미굴 안으로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귓가로 간질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검은색 더듬이를 흔들며 개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음... 이정도면 그냥 개미가 아니라 자이언트나 거대 수식어가 붙어야 할 것 같은데?”
두 개의 더듬이를 흔들며 나타난 개미들은 생각보다 컸다.
거의 내 무릎까지 올 정도였으니까.
몸을 감싼 각질도 단단해 보였고.
그리고 나를 발견했는지 개미들은 더듬이를 앞뒤로 빠르게 흔들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나를 두 동강 낼 듯이 날카로운 이를 쫙 벌리고.
타핫.
그 모습에 나도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얼추 내가 상정한 사정거리에 개미 무리들이 들어서자 곧바로 외쳤다.
“아이스 필드!”
파사사삭!
개미들이 달려들던 길목에 아이스 필드를 펼쳤다.
[아이스 필드에 들어선 개미들의 이동속도가 20%가 감소합니다.]
물론 고작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20%.
하지만 분명 생각보다 빠른 속도를 보였던 개미들은 그전에 비해 현저히 느려졌다.
그리고 그 느려진 개미들 위로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 가장 활용 빈도가 높았던 연계 스킬을 사용했다.
“쏟아지는 우박!”
후두두. 후두두둑.
“키헥!”
“켁!”
“.......”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그만큼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위력을 선보였다고.
왜냐하면 개미들은 내 지력 수치 때문인지 원래의 10미터의 영역보다 꽤 넓게 펼쳐진 아이스 필드 위를 빠져 나오지 못했다.
쏟아지는 우박에 모든 것을 막아줄 듯 단단해 보였던 각질이 부서져 나감으로써.
물론 아이스 필드 자체가 가진 대미지도 한몫하긴 했지만.
더군다나 제일 강하다.
현재 눈앞의 개미들은 300~350 레벨대의 몬스터이기에.
“흐흐흐.”
순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왜냐하면 그간 너무 많이 정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존재했었다.
더욱이 얼마나 더 이 상태로 머물러야 하는지도 기약이 없었고.
하지만 지금껏 내가 상대한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가 내 스킬 한방에 손쉽게 쓸려나가자 그 불안감이 저 멀리 날아갔다.
“좋아. 이번에는 얼음 폭파를 한번!”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는 써보지 않았던 스킬.
그 위용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대로 웃으며 앞쪽으로 달려 나갔다.
당연히 개미들이 죽으며 드랍한 골덴링과 더듬이, 각질 같은 잡템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들고.
<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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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