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하지만 나에게는?
딸랑.
“누나 여기야.”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짙은 빨간색 머리카락.
거기에 현실과 비교하면 상당히 늘린 것이 확실한 키.
하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누나라는 것을.
“여어. 동생.”
그리고 누나도 나를 보자마자 단번에 알아채고는 내 앞쪽에 다가와 앉았다.
“그나저나 하나도 바꾸지 않았네.”
“응. 굳이 변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누나와 달리 하나도 변경을 하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그런 누나가 갑자기 내 위아래를 훑어보며 안쓰럽다는 눈빛을 띈 채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내 동생... 힘들었구나.”
“응?”
누나의 뜬금없는 말.
하지만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바로 내가 걸치고 있는 아이템들 때문이라는 것을.
그만큼 현재 내가 착용한 아이템은 아무리 가난하다해도 100레벨의 유저가 착용하기에는 상당히 모자란 아이템들이었다.
반대로 누나는 화려했다.
한눈에 봐도 고가의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뭐...”
물론 누나의 오해.
돈은 충분했다.
레벨에 맞는 정말 최고의 아이템을 맞출 정도로.
다만 그래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
“누나한테 일찍 말하지 그랬어.”
“아니, 뭐... 그렇게 큰 불편함은 없었어.”
나를 향해 안쓰러워하는 누나의 모습에 살짝 양심에 가책이 느껴져왔다.
하지만 1억이 넘는 골덴링을 보여주면 그걸 설명하기 위해 상태창과 이것저것 전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다보면 과거 클로즈 베타 때와 방학기간동안의 기이한 경험도.
그래서 꾹 참고 넘겼다.
그리고 그때 뭔가 오해를 단단히 한 누나가 갑자기 악수를 하듯 내 손바닥을 붙잡았다.
한마디 말을 내뱉으며.
“교환.”
[초절정미녀님이 교환을 신청하였습니다.
-수락 하시겠습니까?]
“왜?”
“얼른 수락해.”
“어... 수락.”
왠지 여기서 거부를 하기에는 뭔가 오해를 단단히 한 누나의 모습에 수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초절정미녀님이 1000만 골덴링을 건넸습니다.]
“어?”
1000만 골덴링은 상당히 큰돈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초절정미녀님이 845만 골덴링을 건넸습니다.]
“1000만 골덴링은 아빠가 너에게 주는 것. 그리고 845만 골덴링은 이 누나가 너에게 주는 거야.”
“아빠가?”
누나가 주는 845만 골덴링도 상당히 놀랐지만 더 놀라운 것이 있어서 곧장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아빠가 줬다는 1000만 골덴링.
“응. 너 돌아가고 아빠랑 이야기 했어. 그리고 네가 Revival Legend를 한다는 말도.”
누나의 말에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엄마에게 게임을 한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만큼 아빠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어쩌면 더.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눈치 챘는지 누나가 곧장 입을 열었다.
“그런 거 아냐. 오히려 더 좋아했어. 네가 게임을 한다는 것을. 그것도 Revival Legend를 한다는 것을.”
“응?”
누나의 생뚱맞은 수준을 넘어선 말.
그래서 강한 의문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게임을 그것도 내가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기에.
“됐어. 넌 자세히 알 필요는 없어. 다만 아빠도 엄마도 그리고 오빠랑 나도 네가 게임 그것도 Revival Legend를 하는 것은 대찬성이야. 아니, 대찬성 수준이 아니라 적극 지지해.”
“왜?”
누나에게 큰 목소리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뜬금없이 내가 게임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 지지한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서.
“됐어. 아직은 자세히 알 필요는 없어. 나중에 때가 되면 다 알 테니까. 그러니까 너는 눈치 볼 것 없이 최대한 열심히 해봐. 혹여나 부족한 것이 있으면 누나에게 말하고.”
“.......”
누나의 말에 여전히 알쏭달쏭 했지만 우선 기분은 좋았다.
게임의 ‘ㄱ’자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게임에 모든 것을 할애할거라는 내 비밀 아닌 비밀이 눈총과 비난을 받지는 않아서.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더 울렸다.
[초절정미녀님이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건넸습니다.]
들어본 적 없는 아이템.
그리고 왠지 이름 자체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당분간 아니, 상당기간 착용하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네가 열심히 하라는 동기부여가 됐으면 해서 가져왔어. 물론 좀 문제가 있는 아이템이긴 해. 아이스 계열용 무기지만 마법사가 쓰기에는. 음... 계륵이랄까?”
그 말을 끝으로 누나는 붙잡은 내 손을 놓았다.
그리고 더 이어 말했다.
“어때. 누나가 같이 쇼핑해줘?”
“아, 아니. 괜찮아. 내가 하나씩 확인하며 맞출게.”
“그래. 그럼 이 누나는 가볼게. 이 누나를 기다리는 팀원들이 있거든.”
“응.”
드르륵.
그 말을 끝으로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몇 발자국 걷더니 다시 나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아빠도 이 게임 해.”
“뭐?”
“아빠뿐만 아니라 오빠도 그리고 엄마도.”
“왜?”
누나가 게임을 하는 것보다 더 놀랐다.
“왜는 됐고. 그러니까 너도 열심히 하라고. 너만 뒤쳐질 수는 없잖아.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와 관계된 상당수의 사람들도 하니까.”
“.......”
순간 대성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대성도 하는 마당에 아빠가 회장으로 있는 명진이 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럼 마지막으로 퀘스트. 혹여나 퀘스트를 얻으면 꼭 무시하지 말고 해결하도록 해. 없으면 찾아서라도 하고. 그럼 누나 진짜 간다. 가끔씩 누나에게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그렇게 누나는 자기 말을 끝내고 카페 밖으로 빠져나갔다.
물론 나는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대성뿐만 아니라 아빠가 회장으로 있는 명진까지 이 게임에 공을 그것도 상당히 많이 들인다는 것이 누나의 입으로 확인이 됐으니까.
‘뭔가 있나?’
절로 드는 의구심.
하지만 그 의구심을 길게 가져가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기에.
“아이템 확인.”
그래서 우선 누나에게 받은 아이템 확인부터 들어갔다.
[얼음황제의 수호검 (신화)
-세상의 모든 것을 태우고 증발시키던 태양신 모로투에 마지막까지 대항한 얼음의 주인이자 황제인 아라바스의 마지막 결의가 담긴 검이다.
: 최소 700레벨 이상 사용 가능.
: 순수 지력 최소 7000 이상 사용 가능.
: 아이스 계열 스킬 최소 10개 이상 보유자만 사용 가능.
-효과.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위력이 10% 증가한다.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30% 감소한다.
: 1% 확률로 아이스 계열의 스킬에 피격당한 상대방에게 원래 대미지에서 10배로 증가된 대미지를 입힌다.
: 수호검에 기본적으로 3레벨 아이스 웨폰이 항시 적용된다. (사용자의 아이스 웨폰 마법과 중첩된다. 가령 사용자가 1레벨의 아이스 웨폰을 보유했고 그것을 사용시 총 4레벨 아이스 웨폰의 위력이 적용된다.)
: 수호검에 피격당한 상대방에게 50% 확률로 동상을 입힌다. (사용자가 동상 관련 스킬을 보유했다면 50%에 추가적으로 합산되어 적용된다. 단, 50%의 동상은 스킬이 아닌 수호검에 직접적으로 피격을 당해야만 적용된다.)
: 태양신도 녹이지 못한 얼음황제의 결의로 파이어 계열의 모든 스킬에 30%의 피해 감소와 우위를 가진다.
: 힘 500 증가.
: 민첩 300 증가.
-안전 강화 : 0
-물리공격력 : 8999 증가, 마법공격력 : 899 증가.
-내구력 : 7500000/7500000]
“.......”
각 아이템에는 등급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총 5단계로.
바로 일반 - 희귀 - 귀함 - 전설 - 신화라는 순서의 5단계 등급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중 내가 소유했던 가장 높은 단계의 아이템은 귀함이었다.
그것도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
물론 그 당시에 전설급 아이템이 몇 개 나돌아 다닌다는 말은 듣긴 해지만 직접 눈으로 본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 손에 쥔 적도 본적도 없는 전설급을 뛰어 넘어 신화급의 아이템이 손에 들어왔다.
신화급의 위용에 맞는 어마어마한 옵션을 가지고.
하지만 옵션을 살피다 조금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왜냐하면 분명 아이스 계열의 스킬들은 거의 대부분 지력에 영향을 받는 마법사용 스킬들이다.
파이어나 윈드 같은 원소 계열로서.
그래서 얼음황제의 수호검의 사용 제한도 레벨이나 스킬 수를 떠나 분명 순수 지력 7000 이상이라는 제한이 걸려 있었다.
즉, 지력을 주력 스탯으로 한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가 사용하라는 무기.
그런데 수호검의 다른 옵션을 떠나 스탯을 증가시켜주는 옵션이 힘과 민첩이었다.
마법사용 무기에 가장 중요한 지력이나 물론 동반 성장으로 나에게는 영향력이 없지만 체력과 정신력이 아닌 힘과 민첩.
물론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가장 밑 부분에 적힌 것은 강한 의구심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바로 8999에 해당하는 물리공격력과 899에 해당하는 마법공격력이.
순간 잘못 본 줄 알았다.
물리 공격력과 같은 8999인데 9 하나를 뺀 899로.
하지만 두 번, 세 번을 봐도 여전히 899였다.
“검... 검이라서 그런 건가?”
얼음황제의 수호 지팡이도 아닌 수호검.
거기에 항시 적용되는 3레벨의 아이스 웨폰과 직접 수호검으로 상대방을 피격해야만 증가하는 50%의 동상 확률.
확실히 옵션은 근접용인 검이라는 무기에 맞게 설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누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물론 좀 문제가 있는 아이템이긴 해. 아이스 계열용 무기지만 마법사가 쓰기에는. 음... 계륵이랄까?]
계륵.
안타깝게도 그 뜻을 고등학교 때 알았다.
그것도 이 ‘Revival Legend’ 전의 ‘Forgotten Legend’라는 이름으로 클로즈 베타를 진행했을 당시에.
하지만 내 눈에는 왠지 계륵 같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방법이 존재했다.
낮다면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 하지만 나에게는?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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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