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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1화 (21/271)

21화. 잘했네.

늦은 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대저택.

일단의 무리가 넓은 서재 중앙에 위치한 고급 소파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진행했다.

대저택의 주인이자 명진 그룹의 수장인 홍상만 회장을 필두로.

“이번에 미국의 알버트 지사장이 보내온 서류가 이거라고?”

“네.”

홍상만 회장의 물음에 안동영 비서실장이 도착한지 채 5분도 안된 뜨끈뜨끈한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알버트 지사장이 고생이 많군. 충분히 챙겨주도록 해. 혹여나 서운하지 않도록 말이야.”

“네. 특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홍상만 회장을 포함하여 홍상만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소수의 수뇌부는 명진 그룹의 미국 지사장인 알버트가 보낸 첫 번째 비밀 서류를 받은 것은 채 5개월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서류를 확인하고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미국 지사장으로 발령 낸 알버트가 미쳤다고.

아니면 만우절을 착각했거나.

하지만 명진 그룹에 입사한지 10년이 넘었고 가장 대표적이자 큰 시장인 미국의 지사장으로 보낼 만큼 그 인물됨과 능력을 알기에 확인 작업은 들어갔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물론 미국 정부를 비롯해 미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의 움직임을 그들의 안방인 미국 내에서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다행히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

바로 알버트 지사장이 보낸 긴급 서류에 의하면 그들이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적혀 있었기에.

당연히 홍상만 회장의 안방에 해당하는 대한민국도.

그것도 고작 하나의 게임을 했던 유저를 찾는다면서.

그래서 홍상만 회장은 비밀리에 그룹의 정보실을 움직여 조사에 착수했고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다.

미국 정보부와 미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의 스카우트들을.

그리고 그걸 확인하자마자 홍상만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알버트 지사장이 보내온 서류에 의하면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고 여기서 더 늦는다는 것은 경쟁이라는 트랙에서 아예 내팽겨진다는 것을 뜻하기에.

그게 아무리 얼토당토않은 일이라 해도.

그래서 홍상만 회장은 그날부로 그룹 내의 비밀 부서를 만들었다.

가장 믿을만한 사람을 책임자로 삼아.

여하튼 홍상만 회장은 도착한지 채 5분도 안된 알버트 지사장의 서류를 손에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줄 한줄 꼼꼼히 체크하며 읽고 곧바로 안동영 비서실장에게 건넸다.

그 후 안동영 비서실장과 홍상만 회장의 첫째 아들이자 후계자 수업을 받는 홍기영 그리고 비밀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석인수 실장까지 차례대로 서류를 읽었다.

“퀘스트라...”

모두가 알버트 지사장이 보낸 서류를 확인하자 홍상만 회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서류에는 기타 소소한 내용을 포함해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퀘스트에 대한 내용이었기에.

그것도 퀘스트에 집중해 코인이라는 것을 확보하는 것이 뒤쳐진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곧 홍상만 회장의 퀘스트라는 언급에 석인수 실장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자신의 담당이기에.

“Revival Legend 내에는 상당한 수의 퀘스트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각 퀘스트에 따라 보상이 천차만별입니다. 가령 경험치일 수도 있고 아이템일 수도 있고 골덴링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코인이 그것입니다. 최소 1개부터 최대는 들리는 소문에는 몇 천개짜리도 있다는데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은 550개짜리 퀘스트가 최대였습니다.”

“교환은?”

석인수 실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홍상만 회장이 곧바로 되물었다.

서류를 읽어본바 교환 가능 여부가 제일 중요했기에.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변은 석인수 실장이 아닌 홍상만 회장의 장남인 홍기영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본인도 석인수 실장이 대표로 있는 비밀 부서의 일원이자 명진 그룹이 고르고 고른 수백 명의 대원들의 대장이기에.

“불가능하다라...”

홍기영의 불가능하다는 언급에 홍상만 회장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단체의 힘이 아닌 개인의 힘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 홍기영이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곧바로 이어 말했다.

“하지만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차후에 자신이 소속된 길드나 단체에 기부 등의 사용법이 생길 수도 있을 테니까요.”

“맞습니다. 이 게임은 워낙 변수가 많은지라 미리 확정을 짓는 것은 성급한 판단 같습니다.”

홍기영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안동영 비서실장.

그 모습에 홍상만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아. 어쨌든 모아서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으니 앞으로의 행동방향에 하나 더 설정을 하도록 하지. 바로 퀘스트. 모든 길드원에게 퀘스트를 받으면 그 퀘스트를 해결 하는데 주안점을 두도록 하지. 혼자서 힘들면 힘을 보태서라도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홍상만 회장을 필두로 알버트 지사장이 보내 온 서류에 대해서 논의를 지속했다.

다음날.

어젯밤에 잠에 들면서 일부러 알람을 맞추지 않았다.

평소처럼 7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Revival Legend’에 접속을 해도 할 것이 없기에.

그래서 이왕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된 김에 늘어지게 잠에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이와 같은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까.

그래서인지 일어나자 확인한 탁상시계는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장 일어나 화장실로 이동해 빠르게 씻고 외출 준비를 했다.

엊그제 통화로 점심은 엄마와 함께 먹기로 했으니까.

저녁은 아빠를 비롯해 형과 누나까지 온 가족이 함께 하기로 했고.

곧 씻고 원룸 밖으로 나와 근처의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한 시내버스를 타고 청담동의 집 근처까지 이동해 택시를 타고 집 앞에 내렸다.

“아들!”

그리고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으리으리한 대문 앞에는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엄마가.

“왜 나와 있어.”

“아들이 늦으니까 그렇지.”

“그건...”

차마 늦잠을 잤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됐어. 들어가자.”

“응.”

엄마와의 사이는 원래부터 좋았다.

여타 재벌가의 마나님같이 강압적이지 않고 항상 내 입장에서 생각을 해줬기에.

어쨌든 엄마의 손에 이끌려 곧장 부엌의 식탁으로 이동했다.

이미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

그리고 그곳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바로 누나.

“어. 왔냐? 좀 빨리빨리 다녀라. 너 때문에 이 누님이 배를 곯아야 하겠어?”

“어째 주말인데 오늘은 데이트가 없나봐?”

내가 학창시절에도 누나는 항상 바빴다.

특히 주말에는 더.

그리고 내 말에 누나는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에 포개며 고개를 치켜들고 마치 과거를 회상하듯 입을 열었다.

“크흐. 그 시절이 좋았지. 아무 걱정 없이 이놈 저놈 만날 때가.”

찰싹.

“아야!”

“너는 못하는 말이 없어!”

“아니, 맞는 말이잖아. 재벌집 딸내미에 이런 꽃다운 미모를 가졌으니 인기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 그러려면 최소한 엄마가 날 덜 예쁘게 낳기라도 했던가. 예쁘게 낳아서 내가 얼마나 피곤한데.”

애초에 누나의 저런 성격을 알고 있기에 맞대응 하지 않고 손을 씻은 후에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엄마와 누나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빠랑 형은?”

“회사.”

“주말에도?”

“어.”

“바쁘네.”

“어휴. 말도 마. 이 누님도 요즘에 데이트 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누나까지?”

“당연하지. 이 누님이 미모도 미모지만 한 능력하잖아.”

“뭐...”

누나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정말이니까.

그렇게 나름대로 화기애애한 점심 식사를 하고 나는 여전히 청소가 되고 있는 내 방으로 이동했다.

미리 챙겨둘 것이 있기에.

바로 3세대 그것도 고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똑똑.

그때 뒤에서 열어놓은 문을 두들기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나의 목소리와 함께.

“게임을 하나봐?”

“.......”

물론 가상현실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했다.

교육, 영상, 통화, 회의, 의료, 사업 등등 오히려 활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활용범위는 역시 게임.

“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집을 나가서 한다는 것이 게임이라는 것에 약간의 쑥스러움이 있기에.

더군다나 나를 위해서 바리깡까지 들고 아빠를 향해 협박 아닌 협박을 해준 누나에게는 더욱더.

“무슨 게임?”

그런데 누나는 전혀 개의치 않은 목소리로 되물어왔다.

“Revival Legend (리바이벌 레전드).”

“Revival Legend?”

“응.”

“직업이랑 레벨은?”

내가 알기로 누나는 게임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나 입에서 자연스럽게 직업과 레벨이 언급되었기에 자세를 바로하고 입을 열었다.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 그리고 100레벨.”

“흠.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에 100레벨이라. 한 2, 3주? 그 정도 걸렸겠네. 아, 아무 지원 없이 혼자 했다면 한 달 하고 조금 더 걸렸겠구나.”

“뭐... 얼추 그 정도.”

5일.

아니, 더 정확히는 4일 하고도 열몇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굳이 그걸 정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기에 누나의 말에 살짝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잘했네.”

“뭐?”

서울대에 입학을 하고서도 복학을 하지 않는 주제에 게임을 한다는 모습은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누나이기에 털어놨다.

여전히 뇌리에 나를 위해 본인의 머리카락을 바리깡으로 들이밀던 누나의 모습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누나가 게임을 한다는 나에게 잘했다는 말을 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에 크게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잘했다고. 특히나 수많은 게임 중에서 Revival Legend를 택한 것은 더욱더. 누나한테 메시지 하나 보내놔. 아이디랑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

“?”

순간 누나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마치 누나도 그 게임을 한다는 뜻으로 비쳤기 때문에.

하지만 누나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자신의 볼일은 다 끝났다는 듯이.

< 잘했네.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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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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