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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8화 (18/271)

18화. 그런데 이미 임자가 있다고?

물론 꼭 잡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혼자 잡을 가능성도 없고.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어마어마한 능력을 갖췄다 해도 지금 당장은 100레벨에도 미치지 못하는 99레벨에 착용한 아이템도 전부 쓰다 버릴 아이템들이기에.

다만 멀리서 아이스 볼이나 아이스 볼트를 날릴 생각은 있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앞쪽에 그동안 사용치 않은 아이스 쉴드를 사용하며.

그럼 생각지도 못한 다량의 경험치나 혹은 운이 좋으면 내 몫의 아이템도 얻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내 아이스 볼와 아이스 볼트는 단순한 1레벨용 마법이 아니니까.

내가 그저 그런 99레벨의 흔하디흔한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가 아닌 것처럼.

하지만.

“모두 뒤로 물러서세요!”

“이 보스 몬스터는 우리 성창 길드가 관리하는 보스 몬스터입니다!”

“보스 몬스터에 대한 공격은 우리 성창 길드에 대한 공격입니다!”

일명 먼저 잡는 자가 임자.

이게 내가 아는 일반적인 게임의 법칙이자 룰이다.

몬스터가 ‘누구 누구 것!’이라는 명찰표를 달고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게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일명 통제라고 특별한 아이템이 나오는 사냥터나 경험치가 좋은 사냥터를 막아서고 자기들끼리만 사냥을 하는 모습을 여타 다른 게임에서 보기는 했다.

단, 보기만 했을 뿐.

실제로 겪는 것은 처음.

그리고 그 모습을 실제로 겪자 절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보스 몬스터를 공격이라도 하면서 저 고성을 지른다면 모를까 정면에는 딱 3명의 인원이 주변 인원을 향해 소리치며 다른 유저들을 뒤로 물리고 있었다.

마치 제 것인 양 보스 몬스터를 향해 손도 대지 말라면서.

“아놔. 개새끼들.”

“그러니까. 지들이 무슨 전세 낸 것도 아니고 보스 몬스터만 뜨면 저렇게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지들꺼라고 꽥꽥 소리만 지르고 자빠졌네.”

“그 성창 길드가 독점하던 노다지 보스 몬스터 황금 늑대 나오는 곳 있잖아. 거기를 대성에 뺏겼다잖아. 그 뒤로 성창 놈들이 여기까지 와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거고.”

“그래? 대성이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나 보네.”

“응. 대성이 움직이는데 성창 같은 찌끄래기는 그냥 찌그러져 있어야지.”

“와. 나도 대성 들어가고 싶은데. 그런데 정말 대성 그룹 같은 곳에서 게임에 뭘 그렇게 투자 하는 거래?”

“글쎄. 말로는 가상현실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데. 나야 잘 모르지.”

“야. 어차피 대성도 같은 놈들이야. 성창 길드가 하던 짓을 대성도 그대로 하고 있다고.”

‘대성?’

뒤쪽에서 수군수군 거리는 소리.

성창 길드는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대성은 귀에 박히도록 들어왔다.

왜냐하면 우리 아빠가 회장으로 있는 명진 그룹과 함께 대한민국 5대 기업 안에 들어가는 곳이 바로 대성이기에.

물론 길드 이름만 대성으로 딴것일지도 모른다.

유명인의 이름을 자신의 아이디로 사용하는 것처럼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했기에.

하지만 뒤쪽에서 들리는 대화는 명백하게 현실의 대성 그룹을 지칭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놀랐다.

그런 대기업이 작업장이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

그리고 그때 일단의 무리가 빠른 속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보였다.

큰 목소리와 함께.

“뭐해! 아직도 주변을 정리하지 않고!”

“비켜라! 보스 몬스터 거대 스톤 골렘은 우리 성창 길드의 소유다.”

“거대 스톤 골렘 반경 20미터 안으로 들어서는 자는 전부 적으로 간주한다.”

“알짱알짱 대지 말고 얼른 꺼지라고.”

처음의 성창 길드의 3명은 나름 존댓말을 하며 주변을 통제하고 정리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드러낸 20명의 인원은 그런 것이 없었다.

거의 반협박에 안하무인 하는 모습.

그런데 그 반협박이 제대로 통해서인지 그나마 슬금슬금 간을 보던 자들도 재빠르게 뒤로 몸을 뺐다.

성창 길드라는 곳과 얽히기 싫어서인지.

여하튼 주변 정리가 되자 모습을 드러낸 20명은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앞에서 보스 몬스터의 시선을 잡아끌 동서남북으로 자리한 4명의 탱커와 사방으로 쫙 퍼진 10명의 딜러로.

그리고 더 뒤쪽으로 자리한 남은 6명은 한눈에 봐도 예비 탱커 혹은 힐러와 서포터로 보였다.

나 스스로도 1차, 2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여러 번 해봤기에 20명이 갖춘 진형은 꽤나 단단하게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단단했다.

꽤 오랫동안 합을 맞췄는지 굉장히 유기적이었고.

“내 몸은 철벽이 되리라!”

“솟구쳐라. 불기둥!”

“대지의 힘!”

“파워샷!”

쾅! 쾅! 쾅!

그리고 레이드를 진행하는 20명의 움직임에 안정감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내 뒤쪽에서 성창 길드라는 곳을 향해 험담을 내뱉은 자들도 언제 험담을 내뱉었냐느는 듯이 감탄을 동반한 목소리를 내뱉었기에.

“와... 성창 길드 4, 5군이 아니라 2군 아니면 3군인가 본데.”

“글치?”

“응. 확실히 안정감이 다르잖아. 아무래도 대성 같은 대기업이 등장하니까 성창에서 보스 레이드를 진행하는 팀을 업그레이드 했나봐. 확실히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보는 눈이 많으니까.”

“보는 눈뿐이게? 아마 레이드 끝나면 지들이 운영하는 성창 길드 홈페이지에 곧바로 레이드 영상을 올릴걸. 우리 성창 길드가 이렇게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손쉽게 한다고 자랑하려고. 그러니까 4, 5군이 아닌 2, 3군이 여기까지 온 걸 테고.”

“맞아. 성창 길드 홈페이지에 보면 스폰서나 동맹 길드 구한다는 배너까지 걸고 있어.”

“최대한 발악을 하는 거지. 대성 같은 대기업까지 뛰어든 마당에 동네 pc방 수준의 작업장으로는 버틸 수 없으니까.”

“에이. 성창이 아무리 그래도 동네 pc방 수준은 아니지.”

“말이 그렇다는 거지.”

뒤에서 들리는 말로 봐서는 기득권 세력끼리의 경쟁이 무척이나 치열한 것 같았다.

물론 그런 것과 상관없이 확실히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안정감 있게 진행이 됐다.

4명의 탱커는 도발을 비롯해 몸빵을 철저히 했고 10명의 딜러는 무지막지한 공격을 끊임없이 보스 몬스터에게 내던짐으로써.

그 외 나머지 힐러와 서포터는 4명의 탱커를 비롯한 10명의 딜러 전부에게 회복 및 강력한 버프를 사용해줬다.

그리고 정확히 20분이 되기 전.

쿵!

일반 스톤 골렘에 비해 4배 이상의 덩치를 자랑하는 거대 스톤 골렘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허물어졌다.

레이드를 진행한 20명 모두 크나큰 피해 없이.

“쳇. 가자.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그래. 가자.”

나처럼 성창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지켜보던 자들은 그 모습에 한마디씩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를 떴다.

마치 단 한명의 피해도 없는 것이 아쉽다는 듯이.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고 끝까지 그들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물론 ‘Forgotten Legend’의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에서 필드는 물론 결투장에서조차 타 유저를 향해 스킬을 포함해 주먹 한번 내지른 적이 없다.

마찰이 있어도 내가 먼저 피했고 애초에 그런 마찰이 생길 껀덕지도 만들지 않았고.

그렇기에 지금도 군말 없이 뒤로 발을 빼야 하는 것이 그전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당연한 상황이긴 했다.

아니, 솔직히 지금도 늦었다.

원래의 나라면 가장 먼저 3명의 성창 길드원이 주변 교통정리를 시작했을 때부터 미련 없이 발을 돌렸을 것이기에.

보스 몬스터를 빼앗겼다는 억울함?

없다.

애초에 내 것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저들 것도 아니라는 거지.’

하지만 성창 길드라는 곳은 주인 행세를 했고 실제 주인이 됐다.

“흐흐.”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 나왔다.

처음이기에.

게임을 하면서 무언가를 빼앗겼다는 불쾌감과 못마땅스러운 감정이.

그만큼 그간 게임은 나에게 안식처이자 휴식처였다.

도피처였고.

왜냐하면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 노력해도 손에 쥐어지지 않던 현실의 공부와 달리 게임은 내가 노력한 만큼, 공을 들인 만큼 보답을 주는 그런 합리적인 공간이었기에.

그렇기에 경쟁심이나 욕심을 내지 않았다.

내 1의 공은 꼭 1 아니, 가끔은 그 이상의 대가로 돌아왔으니까.

그래서 낼 필요도 없었고.

그런데 지금은 욕심이 났다.

그래서 마치 침을 발라 선점해 놓은 것을 남에게 빼앗긴 것 같은 불쾌한 감정이 몸을 휘감았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느껴보다시피하는 그런 감정과 욕심이 썩 나쁘지 않다는 점이었다.

‘좋아. 이러면 목표를 바꾸자! 단순히 오랫동안 게임에 매달리는 게임 폐인이 아니라 가장 꼭대기에 올라선 게임 폐인으로. 그래서 욕심내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위치로.’

물론 나도 조금 놀랐다.

그 전에 느끼지 못한 감정을 왜 이제 와서 느끼는지를.

뭐 얼추 예상가는 것이 있긴 있었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만든 시발점이 어디인지.

왜냐하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그전의 나의 자리는 수많은 유저 중에 한명이었다.

특출난 것 없는 수많은 유저 중에 한 명.

물론 현실에서는 금수저를 넘어서 다이아 수저로 특출난 자리인 것은 맞지만 게임만큼은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이라는 3개의 특성에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와 허수아비 파괴자라는 단 하나만 가져도 너끈히 상위 30% 아니, 못해도 10%를 넘볼 수 있는 것을 무려 5개나 갖고 있다.

즉, 아주 아주 특출난 자리.

지금 그 자리에 나는 앉아있다.

저벅저벅.

곧 나도 발을 뗐다.

차후를 기약하며.

왜냐하면 지금 당장 무언가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주 아주 멍청한 행동이기에.

그만큼 나는 가능하다.

남들보다 강해지는 것이.

그것도 월등하게 그리고 빠르게.

물론 보스 몬스터 레이드 성공을 자축하는 성창 길드를 바라보며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나에게 이런 욕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성창이란 곳에 꼭 보답을 하기로.

가령 보스 몬스터를 잡는데 뒤치기 같은 것으로.

< 그런데 이미 임자가 있다고?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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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 퀘스트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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