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3화 (13/271)

13화. 허수아비 파괴자.

저벅저벅.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다.

허수아비가 있는 수련장을 향해.

가장 큰 고민을 해결했기에 이제 남은 것은 열렙 뿐이니까.

그것도 신나게.

왜냐하면 나는 갓 게임을 시작하는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그런 초보가 아니다.

캉! 캉! 캉!

정확히 300개의 허수아비가 균일한 간격을 유지한 채 빼곡히 들어선 수련장.

그리고 그 수련장에는 허수아비를 두들기는 유저들이 존재했다.

벌써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인원이.

씨익.

그래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만큼 이 게임을 즐기는 자들이 많다는 것이고 나는 그들이 우러러보는 높은 자리에 올라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내 아이디 lumen(루멘)처럼.

곧 한적한 곳으로 움직여 허수아비를 향해 대충 몽둥이를 내질렀다.

허수아비의 몸통에 빨간색 점이 모습을 드러낸 곳을 향해.

캉! 캉! 캉!

그리고 빨간색 점에 성의 없이 대충 휘두르는 몽둥이가 그대로 박혀들었다.

‘그나저나 빨간색 점에 정확히 맞추는 것이 이렇게 쉬웠나?’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에서 항상 시작은 이 허수아비였기에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렇기에 지금 허수아비를 향한 공격이 무척 손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0레벨에 힘이 500, 체력이 500, 민첩이 500이라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보유한 효과일 테지만.

그리고 그렇게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허수아비의 몸통에 드러난 빨간색 점을 두들길 때 메시지가 울렸다.

[연속 10연타에 성공하였습니다.]

똑같은 3번의 경험이 있기에 시간이 지났어도 안다.

7회? 혹은 8회가 내 마지노선 이었다는 것을.

아니, 나뿐만 아니라 0레벨의 정상적인 상태창을 보유했다면 그게 마지노선.

물론 그냥 가벼이 넘길 수 있는 메시지라면 메시지다.

하지만 안다.

저 메시지는 붉은점을 놓치는 순간 뜨는 메시지라는 것을.

7회 혹은 8회쯤에 더 이상의 연타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그 7, 8회 연타에 따른 추가적인 경험치를 준다는 식으로.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에서 항상 그랬듯이.

캉! 캉! 캉!

물론 크게 개의치 않고 허수아비 몸통에 모습을 드러낸 빨간점을 연신 두들겼다.

그때는 몰라도 지금의 나에게는 굉장히 느려 터졌기에.

[연속 20연타에 성공하였습니다.]

[연속 30연타에 성공하였습니다.]

[연속 40연타에 성공하였습니다.]

캉! 캉! 캉!

호승심.

처음에는 크게 신경을 안 썼는데 그게 20회, 30회 그리고 40회 넘어서자 호승심이 크게 일었다.

물론 많은 연타에 성공한다고 어떠한 보상을 준다는 내용은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하지만 열심히 해서 얻은 보상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바로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그리고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라는 호칭까지.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처음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빨간점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오른손이 저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게 40회를 넘어서자 눈보다 빠른 속도로 빨간점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라졌다.

즉, 이제부터는 눈으로 보고 치는 것이 아닌 예측이라는 감각이 필요한 상황.

씨익.

그래서 웃었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기에.

왜냐하면 내가 할 만큼은 다 했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운의 영역.

그래서 웃으며 몽둥이를 허수아비의 머리통을 향해 내리쳤다.

만약 여기에 빨간점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겸허히 실패를 받아들일 각오를 하며.

그런데 그때 모습을 드러냈다.

빨간점이.

그것도 내가 예측했던 머리통위로 정확히.

캉!

그렇게 41번째 연타에 성공했다.

머엉.

‘Revival Legend’를 갓 시작하거나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키우던 유저들은 자신들이 연신 내리치던 허수아비에서 눈을 떼고서 멍하니 다른 곳을 주시했다.

캉! 캉! 캉! 캉! 캉! 캉! ······ 캉! 캉! 캉!

자신들과 같은 몽둥이를 들고 연신 허수아비를 두들기는 자를.

그것도 끊임없이.

“저게 말이 되냐?”

“글쎄. 내가 생각했을 때는 불가능해야 하는데...”

“혹시 고레벨인가? 심심해서 저 지랄을 하는.”

“야. 수련장 입장 가능한 레벨이 최대 9레벨이야. 5레벨부터는 경험치도 확 줄고 그것도 10레벨이 되면 자동으로 수련장 밖으로 튕긴다고. 더욱이 저 몽둥이를 바봐. 우리랑 똑같은 거야. 즉, 막 시작한 초보 유저라는 거지.”

“그럼 저건 뭔데?”

“.......”

친구의 반박에 큰 목소리고 말하던 자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봐도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 했기에.

물론 비단 그들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수련장에서 허수아비를 두들기던 약 50명에 가까운 인원 전부 현란한 몽둥이질을 지켜봤다.

멍하니 눈을 뜨고서.

캉! 캉! 캉!

예측 성공, 성공, 성공. 그리고 성공.

몽둥이를 휘두르면서도 나도 모르게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 몽둥이를 휘두르는 곳은 순전히 내 감이기에.

애초에 너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붉은점이라서 생각이란 것을 할 틈도 없었고.

그리고 그 직감은 10번 연속 성공을 했다.

50번째 연타를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그리고 50번째 연타를 당한 허수아비는 그전과 다른 소리를 냈다.

‘캉!’ 이 아닌 ‘쾅!’으로.

물론 소리로만 그치지 않았다.

푸스스.

그렇게 단단함을 자랑했던 허수아비가 먼지가 되어 바닥으로 흩뿌려졌다.

메시지와 함께.

[허수아비 연속 50연타에 성공하였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잔여 스탯포인트 200개를 획득합니다.

-호칭 : 허수아비 파괴자를 획득합니다.]

[허수아비로 획득 가능한 최대 레벨인 10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10레벨 달성으로 인하여 스킬 습득이 가능합니다.

-최초 스킬포인트 3개가 제공됩니다.]

[10레벨에 도달하였습니다.

-수련장에서 강제로 벗어납니다.]

순간 눈앞이 어그러졌다.

하지만 그 상황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많이 경험했던 일종의 이동되는 현상이기에.

물론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기도 했고.

홍주영이 사라진 수련장.

“헉!”

“허수아비가...”

“박살이 나?”

이곳에 있는 모두는 허수아비가 박살이 나는 장면을 보고 두 눈을 부릅떴다.

한 번도 그게 가능하다고 들은 적도 없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기에.

“씨팔. 허수아비 연타는 원래 7회, 8회가 끝 아니야?”

“아냐, 정확히 9레벨에 체력하고 민첩에 스탯을 전부 투자하면 최대 15회가 맥스로 알려져 있어.”

“15회? 내가 본 것만 해도 30회는 넘던데?”

“나는 40회.”

“.......”

“.......”

“.......”

30회와 40회가가 넘었다는 말에 주변에 침묵이 자리했다.

그들도 봤으니까.

30, 40회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것을.

“그런데 얼굴 봤어?”

“아니, 난 그 현란한 몽둥이질에 심취해서.”

“나도.”

“젠장. 얼굴을 봤어야지! 허수아비를 박살낼 정도면 장난 아닐 거라고.”

“그럼 너는 뭐했는데? 너는 봤어?”

옆의 동료의 반박.

그러자 화를 내던 자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나도 그 몽둥이질에 심취해서...”

그렇게 이미 홍주영이 모습을 감췄지만 코툼성의 수련장에서는 쉽사리 소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나열된 300개의 허수아비 대열에서 이빨하나 빠지듯 모습을 감춘 허수아비가 있던 곳을 바라보며.

“호칭 확인. 허수아비 파괴자!”

수련장에서 강제로 이동되자마자 곧바로 외쳤다.

[호칭 : 허수아비 파괴자.

-허수아비를 파괴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호칭이다.

: 생명력 10만 증가.

: 마나 10만 증가.

: 모든 스탯포인트 200씩 증가.]

“.......”

물론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호칭.

하지만 그것은 과해도 너무 과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좋았던 ‘격투장의 제왕’이나 ‘철벽 수문장’같은 호칭을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흔하디흔한 것으로 만들 정도로.

그래서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를 논외로 치면 지금 얻은 ‘허수아비 파괴자’는 위의 2개의 호칭과 엇비슷한 위력을 보여줬다.

고작 0~9레벨이 이용 가능한 허수아비를 파괴함으로써.

하지만.

‘아닌가? 나 정도의 능력을 가진 10레벨 미만은 아예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할 테니까. 거기에 마지막 10회는 완전 운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다른 한편으로는 이 호칭을 얻는 것이 ‘격투장의 제왕’이나 ‘철벽 수문장’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강하면 강할수록 얻을 확률이 높지만 허수아비 파괴자는 10레벨 미만만 획득 할 수 있는 제한이 있기에.

그 이상의 레벨은 아예 도전할 기회조차 없는.

씨익.

그래서 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러졌다.

허수아비 파괴자라는 호칭으로 얻은 막대한 이득 외에도 50회 연타로 잔여 스탯포인트를 무려 200개나 얻었기에.

당연히 동반 성장을 생각하면 200개는 500개로 뻥튀기 되는 거고.

“상태창 확인.”

그렇게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상태창을 열었다.

< 허수아비 파괴자. > 끝

ⓒ basso77

=======================================

< 본격적인 발걸음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