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설정 완료.
쿵.
곧 발바닥으로 현실과 똑같은 실제로 땅을 밟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가상현실을 통한 감각.
하지만 그 오랜만의 감각보다 중요한 것이 있기에 곧바로 입을 열었다.
“상태창 확인!”
과연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궁금했기에.
[이름 : lumen
레벨 : 0
죽인 횟수 : 0,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생명력 : 350000/350000 마나 : 350000/350000
힘 : 510 민첩 : 510 체력 510
정신력 : 510 지력 : 510
잔여 스탯포인트 : 1000
잔여 스킬포인트 : 3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
분명 0레벨.
즉, 갓 시작해 아직 발걸음도 떼지 않은 상태나 마찬가지.
그런데 화려해도 너무 화려했다.
아니, 단순히 화려하다는 수준으로 치부하기에는 화려하다는 단어가 내 상태창의 반의반도 표현해 주지 못했다.
그만큼 눈앞에 드러난 상태창은 기본적인 상식이라는 것을 파괴하는 수준이었으니까.
특히나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를 경험한 적이 있고 거기에서 최고 300레벨까지 찍은 적이 있다.
그래서 더욱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0레벨이 300레벨과 엇비슷했기 때문에.
물론 정확히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의 5개 수치의 총합만 따지면 300레벨 때가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때는 레벨도 레벨이지만 그 레벨대에 맞는 아이템 착용으로 증가한 스탯량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있다.
어디에도 투자하지 않은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그리고 그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는 단순히 1000개가 아니다.
2500개지.
왜냐하면 나에게는 동반 성장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것을 떠나 생명력과 마나양은 0레벨인 지금이 훨씬 높다.
그래서 한참을 더 상태창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봐도 봐도 전혀 질리지가 않았기에.
더욱이 광휘, 광명을 뜻하는 lumen(루멘)이라는 아이디와도 너무나 잘 어울리기도 했고.
‘Revival Legend’에 접속한 지 30분 째.
“흠.”
물론 멍하니 30분간 상태창만 들여다본 것은 아니다.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에서 그랬듯 인벤토리에서 몽둥이를 꺼내 허수아비를 두들기러 가기 전에 정할 것이 있었다.
바로 동반 성장의 모체가 될 스탯과 그 모체에 종속되어 똑같이 100%로 성장할 첫 번째 스탯과 50%로 성장할 두 번째 스탯을.
왜냐하면 동반 성장을 설정하지 않으면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하기에.
물론 이미 정답은 나와있는 거나 마찬가지이긴 하다.
동반 성장 이전에 받은 것이 있기에.
바로 ‘아이스 맨’이라는 특성.
다른 것을 다 떠나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위력을 30% 증가시켜주는 어마어마한 능력.
그렇기에 이 능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멍청이 중의 멍청이일 수밖에 없다.
즉, 동반 성장의 모체가 될 스탯은 지력.
당연히 전투 스타일도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고민을 하는 이유는 이 지력과 함께 100%로 성장할 첫 번째 스탯과 50%로 성장할 두 번째 스탯을 아직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0레벨임에도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라는 호칭과 3차 클로즈 베타의 유일한 만렙 달성으로 받은 보상으로 총 35만에 달하는 생명력과 역시나 35만에 달하는 마나량은 고민을 더 부추겼다.
왜냐하면 그 양은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의 최대 생명력과 최대 마나량의 2배에 가까운 양이기에.
0레벨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력을 모체로 하고 100%로 함께 성장할 첫 번째 스탯을 힘, 50%로 성장할 두 번째 스탯을 민첩으로 하는 상상을.
그러면 당연히 높은 지력과 아이스 맨의 영향으로 내 아이스 계열의 마법 공격은 엄청난 대미지를 보여줄 것이다.
거기에 지력과 동등한 힘으로 아이스 계열의 마법 공격 외에도 물리 공격 또한 엄청난 위력을 보일 것이고.
어지간한 궁수나 암살자 이상의 몸놀림을 선보이며.
그럼 완성된다.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에서 한창 유행을 탄 일명 마검사라 불리는 클래스가.
더욱이 시중에서는 마검사라고 떠들지만 결국은 이도저도 아닌 불량품 같은 마검사가 아닌 정말로 마법 공격과 물리 공격 양측으로 그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완전체의 마검사가.
하지만.
‘흠... 내가 꼭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나?’
물론 솔직히 겉모습만 봤을 때 마검사는 굉장히 멋있다.
한손에는 검을 그리고 다른 한손에는 얼음이나 불, 전기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모습은 시선을 확 끌기에.
그렇기에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에서도 꽤나 많았다.
나조차 살짝 혹할 정도로.
그래서 만약 ‘아이스 맨’이라는 특성만 없다면 나도 과감히 마검사 쪽으로 나갈 생각이 조금은 있다.
단순히 멋 때문이 아니라 동반 성장이라는 그래서 진짜 마검사의 능력을 보여줄 특성이 있기에.
하지만 아이스 맨의 30% 아니, 단순히 30%가 아닌 무려 30%의 위력 증가는 내 특화 분야를 명확히 마법 쪽으로 만들어 놨다.
왜냐하면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스킬과 아이템을 더 좋은 것으로 구비할수록 그래서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30%의 증가는 남과 현격하게 격이 다른 능력을 보여줄 테니까.
그리고 3차 클로즈 베타 당시 최대 레벨인 300레벨을 달성하고도 겨우 15만을 넘는 생명력은 꽤나 큰 아쉬움을 자아냈다.
더욱이 지력에 몰빵하고 체력보다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한 정신력 때문에 마나량도.
물론 그게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 아니, 모든 마법사 클래스의 전형적인 모습이긴 했다.
그래서 정말 조심했다.
사냥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도.
까딱 실수로 죽으면 고작 2주간의 기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정확히 24시간 접속이 불가능했기에.
그게 아무리 클로즈 베타였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나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거나 감수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스릴을 즐기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래서 더 원했다.
생명력을.
그리고 원 없이 스킬을 사용 아니, 남발할 수 있을 정도의 마나량도.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조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기에.
여기서 더 늦는다고 격차가 확 벌어질 그런 껀덕지 자체도 없고.
1시간 뒤.
“흠. 역시 그쪽이 낫지?”
대체적으로 모든 게임의 전투 스타일은 3종류다.
바로 딜러, 탱커, 서포터.
그중에 거의 솔로잉을 하는 내 포지션은 딜러일 수밖에 없다.
우선 몬스터를 잡아야 하니까.
그리고 딜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공격력.
그래서 딜러이자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인 나에게 공격력이 부족한지를 떠올려봤다.
그리고 판단했다.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아니, 아이스 맨을 비롯해 여러 가지 얻은 보상을 생각하면 부족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을 압도할 정도로 남아도는 수준.
그것도 어마어마한 격차로.
그렇기에 더 이상의 공격력은 딱히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나 ‘아이스 맨’이라는 버프를 받는 마법 공격에 훨씬 못 미치는 물리 공격은 더더욱.
그러자 시선은 체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생명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만큼 생명력은 어떤 사냥터든 아니면 어떤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든 그리고 한 번도 경험치 않은 결투장을 이용하든 절대적 안전을 담보해주는 바로미터기에.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지력 다음으로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스탯.
물론 이건 나뿐 만이 아니다.
어지간한 물리 계열이든 마법 계열이든 생명력은 필수다.
그렇기에 나 혼자만 지력은 몰라도 정신력보다 체력을 더 우선순위에 둔 것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마법사 계열이 그랬다.
아이템도 정신력보다 체력을 우선순위에 둘 만큼.
특히나 나에게는 뼈아픈 경험이 있다.
바로 넓은 범위를 얇게 아는 고등학교까지의 수업과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대학교의 수업.
그래서 실패했었다.
몰랐기에.
아니,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좋아. 한 우물만 파자. 마검사를 하려면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지근거리에서 싸우다보면 더 많은 생명력과 방어가 필요하고 위험이 배가되는 것은 사실.
거기에 각자 사용할 스킬이 다르기에 스킬도 양분될 수밖에 없다.
그냥 가까이서 무기만 휘두른다고 마검사가 아니니까.
그래서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한 곳을 아주 깊게 파자고.
지각을 뚫고 멘틀을 지나 외핵과 내핵마저 뚫어버릴 각오로.
그리고 그런 수준이 된다면 괜히 지근거리에서 검 같은 무기를 휘두를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래서 곧바로 입을 열었다.
“동반 성장 설정.”
[특성 ‘동반 성장’을 활성화 합니다.
-모체가 될 스탯을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한번 설정한 스탯은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
“지력 선택.”
모체가 될 스탯은 지력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것은 한치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모체가 될 스탯을 지력으로 선택하였습니다.
-모체의 100%로 함께 성장할 첫 번째 스탯을 설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체력!”
1시간에 가까운 고민을 했기에 메시지의 물음에 곧바로 대답했다.
체력은 생명력의 증가도 증가지만 스태미나, 피로도 거기에 방어까지 전방위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에.
[-모체의 50%로 함께 성장할 두 번째 스탯을 설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신력.”
정신력도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정신력이 높을수록 마나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스킬 쿨타임 감소와 마법 방어 그리고 상태이상을 초래하는 여러 디버프를 효과적으로 방어해 주기에.
그래서 솔로잉을 한다면 정신력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몬스터는 몰라도 7인팟 이상의 적을 마주한다면 그 속에는 전문적으로 디버프를 거는 유형은 없을지 몰라도 서포터로 어느 정도 디버프를 사용하는 자가 꼭 있었기에.
[특성 ‘동반 성장’의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모체 : 지력.
-모체에 귀속되어 100%로 함께 성장할 첫 번째 스탯 : 체력.
-모체에 귀속되어 50%로 함께 성장할 두 번째 스탯 : 정신력.
-설정 완료로 앞으로 경험치 획득을 통한 레벨업이 가능해집니다.]
그렇게 1시간이 넘는 고민 끝에 첫 스타트를 끊었다.
< 설정 완료.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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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아비 파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