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망해버린 게임회사.
3차 클로즈 베타를 시작 한지 1주일 째.
“이렇게 사람이 팍팍 줄을 수가 있나?”
분명 첫날에는 꽤 많았다.
어딜 가나 손쉽게 사람들과 마주칠 정도로.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숫자가 확 줄어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게임사가 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물론 그 와중에도 사냥을 멈추지는 않았다.
정말로 내 예측대로 3차 클로즈 베타의 만렙은 300레벨이었고 기한은 여전히 2주만 주어졌기에.
그래서 밥 먹는 시간은 5분.
거기에 잠자는 시간도 하루에 2~3시간 이하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2주안에 300레벨 달성은 요원해 보였기에.
물론 1주일 연속된 이런 강행군에 몸이 찌뿌둥하고 항상 피곤에 절어 지내는 것은 당연 지사.
하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클로즈 베타의 진행기간인 2주가 끝나면 남은 방학 기간 동안 기억력과 집중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것?
아니다.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것.
“크크크. 아이스 필드! 쏟아져라. 우박이여!”
그렇게 멈추지 않고 사냥에 열중했다.
대다수의 유저들이 무슨 클로즈 베타에 노가다가 이렇게 심하냐며 게임사를 욕하는 것을 무시하면서.
3차 클로즈 베타가 종료되기 1시간 전.
“나의 적을 억압하라. 얼음 감옥!”
쾅! 쾅! 쾅!
“인. 간. 죽. 인 다.”
“이. 숲. 에. 들. 어. 온. 자. 는. 살. 아. 나. 가. 지. 못. 한. 다.”
“흥! 누가 살아 나갈지는 보자고. 아이스 필드. 거기에 중첩 살얼음!”
3차 클로즈 베타의 가장 많은 경험치를 주는 저주받은 숲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곳의 터줏대감인 저주받은 엔트들을 상대로 아이스 계열의 마법을 난사했다
물론 내 아이스 계열보다 파이어 계열에 더 특화된 사냥터.
하지만 크게 무리는 아니었다.
워낙 저주받은 엔트들이 느렸기에.
거기에 내 아이스 계열에서 파생되는 동상 때문에 더 느려졌고.
곧 얼음 감옥에 갇힌 엔트들과 느린 걸음을 보이는 엔트들 위로 광역 스킬 우박을 사용했다.
그러자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저주받은 엔트들은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울렸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메시지가.
[레벨이 올랐습니다.]
털썩.
분명 방금 전까지는 온 몸에 긴장감을 채우고 사냥에 몰두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없이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마지막 300레벨을 알리는 메시지이기에.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아니, 이틀.
정확히 이틀 전부터는 수면을 취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만렙 달성이 간당간당했기에.
그래서 더 죽자 살자 사냥에 매달렸다.
아예 처음부터 포기했으면 모를까 이렇게 죽자 살자 해놓고 혹여나 299레벨 아니면 298레벨에 3차 클로즈 베타가 종료된다면 그것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테니까.
“읏차.”
무릎에 힘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저주받은 엔트들이 리스폰 될 것이기에.
그리고 빠른 속도로 저주받은 숲을 빠져 나왔다.
휘이잉.
한산했다.
물론 채 1시간도 남지 않은 3차 클로즈 베타의 종료 시간.
그렇기에 사냥터에 유저들이 없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도시에도 없었다.
분명 1차, 2차 때는 종료를 앞두고 가진 아이템의 운을 시험한다고 강화 시도를 하던 자들과 가장 효율적인 스킬트리를 찾겠다는 자들이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사용자 확인.”
-현재 게임 사용자는 1명입니다.
“.......”
1명.
시스템이 말하는 1명이 누구인지 알기에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휴. 이 게임은 오픈도 못하고 망하겠군.”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내 몸이 처음의 그 밀밭으로 이동되며 메시지가 울렸다.
3차 클로즈 베타의 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Forgotten Legend의 3차 클로즈 베타가 마무리 됐습니다.
:
:
참여해주신 모든 유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차가 끝날 때도 그리고 2차가 끝날 때도 다음 클로즈 베타를 알리는 메시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없었다.
즉, 3차가 마지막.
물론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이제 남은 것은 정식 오픈.
하지만 메시지가 말한 현재 게임 사용자가 1명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렸다.
이정도의 유저수로 정식 오픈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이기에.
곧 내가 설정한 사방이 물로 막힌 작은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상현실 접속기 종료.”
-가상현실 접속을 종료합니다.
우선은 끝이 났기에 접속을 종료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바로 옆에 놓인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분명 생겼을 기억력과 집중력을 활용하는 것?
거기까지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졸렸다.
2주 전부터 하루에 많아야 2~3시간의 숙면밖에 취하지 않았는데 2일전부터는 아예 숙면을 취하지 않았기에.
쿠울.
그렇게 잠에 빠져 들었다.
머릿속으로는 ‘Forgotten Legend’라는 게임이 정상적으로 오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수개월 뒤.
20XX년 대학수학능력 시험.
쉬웠다.
모든 문제들이.
물론 창의력을 요하는 몇몇 문제들에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지만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들의 짜깁기로 큰 무리는 없었다.
더불어 제2 외국어도 선택했다.
바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그래서 신청자가 제일 적은 러시아어로.
물론 러시아에 영어 거기에 아랍어와 중국어 등도 아예 사전 통째로 암기를 했다.
그래서 제2 외국어로 중국어와 아랍어 등의 선택이 충분히 가능했지만 돋보이고 싶었다.
남들이 기피하는 것으로.
물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2차 클로즈 베타를 마치고서 수능 대비를 상당량 해놨기에 3차 클로즈 베타 때에는 꽤 시간이 남아돌았다.
그래서 시선을 외국어로 돌렸다.
유창하게 외국어를 하는 것만큼 멋있어 보이는 것이 없었기에.
여하튼 그렇게 남들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시험을 푼 것은 물론이고 제2 외국어마저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어진 가채점.
당연히 만점이 나왔다.
교과서와 EBS를 비롯한 유명한 학습지 거기에 강남 대치동의 간판 강사들이 건네준 족보와 문제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온전히 머릿속에 집어넣었기에.
하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아예 사라졌으니까.
‘Forgotten Legend’의 홈페이지 자체가.
“흠. 역시 미리 손을 썼어야 했나?”
과거의 나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빠에게 말하면 충분히 그 게임 회사 정도는 인수할 정도는 됐다.
수십억 정도는 아주 적은 돈이기에.
하지만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 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혹여나 내 간섭으로 그간 얻었던 것들이 전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었다.
우선 눈앞에 닥친 수능이 더 중요하기도 했고.
그러다 손도 써보기 전에 망해버렸다.
3차 클로즈 베타를 종료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물론 그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 쌓은 지식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후. 좋아. 이건 나중에 내가 다시 파헤쳐보면 되니까.”
비밀.
이것이 나한테만 일어나는 현상인지 아니면 나와 같은 케이스가 있는지 불분명했다.
더욱이 남에게 말할만한 성질의 일도 아니고.
그래서 내 한마디면 그것을 알아봐줄 사람이 지천에 널렸음에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입학을 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로.
그것도 전체 수석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완벽한줄 알았다.
어마어마한 지식은 물론이고 몇 개의 외국어도 전부 마스터 했기에.
하지만 그것이 오산이었다는 것을 아는데 필요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애덤 스미스는 일명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고전 경제학의 기초가 된 [국부론]을 저술합니다. 그는 경제학의 관찰 영역을 지배자의 이해관계에서 계급간의 이해관계로 전환을 시도했죠.”
“.......”
멍하니 교단 위의 교수를 쳐다봤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멍하니.
그러다 끝난 수업시간.
“그럼 다음 시간은 토지와 자본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미리 예습을 해오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교수의 말에 응답하는 동기들.
하지만 나는 못했다.
왜냐하면 분명 수석으로 입학을 했음에도 교수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에.
쿵.
순간 머리를 그대로 책상에 떨구었다.
‘멍청했어. 너무 멍청했어. 제2 외국어가 문제가 아니었다고!’
집안 사정과 형과 누나에 비추어보면 내 진로는 당연히 경영학과.
그럼 준비를 해야 했었다.
수능과 제2 외국어에 파묻혀 있을 것이 아니라 대학교에서 배울 경영학에 대해서.
하지만 그때는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결승점을 수능으로 잡았기에.
그래서 수능만 잘 보면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 될 줄 알았다.
이렇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서.
“주영아 밥 먹으러 가자.”
“맞아. 밥 먹을 시간이 됐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인기인.
대학 내에서 나는 무척이나 인기인이다.
금수저 아니, 거의 다이아몬드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기에.
거기에 서울대에 수석 입학을 할 정도로 똑똑한 것은 덤이고.
“아냐. 고민할 것이 있어서. 너희들 먼저 가.”
“그래?”
“알았어. 그나저나 좀 쉬엄쉬엄해. 너 요새 얼굴빛이 안 좋아.”
“하하하. 그래.”
대학교에 와서 안면을 튼 친구들의 말에 너털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친구들을 물리고 한참을 더 그 자리에 앉아서 생각을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중간고사 때문에 더욱더.
분명 들통 날 것이다.
‘씨팔! 씨팔!’
절로 욕설이 나왔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들고 ‘Forgotten Legend’를 검색했다.
딱 한번.
딱 한 번의 기회만 더 있으면 되기에.
그럼 앞으로의 필요한 지식을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터벅터벅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학을 위해.
도저히 지금 상태에서 중간고사를 볼 자신이 없었다.
< 망해버린 게임회사.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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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val Legend (되살아난 전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