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6화 (6/271)

6화. 2차 그리고 3차 클로즈 베타 (2).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퍼버벅.

“케엑!”

“키힉!”

3개의 얼음 화살이 정확히 2마리의 거대에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울리는 메시지가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흠.”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

그래서 분명 방금 전보다 강해졌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입 밖으로는 침음이 새어나왔다.

왜냐하면 의문이 생겼기에.

바로 2차 클로즈 베타가 진행되는 기간인 2주.

그 기간은 1차 클로즈 베타와 똑같았다.

하지만 차이점은 있다.

바로 만렙 제한이 1차의 2배인 200레벨이라는 것.

처음에는 경험치 획득이 좀 더 유리하거나 혹은 퀘스트나 빠른 레벨업을 위한 몬스터가 준비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똑같았다.

물론 1차 클로즈 베타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이 공개가 됐기에 획득 가능한 경험치가 증가한 것은 사실.

그런데 그만큼 내 레벨이 오르면서 다음 레벨을 위해 필요한 경험치 양이 증가했기에 큰 효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씨익.

언제 침음을 흘렸다는 듯이 곧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솔직히 1차 클로즈 베타 때의 만렙인 100레벨을 찍는 것은 너무 쉬웠기에.

그래서 이정도 난이도는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뭔가 달성할만한 목표가 생겼기에.

그렇게 더욱더 사냥에 빠져들었다.

100레벨 때보다 더 강해질 내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스 필드!”

[거대거미들에게 이동속도 20% 감소 디버프를 입혔습니다.]

다른 동급의 아이스 마법에 비해 대미지는 약하지만 무려 20%의 이동속도 감소가 있는 아이스 필드.

그렇기에 자주 사용했다.

특히나 거대 거미처럼 단체로 움직이는 몬스터를 사냥할 때는 필수적으로.

그리고 그 위에 현재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했다.

“쏟아지는 우박!”

후두두두.

“키엑!”

“끄엑!”

내 주먹보다 약간 작은 우박들.

그것이 아이스 필드 때문에 느려진 거대 거미들 위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물론 광역 스킬이기에 대미지는 단일 스킬에 비해 약한 것은 사실.

하지만 1차 클로즈 베타처럼 레벨업 후에 얻은 잔여 스탯포인트는 대부분 지력에 투자했고 아이템도 대부분 최우선적으로 지력을 올려주는 것을 착용했다.

그래서인지 거대 거미들은 아이스 필드와 우박을 피해 내 근처까지 다가오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크크크.”

하나둘씩 거대 거미들이 쓰러지며 경험치와 골덴링 거기에 간간히 잡템을 드랍하는 것을 보고 절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으니까.

그렇게 남들은 노가다성이 더 짙어졌다며 불평불만을 쏟아 낼 때 나는 잠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연신 사냥에 몰두했다.

2주 뒤.

[-Forgotten Legend의 2차 클로즈 베타가 마무리 됐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유저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곧장 처음의 밀밭으로 이동되며 울리는 메시지.

후련하게 그 메시지를 확인했다.

왜냐하면 달성했다.

2차 클로즈 베타의 만렙인 200레벨을.

태반이 만렙 달성을 포기한 와중에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그만큼 나에게는 무척이나 즐거운 사냥이었다.

그래서 게임상에 만난 다른 유저들이 사냥에 싫증을 내는 것이 이해가 안 갔다.

왜냐하면 사냥을 통해 나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몬스터를 잡으면 꽝이 없다.

몬스터의 레벨에 따라 적고 많음의 차이는 있지만 무조건 경험치를 주고 골덴링에 잡템을 줬다.

어떤 때는 생각 이상의 아이템을 주기도 하고.

절대 손해 혹은 무용이 아닌 오로지 이득만 있는 상황.

그런데 그게 왜 싫증이 나고 지루하다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재미있고 이렇게 흥미진진한데.

더욱이 이번은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하는 200레벨 만렙이라는 난이도도 있었고.

어쨌든 이번에도 의도치는 않았지만 또다시 유저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도 그냥 상위권이 아닌 최상위권으로.

그래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위한 요청도 많았고 결투장의 대결에 같은 팀을 짜자는 요청도 많았다.

그 중에 결투장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승낙을 해서 1차 클로즈 베타처럼 모든 콘텐츠를 즐겼다.

그리고 만족했다.

오히려 1차 클로즈 베타 때보다 더.

곧 완전히 ‘Forgotten Legend’를 종료하고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책상에 다가섰다.

“후...”

의자에 앉아 조용히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여전히 2주전 이후로 단 한 번도 진도가 나가지 않은 화학 공식 노트를 바라보며 입으로 되뇌었다.

암기만이 답이니까.

물론 속으로 빌고 빌었다.

그때처럼 기적이 일어나기를.

그리고 채 3분도 되지 않아서 입가에 미소를 그릴 수 있었다.

도통 외워지지 않던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머릿속에 속속 박혀들었기에.

그때처럼 바짝 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

그때처럼 어마어마한 칭찬을 받았다.

아빠를 비롯해 여러 강사들과 엄마와 형, 누나에게마저도.

아니, 그때보다 더.

왜냐하면 그때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효율적인 공부를 하지 못했었다.

외워지지 않던 것들이 외워진다는 들뜬 마음에 공부 외에 이것저것 손댄 것도 많고.

하지만 이번이 2번째.

나 스스로 똑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생각이 없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기에 이번에는 정말 최대한의 효율을 이끌어내기 위해 2주간의 게임보다 열심히 아니, 더 치열하면서 체계적인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

특히나 암기 위주의 것들은 확실하게.

아예 교과서 전부를 암기하듯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은 물론이고 문제 자체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물론 그러다 부작용 같은 현상을 겪기도 했다.

바로 코피를 철철 쏟아내고 그 상태로 기절을 하는 현상을.

난리가 난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그 여파는 다음날 까지도 미쳤다.

머리가 연신 지끈지끈거림으로써.

더 이상 기억력과 집중력이 발휘가 되지 않았고.

하지만 그 다음날에 다시 원상복귀가 됐기에 어느 정도 텀을 뒀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빠와 엄마, 형, 누나 그리고 강사들의 두 눈을 부릅뜨게 만들 정도는.

절로 어깨가 으쓱거리는 상황.

더욱이 인 서울을 목표로 했지만 이제는 SKY를 목표로 해도 될 거라는 여러 강사들의 말에 분위기는 한층 더 들뜰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이젠 100%야.”

물론 딱 2개의 표본.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데는.

그리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왜냐하면 바로 3차 클로즈 베타가 남아있기에.

1차때 종료하면서 2차를 기다리라는 메시지가 뜬것처럼 이번 2차를 종료하며 분명 3차를 기대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래서 고민이 되는 것이 있었다.

“흠. 아빠한테 말해서 Forgotten Legend를 개발하는 회사를 사자고 해야 하나?”

미친척하고 조르면 그 회사를 통째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충 확인해 보니 Forgotten Legend외에 다른 게임을 개발하지도 유통하지도 않은 신생 회사였으니까.

하지만 알고 있다.

욕심은 화를 부르고 그러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선 결정을 내렸다.

3차 클로즈 베타 때까지는 참기로.

물론 이 믿기지 않는 현상에 대한 의문도.

6개월 뒤.

초조해 하지 않았다.

1차 클로즈 베타도 방학, 2차 클로즈 베타도 방학. 그렇다면 3차도 방학일 확률이 높으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2차 클로즈 베타를 끝낸 방학 기간 동안 해놓은 것이 많았기에 공부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후우. 이제 10분 남았네.”

항상 메시지는 저녁 8시 30분에 왔다.

정상적인 게임 회사라면 메시지를 보내기에는 얼토당토않은 시간대.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시간에 신경 쓰기에는 ‘Forgotten Legend’가 가져다주는 기이함이 어마어마하기에.

부들부들.

분명 확신하지만 그래도 몸이 살짝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하염없이 시계만 쳐다봤다.

마치 1초가 하루인양 느릿느릿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리고 정확히 8시 30분에 시계바늘이 멈춘 순간 울렸다.

띠링.

기대하던 메시지 알람음이.

곧바로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다.

“흐흐흐.”

메시지에는 적혀 있었다.

3차 클로즈 베타의 진행과 함께 항상 받던 12자리의 무의미한 알파벳이.

곧바로 미리 준비해놓은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리고 ‘Forgotten Legend’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메시지에 함께 온 12자리의 무의미한 알파벳을 입력하자 2차 클로즈 베타 때처럼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되기 시작했다.

항상 그렇듯 7시간으로.

그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컴퓨터 옆에 놔두고 침대로 가서 편히 몸을 누웠다.

왜냐하면 순전히 추측이지만 3차 클로즈 베타의 만렙은 300레벨일 가능성이 커보였기에.

그리고 만렙이 300레벨로 증가했음에도 거기까지 달성하는 데는 굉장히 불친절할 가능성이 높고.

2차 클로즈 베타에서 그랬던 것처럼.

“해야지. 무조건 만렙은.”

물론 ‘Forgotten Legend’의 클로즈 베타가 만렙을 달성하라는 퀘스트 같은 것을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왠지 1차와 2차 클로즈 베타에서 만렙을 달성했기에 그런 괴상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리고 미신을 믿듯 나도 모르게 그것을 믿게 됐다.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물론 오로지 그것 때문에 만렙을 달성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다.

사냥이.

그리고 그로인해 내가 점차 강해진다는 것도.

“그럼 이제 자자.”

내일부터는 어쩌면 잠자는 시간도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기에 그날은 그렇게 일찍 잠에 들었다.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라도.

다음날 10시.

“후우.”

업데이트가 완벽히 끝난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머리에 착용했다.

항상 하던 점심시간의 알람 설정도 하지 않고.

왜냐하면 미리 선전 포고를 했다.

이번 방학은 나에게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그러니까 나를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아마 내 성적이 방학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겠지만 이미 2번이나 증명을 했기에 아빠를 비롯해 그 누구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실행.”

-가상현실 접속기를 실행합니다.

< 2차 그리고 3차 클로즈 베타 (2).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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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해버린 게임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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