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4화 (4/271)

4화. 1차 클로즈 베타 종료.

푹! 푹!

꾸엑. 꾸엑.

[레벨이 올랐습니다.]

“굿!”

약간의 관통력이 붙어있는 아이스 볼트.

그래서인지 겹쳐져있던 오크 2마리의 머리통을 한 번에 관통하며 일타쌍피를 만들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상태창 확인.”

[이름 : lumen

레벨 : 11

칭호 : 없음.

생명력 : 1200/1200   마나 : 1200/1200

힘 : 10      민첩 : 10      체력 10

정신력 : 10      지력 : 120

잔여 스탯포인트 : 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없음.]

레벨이 오를 때마다 체력과 정신력에 스탯포인트를 투자하지 않았음에도 기본적으로 생명력과 마나가 100씩 증가했다.

그래서 기본 100, 100이었던 생명력과 마나가 11레벨이 됨으로써 모두 1200으로 변했다.

그 외 잔여 스탯포인트는 레벨업당 10개가 주어졌고.

그리고 그것을 10레벨까지 100개는 물론이고 방금 11로 레벨업을 함으로써 획득한 10개마저 지력 하나에 전부 투자했다.

오로지 마법 공격력 하나만 보고 가는 극단적인 케이스.

그래서 여전히 성문 주변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나보다 늦게 온 자들이 대충 8~9레벨을 만들고 조금 더 외곽으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나를 앞서 나간다는 불안감?

없다.

나에게 게임은 일종의 안식처이지 새로운 경쟁을 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니까.

물론 그런 생각과 다르게 광명, 광휘를 뜻하는 내 아이디 lumen(루멘)이 말하듯이 남에게 우러러 보이고 싶다는 일말의 희망사항은 있지만.

여하튼 지력 몰빵에 따른 마법 공격의 대미지를 믿고 슬금슬금 성 밖으로 움직일 찰나에 메시지가 울렸다.

-알람 설정한 12시 20분입니다.

“윽.”

한창 재미있을 찰나.

더욱이 조금 더 강한 몬스터를 상대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울린 메시지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곧바로 근처에 위치한 성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세이프티존이 아닌 곳에서 로그아웃을 하는 데는 약간의 쿨타임이 존재하기에.

그리고 곧바로 로그아웃을 외쳤다.

이제 겨우 첫날.

그것도 시작한지 채 몇 시간이 되지 않은.

그렇기에 여기서 걸려 끝낼 생각은 없다.

“로그아웃.”

-Forgotten Legend를 종료합니다.

곧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해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엄마와 단둘이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아빠는 회사에 출근했고 형은 그런 아빠를 옆에서 보좌하며 후계자 수업중이기에.

대학생 누나는 한창 놀러 다니느라 바빴고.

물론 엄마는 밥을 먹는 와중에 안쓰러운 눈빛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항상 그렇듯이.

그리고 그런 엄마를 향해 씽긋 웃어주며 내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게임을 하기 위해.

2주 뒤.

그날도 아침밥을 먹은 직후 곧바로 ‘Forgotten Legend’에 접속했다.

“상태창 확인.”

[이름 : lumen

레벨 : 100

칭호 : 없음.

생명력 : 45200/45200   마나 : 42600/42600

힘 : 42      민첩 : 67      체력 284

정신력 : 236      지력 : 1319

잔여 스탯포인트 : 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없음.]

체력 1당 생명력의 100 증가.

그리고 정신력 1당 마나의 100 증가.

그 외 1차 클로즈 베타의 만렙인 100렙은 이미 진즉에 달성을 했다.

나름대로 좋은 무기와 방어구들도 갖췄고.

그리고 어제 1차 클로즈베타의 최종 보스 몬스터인 저주받은 대지의 상처 입은 리치도 잡았다.

당연히 파티 사냥으로.

물론 내가 먼저 파티 결성을 하지는 않았다.

나 스스로 주도적으로 나서서 뭘 하는 성격은 아니기에.

그럴 깜냥도 안 되고.

즉, 찾아온 자들이 있었다.

진즉에 1차 클로즈 베타의 만렙인 100렙을 달성했음에도 사냥에 몰두하던 나에게.

그리고 그들이 말했다.

1차 클로즈 베타의 최종 보스 몬스터인 상처 입은 리치의 레이드를 위해서 강한 대미지 딜러가 필요하다고.

딱 나에게 부합되는 상황.

왜냐하면 처음 ‘Forgotten Legend’에 접속하면서 당분간은 게임의 ‘ㄱ’자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그것을 지켰다.

그래서 의도치 않았지만 유저 랭킹이라는 것에 이름까지 올렸다.

여하튼 내가 참여해서인지 아니면 아주 살짝 모자랐던 것인지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수월하게 진행이 됐다.

그렇게 만렙 달성, 최종 보스 몬스터 레이드 등 유저끼리 싸우는 격투장 콘텐츠를 제외하고 1차 클로즈 베타에서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를 즐겼다.

그리고 내린 평가는.

“재미있었어. 무척이나.”

물론 그간 만난 다른 유저들 중에서 노가다성이 꽤나 짙다는 평가를 내린 자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1차 클로즈 베타의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그리고 오늘이 1차 클로즈 베타의 마지막 날이기에 나를 제외한 모두는 가진 아이템에 강화 시도를 하거나 차후 2차 클로즈 베타 혹은 본 게임을 위한 최적의 스킬 트리를 찾기 위해서 가진 골덴링을 소모해 이것저것 스킬 조합을 시도했다.

하지만 나는.

“거대 아이스 볼, 아이스 스피어.”

쾅! 쾅!

“꾸엑!”

여전히 사냥에 몰두했다.

더 이상 몬스터를 잡아도 레벨 혹은 단 1의 경험치가 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오늘이 끝이라지만 그래서 모든 것이 초기화 된다지만 그간 열심히 노력해서 모은 아이템 등을 강화로 날리고 싶지 않았다.

또한 만약 2차 클로즈 베타를 진행한다면 그래서 내가 또다시 ‘Forgotten Legend’ 한다면 여전히 지금의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를 할 생각이기에 새로운 스킬 조합 시도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어제 게임을 했던 것처럼 그래서 마치 오늘이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여전히 재미있게 사냥에 몰두했다.

정확히 00시에 Forgotten Legend 1차 클로즈 베타가 종료될 때까지.

푸른 하늘과 거대한 밀밭이 존재하는 처음 마주했던 공간.

정확히 00시에 나는 그곳으로 강제 이동이 됐다.

그리고 곧장 메시지가 울렸다.

[-Forgotten Legend의 1차 클로즈 베타가 마무리 됐습니다.

Forgotten Legend의 1차 클로즈 베타에 참가해주신 유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성공적으로 1차 클로즈 베타를 마친 Forgotten Legend는 그간 여러 유저님들께서 주신 개선점 혹은 미흡한 점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차 클로즈 베타의 진행 계획은 아직 미정이며 1차보다 더 다양한 콘텐츠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와 함께 1차 클로즈 베타를 진행해주신 유저님들께는 기본적으로 참가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후우.”

눈앞에 뜬 1차 클로즈 베타의 종료 메시지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2주 동안 게임 하나에만 매달렸기에.

그간 했던 모든 게임을 통틀어 처음으로 유저 랭킹에 들 정도로.

물론 솔직히 아쉽지 않다면 거짓.

왜냐하면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캐릭터와 악착같이 모았던 골덴링과 아이템들이 전부 초기화되기에.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한 번의 한숨으로 전부 저 멀리 날려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외쳤다.

“가상현실 접속 종료.”

-가상현실 접속을 종료합니다.

곧 투박한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벗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론 다른 게임을 한다면 할 수는 있다.

‘Forgotten Legend’의 클로즈 베타 신청을 하면서 여타 다른 클로즈 베타가 예정된 게임에 무더기로 신청을 해놨기에.

그래서 3일전에 새롭게 클로즈 베타를 진행하는 게임에 당첨 메시지를 받았고.

하지만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의 선을 정리하며 박스에 담아 벽장 구석에 집어넣었다.

분명 다짐을 했으니까.

2주간 모든 것을 불태우고 남은 방학 기간에는 공부만 하겠다고.

그리고 실제로 불태웠고.

그래서인지 지금만큼은 게임의 ‘ㄱ’ 생각도 나지 않았다.

곧 책상 앞으로 가서 앉아 그때 이후로 한 줄도 진도가 나가지 않은 수학 공식을 입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느꼈다.

왠지 이해가 가는 것은 물론이고 더 잘 외워지는 것 같다는 것을.

물론 착각이겠지만.

그렇게 머릿속에서 ‘Forgotten Legend’를 지우고 공부에 열중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 1차 클로즈 베타 종료.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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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그리고 3차 클로즈 베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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