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2화 (2/271)

2화. 1차 클로즈 베타 (1).

띠링.

“응?”

의자에 앉아 이해가 가지 않는 수학 공식을 무작정 암기하는 도중에 울린 메시지 알람음.

오픈 채팅방을 비롯한 채팅방 전부에 무음 설정을 해놨기에 의아한 마음에 휴대폰을 들어 확인을 했다.

그리고 확인 가능했다.

1차 클로즈 베타를 진행하는 ‘Forgotten Legend’라는 게임에 당첨이 됐다는 메시지를.

“오! 됐구나.”

물론 콕 집어 ‘Forgotten Legend’라는 게임에 목매달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혹시나 떨어질까 봐 다른 클로즈 베타를 진행하는 게임에도 전부 참가 신청을 했고.

다만 가장 빠르게 클로즈 베타를 진행하는 롤플레잉 게임이 ‘Forgotten Legend’이기에 기다렸을 뿐.

슬쩍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저녁 8시 30분.

“뭔 저녁에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

약간의 불평을 내뱉고 우선은 기다렸다.

9시에 가사도우미 아줌마가 머리를 맑게 해준다는 총명탕과 약간의 간식을 가지고 오기에.

물론 그것을 가져오면서 내가 뭐하고 있는지 확인해 즉각 엄마에게 보고를 하고.

“쳇.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는 자체적으로 프로그램 다운로드가 안되는데.”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

거기에 부착된 생산일자를 확인한바 거의 12년 가까이 지난 중고.

그렇기에 요즘 나오는 3세대 가상현실 접속기에 비하면 고물 중에 고물일 수밖에 없다.

물론 나에게는 있다.

2세대 보급형과 비교도 못할 정도로 성능도 좋고 비싼 3세대 가상현실 접속기가.

그것도 보급형이 아닌 고급형으로.

하지만 그것을 사용치는 못한다.

왜냐하면 3세대부터는 기계적인 명령어만 사용 가능한 2세대와 달리 고성능 인공지능 도우미가 내장되어 있고 성인이 아닌 이용자는 보호자에게 기본적으로 보고가 되기에.

시간별로 가상현실 접속기의 사용 내역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500만원을 들여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구입한 것이고.

그렇게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시간이 보내며 기다렸다.

그리고 정확히 9시에 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주영아 들어가도 되겠니?”

“네. 들어오세요.”

벌써 우리 집에서 5년 이상 일을 했기에 가사도우미 수준을 벗어난 아줌마.

그래서 사근사근 대답했다.

곧 문을 열고 들어온 아줌마가 내 책상 옆쪽에 총명탕을 비롯해 과일과 간식들을 내려놓았다.

“요새 힘들지?”

“힘들기는요.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인걸요.”

“그래. 혹시나 더 필요한 것 있으면 바로바로 말하고.”

“네.”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가는 아줌마를 확인하고 곧장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3세대 가상현실 접속기에 비하면 투박한 헬멧 모양의 2세대 가상현실 접속기를 꺼냈다.

“그나저나 잘 되겠지?”

내가 처음으로 접한 가상현실 접속기는 3세대.

구형인 2세대 그것도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는 살면서 손도 대본 적이 없다.

그래서 판매자가 같이 준 사용설명서를 훑으며 컴퓨터에 2세대 가상현실 접속기를 연결했다.

“직접 다운로드를 하란 말이지.”

연결을 끝내고 곧바로 컴퓨터로 이동해 ‘Forgotten Legend’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접속 하자마자 뜨는 1차 클로즈 베타 실행 배너를 클릭하고 휴대폰 메시지에 함께 온 12자리의 무의미한 영단어를 입력했다.

그 입력이 끝나자 사용할 접속기를 묻는 질문에는 가장 하단에 있는 2세대 보급형을 클릭했고.

그러자 직접 다운로드가 되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연결된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로.

“와. 역시 고물은 고물이네.”

다운로드를 완료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무려 7시간을 넘어가는 것을 보고 한소리 할 수밖에 없었다.

3세대 그것도 내가 가진 고급형이라면 10분도 안 돼 가능하기에.

이렇게 컴퓨터에 직접 연결할 필요도 없이.

물론 ‘Forgotten Legend’의 정확한 클로즈 베타 오픈은 내일 아침 10시.

그래서 7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다운로드에 걸리는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고 ‘Forgotten Legend’의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물론 방금 전까지 했던 공부?

이미 저 멀리 사라졌다.

심장이 두근두근 할 정도로 새로운 게임이 기대가 됐기에.

다음날 오전 9시 50분.

“알람 설정 12시 20분.”

-12시 20분으로 알람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점심시간은 항상 12시 30분.

그래서 10분 전으로 알람 설정을 했다.

혹여나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절대 들켜서는 안되기에.

그리고 정확히 10시에 침대에 편하게 누워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머리에 착용했다.

한 가지 다짐을 하며.

“어차피 방학기간. 그리고 ‘Forgotten Legend’의 클로즈 베타 기간은 2주. 2주 동안 정말 모든 것을 불사른다. 남은 방학 기간 동안은 게임 생각이 전혀 안 날 정도로.”

다행히 그간 과외나 학원이 나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증명이 됐기에 상황은 상당히 좋았다.

물론 이번에 과외나 학원을 하지 않았음에도 효과가 없으면 억지로라도 다시 과외를 해야 하겠지만.

그것도 전처럼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꽉꽉 채운.

여하튼 편안히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실행.”

-가상현실 접속기를 실행합니다.

곧 귓가로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즉시 새로운 화면이 펼쳐졌다.

방금 전까지 항상 보던 높은 천장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흰색 배경이.

“초기화를 했다더니 아무것도 없네. 배경 변경.”

-배경을 변경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흰색 배경을 썩 좋아하지 않기에 배경 변경을 선택했다.

그러자 10개 정도의 선택 가능한 배경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중에서 섬을 선택했다.

사방이 물로 막혔지만 그래도 섬 내부는 초록색 풀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흠. 그나마 낫네.”

선택을 끝내자 흰색 배경이 순식간에 섬으로 바뀐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금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가상현실 접속기로 만든 경치 감상은 이미 이것보다 더 뚜렷하고 다양한 3세대 접속기로 질릴 만큼 체감 했기에.

“다운로드 내역 확인.”

-보유한 다운로드 내역입니다.

: Forgotten Legend. (실행 가능.)

초기화로 인한 단 하나뿐인 다운로드 내역.

“Forgotten Legend 실행.”

곧바로 실행을 외쳤다.

앞으로 2주간은 밥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게임에 열중할 시간도 부족할 것이기에.

-Forgotten Legend를 실행합니다.

곧 내가 설정한 섬 배경이 사라지며 거대한 전장이 펼쳐졌다.

불타는 수십 개의 성과 함께.

그리고 개미처럼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도.

하지만 곧바로 외쳤다.

“스킵(skip).”

굳이 Forgotten Legend의 배경을 알 필요도 없고 궁금하지 않았기에 그 부분을 건너뛰었다.

나에게는 1분 1초가 소중하기에.

그러자 거대한 전장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과 거대한 밀밭이 광활하게 펼쳐진 환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Forgotten Legend의 1차 클로즈 베타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Forgotten Legend의 1차 클로즈 베타는 총 2주간 진행되며 발텐 제국의 일부분과 평안의 숲, 저주받은 대지 일부분이 공개됩니다.

또한 공개되는 스킬과 아이템 등도 일부분으로 제한되며 최대 레벨은 100레벨까지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2주간의 클로즈 베타 종료시 개선점과 보완점을 메일로 보내 주시면 차후 진행 방향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감사합니다.]

2주간의 클로즈 베타의 진행을 알리는 메시지.

그리고 곧바로 시작됐다.

-사용자 홍주영님의 신체 인식, 홍채 인식, 뇌파 인식이 완료됐습니다.

-캐릭터 설정이 가능합니다.

“기본.”

어차피 2주 뒤에는 초기화 되는 게임.

그렇기에 신체 인식으로 인해 드러난 내 모습에 변경을 가하지 않았다.

-캐릭터 아이디를 설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

그간 했었던 롤플레잉 게임의 아이디는 전부 내 진짜 이름인 홍주영으로 했었다.

왜냐하면 게임 속의 캐릭터는 현실의 나를 반영하는 분신이기도 했으니까.

그만큼 게임 속에 홍주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성장할수록 뿌듯함을 느꼈고.

하지만 그것이 가끔 족쇄가 되기도 했다.

익명성이라는 무한한 자유가 존재하는 게임 내에서 종종 나 혼자만 현실에 얽매여 내 마음대로 행동치 못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내 본명인 홍주영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함으로써.

그래서 만들었다.

현실의 홍주영으로 사는 나와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아이디를.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하지만 반대로.

왜냐하면 현실과 달리 게임 상의 나는 아주 밝게 빛나기를 바라니까.

“lumen(루멘).”

-캐릭터 아이디가 ‘lumen’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어.”

빛, 광채, 광휘, 광명을 뜻하는 라틴어 lumen(루멘).

이 아이디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의 나는 빛나는 존재가 될 수도 없고 될 자신도 없어서다.

그래서 바랬다.

가상의 나는 빛나기를.

-시작 지역은 발텐 제국의 코툼 지역입니다.

그럼 2주간 즐거운 여행되시기 바랍니다.

그와 함께 내 몸이 바닥으로 쑥 꺼지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러 게임에서 느꼈던 감각이기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기대가 될 뿐.

< 1차 클로즈 베타 (1).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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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클로즈 베타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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