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 - ⓒ basso77
“게임 사용자 확인.”
-현재 게임 사용자는 1명입니다.
“.......”
시스템이 말하는 1명은 당연히 나.
그것으로 알 수 있었다.
“휴. 이 게임은 오픈도 못하고 망하겠군.”
그리고 실제로 내가 아니, 나만 재미있게 했던 그 게임은 오픈했다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3차례의 클로즈베타만 실행하고.
[자고나니 세상이 게임으로 바뀌었다!] - 14권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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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1화. 프롤로그.
게임을 좋아한다.
누구보다 많이.
그 누구보다 많이가 어느 정도냐면 차라리 교통사고가 났으면 했다.
그래서 두 팔을 포함해 모든 것은 정상이고 두 다리만 불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아니, 어쩌면 눈치가 아니라 동정을 받으며 하고 싶은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을 테니까.
특히나 아무리 엉덩이가 땀띠로 범벅이 될 정도로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마다 더욱더.
물론 내 이해력과 기억력 혹은 집중력이 일반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게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해 얻는 과실이 적은 공부에 나 스스로 낙담을 할 때 처음으로 접한 MMORPG. (온라인으로 연결된 여러 플레이어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뜻한다.)
신세계였다.
왜냐하면 게임 내에서는 들인 노력은 무조건 보답을 받았다.
무슨 말이냐면 게임 내에서 나를 대신할 캐릭터를 만들고 기본으로 주어지는 초보자용 무기로 몬스터를 잡으면 무조건 경험치를 줬다.
아무리 영단어를 외우기 위해서 수십 번, 수백 번을 되뇌어도 기억이 될까 말까한 그런 것이 아니라 내 행동에 무조건 정해진 양만큼의 경험치가.
더욱이 그 반복된 행동으로 게임속의 나는 레벨이라는 것이 올랐고 전보다 강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쭉 유지가 됐다.
분명 외웠다고 생각한 영단어를 며칠이 지나 까먹어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과는 정반대.
물론 몬스터를 사냥 후에 드랍하는 아이템의 운은 차별이 있었지만 괜찮았다.
왜냐하면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사냥을 하면 되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까지의 행동이 공부와 달리 절대 무용이 아니었다.
분명 그 아이템을 얻기 위한 여정 도중에 얻는 것이 있었다.
바로 경험치.
그리고 원하는 아이템은 아닐지라도 기타 다르게 효용이 있는 아이템과 잡템들도.
그렇게 공부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함에도 정작 시간이 흐르면 점차 잊는 현실의 나와 달리 게임속의 나는 레벨이, 경험치가, 획득한 아이템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없었다.
애초에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게임.
하지만 빠져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 부모님과 나와 달리 똑똑한 형과 누나가 있었기에.
자위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말.
그 말이 나에게는 게임과 같았다.
한번 게임에 대해 알고 나니 공부를 하던 와중에도 수시로 게임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그래서 가족들 모르게 2세대 보급형 가상현실 접속기를 구입했다.
중고임에도 500만원이 넘지만 그 정도 돈은 아무 장애가 없을 정도로 내 용돈은 두둑하기에 구입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구입 후 곧장 처음 신세계를 맛본 그 게임에는 접속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또다시 그곳에 접속하면 빠져나올 자신이 없기에.
어쨌든 지금의 내 신분은 학생.
그것마저 망각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물론 아빠에게 혼날 것이 더 두려웠지만.
그래서 찾기 시작했다.
정말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바짝 하고 멈출 수 있는 게임을.
물론 내가 찾는 그런 류의 방식에 부합되는 게임은 있었다.
바로 ‘별의 전쟁’같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들.
하지만 그것들에는 내 흥미를 끌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바로 지속성과 연속성의 부재.
여하튼 그렇게 롤플레잉 게임 중에서 찾다가 결국은 찾았다.
바로 플레이 방식인 클로즈 베타를 진행하는 게임을.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유저에 한해 한정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클로즈 베타 형식의 롤플레잉 게임.
물론 클로즈 베타 형식의 게임이 말해주듯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게임이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왜냐하면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이율배반적으로 게임에 질려 흥미를 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분명 있으니까.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
어쨌든 클로즈 베타이기에 분명 지속성과 연속성의 부재를 갖고 있지만 그나마 나에게 가장 부합하는 방식이기에 곧장 인터넷에 접속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클로즈 베타 버전으로 공개하는 게임을 찾기 시작했고 하나의 게임을 찾았다.
그리고 곧장 클로즈 베타 참가 신청에 내 이메일 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했다.
잊힌 전설을 뜻하는 [Forgotten Legend](포가튼 레전드)라는 롤플레잉 게임에.
< 프롤로그. > 끝
ⓒ bass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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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클로즈 베타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