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태 공자, 노력 천재 되다-141화 (141/388)

◈ 46. 부러지지 않는 검 (1)

오러 운용의 기본 개념은 총 6가지로 나누어진다.

내부에 신비로운 힘을 쌓는 축기.

그렇게 쌓은 힘을 발휘하는 강화.

이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경화.

모든 감각을 날카롭게 벼려 주는 개화.

오러를 한곳에 모아 더 큰 힘을 꾀하는 집중.

마지막으로 체내의 힘을 외부로 뿜어내는 발현.

이중 앞의 세 개념을 전반 3식이라 부르고, 뒤의 세 개념을 후반 3식이라 부른다.

그리고 아이른 파레이라는 이 모든 것을 이미 익히고 있는 상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오러를 쌓지 못했다면 엑스퍼트의 경지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고, 강하게 검을 휘두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충격을 버텨 낼 몸뚱이와 날카로운 감각을 얻지도 못했을 터였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주디스의 이론 교육이 영 쓸모없는 것이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지.’

저마다 들어맞는 방식이 다른 ‘축기’는 차치한다.

허나 강화와 경화, 개화에 관한 개념은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정확한 지식 없이, 오로지 감에 의해 행해졌던 오러 운용에 중심 뼈대가 생기자 힘의 낭비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허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머지 두 개념인 집중, 그리고 발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했던 꿈속 사내의 참격이, 이 두 개념을 이용한 것이었구나.’

체내의 오러를 검으로 흘려보낸다. 단순히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흩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붙잡아 둔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집약한 기운을 외부로 쏘아낸다.

즉, 발현한다. 그것이 바로 아이른이 사용하던 참격의 정체였다.

물론 집중과 발현으로 할 수 있는 건 이것뿐만이 아니다.

타인에게 ‘기세’를 집중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응용 기술이고, 브랫이 했던 것처럼 물처럼 갑갑한 기운을 뿌리는 것 역시 비슷한 원리다.

주디스의 검에서 튀기던 불똥 형태의 기운도, 샬럿과 빅터의 검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것도 전부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른 파레이라가 원하는 건, 앞서 말한 그 어떠한 것도 아니었다.

“후우.”

존 드류의 수련실 중앙에 선 그가 조용히 숨을 골랐다.

요술의 힘 덕분에 항시 만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아이른이었지만, 이것을 시도할 때는 더욱 날카롭게 신경이 벼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신체의 세포 하나하나.

체내의 기운 한 올 한 올.

그 모든 것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졌다.

내우주(內宇宙)를 오롯이 관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이른이 오러를 끌어올렸다.

우우우웅……

급하지 않게, 허나 느리지도 않게 대검을 타고 올라온 기운이 계속해서 집약되었다.

예전에 참격을 쓰던 때보다 훨씬 많은 양.

허나 괜찮았다. 크로노식 오러 운용 덕분에 힘의 낭비가 없어지기도 했고, 그레이슨과의 대결 이후 오러가 급증한 덕분이기도 했다.

즉, 아이른은 ‘마스터’의 경지에 도전할 만큼의 ‘축기’를 마친 상태라 할 수 있었다.

우우우우웅……!

물론 오러의 양이 많다고 해서 오러 소드를 구현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거대한 힘을 검 한 자루에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 어떤 것이라도 베어낼 수 있도록 강화시켜야 한다.

반대로 그 어떤 것에도 쪼개지지 않도록 경화시켜야 한다.

그러한 와중에도 신체의 밸런스를 잃지 않도록 예민한 감각을 유지해야 하며.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세계를 확장하듯, 오러를 세상 바깥으로 발현해내야 한다.

하지만.

우웅…… 우우우웅……!

앞선 다섯 가지의 과정을 완벽하게 숙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른은 또다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의 입에서 진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안다.

한 번 날려 버리고 끝인 참격과는 전혀 달랐다.

여섯 가지 오러 운용을 동시에, 그리고 훨씬 주의 깊게 신경 써야 하는 오러 소드는 그야말로 극악의 난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아이른이 이렇듯 답답해하는 이유는, 다소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왜 완성된 오러가 발현되려는 순간마다, 검이 오러를 빨아들이는 느낌이 드는 거지?’

그랬다. 다소 자만에 가까운 생각이지만, 아이른은 이미 오러 소드를 뽑아내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고 자부했다.

물론 실전에서 쓸 수 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연습 중에는 한 번쯤 성공해도 이상하지 않을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

실제로 대업을 이룰 뻔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허나 그때마다 이 이상한 요술검은 아이른의 힘을 쪽쪽 빨아먹었다.

마치 배고픈 아이가 어머니의 모유를 탐하듯.

그럴 때마다 그는 오러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력도, 의지도 함께 빨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렇듯 아이른의 진력을 빨아들인 검이 무언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외관은 여전했다.

낡고, 투박하고, 제대로 날이 서 있지 않아 약간은 둔기처럼 보이는, 그런 모습.

허나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후웅!

후우웅!

‘뭔가…… 더 든든한 느낌이 들어.’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각.

허나 결코 나쁜 느낌은 아닌, 기이한 기분.

잠시 이에 취해 있던 아이른이 고개를 흔든 뒤, 다시금 요술검에 집중했다.

며칠 전에는 다른 검을 들어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소위 요술사의 감이라는 녀석이, 그를 자꾸만 이 검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판단이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걱정은 넣어 두기로 했다.

의심하고 불안해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으니까.

그때, 수련실의 문을 열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40일간 아이른을 지도했던 주디스, 그리고 그레이슨이었다.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온 주디스가 그에게 물었다.

“컨디션 어때?”

“나쁘지 않아.”

“그 정도로 되겠어? 상대는 전 챔피언인데.”

“현 챔피언도 꺾어야 하는데, 전 챔피언을 겁내면 안 되지.”

“그거야 맞는 말이긴 한데…… 아 몰라. 뭐, 네가 알아서 하겠지.”

“맞네. 파레이라 군이라면 결코 밀리지 않겠지. 물론 절대로 방심해선 안 되는 상대이긴 하지만…….”

약간의 우려를 담아 말하는 주디스와 그레이슨.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 잠적하고 있다가 한 달 전 갑작스레 등장한 증명의 땅의 전 챔피언, 리카르도 핀토.

그를 꺾고 올라서야만, 현 챔피언인 일리아 린제이에게 도전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카르도 핀토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는 엑스퍼트 최상위 수준이지.’

그레이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드마스터인 해리슨 핀토를 아버지로 둔 그는, 5년 전에도 제트 프로스트를 제외하면 당할 자가 없다고 알려진 엄청난 고수였다.

아마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욱 강해졌을 터였다.

허나 그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그가 자신의 아버지께 물려받은 검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명검이라는 부분이었다.

‘첫 번째 불카누스 넘버링 소드…… 불카누스의 역작들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알려진 그 검.’

아마 리카르도 핀토가 다시 돌아온 것도 그 때문일 거다.

오러 소드를 받아내고도 무사할 만큼 훌륭한 검.

거기에 자신의 완숙한 검술 실력이 더해진다면, 초짜 소드마스터를 상대로도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어쩌면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일리아 린제이만 존재할지도 몰랐다.

지난 40일간, 아이른 파레이라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은 채 수련에만 매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스토리와 유명세가 있으니, 이번 한 경기만 이기면 바로 챔피언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지긴 할 텐데…….’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불리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승리를 장담하기에는, 리카르도 핀토의 전력 역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었다.

주디스도 비슷한 생각인지 살짝 굳은 얼굴로 아이른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조건 이길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둘에게, 아이른 파레이라가 흔들림 없는 표정을 보여 주었다.

단순 허세에서 비롯된 태도가 아니었다.

부웅

부우웅-!

그가 대검을 휘둘렀다.

훨씬 매끄러워진 오러 운용 덕택에 더욱 정교해진 검술.

그레이슨이 침을 꿀꺽 삼켰고, 주디스는 묘한 눈빛으로 이를 바라봤다.

그렇게 한 차례 검술을 펼쳐낸 아이른이, 엷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첫 번째 불카누스 넘버링 소드면…… 마침 딱 좋은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 * *

3월 29일.

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따스한 온기가 퍼져 나가는 좋은 시기에, 증명의 땅에 또다시 빅 매치가 열렸다.

5년 전에 스스로 챔피언의 자리에서 물러났던 엑스퍼트 최강자, 리카르도 핀토가 소드마스터의 아성을 넘기 위해 다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상대인 아이른 파레이라 또한 평범한 이는 아니었다.

22살이라는 검사치고는 굉장히 어린 나이.

하지만 서부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모조리 꺾고, 마침내 챔피언에게 도전하기까지 단 하나의 관문만을 남겨 뒀다.

이번 경기만 이겨낸다면, 그는 오래전에 겪었던 패배의 아픔을 갚아 줄 기회를 얻게 된다.

관객들은 온통 흥분에 가득 찬 얼굴로 경기의 승패를 예측해댔다.

“누가 이길까?”

“그래도 리카르도 핀토 아닐까? 엑스퍼트 중에 당할 자가 없다고 하잖아.”

“맞아. 게다가 검도 불카누스 넘버링 소드인데…… 어쩌면 진짜 소드마스터까지 이겨 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아이른 파레이라가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도 만만치 않았잖아? 진짜 하나같이 완전 박살을 내놓고 올라왔다고.”

“으음, 그래도…….”

“게다가 검으로 따지자면 그 청년 검도 꽤 대단할걸? 요술로 만들어진 검이라고 하던데?”

누가 더 강한지 갑론을박을 펼치는 와중에, 사람들은 누구의 검이 더 훌륭한가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을 내놨다.

물론 대부분이 불카누스 넘버링 소드를 택하기는 했다.

아무리 요술검이 뛰어나다 한들, 대륙 최고 대장장이의 걸작보다 낫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흥. 당연하지. 어딜 잡스러운 검하고 비교하고 있어.”

그런 관객들의 반응을, 전 챔피언인 리카르도 핀토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당장 검투 관련 잡지들만 펼쳐 봐도 그에 대해 다룬 기사들이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그리고 매체 역시 자신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허나 그의 입장에서는 동일 선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조차 불쾌했다.

사나운 웃음을 지은 그가 심판의 경기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역사에 남을 만한 천재라는 건 인정하지.’

아마 10년 후에는, 아니 5년만 지나도 자신이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아버지께 물려받은 넘버링 소드가 있는 지금, 리카르도 핀토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

카앙-!

카강!

검투의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외침 이후, 연속해서 대검을 휘두르는 아이른 파레이라를 보며…….

그는 황당함과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의 의도가 너무나도 뻔했기 때문이다.

‘이 자식, 지금…….’

날 노리는 게 아니라, 내 검을 부술 목적으로 달려들고 있어?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린 리카르도 핀토가 서늘한 눈으로 아이른 파레이라를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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