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제 전투력은요 (2)
‘지금…….’
‘뭐라고?’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아이른 파레이라의 목소리를 들은 주변 검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 모두가 마법 측정기를 경험해 본 건 아니다.
하지만 방금까지 경험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에, 5,000점이 만만치 않은 점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니면, 저 녀석이 거짓말을 한 건가?’
검사들의 고개가 처음 마법 측정기 이야기를 했던 쪽으로 홱 돌아갔다.
시선을 받은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조그맣게 말했다.
“거, 거짓말일 거야. 아니면…… 그래. 측정기라고 해서 전부 점수 기준이 같은 건 아니니까…… 아마 제품마다 다르지 않을까?”
“음…….”
“그런가?”
“하긴, 아무리 그래도 기준 점수의 2배 이상은 말이 안 되는 것 같긴 한데…….”
남자의 변명을 들은 검사들이 저마다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이람은 달랐다.
그는 아이른 파레이라가 똑같은 측정기에서 11,000점을 기록했다고 믿었다.
“그렇군. 오히려 내 생각보다 살짝 낮은데?”
“그런가요?”
“그래. 자네 검을 직접 느껴 봤으니 하는 소리야. 아니면, 그 사이에 실력이 늘었을지도 모르겠군. 한참 전에 측정했나?”
“그건 아닌데…….”
아이른이 말끝을 흐렸다.
그가 점수를 측정한 건 대략 4~5개월 전.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기간이다.
허나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알하드 산채에서의 일, 데린쿠에서의 일, 이그넷과의 일, 최근 브랫과 주디스를 만나며 있었던 일까지 전부 도움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궁금해졌다.
과연 지금의 자신은, 예전보다 얼마나 나아갔을까?
“점수 체계가 다른 건 아니겠죠? 전에 봤던 것보다 크기가 크긴 한데…….”
“형태와 색이 비슷하면 같을걸세.”
“그럼 같겠네요.”
“좋아. 지금의 자네면 몰라도, 과거의 자네에게까지 질 순 없지. 죽을힘을 다해야겠구만.”
“주디스, 이마 빡빡 닦아 놔라.”
“너야말로 지고 나서 울지 마.”
주변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투덕거리는 셋과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하이람 관주.
그런 그들과 별개로 검사들은 바쁘게 테스트를 치렀다.
“타하앗!”
꽈앙!
“6,201점. 통과.”
“아자아!”
누군가는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고.
“으랴아압!”
쾅!
“4,984점. 탈락.”
“아악! 제발, 한 번만 다시 하면 안 될까요? 얼마 차이도 안 나는데…….”
“미안합니다. 안 그래도 예상보다 통과한 사람이 많아서, 기준을 더 높여야 하나 고민 중…….”
“이봐! 5,000점 못 넘겼으면 꺼져!”
“그러니까! 뒤에 사람들 기다리잖아!”
“너 때문에 점수 기준 올라가면 사생결단이다!”
누군가는 좌절감을 듬뿍 품은 채, 욕까지 먹어가며 쓸쓸히 퇴장하고.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5,000점을 넘긴 합격자들, 그리고 하이람을 포함한 네 명만 남게 되었다.
그들이 가장 늦게 저택에 도착했기에 마지막 순번으로 밀린 것이다.
“좋아. 그럼 힘 좀 써 볼까?”
붕붕 어깨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한 하이람 관주가 마법 측정기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진지한 얼굴로 시선을 집중했고, 모르는 사람들은 주변을 돌아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엑스퍼트’라는 말이 나오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인상이 워낙 온화해 보이는 덕분에 그만한 실력자라 예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정말로 엑스퍼트일까?
저렇게 사람 좋아 보이는 중늙은이가?
합격자들은 구경꾼의 심정이 되어 하이람 관주를 바라봤다.
그런 그들을 향해 씨익 웃어 보인 그가 힘찬 기합과 함께 수직으로 검을 휘둘렀다.
“타하앗!”
꽈아아아아아아앙!
“헉!”
“으어!”
“으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
그야말로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소리에 검사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리고 모두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사각 점수판 쪽을 바라봤다.
대머리 집사가 점수를 읊어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12,081]
지금까지 나온 최고 점수보다 4,000점이나 높은 점수.
구경하던 검사들이 탄성을 내지르는데, 대머리 집사가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12,081점. 합격입니다. 저번보다 기록이 좋아지셨군요, 하이람 관주님.”
“하하, 이것도 자주 치다 보니 요령이 생기더라고.”
“너무 자주 하지 마십시오. 그러다 망가집니다.”
“소형 측정기도 아니고 대형인데 그럴 리가. 아, 물론 이 친구들이 치면 다를 수도 있지만…….”
“음?”
하이람의 말을 들은 대머리 집사가 뒤를 쳐다봤다.
그러자 세 명의 젊은 검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로운 표정의 푸른 머리, 잔뜩 흥분한 얼굴의 붉은 머리, 그리고 살짝 긴장한 듯한 금발의 청년.
아무리 봐도 20살을 갓 넘은 듯한 모습이다. 아니, 어쩌면 그조차 안 됐을지도 모른다.
‘저렇게 젊은 사람들이, 측정기를 부순다고?’
농담이겠지.
대머리 집사가 생각했다.
하이람 관주는 검에 대해 진지한 사람이지만, 제트 프로스트처럼 실없는 농담을 즐겨 하는 사내다.
아마 꽤 괜찮은 재능들을 발견하고 추켜세워 주는 것일 터.
생각을 마친 그가 금발의 청년에게 말했다.
“다음. 준비됐으면 시작하십시오.”
“예. 후우…….”
집사의 부름을 받은 아이른 파레이라가 하이람의 앞으로 나섰다.
그가 허공에 손을 뻗자 커다란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대머리 집사도, 심지어 하이람도 마찬가지였다.
하이람 검술관에서는 대련용 목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자, 잠깐. 마법? 마법검입니까? 측정에 마법 사용은 금지…….”
“아, 요술로 만든 검이긴 한데…… 안 될까요? 그냥 단단하기만 할 뿐, 아무 특징도 없는 검인데…….”
“…….”
“아, 그럼 이것과 비슷한 형태의 대검이 있다면, 그걸로 하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굳은 표정으로 사라진 집사가 순식간에 검을 가지고 왔다.
날이 서 있지 않은 뭉툭한, 검인지 몽둥이인지 모를 쇳덩이.
웬만한 이는 들 수조차 없을 만큼 묵직한 모습이었는데, 아이른은 별 거부감 없이 이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몇 번을 휘두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해도 될까요?”
“……예.”
집사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표정엔 어느새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구경꾼들도, 하이람도, 심지어 브랫과 주디스마저도 아이른의 검을 보기 위해 눈을 빛냈다.
그들이야말로 제일 잘 안다.
대련이라면 몰라도, 일검(一劍)의 파괴력만큼은 저 녀석이 셋 중 제일이다!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아이른 파레이라의 검이 하늘을 갈랐다.
그리고 대형 측정기의 측면을 강하게 때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윽!”
“큭!”
엄청난 소리.
하이람 관주가 낸 것보다도 더 대단한, 끔찍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소리였다.
몇몇 검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몇몇 검사들은 귀를 막았다.
하나같이 표정을 찡그린 가운데 눈은 모두 점수판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18,817]
“……18,817점. 합격입니다.”
집사조차 한참 뜸 들였다 입을 열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
그렇게 모두가 넋을 잃고 있을 때,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다음은 나다.”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걸어온 주디스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대머리 집사에게 말했다.
“아저씨, 바로 해도 되죠?”
“어? 네…… 해도 됩니다.”
“후우…… 흡!”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으윽!”
“뭐야!”
또다시 울려 퍼지는 굉음!
[16,581]
그리고 또다시 점수판에 찍히는 기이한 점수!
심지어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물러나는 붉은 머리, 그다음에 등장한 청년 역시 어마어마한 점수를 기록했다.
[16,601]
“후, 그래도 주디스는 이겼네. 아이른, 봐주지 말고 때려라.”
“아니! 미친! 이거 말도 안 돼! 고장 난 거 아니야? 아, 아! 아아!”
“……아. 이거 딱밤 내기였지.”
잊고 있었네.
멍청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아이른을 보며, 장내에 있던 모든 이들은 황당한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들 정체가 뭐야?’
* * *
비로소 테스트가 끝이 났다.
합격자들은 차례대로 저택의 내부 연무장으로 들어가 제트 프로스트와 지도대련을 치렀고, 대기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아이른 일행은 이번에도 마지막이었다. 정시에 도착했지만, 이들 중 가장 늦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여전히 많은 앞 순번들을 바라보며 주디스가 말했다.
“이거 여전히 많은데. 오늘 안에 받을 수 있나?”
“많긴 하군.”
“기준을 6,000점으로 올렸어야 하는 거…….”
자기 생각을 말하던 주디스가 주변 눈치를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5,000점을 턱걸이로 넘은 검사들의 시선이 날카로웠다.
16,000점을 넘긴 사람이고 뭐고 상관없다는 반응.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 그녀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어쨌든, 이대로는 대련이고 뭐고 날 새게 생겼어.”
“으음…….”
하이람을 포함한 넷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제트 프로스트가 매우 게으른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그런 그라면 내일까지 합격자들을 상대하는 대신 도중에 지도대련을 그만둘 가능성이 훨씬 컸다.
그렇게 생각하니 몹시 초조했다.
이틀 동안 제트 프로스트와의 대련만을 생각하고 버텼는데!
셋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다. 심지어 하이람마저 같은 마음이었다.
그때, 잠시 안에 들렀다 온 집사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주인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무래도 합격자가 너무 많아 오늘 안에 끝이 안 날 것 같다며…….”
“안돼!”
“……한 번에 세 명씩 지도 대련을 하는 쪽으로 방식을 바꿨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후우…… 다행이다.”
주디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순번이 간당간당했던 몇몇 검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엑스퍼트 중 최강자가 상대인데 3 대 1이든 1 대 1이든 뭐가 문제인가. 지도받을 수만 있으면 아무 상관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평범한 검사들과 한데 묶기엔 실력이 월등한 존재.
하이람 검술관주.
“아, 하이람 님은 예외입니다. 1 대 1로 상대해 주신다고 하는군요.”
“허허, 답지 않게 배려를 해 주는군.”
“평소보다 기분이 좋으신 편이긴 합니다.”
“알겠네. 호의는 감사히 받지. 이런 것을 호의라고 하는 게 참 뭐하긴 하지만…….”
모호한 표정으로 말을 흐리는 하이람과, 엷게 웃으며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대머리 집사.
그렇게 대화가 끝나는가 싶었다.
아니었다. 한 발짝 앞으로 나선 브랫 로이드가 집사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도 셋이 한꺼번에 상대한다는 말씀입니까?”
“……!”
“남은 사람들 숫자를 세보니 딱 우리 셋이 남아서 물어봅니다. 정말 우리 셋을 한꺼번에 상대해도 괜찮습니까?”
“……잠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집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생각해 보니 중요한 문제였다. 검술은 어떨지 몰라도, 일검의 위력만큼은 하이람 검술관주를 웃도는 미친 젊은이들이다.
그런 이들 셋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게 가능할까?
그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제트 프로스트의 실력을 알면서도 말이다.
헌데, 그런 그를 막아서는 이가 있었다.
바로 하이람 관주였다.
“잠깐.”
“어르신?”
“문제 될 거 있나? 이쪽에서 떼를 쓰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한 말대로 하는 것뿐인데.”
“하지만…….”
“그거 아나? 자네가 새해에 마시려고 담가 뒀던 과실주, 제트가 먹었네.”
“……이대로 가겠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대머리 집사, 그리고 악동 같은 표정으로 웃음 짓는 하이람 관주.
아이른이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데, 뭔가를 고민하던 브랫이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하이람 관주님.”
“응?”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제트 프로스트 경, 가르치는 실력은 어떻습니까?”
“검술 실력만큼 훌륭하지. 아마 검술관을 운영했으면 제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왔을 거야.”
“꾸준히 가르치는 제자는 없나 보죠?”
“없지. 아까 말하지 않았나. 게으르기로는 파르티잔에서 제일이라고.”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속닥속닥 말을 전하는 브랫과, 이야기를 다 들은 뒤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하이람.
아이른과 주디스가 ‘무슨 짓이야?’ 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는데, 푸른 머리 청년이 웃는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
“지도 대련 한 번으론 부족하지?”
“어?”
“저 게으른 스승님, 한 달 정도 우리 전담 스승님으로 만들어 보자고.”
* * *
채앵!
철그덕-!
“으음…… 졌네.”
“당연한 소릴. 나한테 이길 거로 생각한 거야?”
“그건 아니지. 그런데 자네는 참 한결같이 성격이 지랄 맞아. 패배한 걸 패배했다고 하는데도 트집인가?”
“됐고, 저번보다 좋아지긴 했는데…….”
하이람과의 대련이 끝난 제트 프로스트가 이런저런 점을 짚어 줬다.
표정은 권태롭기 그지없었으나 설명은 세세하게 핵심을 짚었다.
크게 고개를 끄덕인 하이람이 말했다.
“고맙네. 큰 도움이 됐어.”
“아무렴. 내 지도인데.”
“그 대단한 지도, 지인한테만 특별히 더 해 주면 안 되나?”
“네 검술관에 있는 벌꿀주 세 병이면 생각해 보마.”
“다음에 보세.”
“잘 가게.”
“아 참. 잊은 게 있군.”
“뭔데. 술 줄 거 아니면 빨리 말하고 사라져.”
“거 참. 성질은…… 하긴, 이 젊은 친구들 성질도 어지간하긴 했지.”
“젊은 친구들? 갑자기 뭔 소리야?”
인상을 찡그리는 제트 프로스트.
하이람이 껄껄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이야기를 풀었다.
“아니, 자네가 세 명씩 한 번에 상대한다고 하니까 화가 난 녀석들이 있어서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들을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니냐고.”
“허, 그래? 뭐 그럴 수도 있긴 해. 물론 실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런데 그 검사들, 대충 봐도 스물이 될까 말까 한 나이더군.”
“뭐?”
제트 프로스트가 황당한 듯 되물었다.
허나 더욱 황당한 말이 더 남아 있었다.
“심지어 내게 말까지 전해달라 하더군. 자신들 셋을 한꺼번에 상대해서 이길 수 있으면 한 달 동안 뭘 시키든 개처럼 따르겠다고.”
“뭐?”
“대신, 자기들이 이기면 한 달 동안 개인별로 검술 지도를 해 달라던데?”
“미친놈들…….”
제트 프로스트가 욕설을 내뱉었다.
물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니다.
이그넷 크레센시아는 20세에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고, 일리아 린제이는 18세의 나이로 수많은 엑스퍼트를 무릎 꿇린 전적이 있다.
물론 지금 자신의 저택에 있는 셋이 그들 수준의 인재일 리는 없다.
허허, 하고 헛웃음을 짓던 그가 말했다.
“좋아. 내기를 받아들이지. 이참에 저택 대청소나 시켜야겠어.”
“그럼 내가 공증인을 해 주지. 혹시나 도망 못 가게 말이야.”
“감히 내 앞에서 도망칠 수나 있겠어? 하지만 뭐, 구경하고 싶으면 해. 들여보내!”
“예.”
공손히 고개 숙인 대머리 집사가 젊은이들을 부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에도 제트 프로스트는 어이가 없는지 연신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잠시 후.
“…….”
기세를 잔뜩 끌어올리며 모습을 드러낸 세 젊은이를 본 제트 프로스트가 말없이 친우를 돌아봤다.
그에게 씨익 웃어 보인 하이람 검술관주가 짧게 말했다.
“낙장불입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