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태 공자, 노력 천재 되다-18화 (18/388)

◈ 6. 중간 평가 (3)

크로노 검술관 입관 후 가장 큰 행사였던 중간 평가가 비로소 끝났다.

평가 기준은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

그렇기에 테스트가 마무리된 순간 모두가 자신의 결과를 알고 있어야 한다.

별도의 통지 없이도 합격과 불합격이 가려지는 것이다.

허나 지금 검술관의 분위기는, 이를 생각하면 조금 이상했다.

합격한 35명의 수련생이 아닌, 400명이 조금 안 되는 탈락자들.

그들이 좌절한 기색도 없이 단련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후웁, 후웁!”

“이번에는…… 반드시!”

“할 수 있다.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

그 이유는 카라카 교관의 발언 때문이었다.

2차 평가. 소위 패자부활전.

그는 특유의 사람 좋은 얼굴과 함께 이 사실에 대해 알렸고, 실의에 빠져 있던 아이들은 교관들을 악질이라 욕하면서도 뛸 듯이 기뻐했다.

2차 평가의 기준이 1차 때보다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사실 1차의 기준이 말도 안 되는 것이긴 했다. 원래 중간 평가 합격자 수는 100명 선에서 조절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렇듯 두 번에 나눠 치러진 시험 덕분에 교관들은 수련생들의 근성과 정신력, 잠재력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테론 녀석, 2차 평가에는 충분히 합격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어. 하지만 1차 때는 일찍이 포기하고 제대로 하지 않았지. 솔직히 실망이야.”

“반대로 맥켈란은 2차 기준에도 간당간당한 수준이지만, 그보다 한참 어려운 1차 평가 때도 포기하지 않더군.”

“맞아. 덕분에 자기 최고 기록도 갱신한 모양이야.”

“만약 이번 테스트에서 합격한다면 더 신경 써서 봐야겠어.”

“아, 주디스의 경우는…….”

크로노 검술관은 미래의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곳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실력만이 아닌 정신력과 됨됨이를 함께 평가했다.

교관들은 예비 수련생들 하나하나에 대해 평가한 뒤, 이를 동료들과 공유했다.

그저 두 번째 기회가 생겼다고 좋아하고 있는 아이들은 이를 꿈에도 모를 터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 녀석이군.”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최하위권부터 일리아 린제이, 브랫 로이드 등의 최상위권까지 모든 평가를 마친 교관들.

이제 남은 녀석은 하나였다. 아메드와 카라카, 룬 타르할을 비롯한 교관들이 평가 기록지에 적힌 이름을 바라봤다.

[아이른 파레이라]

1차 합격자 35명 중 34등. 훌륭하긴 하지만 주목할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닌 기록.

하지만 결과만 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된다.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의 시험 내용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말이다.

잠시 침묵을 유지한 교관들이 동시에 한 쪽을 쳐다봤다.

지금껏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검술관주, 이안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맞겠지?”

노인이 평가 기록지에 휘리릭 글을 썼고, 이를 확인한 교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듯 모두의 동의하에 일이 마무리되려는 순간이었다.

“저기, 관주님…….”

“음? 무슨 일인가?”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회의 중인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도 자신을 부르다니.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조교의 대답이 들려왔다.

“101번 예비 수련생, 주디스 양이 관주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 그, 용건이…… 311번 예비 수련생 아이른 파레이라 군의 재시험을 바란다고, 자신 때문에 기록에 지장이 가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허허, 허허허허.”

이안이 웃음을 터뜨렸다.

동기를 생각하는 고운 마음씨도, 그것을 어린애답게 곧바로 요구하러 오는 행동력도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는 예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그는 그렇지 않았다.

용건이란 것도 문제 될 게 없었다.

이미 그에 관한 논의를 좋은 방향으로 끝마친 상황이니까.

하지만 이를 바로 말해 주고 싶진 않았다.

장난기가 돋은 이안 관주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만약 그렇게는 못 하겠다면? 그러면 어쩔 거냐고 한번 물어보…….”

“보여 드릴까요? 제가 어떤 일을 벌일지?”

헌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밖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주디스였다.

교관들이 웃음을 참는 가운데, 붉은 머리 소녀가 다시 한번 엄포를 늘어놓았다.

“아마 감당하기 힘들 거예요! 아주 지독한 사고를 칠 거니까!”

“요 자식! 그렇게 멋대로 굴다간 제대로 혼난다!”

“벌이야 재시험 끝나면 얼마든지 받을 테니까 괜찮아요! 그러니까 빨리 재시험! 빨리 재시험!”

“하하, 하하하하!”

버릇없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운 손녀와 같은 느낌을 주는 주디스의 행동에 관주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교관들도 이번에는 참지 못했다. 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렇듯 밝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중간 평가에 관한 회의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 * *

그 시각.

화제의 주인공인 아이른 파레이라는 평소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단련, 단련, 또 단련.

그야말로 끔찍한 성실함이었다.

그가 뛰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브랫 로이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놈이야, 완전.’

지금까지 녀석을 무시해 왔지만, 은연중에 녀석의 근성만큼은 대단하다 생각해 왔던 그였다.

허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나도 저만큼 할 수 있다’라는 호승심이 느껴지기는커녕 완전히 질려 버렸다.

마치 태생부터 종이 다른 무언가를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하긴, 저만큼 하니까 그런 기적 같은 성장도 가능했던 거겠지…….’

브랫이 어제 있었던 중간 평가를 떠올렸다.

거기서 아이른이 보여 준 체력, 근력, 그 밖에 모든 신체적인 능력.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퍼포먼스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도 범접할 수 없을 만치 대단한 것이었다.

“……젠장.”

뿌득.

그가 이를 갈았다.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번 중간 평가에서 2등을 한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주디스가 바보같이 오버페이스를 보이지 않았다면, 그리고 아이른 파레이라가 그녀보다 더 바보 같은 짓을 벌이지만 않았다면.

그랬다면 자신은 고작 4등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엔 절대 안 진다.”

일리아 린제이까지다.

그 이상 자신을 추월하는 녀석들은,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조용히 중얼거린 브랫 로이드가 아이른으로부터 시선을 거뒀다.

놈은 놈이고, 자신은 자신이다. 괜히 남을 따라 계획에도 없는 운동을 하느니, 예정대로 휴식을 취하는 편이 훨씬 더 나았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기적적인 성장을 이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성장해 주마.

그렇게 다짐한 브랫이 숙소로 돌아갔다.

“후웁, 훕!”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른 파레이라는 계속해서 단련을 이어 갔다.

황당한 일이었다.

평가를 위해 온 힘을 쏟아부었던 것이 바로 어제였고, 그런 큰일이 있은 다음에는 쉬어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연습벌레 브랫이 휴식을 선택한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의 이야기.

아이른은 매일 밤 꿈속의 사내를 마주했고.

그가 어떠한 수련을 해나가는지 알았다.

그렇기에 말할 수 있었다. 지금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단련을 시작한 지 고작해야 반년도 안 된 자신이 벌써부터 쉬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며 호흡, 그리고 균형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왜 그랬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익숙한 음성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입관 초기의 체력 테스트 이후,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주는 이는 한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일리아 린제이.

달빛을 머금은 눈꽃으로 빚어 만든 듯 아름다운, 그리고 차가워 보이는 은발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헌데 뭔가가 이상했다.

항상 무관심한 눈빛도, 얼어붙어 있는 표정도 그대로긴 했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느꼈을 터.

하지만 어제 이후 시야가 트인 아이른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그녀가 언짢은 기색을 애써 감추고 있음을.

그리고 그 원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있음을 말이다.

아이른은 움직임을 멈추고 말했다.

“뭐가?”

“알잖아. 내가 뭘 말하는지.”

“…….”

“몰라?”

“주디스 구해 준 거, 말하는 거야?”

“그래.”

“…….”

“도대체, 왜 그런 거야?”

평소와 마찬가지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음성.

아이른은 이번에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그녀가 잔뜩 감정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이 어제 보여 줬던 행동에 몹시 실망하고, 그 때문에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그는 일리아 린제이의 태도가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것 때문에 5위권 입상이 날아갔으니.’

크로노 검술관주 이안의 포상.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가치다.

대륙에서 한 손가락에 꼽히는 검사로부터 상을 받을 기회가 살면서 몇 번이나 있을까?

아마 평생 없을지도 모른다.

얼렁뚱땅 검을 시작한 자신조차 일순 가슴이 설렐 정도로, 이번 중간 평가에 걸린 상은 대단하고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주디스를 구한 일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아이른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리아 린제이도 마찬가지였다. 대답을 들은 그녀의 표정이 기어코 깨졌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워진 눈매, 그리고 표정.

그 상태로 은발의 소녀가 차가운 말들을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 알고 있어?”

“굳이 네가 아니라도 주디스를 구해 줄 용병들은 많았어.”

“무려 관주님의 포상이야. 대륙에서 최고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직접 내리는 상이라고.”

“돈이나 금 쪼가리 따위보다 훨씬 귀할걸? 일대일로 가르침을 받을 수도, 황금 같은 조언을 들을 수도 있어.”

“그뿐이 아니야. 지금껏 널 조롱했던 입들을 다물게 만들고, 깔봤던 시선들을 내리깔게 만들 수 있었다고.”

“알고 있어?”

일리아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이른은 묵묵히 이를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이 아니더라도 주디스를 구할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고, 관주가 내릴 상 역시 자신이 어렴풋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대단했을 터였다.

자신을 무시했던 다른 수련생들 앞에 우뚝 설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은 그 모든 것을 저버리고 바보 같은 행동을 저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후회되지는 않았다.

잠자코 있던 아이른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내가 나태 공자라고 불렸던 거, 알고 있어?”

“…….”

“꽤 오래 늪에 빠져 있었어. 변명거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감안해도…… 정말 오래.”

아이른이 과거를 회상했다.

5살부터 15살.

정말이지 지독히도 긴 은둔 생활이었다. 그는 평생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앉아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신비로운 꿈이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잠에서 검으로 종목이 바뀌었을 뿐, 자신은 여전히 세상으로부터 도망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쩌면 여전히 가라앉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항상 사랑해 줬던 가족들이 없었다면.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은 아버지가, 친모가 아님에도 자애로운 어머니가,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자신의 손을 잡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수면 위로 올라온 내가, 다른 사람이 가라앉는 걸 모른 척하는 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

“그냥 그것뿐이야. 그래서였어, 어제 그런 건.”

허공을 바라본 채 자신의 이야기를 마친 아이른은 시선을 돌려 일리아 린제이의 눈을 쳐다봤다.

그녀는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속에 뜨거운 뭔가를 품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한참 정면을 노려보던 일리아가 홱 뒤돌아섰다.

그리고 말했다.

“한 번도 검을 다뤄 본 적 없다고 했지? 작년까지.”

“……응.”

“육체 단련과 검술은 달라. 둘 다 노력, 그리고 재능이 필요한 건 맞지만…… 재능의 중요도는, 검술 쪽이 훨씬 더 중요해.”

“…….”

“어제의 판단 때문에 관주님의 상을 놓친 것도, 더는 내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것도, 그거 때문에 다시, 다시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도…….”

감정을 추스른 듯, 일리아의 음성이 평온하게 바뀌었다.

평소와 같이 무감정하게, 차갑게.

그녀는 그 상태로 자신의 말을 마무리했다.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여운을 남긴 뒤 떠나가는 일리아 린제이.

아이른은 그녀의 찰랑거리는 은발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차디찬 기운을 풍기는 뒷모습을 보며 절로 의구심이 들었다.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말라고 했으면서, 왜…….’

오늘은 왜, 자기가 더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걸까?

알 수 없었다.

이해하기엔, 상대와 나눈 대화가 너무나도 적었다.

그런데도 그는 오랫동안 일리아 린제이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오늘의 일이야 어쨌건, 그녀는 검술관에서 자신을 편견 없이 봐준 유일한 수련생이었기 때문이다.

‘도움도 엄청나게 받았고.’

만약 일리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5위 입상은커녕, 아마 2차 평가도 붙을까 말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아이른은 은발 소녀의 영문 모를 감정을 헤아리고 싶었고, 기왕이면 화도 풀어주고 싶었다.

“…….”

물론 그래 봤자 소득은 없었다.

관계라고 하기도 애매한 친분의, 그것도 자기 여동생과 같은 나이 소녀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고개를 흔든 아이른은 다시 체력 단련 코스를 질주했다.

* * *

이틀 후.

두 번째 중간 평가마저 끝이 났다. 추가로 붙은 78명을 포함해, 합격자는 총 113명이 되었다.

300명가량의 예비 수련생들은 눈물을 머금고 검술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슬픈 사람이 있으면 기쁜 사람도 있는 법.

바로 1차 시험에서 5위 안에 입상한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일리아 린제이와 브랫 로이드를 필두로 한 다섯 아이들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 올라섰다.

특히 브랫 로이드 패밀리 중 하나인 랜스 페터슨은 찢어질 듯 올라가는 입꼬리를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신이 5등 안에 들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른, 그 멍청한 녀석 덕분에 이렇게 꿀을 빠네.’

뜻밖의 행운을 손에 쥔 랜스 페터슨은 직후 아이른의 흉을 봤다.

‘쯧쯧. 한심한 놈.’

‘시험 도중에 혼자서 뭐 하는 건지.’

‘착한 척이라도 하고 싶나? 그것도 상황 가려가면서 해야지.’

‘그래도 다행이야. 경쟁심이라곤 하나도 없는 저런 얼빠진 녀석이라면, 검술 시험은 안 봐도 뻔하지.’

몇몇 속 좁은 수련생들은 더 심한 생각을 했다.

더 이상 나태 공자라고 놀릴 수 없지만, 주디스를 구한 후에도 1차 통과를 했을 만큼 엄청난 능력을 보여 줬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깔봤던 이가 잘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추락하고, 추락해서 다시 자신보다 못난 존재가 되길 바랐다.

그렇기에, 이어지는 검술관주 이안의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311번 예비 수련생, 아이른 파레이라.”

“예.”

“상장 수여를 위해, 단상 앞으로.”

“……?”

일리아 린제이, 브랫 로이드를 포함한 최상위권 수련생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이른의 재시험을 요청하기 위해 이안을 찾아갔던 주디스, 그녀만이 한껏 기쁜 얼굴로 손뼉을 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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