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238화 (238/244)

외전) 엔딩 이후의 세계 - 9

웜홀이 열리기 약 30분 전이었다.

웜홀 연구소를 비롯한 섬 전역이 ‘무제한 폐쇄 작전’ 상태에 돌입했다.

무려 50척의 비행선이 섬 전체를 빽빽이 두르고 있었으며 해상에는 군함들이 줄줄이 늘어서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다! 어서 움직여!”

해안을 따라서 간이 성벽이 설치되었다. 섬 안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못하게 틀어막은 것이었다. 그 근처, 수천 명의 병력이 대형을 이룬 채 대기 중이었다.

저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

다만, 무엇이 나오든 이 섬 밖으로 나가는 걸 허용하지 않는 게 ‘무제한 폐쇄 작전’의 핵심이자 최종 목표였다.

“현 시간부로 출입을 완전히 통제한다!”

그리고 섬 중앙, 지하에 있는 연구 시설은 완전히 폐쇄되어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었다. 예외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사벨라와 미르 역시 건물 밖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너희 아빠는 다짜고짜 불러 놓고 얼굴도 안 비추냐? 하여간, 융통성이 없어.”

이사벨라는 나무 그늘에 누워 있었다.

“어휴, 나한테 널 떠맡길 때부터 알아봤는데, 정말로 인간들은 막무가내라니까?”

세계수 진영에서 그 누구보다 강한 그녀였지만, 플레이어가 아니었기에 중요한 임무를 맡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아직 사교성이 떨어지는 편인지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영 힘들었다.

“야, 넌 아까부터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이사벨라가 누군가에게 물었다.

흑발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나무 그늘 끝자락에 쭈그려 앉아, 해안에 도열해 있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그리고 소년의 발 앞에는 불타는 치킨 스켈레톤 4마리가 모래성을 쌓는 중이었다.

그 소년은 미르였다.

“뭘 보고 있냐니까?”

“그냥, 사람들이 좀 이상한데요?”

그 말에 이사벨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쟤들이 일하는 게 그렇게 재밌어? 한가롭게 쉴 시간 있으면 저기 바다에 가서 브레스 뿜는 거 연습이나 해보라고 했지?”

“아뇨 그게 아니라······.”

미르의 동공이 커지며 플레이어들을 더 자세히 훑기 시작했다.

“저거 안 보이세요? 사람들이 변했어요.”

미르는 플레이어들이 작전을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드래곤의 눈으로 보이는 것, 존재 안에 내재된 힘을 꿰뚫어 보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어딘가 달라진 것 같은데요? 우리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아, 그거? 그건 나도 느끼고 있었어. 뭐, 저번에 듣기로 드래곤과 비슷한 종족이 되느니 마느니 하더니만 성공했나 본데?”

미르는 플레이어들이 ‘용인족(龍人族)’이 된 걸 눈치챈 것이었다.

“그럼 언젠가 날개도 나올까요?”

“인간 주제에 감히 날개는 무슨······.”

그때 그들을 향해 누군가 걸어왔다.

“안녕? 요즘 유모로 일한다며?”

리웨이였다.

“뭐? 유모?”

그녀의 목소리에 이사벨라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 으르렁거리며 리웨이를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머리채를 잡아들 기세였다.

“뭐? 다시 말해봐! 지금 뭐라고? 유모?”

리웨이는 이사벨라를 무시하고 미르에게 손은 흔들었다.

“미르, 안녕! 그사이에 많이 컸네? 저 아줌마한테 잘 배웠어?”

그 물음에 미르는 이사벨라의 눈치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웅얼거렸다.

“제가 아직 뭘 배울 때가 아닌가 봐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 반응에 리웨이는 피식 웃었다.

“음, 잘 모른다는 건, 배운 게 없다는 뜻 아닌가? 역시 선생이 중요한······.”

그때, 이사벨라 쪽에서 강력한 기가 터져 나와 리웨이를 덮쳤다.

“윽!”

- ‘드래곤 피어’가 발동합니다.

* 레벨과 지능이 낮은 생명체를 경직시킵니다.

그건 드래곤 피어였다. 리웨이는 순간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소리를 꽥 질렀다.

“깜짝이야!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예전이었다면 그 기에 짓눌려 움직이지도 못했을 테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았다. ‘용인족’이 되며 공포 저항력이 생긴 덕분이었다.

“어쭈, 이제는 버틴다 그거지? 그리고 지금 누구한테 유모라는 거야? 죽을래?”

이사벨라의 입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리웨이도 지지 않고 양어깨에 물의 정령을 소환하며 열기와 냉기가 충돌했다.

“유모가 뭐가 어때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어. 이런 거로 신경질 내는 걸 보면 아직 사람이 되려면 멀었었다니까?”

“닥쳐! 내가 언제 사람이 된다고 했어! 내 정체가 원래 뭐든 나는 지금이 좋아!”

미르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실로 익숙한 풍경이었다. 매번 만날 때마다 한 번씩 소동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녀들의 유치한 힘겨루기는 생각보다 빨리 종결될 수밖에 없었다.

쿵······

바닥에서 진동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쿵······

재차 진동, 치킨 스켈레톤 4마리가 일렬로 늘어섰다. 미르가 신경을 곤두세우자 녀석들이 저절로 반응한 것이었다.

“들려요? 뭔가 시작되는 것 같은데요? 웜홀이 열린 걸까요?”

이사벨라와 리웨이 역시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들은 불안한 시선을 공유하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

지하 시설에서 무언가 시작된 건 맞았다. 아직 하지만 웜홀이 열린 건 아니었다.

치이이······

어느 어두운 창고에서 보라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잘 사용하지 않는 비품 창고 인적이 아주 드문 곳이었다.

텅!

“윽······.”

창고 문이 열리고 Z의 첩자, 제이슨이 비틀거리며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의 왼쪽 팔이 사라진 상태였다. 무슨 일인지, 끈적끈적한 질감의 검은 연기에 의해 완전히 바스러졌다.

“으으······.”

비품 창고 안에서부터 무법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절그럭― 절그럭―

제이슨은 고통을 집어삼키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텅!

문이 거칠게 열리며 보라색 철 가면을 쓴 거구의 남자, Z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뒤로 십여 명의 플레이어들이 따라 나왔다.

“Z님, 오셨습니까?”

Z의 큰 손이 제이슨의 어깨에 얹혔다.

“······제이슨, 수고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제이슨의 잘린 팔 부위는 검게 타들어 갔다. 제이슨의 팔을 희생하여 포탈을 연 것이었다.

그건 흑마법의 일종이었다.

“아, 아닙니다.”

흑마법의 마법 중 하나인 ‘금지된 마법’은 마나 대신 생명이나 신체 부위와 같이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른 마법을 능가하는 ‘최우선 판정’을 적용받았다.

방금 같은 경우는 제이슨이 자신의 팔을 희생하여 ‘위장 포탈’을 열었고 세계수 진영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물론, 방금 울려 퍼진 충격을 느낀 이들이 있을 테고 곧 추적해올 듯싶었으나, 이게 최대한 은밀한 방법이었다.

“팔은 괜찮나?”

“괘,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형식적인 물음에 제이슨은 끙끙거리며 대답했고 Z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웜홀 개방이 곧 시, 시작될 예정입니다. 제,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제이슨이 앞장서 나아갔다.

어두운 복도로 접어들며 Z가 입을 열었다.

“오늘······ 모든 게 끝난다.”

Z와 휘하 부하들은 여전히 굳게 믿고 있었다. 웜홀을 열고 나올 존재가 ‘제0지구’의 인류이며 그들이 네크로맨서를 몰아내고 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이다.

“내가 네크로맨서와 마주할 때, 나에게 너희의 생명을 투자하여 흑마법을 걸어라. 내가 너희의 희생을 담보삼아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

그렇기에 환영식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

“웜홀 복구 예정시간까지 5분 남았습니다!”

“전 부서, 모든 안전장치 재점검한다!”

웜홀 입구가 있는 일명 ‘터널 룸’은 그 어떤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게끔 수십 중의 보강 공사를 해둔 상태였다.

그렇기에 머리 위에서 발생한 충격은 이곳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지수는 느낄 수 있었다.

“위에 무슨 일이 벌어졌어요.”

큰 충격이 두꺼운 콘크리트 층을 넘어 조금이나마 흘러들어왔고 지수의 피부에 닿았다. 지수는 그 느낌을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요?”

경수가 물었다. 지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방금 느끼며 그 감각을 되짚어 봤다.

“뭐가······ 터진 것 같아요.”

경수는 담당 직원을 시켜 알아보게 했다.

하지만 영 신통치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일부 대원이 원인불명의 충격을 느끼긴 했는데, 현재 확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성 병기 설치 중에 발생한 소리일 수도 있다고 하네요.”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연구 시설 안에서 발생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원흉 같은 게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는 듯해요. 내부 경비팀에 한 번 연락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무래도 누군가 들어온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지수 씨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확실하게 알아보라고 해야겠네요.”

하지만 늦었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터널 ’룸의 출입문, 거대한 철문이 우그러졌다.

구―웅―

그 진동이 터널 룸 안으로 치고 들어왔고 터널 룸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백 명의 플레이어가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

“뭐지?”

콰―아―앙!

재차 충격, 20cm 두께의 철문이 기어코 안쪽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쿠―웅······

모두가 경악했다.

도대체 그 두꺼운 문짝을 두 번 만에 뚫어낼 수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이내 그렇게 열린 문을 통하여 약 이십여 명의 인영이 걸어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서 있는 자, 보라색 비늘 갑주를 입고 보라색 철 가면을 쓴 거구가 양팔을 우아하게 들어 보였다.

“우리도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고 싶다.”

Z였다.

지수가 검을 뽑아 들었다.

“성우 씨, 저 사람이에요.”

성우는 Z를 쳐다보았다. Z도 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Z의 가면 안에서 하얀 입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절그럭― 절그럭―

묘한 긴장감이 방을 가득 메운 채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은 표정이 보이지 않았고 한 사람은 무표정이었다.

“······.”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Z의 등 뒤에 있던 이들의 몸에서 검은 글자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들어오기 전부터 어떤 주문을 외우고 있는 듯싶었는데, 이제 발동시킨 듯했다.

츠츠츠츠······

기괴한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몸뚱이가 검게 타오르며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고통에 헐떡이면서도 주문을 외우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하나둘 쓰러져 죽었다.

“······흑마법?”

그리고 그 시체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어떤 기호가 되더니 Z의 몸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치이이이······

언뜻 봐도 범상치 않은 장면이었다.

“큭······.”

Z 역시 그 힘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은지 몸을 뒤틀며 신음했다.

텅!

그는 왼손에 들고 있던 철제 케이스를 던지듯 내려놓더니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큭······ 네크로맨서, 널 위해 준비한 게 많다.”

Z가 떨리는 손으로 케이스를 열어 젖혔다.

우우우우······

그 안엔 대검 한 자루가 고이 잠들어 있었다. Z가 손을 뻗어 자루를 움켜쥐자, 검이 잠에서 깨어난 듯 찬란한 황금색 빛을 내뿜었다.

“후······.”

그건 전설 속 명검의 대명사 ‘엑스칼리버’였다.

“네크로맨서······ 내 모든 걸 투자해서 너에게 빼앗긴 내 것들 되찾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엑스칼리버를 검집에서 뽑아 들었다. 스릉,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검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우우우우―

찬란한 황금빛이 한층 더 진하게 터져 나왔는데, 그의 몸을 뒤덮고 있는 검은 기운과 대조되어 기이한 이질감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대왕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 위대한 축복이 당신을 가호합니다. 하지만 이 힘에 노출될수록 당신은 쇠약해질 것입니다. 검을 다룰 수 있는 총 시간은 레벨에 따라 정해져 있으니 지혜롭게 사용하십시오. (남은 시간 : 31분 11초)

어떤 왕이든 결국 쇠퇴하여 쓰러진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 이와 같은 페널티 때문에 ‘엑스칼리버’를 항시 들고 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단기간이라도 그 효과는 엄청났다.

- 엑스칼리버 그리고 검집의 가호를 받습니다.

*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40)

* 모든 상태 이상에 ‘절대 면역’이 부여됩니다.

* 모든 공격을 ‘절대 방어’합니다. (5회)

* 1분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1)

그뿐만이 아니었다.

- 당신은 ‘금지된 마법(이름 없음)’을 흡수했습니다. 10분 동안 ‘악의 대전사’ 상태가 됩니다.

* 모든 능력치 상승 (+10)

* 마법 면역력 상승 (+50%)

* 동체 시력 상승 (+50%)

* 반사 신경 상승 (+50%)

* 모든 통증 감소 (-100%)

방금 부하들을 희생하여 만들어 낸 흑마법. 그게 그의 몸을 강화한 상태였다.

고―오―오―오―오―

Z는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강력한 힘을 절절하게 체감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짐승이 된 기분이었다.

“······.”

그간 모든 계획이 실패했지만, Z는 남은 모든 걸 쏟아부어 이 자리에 섰다.

절그럭― 절그럭―

그가 성우를 향해 다가오는 가운데, 저 뒤에서 연구소장, 헨드릭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바쁜데 미안합니다! 웜홀 개방까지 2분 남았습니다! 빨리 청소해주세요!”

이에 지수가 먼저 움직였다.

그녀가 땅을 박차가 몸을 던진 것이었다. 단숨에 목을 칠 생각이었다.

Z역시 그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는 지수를 향해, 마치 배트를 휘두르듯 엑스칼리버를 크게 휘저었다. 그러자 충격파가 발생했다. 바닥이 으스러지며 그 파편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쩌―엉!

지수는 그 충격에 휩쓸려 수직으로 튕겨 나갔다. 천장에 충돌하기 직전, 재빨리 몸을 돌렸다.

턱!

천장을 양발로 밀며, 그 힘으로 다시 쏘아졌다. 엄청난 속도였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Z의 머리 위에 도착했다.

붕!

이번에는 지수가 빨랐다. 그녀는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Z의 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정확하고 강력한 한 방이었다.

하지만······.

쩡!

황금색 보호막이 지수의 검을 막아냈다.

‘뭐지?’

Z가 들고 있는 대검, 정확히는 그것의 검집에서 흘러나온 방어막이었다.

이건 공격을 막아냈다기보다 마치 ‘무효’처리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수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건 엑스칼리버의 능력 중 하나인 ‘절대 방어’였다.

이어서 Z가 검을 휘둘렀다.

쩌―엉!

지수가 뒤로 도약해 피했다. 공격은 빗나갔으나 큰 파동이 일어나며 지수의 몸을 덮쳤다. 지수는 그 파동을 향해, 온 힘을 다해 검을 휘저어 파동을 상쇄시켰다.

하지만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고, 지수는 그 파동에 휩쓸리고 말았다.

“윽!”

그녀의 몸이 수십 미터 뒤로 밀려났다.

실로 엄청난 힘이었다. 제대로 맞았다간 내장이 전부 우그러질 것이었다.

“······네크로맨서.”

그리고 그렇게 지수를 밀어낸 Z가 마침내 네크로맨서를 마주 보았다.

“······.”

Z는 자신의 오래된 연적을 향해, 엑스칼리버를 양손으로 쥔 채 달려들었다.

하지만 성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양어깨에 보라색 일렁거림이 일어났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심연의 통로’가 열립니다.

‘······뭐지?’

Z는 그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보는 스킬이다.’

네크로맨서를 공략하기 위하여 네크로맨서에 관한 모든 정보를 긁어모으고 연구했다.

그런데 이건 처음 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고 있던 건가?’

그의 계획에 또 한 번, 차질이 일어났다. Z의 발걸음이 다소 느려졌다.

‘상관없다. 끝장을 본다.’

Z는 마음을 가다듬고 돌격을 택했다.

‘절대 방어’가 있으니 놈이 무슨 공격을 날리든 무조건 방어하고 다음 기회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즉, 첫 번째 공격은 놈의 기술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이었다.

“웜홀 개방 1분 전입니다!”

웜홀 룸을 울리는 헨드릭스의 고함, 그리고 이에 성우가 여유롭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끝내겠습니다.”

그 순간, Z는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에 사로잡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느낌이지?

그의 발걸음이 절로 느려졌다.

“······.”

네크로맨서에게 가까워질수록, 그는 자신이 주제도 모른 채 맹수에게 달려들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최고의 실력자였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아.”

레벨 60, 그건 단순한 수치가 아니었다.

레벨이 전부가 아니지만, 누구의 레벨이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네크로맨서의 60레벨은 달랐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순간, 눈앞을 정체불명의 메시지가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심연의 통로’가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심연의 통로’가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심연의 통로’가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심연의 통로’가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심연의 통로’가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심연의 통로’가 열립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심연의 통로’가 열립니다.

Z의 시야 가득, 보라색 포탈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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