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엔딩 이후의 시대 - 3
성우와 대산맥의 왕은 지금 지중해의 어느 섬에 있었다. 두 사람은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와 회색의 건물 사이를 걸어 해변으로 나갔다.
쏴아― 쏴아―
이내 청량한 파도 소리와 함께 코발트색 바다가 펼쳐졌다. 하늘색과 동화되어 그 시원한 빛깔이 세상의 절반을 메우는, 장관이었다.
대산맥의 왕이 휘파람을 불었다.
“참 아쉽게 됐어. 풍류를 즐길 수 있을까 했는데, 자네가 너무 바쁘니 원, 언제 한 번 다 같이 놀러 오면 어떻겠나?”
“······.”
“음······.”
대산맥의 왕은 성우를 힐끗 봤다.
“······.”
실로 노골적인 묵묵부답이었다만, 이는 퍽 익숙한 상황이었기에 그는 언제나 그렇듯 홀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음, 그냥 해본 소리지 실은 빨리 설악산으로 돌아가고 싶다네! 저 시퍼런 바다와 시퍼런 하늘······ 눈이 시려서 미칠 것 같아. 이 몸뚱이는 역시 한반도 지형에서 탄생한 보스 몬스터인 만큼, 그 동네에 맞게 설계된 것이겠지?”
이렇게 두 사람이 이국의 해변을 거닐고 있는 건 당연하게도 휴양을 온 게 아니었다. ‘아담의 뼈’를 찾은 던전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뭐, 그 동네에 살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어디 보자 4년 조금 넘게 남았나?”
그가 푸념처럼 수다를 마쳤다.
이 세계에 퍼져 있는 ‘나노 로봇’의 가동 기간은 이제 5년 남짓, 그에 따라 대산맥의 왕의 몸이 유지되는 시간도 단 5년 남은 것이었다.
“그렇게 쓸데없는 말을 쉬지도 않고 하면 나노 로봇의 수명이 더 빨리 줄어들 수도 있어.”
성우의 일갈에 대산맥의 왕은 피식 웃을 뿐이었고 성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나저나 그 ‘반응’은 안 오나?”
반응, 그 질문에 대산맥의 왕은 고개를 저었다.
“이게 또, 막 시장기처럼 때맞춰 오는 게 아니라서 말일세. 이것 때문에 나를 옆에 끼고 다녔는데, 거참 미안하게 됐군.”
“됐으니까, 혹시나 반응이 오면 제대로 집중해서 저번처럼 놓치지나 마.”
“걱정하지 말게. 정신 딱 붙들고 살짝만 느낌 와도 내 곧장 보고할 테니.”
반응, 그건 대산맥의 왕에게만 들리는 어떤 ‘목소리’를 의미했다.
‘이번에는 대체 누구지?’
엔딩을 맞이한 날, 대산맥의 왕이 고백하길, 조력자 이외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또한, 시스템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것 역시 ‘조력자’가 아닌 그 ‘목소리’라고 했다.
‘마치 진짜 신의 목소리 같았다고 했었나?’
이렇다 할 근거가 없는 불명확한 주장에 불과했다만, 성우는 그 뜻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 더 있을 수도 있어.’
대산맥의 왕이 외부의 매개체 역할을 한 만큼, 또 다른 목소리에 대한 그 증언을 단순한 착각 혹은 정신 이상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내 그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스템 오류······.’
하필이면 대산맥의 왕을 중심으로 ‘시스템 오류’ 현상이 종종 일어나곤 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4번, 그가 있는 곳의 시스템이 불통을 일으켜 먹통이 되었으며, 대산맥의 왕은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속삭이듯, 무언가를 종용하는 어떤 목소리······.
그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며, 성우는 직감했다.
‘확실히, 뭔가 있다.’
물론 시스템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낸 것임으로 자잘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 관리 ‘노역’을 맡은 제0지구 출신의 GM들을 시켜 확인한 결과, 해당 시스템 오류는 ‘외부의 개입’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쉽게 말하자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파동이 ‘나노 로봇’을 조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무슨 일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난색을 보이기까지 했는데, 대체 누가 어디에서 개입한 건지 증명해낼 수 없다고 했다.
성우는 혹시나 놈들이 숨기는 게 있을까 하여 작정하고 GM들을 협박했지만, 약간의 피만 봤을 뿐, 그들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
‘월터가 그렇게 억울해하는 건 처음이었다.’
웜홀은 파괴되었으니 외부와 연결 고리가 완전히 제거된 상태였다.
그런데 외부의 개입이라니?
이는 시스템을 만든 ‘제0지구’의 과학 기술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월터는 자신의 경력을 다 걸고 전혀 모르겠다고 역설했다.
‘GM들조차 감별할 수 없는 제삼자라······.’
달리 말하면 시스템의 창조주보다 시스템 더욱 잘 다루는 존재가 있다는 뜻이었다.
정말로 그런 게 존재한다면, 그들은 우호적일까? 아니면 제0지구와 다를 바 없는 침략자일까?
‘이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군.’
우우우우―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마법 드론’ 한 대 날아오더니 그들을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섬 전체에 드론 십여 대가 떠올라 모든 곳을 감시하는 중이었다.
“워, 또 시작이군?”
꽤 큰 규모 작전으로 보였다.
“그 양반들이 자네가 던전에서 나온 걸 눈치챈 모양이야. 하긴, 누가 행차하는데, 이 정도 의전이야 당연하겠지? 아니, 조금 모자를 수도 있어.”
저건 전부 세계수 진영 소속의 드론들이었다. 성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저 드론들의 목적은 성우를 경호하는 것이었다. 성우는 명목적으로 ‘통제 기구’ 및 ‘세계수 진영’의 총장직에 있는 만큼, 항시 ‘총장 부속실’의 경호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누가 감히 그를 경호하겠느냐마는, 주변을 경계하여 위협을 미연에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했다.
“하긴, 자네는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시중을 받으셔야 하는 몸이 아니겠나? 전 세계를 통치하는 군주님께 프라이버시가 어디 있겠어?”
“그래도······ 이건 좀 과해. 많이 과해.”
이내 저 멀리, 절벽과 마주한 해변 끝자락에 두 척의 비행선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 약 서른 명의 플레이어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그 정도이지 실제로 동원되는 경호 및 의전 인력은 적어도 오십여 명은 될 것이었다.
“저 인력이 너무 아깝잖아. 다른 곳에 쓰면 훨씬 효율적일 텐데 말이야.”
성우는 굳이 그렇게 많은 인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경수를 비롯한 세계수 진영의 내각 책임자들은 한사코 이를 강요했다.
‘그래, 만에 하나라도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불안한 건 당연하다.’
아직은, 성우가 없다면 ‘통제 기구’는 물론이거니와 ‘세계수 진영’조차 존속할 수 없었다.
그들도 그걸 알 터이니, 성우를 과하게 경호하는 건 성우가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함이었다.
“흠, 저기 누가 뛰어오는 것 같은데?”
그때, 해변을 따라서 누군가 헐레벌떡 다가오고 있었다. 웬 남자였다.
“아! 부속실장, 그 양반이군?”
‘부속실장’은 성우의 경호 책임자이자 비서 역할까지 겸하는 직책이었다. 하물며 그는 22레벨의 4성급 프리스트 계열로서 일선에서 성우의 안전과 건강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경호와 인호가 수많은 후보자를 고민한 끝에 선발한 믿을 수 있는 자였다.
그가 성우에게 다가와 꾸벅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산군’님도 안녕하셨지요? 무려 11일 만입니다.”
‘산군’은 대산맥의 왕, 그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언제까지나 보스 몬스터 시절의 이름으로 불릴 수는 없으니 붙인 것이었는데, 정확히는 김산군(金山君)이라고, 스스로 작명했다.
“지금 막 아사달에 큰 문제가 발생해서 소식을 전하러 던전에 입장해야 하나 상의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후, 때마침 나오셔서 다행이네요.”
시작부터 비보가 날아들었다.
“아사달에 문제요? 테러가 발생했습니까?”
“맞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건 어느 정도 예상하던 문제였고 성우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해둔 바 있었다.
성우가 아무리 가장 중요한 기둥이라고 할지라도, 기둥 하나 빠진다고 해서 건물이 무너지는 건 말이 안 되니 말이다.
‘제213기동대를 아사달 방위 임무에 투입하고 한호를 항시 대기 시키면 충분했을 텐데?’
그런데 이렇게 급히 성우를 찾는다는 건······.
‘놈들이 작정하고 흔들어대고 있다는 뜻인가?’
성우와 산군은 즉시 메신저호에 탑승했다.
메신저호가 마주 보고 있는 회색 절벽 위에 ‘하이퍼 게이트’ 한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마나만 공급하면 언제든지 긴급 복귀할 수 있도록 설치와 시동을 끝마쳐둔 상태였다.
“모든 점검 과정 생략, 즉시 발진한다.”
부속실장의 명령과 함께 하이퍼 게이트에 시동이 걸렸다.
우우우우―
그런데······
“어라? 이, 이게 왜 이래?”
하이퍼 게이트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마나가 공급되다 말더니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긴급 상황! 모든 엔진이 먹통입니다!”
“워,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비행을 준비하던 ‘메신저호’ 역시 그대로 시동이 꺼진 것이었다.
‘이건 설마······.’
성우는 대산맥의 왕, 산군을 바라보았다.
“······혹시?”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속이 안 좋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미안한데, 지금 뭔가 느낌이 안 좋아. 그래, 분명······ 반응이 왔어.”
그의 눈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다 좋아. 근데 왜······ 하필 지금이야?”
- 뀕궭$%%%&@긝!(%67#)
- 쉙뉅벩빍#!!$귉%$꿹$##%!!&*
무언가 시작되었다.
***
“빨리 움직여!”
척― 척― 척― 척―
아사달을 감싸고 있는 회색의 성벽 위, 백여 명의 병력이 줄지어 움직였다.
쾅! 쾅! 쾅! 쾅!
그들은 저 멀리 들려오는 폭발음에 따라 심장이 서서히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젠장······ 벌써 가까이 왔어.”
아사달을 향한 ‘비스트 테러’가 무려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그에 따라 아사달의 수비 병력은 총 여섯 군데로 나뉘어 작전을 펼쳤다.
직접 ‘하이퍼 게이트’로 가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진화(鎭火)’ 역할이 3개 팀, 몬스터가 도시 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성벽을 지키는 ‘방화(防火)’ 역할이 3팀이었다.
나름 체계적인 분류로 움직이고 있었으나······.
“동시에 3곳에서 공습이라니, 무슨 일이지?”
유례없는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북쪽 성벽의 수비 병력은 성병에 무기를 거치하며 저 멀리 피어오르는 회색 연기를 바라보았다.
그때, 수비 대장이 소리쳤다.
“우리는 방화 역할이다! 진화 쪽이 실패할 경우 몬스터가 여기를 넘지 못하게만, 어떻게든 그렇게만 하면 된다. 모두 정신 바짝 차려!”
서쪽, 폐공장 지역은 한호가 맡았다. 남쪽은 인호가 지휘하는 세계수 함대가 출동했다.
문제는 바로 이곳, 북쪽이었다. 북쪽에는 이렇다 할 무기가 배치되지 못한 것이었다.
“아군이 밀리고 있습니다! 점점 가까워집니다!”
마법 드론을 통한 관측 보고가 들어오자 수비 대장은 악다구니를 내뱉었다.
“젠장······.”
진화 쪽이 실패한다면, 방화 측에서 막아낼 방법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대부분 진화 쪽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누군가 이곳에 도착했다.
절그럭― 절그럭―
“수비 대장, 현재 상황은?”
백색 갑주를 입은 덩치 큰 남자가 거대한 대검을 둘러맨 채 다가왔다. ‘크루세이더 커맨더’이자 ‘전략정보국장’인 정훈이었다.
그는 일선 전투 임무보다는 음지에서 정보전을 주도하는 역할이었지만, 유사시에 투입될 수 있는 주요한 전력이기도 했다.
이에 수비 대장이 상황을 보고했다.
“예! 현재 북쪽 하이퍼 게이트에서 보스 몬스터가 4마리 등장했고 그중 1마리는 ‘군벌’ 등급이라서 다수의 졸병을 소환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곳, 성벽에 남는 병력은 있나?”
“당장은······ 없습니다.”
아사달은 꽤 거대한 도시였다. 세계수의 결계 ‘신목의 그늘’로 보호받는 중심부가 아닌 이상 병력을 투입하여 방어해야만 했다.
그런데 성벽 총 길이가 4.8km에 이르렀기에 필연적으로 상당히 많은 수비 병력이 필요했고, 일부를 뭉텅 떼어내 차출할 여유가 없었다.
“그럼 서쪽 성벽에서 남는 병력을 끌어오라고 해. 거긴 한호, 현무가 있어서 수비 병력이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을 거야.”
“예!”
정훈은 성벽에 손을 얹고 가까워지는 연기를 노려보았다. 먼 곳에서부터 시작된 폭발과 연기의 행렬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가 3마리 심지어 군벌 몬스터가 1마리, 웬만한 병력으로 상대할 수 없는 숫자다.’
쿵― 쿵― 쿵―
“북쪽 저지선이 밀리고 있습니다!”
정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괴물 쥐 떼가 저지선을 무시하고 지나쳐 이곳으로 몰려옵니다! 족히 수, 수천 마리는 될 것 같습니다!”
정훈은 그런 보고를 듣고만 있었다.
“음······.”
사실 그는 성우, 지수, 한호처럼 싸울 수 없었다. ‘신격’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격은 엔딩 이전에도 얻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엔딩 이후에는 훨씬 얻기 힘들어졌다.
‘사실 그건 좀 억울하다.’
포로로 붙잡은 GM에 따르면 이 게임에 대한 ‘업데이트’가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신격을 얻는 방법이 추가되지 않는 상황이라 했다.
그렇기에 정훈은 성우, 지수, 한호 세 영웅에 미칠 수 없었고, 이렇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정보전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훈은 여유로웠다. 사실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더라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핫라인으로 동맹 쪽에 연락 취했나?”
정훈의 물음에 수비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정상적으로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부속실장 통해서 네크로맨서께도 연락을 취했습니다.”
“뭐 굳이 그 사람까지······ 바쁠 텐데.”
“아, 그게,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은······.”
수비 대장은 정훈의 말에 반박하려다가 말을 얼버무리고 말았다.
자신 나름대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한들, 정보국장의 판단에 비교할 바는 못 되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 전부 정신만 바짝 차리고 기다리라고 해. 다 잘 해결될 거야.”
정훈은 세계수 진영의 정보국장, 세계수의 눈과 귀,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걸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가 아는 한, 이 도시는 저 정도 무너질 곳이 아니었다.
“하이퍼 게이트 3개를 동원하여 비스트 테러라? 확실히 유례없지. 하지만 곧······.”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려 성벽 안쪽, 솟아난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우리 측에서 더 많은 하이퍼 게이트가 열릴 거야.”
심지어 낙관적인 사족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래, 이참에 오랜만에 다들 모이면 축제가 열릴 수도 있겠어.”
세계수 진영은 이제 테러에 흔들릴 만큼 작은 세력이 아니었다.
***
아사달의 ‘제1 비행장’에 설치된 거대한 철골 구조물 ‘점프 스페이스’는 아사달 중심지에서도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 중의 하나였다.
세계수 주변을 뒤덮는 ‘신목의 그늘’ 외에도 자체적인 방어막을 항시 가동하여, 관계자 외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는 구역이었다.
“마나 공급 10초 전!”
그곳이 지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1번 라인, 전 게이트 가동 준비 완료!”
‘문지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HG 관리 센터’ 소속 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점핑 스페이스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하이퍼 게이트를 가동하는 작업이었다.
그곳에 설치된 하이퍼 게이트는 총 16개, 그것들은 세계 전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이 바로 세계의 허브인 셈이었다.
“1번, 2번, 3번 정상 작동 중!”
“3번, 4번, 5번 정상 작동 중!”
우우우우―
“6번, 7번 마나 공급 중, 이상 없습니다!”
하이퍼 게이트는 가동 시마다 엄청난 마나를 소모하는 편이기에 수십 명의 마법사가 달라붙어야 할 겨우 유지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세계수 진영은 방식이 달랐다.
“1라인으로 마나 전송 중, 이상 없습니다!”
무려 30개의 ‘마나 배터리’를 하이퍼 게이트에 연결하고 항시 완충 상태를 유지하여 언제든지 10분 내로 하이퍼 게이트를 열 수 있었다.
그곳이 내려다보이는 관제탑, HG 관리 센터장이 무전기 아이템을 들어 올렸다.
“······전 게이트, 오픈!”
그의 짧은 외침과 함께······.
파지지지!
세계 곳곳으로 통하는 문, 7개의 하이퍼 게이트가 동시에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플레이어들이, 여러 서버의 영웅들이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