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9
76) 최선의 엔딩 — 2 (完)
성우는 월터에게 수소 폭탄 3발을 한 곳에서 동시에 터트린 일, 제0지구에서 벌어진 일을 말했다. 그리고 제0지구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물었다.
이에 월터가 말하길, 연쇄 핵융합 작용으로 소형 태양이 탄생하여 지구를 파괴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될 확률은 적어.”
제0지구는 나노 로봇을 이용한 입자 컨트롤 즉, 현실 조작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에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지만, 몇 년에 걸쳐 나노 로봇을 살포하여 버뮤다 삼각지대 근처의 방사능을 모두 제거한 뒤, 다시 웜홀을 가동할 것이었다.
“결국, 회복할수 있다는 뜻이군?”
성우는 그렇게 묻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옆에 앉아 있던 정훈도 같이 일어섰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크, 크지?”
월터는 포로 신분이었기에 성우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움찔거렸다.
“시스템은 계속 유지할 수 있나?”
“아, 그거야 우리가 할수있어.”
게임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는데, 웜홀이 붕괴했기에 그 어떤 간섭도 없이 독립적으로 가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노 로봇의 수명은 7〜8년이 최대야. 나노 로봇의 교체가 없으면 시스템은 결국 무용지물이 될 거야.”
앞으로 6년 남짓 시스템의 힘, 즉 나노 로봇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시스템 복구에 활용하면 되겠군요?“
정훈이 말했고 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망가진 세계를 복구하는 일은 족히 수십 년, 아니 사실상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몰랐다.
그런데 게임 시스템이 있다면, 훨씬 원활하게 복구 작업이 진행될 것이었다.
“혹시 시스템을 조작해서 아이템을 대량으로 찍어내거나 스킬을 올리는 게 가능한가?”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우리 권한 밖이야. GM이라고 시스템을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그 ‘알파 센티널’이나 본사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시스템 자체를 이용할 수는 없지만, 게임 기능은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 사람, 다시 가둬요.”
“자, 잠깐······.”
문 앞에 서 있던 경비들이 성큼성큼 다가와 월터를 끌고 나갔다.
월터는 아주 협조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그 뒤, 성우는 정훈과 함께 ‘지구 복구 계획’에 대해 짧게 의견을 나누었다.
‘이제 다 끝났다.’
제0지구가 멸망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리고 다시금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은 최선의 엔딩을 맞이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게임이 끝났고 현실이 시작되었다.
* * *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약속대로 파티가 열렸다.
수원, 세계수 진영에 모두가 함께 모여, 성대한 만찬과 좋은 술을 앞에 두고 승리를 만끽했다.
펑! 펑! 펑! 펑!
쓸모없었던 폭죽 아이템은 이제야 요긴하기 쓰이고 있었다.
폭죽의 불빛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의 피로 해소 기능이 있었기에 더욱 오래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한호의 어머니, 은희가 이끄는 158명의 조리사 팀은 그 어느 때보다 활약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만드는 음식 대부분이 엄청난 진미인 동시에 버프 아이템이었기에 파티의 퀄리티를 한층 끌어올렸다.
”······.”
성우는 세계수 줄기에 등을 대고 앉은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 세계수(성숙 3단계)가 성장 중입니다. (91%)
세계수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한 단계 더 오르면 ‘신화 퀘스트’가 완성될 것이었다.
[신화 퀘스트]
- 이름 : 종족의 기원(용인족)
- 유형 : 알수 없음
- 목표 : ‘진화의 단서’를 찾아라
- 보상 : 새로운 종족으로 진화
당신은 두 개의 ‘절대적인 씨앗’을 손에 넣었다. 하나는 자라나고 있는 강력한 종족 그 자체이며, 나머지 하나는 초월적인 힘을 품을 수 있는 생명의 그릇이다.
두 가지의 씨앗이 운명적인 조건하에 융합된다면 새로운 신화를 탄생시킬 것이다.
* 정체불명의 알이 ‘부화’하고 세계수가 ‘완성’ 단계에 도달할 때 ‘진화의 단서’가 공개됩니다. (두 가지 씨앗 중 어떤 것이라도 손상될 시 실패합니다.)
성우는 그 메시지를 보며 고민했다.
‘이걸 그냥 놔둬야 하나?’
시스템에 대해서 알게 된 이후에 보게 된, 인간을 다른 무엇으로 바꾸어 버린다는 게 영 찝찝하기만 했다.
그러나 고민 끝에 남겨두기로 했다.
’앞으로 게임 시스템이 유지되는 건 겨우 6년이다. 6년 뒤에는 원상 복구 될 테고······ 그리고 이게 완성되면 지구 복구에도 도움이 될 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성우를 찾아왔다.
“이런, 인류의 영웅이자 지구의 구원자가 정작 잔치에 어울리지 못하다니?“
대산맥의 왕이었다.
“그리고 그런 분이 이렇게 홀로 앉아 궁상떨고 있는데도 아무도 모시러 오지 않다니! 이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게 아닌가?”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성우에게 던졌다. 성우가 받아드니, 삶은 감자였다.
“뭐야?”
성우는 그걸 등 뒤로 던져버렸다.
“파티에는 못 껴도 이런 건 안 먹어.”
대산맥의 왕은 삶은 감자를 우적우적 씹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가? 참 잘나셨군?”
그는 세계수의 뿌리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나도 내 수명이 6년밖에 안 남았다고 해서 다른 음식 좀 먹어 보려고 했는데, 하도 싱거운 감자만 먹어대서 그런지, 혀가 짠 음식을 못 견디는 거 있지 않은가? 내 참, 설마 이 몸은 이렇게 설계된 건가?”
대산맥의 왕 역시 한때는 다른 세계의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엔딩을 맞이한 뒤 그의 정신은 재활용되어 몬스터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나노 머신이 수명을 다하면, 그의 몸과 정신 모두 붕괴하고 말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성우나 지수도 죽은 뒤 나노 로봇으로 재구성된 것이었지만, 그건 원래 존재하는 입자를 ‘복구’한 것뿐이니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월트의 설명이었다.
‘반면 그들의 붕괴를 막을 방법은······ 당장은 없다.’
성우는 그 사실을 그에게 말해주었지만, 그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혼자서 무슨 생각에 잠겨 있나?”
그 물음에 성우는 어깨를 으쓱했고, 대산맥의 왕은 그 반응이 퍽 서운한 듯했다.
“내 참, 나랑은 말도 섞기 싫다는 건가? 따지고 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같은 사상을 가지고 싸우던 전우가 아니던가? 그리고 나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자네가 내 죽마고우나 다름없다네!”
“음, 미안하지만 우리에게 공통된 사상을 주입하던 그놈들을······ 아마도 내가 수소 폭탄으로 날려버렸어.”
조력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대산맥의 왕,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뭐, 그 목소리도 듣긴 들었는데, 그 사람은 사실 그리 자주 오진 않았어.”
성우는 대산맥의 왕을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지?”
대산맥의 왕은 품속에서 곰방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불을 붙였다.
“그게 나도 잘은 모르겠다네. 내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가 두 개였는데, 하나가 누구였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니까?”
“두 개의 목소리? 조력자 말고 또 다른 목소리가 있었다는 거야?”
“음, 그렇지? 그런데 내가 영적인 존재도 아니고 이 형언할 수 없는 목소리의 정체를 깨우칠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냥 그 목소리가 나를······ 구해 준 것 같달까?”
그는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성우는 머 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니까 조력자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네 각성을, 그러니까 네가 시스템에 저항하도록 도왔다는 말이지?”
“그래, 바로 그 말일세.”
전혀 예상 못 한 말이었다.
“그게 누군데?”
“그건 나도 모른다네.”
”······.”
“그런데 그 존재는 시스템에 속해 있는자가 아니었어. 마치······.”
대산맥의 왕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폭죽이 터지며 하늘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다.
“······음, 진짜 신 같았달까?”
그 말에 성우는 피식 웃었다.
“그래, 어이없지? 그런데 가끔은 증명할 수 없는 게 있더라니까?”
성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신은 안 믿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신이 있다면 제 0지구와 같은 상황을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주 만약에 정말 존재 한다면······.
‘그건 신이 아니라 악마다.’
제0지구의 사람들과 똑같이, 우리의 지옥을 방관하며 한낱 유희 거리로 즐겼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다.
대산맥의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 생각에도 그런 존재는 없어.”
그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세계수의 뿌리 틈에서 또 다른 뿌리가 올라오며 어떤 긴 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파티 장소로 이어지는 다리였다.
“오늘은 신이 이뤄준 게 아니라 자네가 이룬 것이니, 그러니 얼른 내려가서 사람들과 즐기게나. 그게 자네의 복이자 의무야.”
* * *
성우는 축제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덜그럭! 덜그럭!
성우의 스켈레톤들이 음식이 담긴 접시를 나르고 있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이 쉴 수 있게 언데드 군단을 잡일에 동원한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딱!
오른이였다.
딱! 딱! 딱!
녀석은 성우를 발견하고는 이빨을 부딪쳐댔는데, 녀석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딱······.
얼굴 반쪽은 퍼렇고 또 반쪽은 뻘겠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색연필 세례를 당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안 돼, 가만히 있어!”
“여기는 내가 칠할 거야!”
그래서 그런지 이빨을 부딪치는 게 마치 자기 좀 봐 달라고, 자기 좀 구해 달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크로맨서님, 제 아이들이 좀 짓궂죠?”
민석이었다. 그는 갑옷을 벗고 하얀 색 셔츠 차림이었다. 해골이 셔츠를 입고 있으니 기괴했지만, 그는 왠지 그런대로 어울렸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또 저러고 있네요. 오른이가 저항을 안 하니······.“
이제는 나름 전우인 오른이를 가지고 노는 게 영 떨떠름한 모양이었다.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쉬세요.“
민석 역시 6년 뒤에 사라질 것이었다. 그의 몸은 성우와 다르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탄생한 것이니 말이다.
“이런 여유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저를 무서워하기보다 세계를 구한 영웅으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정말 전부 다행입니다.”
다행인 걸까? 그래도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동안 네크로맨서님과 함께 싸워서, 이렇게 제 가족과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아저씨 덕분에 항상 이길 수 있었죠.”
그를 되살려서 이용한 게 잘한 일인지, 성우는 새삼 고민했다.
‘옳은 일은 아닐지언정 최선이었다.’
그는 민석과 인사를 나눈 뒤 파티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네크로맨서님!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진짜 재밌습니다! 덕분입니다!“
한껏 취기가 오른 이들이 반겼지만, 성우에게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간 쌓아온 네크로맨서의 이미지가 워낙 무거웠으니,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아니! 진짜라니까!”
이번에는 리웨이의 목소리였다.
“진짜로 내가 널 구해줬다니까?”
그녀는 이사벨라, 그리고 혜연과 한 테이블에 앉아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혜연은 험악한 두 여자 사이에 껴서 기가 질려 있었다.
“와, 이런 배은망덕······ 어이가 없네?”
리웨이의 말에 이사벨라는 맥주 한잔을 통째로 들이켜더니 피식, 코웃음을 쳤다.
“네가? 네까짓게 나를 구해?”
그녀가 치킨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입을 가져다 대자 목구멍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화르르!
그렇게 브레스를 살짝 끌어내어 치킨을 바싹 익힌 뒤 한입에 집어삼켰다.
“······.“
리웨이는 그 장면을 보고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다시 열불을 내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아직도 잘난 척이야! 네가 기절해서 기억을 못 하는 거지 진짜라니까?”
“싸, 싸우지······.“
“뭐? 힘들어서 잠깐 잠들었던 거다. 드래곤이 기절을 해? 너 진짜 뭘 모르는구나?”
“······마세요.”
“아니 이게 진짜! 어? 네크로맨서? 야! 야! 네크로맨서 네가 좀 설명 좀······.“
성우는 그녀들을 피해서 걸음을 옮겼다.
파티장 중심의 큰 테이블에는 정훈과 민흠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러브 의장, 허스트, 조나단 등 미국 쪽 인사들, 그리고 백색 늑대와 검은 사자 등 수인들이 함께 앉아 있었다. 일종의 참모진들끼리 모인 것이었다.
“······.“
그들이 성우에게 눈인사했고 성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스쳐 지나갔다.
아직은 함께 웃고 떠들고 싶지 않았다.
“아, 엄마! 나도 좀 놀 거라고!”
한편, 한쪽에서는 한호가 은희와 실랑이 중이었다.
“어이구, 잠깐 주방에 붙어서 잡일 좀 도와달라니까 그게 그렇게 어렵니! 팔도 여섯 개나 달린 게 엄마 도와줄 손은 없어?”
한호는 억울하다는 듯 팔 여섯 개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떼를 썼다.
“아니, 엄마 나도 영웅이야! 영웅이 잡일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
“어휴! 그래, 다 아니까 어디 가서 제발 그런 주책바가지 좀 떨지 마라!”
그런데 그 장면을 흥미롭게 구경하는 이가 있었다.
“와, 한호 형도 엄마한테 혼나는구나?”
한호를 유독 잘 따르는 영인이었다. 한호는 녀석을 발견하더니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 아, 엄마, 그냥 농담한거야. 아들내미가 이 정도는 해야지!”
그들을 지나치니 구석진 곳, 작은 테이블에 지수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발아래 미르가 엎드려 뼈다귀를 씹는 중이었다.
“지수 씨.”
“아, 오셨어요?”
끙! 끙!
미르가 성우에게 달려왔다. 성우는 녀석을 들어 올리며 지수의 맞은편에 앉았다.
“언니분은 어디 가셨나요?”
“바로 제주도에 갔어요.”
하긴, 파티보다 마음 졸이고 있을 가족들 챙기는 게 우선일 터였다.
“그럼, 가족들을 데리러 가신 건가요?”
지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거예요. 그 사람들, 워낙 보수적이고 고집이 센 사람들이라서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오는 걸 싫어 해요. 저도 그다지 반갑지 않을 것 같고요.”
그녀는 물을 따라 성우에게 건넸다.
“생각해보면 다행이에요.”
“뭐가요?”
“학교에서······. 학교에서 처음 성우 씨와 만나고 성우 씨를 따라나선 거요. 이렇게 엄청난 일이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성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아무도 상상 못 할 일이죠.”
난데없이 눈앞에 나타난 카드를 집고, 뒷문을 열고 쳐들어온 고블린을 죽이며 모든 게 시작되었다.
그조차도 어이가 없는데, 누가 이런 결말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제가 짐이 되지 않고 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지수는 처음부터 그 점을 부단히 신경 쓰고 있었다. 가치와 쓸모를 증명하는 일, 그리고 그건 당연하게도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앞으로의 지수 씨가 필요한 일이 많을 테니까요.”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우에게 지수는 앞으로도 그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 될 것이었다.
“선배! 누님! 여기 있었네요?”
그때, 한호가 콧노래를 부르며 다가왔다.
“짠!”
6개의 손으로 무언가를 잔뜩 들고 있었다. 그건 전부 500CC 맥주잔이었다.
“자! 우리끼리도 뒤풀이해야죠?”
스스스······.
한호는 현무의 권능 중, 냉기를 이용하여 맥주의 표면에 얼음을 만들었다.
“쓸데없이 마나 쓰지 마.”
마나라는 게, 그러니까 모든 능력과 아이템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게 된 뒤에는 스킬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모든 건 나로 로봇을 통하여 지구 내의 자원을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아, 진짜! 선배! 선배가 우리의 영웅인 건 전부 알지만, 적어도 꼰대는 되지 맙시다!”
“······뭐?”
한호는 재빨리 맥주를 돌렸다.
“자! 자!”
성우와 지수는 마지 못해 맥주잔을 집어 들었다.
“자, 모두 건배! 건배!”
“······.”
“······.”
챙!
뭐가 어떻든, 파티가 시작되었다.
* * *
늦은 새벽까지 이어진 파티가 끝났다.
그리고 파티가 끝난 다음 날, 조리사들이 만든 특제 숙취 해소 음료가 지휘관들에게 배부되었다.
그리고 오후 3시, ‘긴급 지휘관 회의’가 공지되었다.
“또 무슨 일이랍니까?”
적어도 며칠은 푹 쉴 줄 알았건만, 난데없는 회의에 지휘관들은 피곤한 몸을 어기적어기적 이끌고 회의실로 모였다.
“나도 몰라요. 으, 머리야······.“
성우는 일찌감치 도착해 자리에 앉아 있었고 인호가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었다.
“잠시 후 회의를 시작할 예정이니 지휘관 여러분은 모두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이내 모두가 착석했고 회의가 시작됐다.
“오늘 회의 안건은 총 3가지입니다. 지구 복구 계획 및 지구 방어 계획 수립 그리고······.“
무슨 일인지, 인호는 성우를 한 번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
“······외부 차원 공격 훈련 수립입니다.”
그 말에 모두의 눈동자가 커졌다.
“뭐, 뭐라고요?”
“외부 차원 공격이요?”
모두가 황당한 표정이었다.
“누구를······ 공격합니까?”
그럴 것이, 모든 게 끝나지 않았던가? 또 전투가 있단 말인가?
그들의 시선은 성우에게 향했고 이에 성우가 입을 열었다.
“확인된 바로는 웜홀이 붕괴하여 외부 차원과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적을 섬멸한 건 아니었지만, 통로를 제거함으로써 전쟁은 끝난 셈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부 차원과 이어지는 길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죠. 그렇다는 건,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또 다른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모두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구 방어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래 방어, 여기까지는 이해가 됐다.
“그런데 방어로만 끝나선 안 되죠. 적이 있는 한 위기는 계속됩니다. 지금 당장 생각하기로는 막연하기만 하겠지만, 시스템에 관해 연구하여 어떻게든 맞서 싸울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당장은 제0지구와 맞서 싸운다는 건 말이 안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손 두발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만약 문이 다시 열리면······.”
모두가 성우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성우의 눈이 암녹색으로 빛난 것 같았다.
“······우리가 멸종하지 않기 위해선 역으로 적들을 남김없이 처단해야 할 겁니다.”
그래, 앞길을 가로막는 건 시체 빼고 남겨두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네크로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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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네크로맨서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