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223화 (223/244)

# 223

74) 붕괴 그리고 반격 - 2

마왕의 권역이 붕괴하자 하늘을 뒤덮고 있던 붉은 구름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햇빛이 전장 위로 쏟아지며 전장 위에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이 드러났다.

네크로맨서가 서 있는 곳이었다.

“어? 저게 뭐죠?”

안 기자가 말했다. 그는 급격한 분위기 변화를 목격하며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네크로맨서의 전투를 수없이 목격해온바, 안 기자는 직감할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반격의 기회를가 포착했고, 사냥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아! 기간테스를 소환했을 때 그 마법진입니다! 이번에는 또 무엇이 나오는 걸까요?”

이내 그곳에서 해골 병사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기간테스를 소환했기에 꺼낼 수 없었던 ‘죄수 부대’였다.

그것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며 네크로맨서의 앞에 도열했다. 가지각색의 무기로 무장한, 잘 정돈된 군대의 모습이었다.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가 보충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네크로맨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550마리의 스켈레톤 군단,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서 550마리의 그림자 병사들이 피어났다.

쿵— 쿵—

이내 그 좌우로 기간테스가 걸어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으며 그 사이로 본 드래곤과 본 와이번 무리 그리고 백여 마리의 귀신들이 날아와 공간을 채웠다.

“네크로맨서의 군단이 다시 모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 일정 지역(10km)이 ‘죽음 도래지’로 선포됩니다.

바닥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올라, 물안개처럼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죽은 자들이 밀집한 곳에 짙은 연무가 더해지며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연출했다.

“또다시 무슨 일이 일어납니다!”

“역시 네크로맨서는 계획이 있었군요?”

- 해당 지역(10km)이 일시적으로 ‘심연’과 ‘공간 중첩’ 상태에 접어듭니다.

* ‘심연의 백성’ 효과가 적용됩니다. 언데드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10%)

* 일정 시간(1분)마다 무작위 등급의 ‘주인 없는 좀비’가 무작위 숫자(최대 5마리)로 생성됩니다.

그렇게 회색 연기가 허리 높이만큼 차올랐을 무렵, 그 중심에서 거대한 무언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쿠— 구— 구— 구— 구—

지축이 뒤흔들릴 정도의 무게감 있는, 육각형 기둥의 물체······.

“빌딩?”

그건 탑이었다.

“갑자기 무슨······.”

연기 속에서 형성된 흑색의 탑이 수직으로 자라나 언데드 군단의 뒤, 웅장한 배경으로 자리매김했다.

- 해당 지역에 ‘죽음의 탑’이 생성되었습니다.

* 일대의 ‘죽음 마법’ 효과가 대폭 강화됩니다.

* 탑의 자동 방어 기능 ‘포탑’이 가동됩니다.

* 1분마다 ‘스켈레톤 메이지’ 5마리를 생성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네크로맨서의 군단은 늘어난다. 그건 꽤 오래된 법칙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법칙의 계산법이 달라지고 있었다.

죽음 도래지의 좀비 생성, 죽음의 탑의 스켈레톤 메이지 생성 등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언데드 군단은 계속 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 압도적인 군세를 바라보며, 안 기자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이게 네크로맨서의 완성체······.”

안 기자는 전율을 느꼈다.

“정말로······ 제가 언제 한번 언급했던 것 같은데, 네크로맨서는 매 순간 엄청나게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아직 놀라기는 일렀다.

“······어?”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봉인된 자’가 소환됩니다.

“이건 또 뭐죠?”

어느새 또 하나의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직전, 죄수 부대를 소환했던 마법진보다 족히 2배는 더 컸다.

“저, 저게 뭐야!”

안 기자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아?”

그뿐만이 아니었다. 옆자리 조수, 스튜디오 내의 모든 직원, 더 나아가 월드 전체의 시청자 모두가 저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 *

봉인된 자, 그건 종말의 군단으로 소환할 수 있는 마지막 항목으로 가장 높은 ‘종합 등급’을 요구했다.

그런데 ‘죽음 조율자’ 시너지를 얻으면서 등급과 상관없이 3가지를 동시에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성우는 거대한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뭐가 나오는 거지?’

그 역시 죄수 부대나 기간테스와 마찬가지로 직접 소환해보기 전까지는 그게 무엇인지 알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것이 등장했다.

고一오一오一오一오一

마법진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건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다. 그것들이 뒤엉키며 어떤 형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저 연기가 바로 그 존재다.’

성우는 느낄 수 있었다. 육체를 탈피한 강력한 존재가 친절하게도 어떤 형태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고一오一오一오一오一

그렇게 만들어진 건, 마왕과 버금갈 만큼 거대한 거인의 모습이었다. 목과 팔 부분에 백색 빛으로 만들어진 쇠사슬이 채워졌다.

‘봉인된 자······.’

그것의 머리 위로 보라색 눈동자가 서서히 점등하여 타오르듯 이글거렸다.

「나를 소환한 자여······.」

세상을 울리는 목소리, 이건 이 목소리의 주인이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

마치 램프에서 나온 지니처럼 간단명료한 요구였다. 원하는 건 간단했다. 성우는 곧장 입을 열었다.

“저걸, 죽여.”

성우는 마왕을 가리켰다. 마왕은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괴물 같은 몸뚱이를 얻었지만, 인간의 이성을 지닌 만큼 침착했다.

「고작 그것인가? 좋아,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그것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목과 팔을 옭아매고 있던 백색의 쇠사슬이 끊어졌다.

터— 엉—  터— 엉—  터— 엉—

그것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

- 단 100초간 ‘크로노스’를 봉인 해제합니다. (시간 경과 시 다시 봉인됩니다.)

크로노스(Cronus), 그리스신화 속 티탄의 우두머리로 제우스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역시나 지옥의 가장 깊은 곳 ‘타르타로스’에 봉인된 존재 중 하나였다.

즉 올림포스 신들의 조상인 만큼, 그 강함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그런데 겨우 100초?’

문제는 크로노스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우 100초라는 것이었다.

그때, 크로노스의 시선이 마왕에게 향했다.

「미물 주제에 오만한 힘을 좇아 기이한 꼴이 되었구나, 네 욕심을 내려놓게 해주마.」

마왕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왕은 8개의 팔을 들어 올리며 정체 불명의 존재와 맞설 채비를 했다. 놈 역시 크로노스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 했을 것이다.

애초에 이 게임을 수차례 플레이했음에도 ’기간테스’의 존재를 모르고 크게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크로노스라면 오죽할까?

즉, 지금의 성우는 그에게도 낯선 적수일 것이었다.

‘3번째 플레이, 하지만 모든 걸 알지 는 못한다.’

게임은, 그리고 그 어떤 무엇이든 오래 한다고 잘 하는 게 아니다.

두 거인이 마주 보았다. 그 사이에 서 있는 작은 존재들이 느끼기에는 마치 두 개의 산맥 사이, 협곡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쿠— 오— 오— 오— 오—

크로노스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검은 연기가 되어 늘어지더니 거대한 낫의 형태로 바뀌었다.

우라노스를 거세시켜 티탄 신의 시대를 열었던 크로노스의 낫 ‘스퀴테’였다

수직으로 뻗어졌던 그것이 마왕을 향해, 직각으로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후— 우— 우— 우— 우—

단순한 움직임임에도 광풍이 몰아쳤다.

스퀴테는 길이와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적을 향해, 적이 위치한 곳을 향해 길이와 형태가 변했다.

그렇게, 연기로 만들어진 낫이 수 킬로미터의 공간을 단숨에 뻗어 나가 마왕의 왼쪽 어깨를 내리찍었다.

처— 어— 어— 어— 억—

단 일격에 팔두 개가 절단되어 튕겨 나갔다.

마왕의 왼쪽 머리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가운데 머리와 오른쪽 머리는 이를 갈며 곧장 반격했다.

8개의 붉은 광선이 동시다발적으로 뿜어져 나가 크로노스의 몸 이곳저곳에 사정없이 꽂혔다.

후— 우— 웅—

하지만 허무하게도, 그것들은 연기로 만들어진 몸을 물 흐르듯 투과하여 등 뒤 허공으로 흩어졌다. 크로노스는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무적?’

단 100초에 불과한 소환 시간, 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 사이, 크로노스의 스퀴테가 다시 한번 휘둘러지며 마왕의 팔 하나가 더 잘려나갔다.

그리고 어느새 왼손을 뻗어 마왕의 오른쪽 머리를 움켜쥐고, 힘을 가하고 있었다.

퍼一석一

드래곤 브레스에 녹은 뒤 회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오른쪽 머리가 단숨에 으스러지며, 4개의 눈알이 튀어나와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 봉인된 자 ‘크로노스’의 봉인 해제 시간이 만료되어 다시 봉인됩니다. (재사용 대기 : 72시간)

정해진 시간이 다 되었다.

「······운이 좋구나.」

크로노스가 휘두르던 스퀴테가 허공에서 멈춰 섰다.

철— 컥—

어디선가 백색의 쇠사슬이 올라와 크로노스의 목과 팔에 채워졌다.

후우우우—

이어서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안으로 크로노스의 몸이, 검은 연기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까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로 놈의 숨통을 끊을 수 있었다.‘

정말로 단 1분만 더 있었더라면······.

‘하지만 그런 요행을 바랄 순 없다.’

이건 게임이다. 이 게임의 룰은 절대 공평하지는 않다만, 엄청난 힘에는 빡빡한 제한을 두는 게 당연했다.

단 100초의 시간만으로도 그 엄청난 마왕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성우 씨! 놈이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등 뒤에서 정훈의 외침이 들렸다.

성우도 확인했다. 지옥 생명체들이 빠르게 기어가 상처 부위에 녹아들고 있었다. 다급히 회복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복하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히려 그 상처를 벌리고 심장을 찢는다.’

성우는 본 드래곤을 타고 날아올랐다.

“이제 끝장을 보자.”

다시 한번 총공세가 시작되었다.

* * *

기간테스가 선두에 섰다. 4기의 거인이 지축을 울리며 전진했다. 그 뒤로 수천 마리의 언데드 군단이 일정한 질서없이 개떼처럼 몰려갔다.

‘팔과 머리가 자라나기 전에 마무리 짓는다.’

팔과 머리는 마왕의 핵심 무기였다. 그중 일부가 사라진 상태다. 엄청난 틈이 벌어진 셈이었다.

꾸륵— 꾸륵— 꾸륵—

마왕의 하반신을 이루고 있는 촉수 다발이 바닥을 타고 스멀스멀 뻗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기간테스를 구속하여 손쉽게 처리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번에는 안통한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전장 위는 온갖 시체로 가득했다. 지옥 생명체와 플레이어들, 아군 플레이어들의 시체에 손을 대는 건 찝찝한 일이었지만 그런 걸 고려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폭발.”

콰— 과— 과— 과— 과— 광!

연쇄 폭발이 일어나며 바닥을 길어오던 촉수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그 두껍고 질긴 촉수들을 단숨에 끊어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큰 충격을 주어 잠깐이나마 멈추게 할 수는 있었다.

그 사이에 성우는 다른 조치를 했다. 그는 본 드래곤에서 몸을 던지며 작게 읊조렸다.

“뼈 무기 제조.”

본 드래곤과 그 뒤를 따르던 본 와이번 알파메일의 몸이 사분오열되며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어느 순간 새로운 형태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건 초대형 무기였다. 엄청난 크기의 도끼와 창, 갈고리 등이 추락하여 바닥에 박혔고, 기간테스 4기가 달려 가며 그 무기를 뽑아 들었다.

쿵— 쿵— 쿵— 쿵—

수백 미터짜리 ‘드래곤 무기’를 쥔 거인들이 더 큰 거인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어서 광선을 써라.’

방금, 크로노스를 상대하기 위해 2개의 머리가 8발의 광선을 분출했기에 남은 광선은 왼쪽 머리, 4발뿐이었다.

그 4발만 소진된다면 더욱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었다.

‘광선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약 5분이다. 그리고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해.‘

광선만 없다면, 그 무지막지한 광역기만 없다면, 세계수 진영의 총공세가 제대로 먹힐 것이었다.

쩌一 어一 엉!

하지만 놈은 광선 대신 손을 뻗어 파동을 발사했다. 더욱 중요한 순간을 위해서 광선을 아껴두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기간테스의 몸을 밀어내어 접근을 차단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간테스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 마왕의 시야 밖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놈은 오른쪽 머리가 으깨져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였기에 그 움직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군가는 어느새 놈의 왼쪽 머리, 뒤통수 부근에 도착했다.

“안녕.”

그건, 당연하게도 지수였다.

“다시 왔어.”

그녀는 굳이 입을 열어 마왕의 시선을 유도했다. 왼쪽 머리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지금이다.’

전장을 살피는 눈동자가 대폭 사라졌다. 기회였다. 성우는 기간테스에게 어떤 움직임을 유도했다.

’던져버려.’

기간테스는 돌진을 멈추고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는 동시에 용의 뼈로 만들어진 장창을 역수로 쥐었다. 이어서 어깨를 등 뒤로 당겼다.

‘투창이다.’

초창기, 성우가 쏠쏠하게 써먹었던 투창이었다.

이내 거대한 몸뚱이들이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수백 미터짜리 창을 내던졌다.

터一엉! 터一엉! 터一엉! 터一엉!

그 어떤 공성 병기보다 강한 힘으로, 미사일처럼 쏘아진 창대가 목표물을 향해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푸—욱! 푸—욱! 푸—욱! 푸—욱!

4개의 창대가 두꺼운 몸뚱이 곳곳을 관통했다. 2개의 팔이 축 늘어졌다.

1개의 머리, 5개의 팔이 셧다운 됐다

‘지금이야.’

아직 광선이 남아 있지만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이미 놈은 대부분의 방어 수단을 잃었다.

성우는 고개를 돌려 정훈을 찾았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특별공격대, 히포그리포 편대를 이끌고 있었다.

“나를 엄호해요!”

성우는 그렇게 외치며 좀비 히포그리포 위에 올라탔다. 정훈과 특별공격대가 즉시 성우를 따랐다.

“네크로맨서를 엄호하라!”

정훈의 외침과 함께 1마리의 그리핀과 21마리의 히포그리포가 산개하며 속도를 높였다.

성우는 허리춤에 묶어 두었던 활, ‘천근궁’을 꺼냈다.

’한 방에 날린다.’

이어서 등 뒤에 매달아둔 ‘천근살’을 꺼냈다.

‘그리고 모든 걸 끝낸다.’

시위를 걸었다.

그러나 마왕 역시 성우를 주시하고 있었다. 가운데 머리, 4개의 눈동자 중 3개가 성우를 쫓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3개의 팔이 멀쩡했다.

후우우우一

거대한 손아귀가 성우를 향해 뻗어 왔다. 눈앞으로 날아드는 말벌을 쳐내려는 듯, 빠르고 거친 손놀림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피해내기도 어려웠다.

“위험해요!”

혜연이 외쳤다. 그녀는 느꼈다. 이대로 비행하면 그 손에 휩쓸리고 말 것이라는 걸 말이다.

“당장 피해요!”

그런데, 그 거대한 손아귀가 어느 지점에서 턱, 하고 멈춰 서는 게 아닌가?

“윽! 잡았다!”

한호의 목소리였다.

“선배! 내가 잡고 있어요! 어서 가요!“

녀석은 6개의 팔로 ‘세계수의 줄기’를 쥐고 있었는데, 그 끝자락이 마왕의 팔에 묶여 있었다.

“으으으으!”

한호는 그렇게 밧줄로 마왕의 팔을 옭아맨 채 온 힘을 다해 잡아당기는 중이었다.

엄청난 힘 차이가 존재하지만, 무려 6개나 되는 세계수의 줄기가 엮여 있으니 그걸 대폭 상쇄시켜, 어느 정도의 힘 싸움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6개의 팔이 무력화되었다.

끄에에에一

하지만 그렇게 버티고 있는 한호를 향해 수천 마리의 지옥 생명체가 달려 들기 시작했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어, 어어? 이건 좀······.“

그때, 한호의 등 뒤에서 파도가 일어 났다.

“그래! 믿고 있었다고!”

집채만 한 파도가 3방향에서 몰려와, 한호를 감쌌다. 한호의 몸에는 물 한방울 닿지 않는 가운데 지옥 생명체들이 그 재앙에 휩쓸렸다.

“네크로맨서! 어서 가!”

리웨이였다.

“정령왕이시여, 놈을 묶어주세요!”

리웨이가 그렇게 소리치자 어딘가 사뭇 다른, 파란색 빛을 발하는 물살이 용오름처럼 솟아올라 마왕의 또 다른 팔을 휘감았다.

쿠— 구— 구— 구— 구—

그건 평범한 정령의 힘이 아니었다.

물살이 뱀처럼 팔을 타고 올라가더니 철조망 모양으로 변했다. 그렇게 단단히 옥죄인 상태로, 마왕의 두꺼운 팔뚝을 바닥으로 내리 끌었다.

7번째 팔이 무력화되었다.

‘이제 남은 팔은 단 한 개······.‘

성우는 단 하나 남은 팔을 경계했다. 그런데······ 그 팔도 무언가에 묶여 있는 게 아닌가?

”······뿌리?”

바닥에서 솟아오른 엄청난 양의 나무 뿌리가 마왕의 손가락을 휘감아 담기고 있었다.

대산맥의 왕이었다.

‘숨어 있던 건 아니군?’

생각지 못한 지원이었다. 어디선가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제대로 노렸다.

“이제 끝이다.”

그렇게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틈, 성우는 그 틈을 파고들며 시위를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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