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221화 (221/244)

# 221

73) 마왕과 용사와 무당 - 3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카드가 떠오르고 이어서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렇게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지옥의 생존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 어떤 경고도 없었기에 제대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살아남았고 적응하여 새로운 세계에 뿌리를 내려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상대는 서로였다. 생존자들이 편을 나누어 전쟁을 벌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시스템이, 진영을 나뉘게 하고 서로를 침공하고 서로를 죽이게 유도하고 있다는 걸······.

그걸 잘 알지만, 그것에 저항할 수 없기에 줄에 메인 인형처럼 싸워야만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사분오열되었던 플레이어들, 아니, 인류가 마침내······.

“대열을 갖추어라!”

오늘 하나로 뭉쳤다.

“하나처럼 움직여라!”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거듭된 전투 속에서 벗겨져 나갔고 그 폐허 위로 플레이어들이 진격했다.

척一 척一 척一 척一

“오늘 이 지옥을 끝낸다!”

각기 다른 서버에서 온 플레이어들이, 그간 살아남은 기술을 총동원하여 하나의 적에 맞설 준비를 했다.

마왕에 맞서기 위해 모인 플레이어가 무려 32만여 명이었다.

“공성 병기 사격은 세계수 진영 ‘총괄 통제실’의 통제에 따른다! 대기하라!”

경수를 필두로 한 총괄 통제실은 갑작스레 불어난 병력을 통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늘을 날고 있는 히포그리포는 아군입니다! 가까이 접근해도 놀라지 마세요!”

“대열을 전체적으로 조금 더 벌려서 광역 공격에 대한 피해를 줄여야 합니다!”

적들은 대열이 완성되기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다. 선두에서는 벌써 전투가 벌어졌다.

끄에에에!

어느새 시커멓게 불어난 지옥 생명체들이 쓰러진 나무들을 짓밟으며 달려 들었다.

“선두 궁수들, 발사 준비!”

선두 병력이 차곡차곡 자리를 잡으며 몰려오는 지옥 생명체들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발사!”

쉬一 쉬一 쉬一 쉬一 쉬!

하지만 적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제2열, 제3열 동시에 발사!”

이토록 많은 플레이어가 밀집하여 방패와 방어막으로 무장하고 활과 온갖 마법을 쏘아대니, 절대 뚫어낼 수 없는 화력의 그물망이 완성되었다.

지옥 생명체의 시체가 쌓여갈 때마다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빠르게 올랐다.

“자! 이대로 후방을 견고히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 중, 이 중이 아니라 십 중, 이십 중으로 겹쳐진 대규모 방어막이 방대한 영역에 걸쳐 펼쳐지며 플레이어들의 머리 위를 안전하게 보호했다.

“방어막이 벗겨지지 않게 계속 유지해!”

마왕의 사거리 밖이었지만, 어떤 기습에 크게 당할지 몰랐다.

그리고 인원이 많은 만큼, 혼란에 빠질 시 통제의 고삐가 쉽게 놓칠 수 있었다. 즉, 공격보다 방어가 중요했다.

“일정 거리마다 마나 배터리를 배치하고 마나 물약을 공급한다!”

“실장님! 마나 회복에 도움이 되는 토템을 대량으로 가져왔습니다!”

지원 온 건 플레이어들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아이템들이 어우러지며 플레이어들의 전투 환경을 극대화했다.

“좋아! 우리는 이 대열을 유지하며 네크로맨서 쪽에 화력 지원을 끊기지 않게 한다!”

플레이어들은 일정 거리까지 나아간 뒤 멈춰섰다. 애초에 마왕에게 접근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얼마 없었다.

총공세는 무의미한 희생과 불필요한 혼란을 낳을 뿐이었다.

몸을 사리며 때를 기다려야 했다.

“전 공성 병기, 사격 준비!”

그렇기에 이 대규모 병력은, 최전방에서 벌어질 ‘진짜 전투’에 안정된 화력을 공급하는 걸 목표에 두고 움직였다.

그리고 그 화력은 실로 대단했다.

“······발사!”

콰—콰—콰—콰—콰—광!

37척의 비행선이 일제히 캐논을 발사하여, 아마존 위에 거대한 화염의 파도를 일으켰다.

뒤이어 공성 병기, 대규모 마법이 차례대로 작렬하며 파도를 더욱 흉포하게 흔들었다.

산 하나를 무너뜨릴 만큼의 화력, 수 천 마리의 지옥 생명체가 단숨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끄에! 끄에! 끄에!

그 불지옥을 어떻게든 뚫고 다가오면 무수히 많은 화살 세례가 쏟아지니, 애초에 방어막과 방패 벽에 접근하지도 못했다.

“좋아! 이대로만 가자!”

마치 수십만 개의 부품이 정갈하게 연결되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위력적으로 굴러가는 기계장치가 완성된 것 같았다.

* * *

“그래요! 이겁니다! 이게 하나 된 힘이죠!”

안 기자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뭐, 뭔가······감격입니다.”

그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신이 인류애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며 새로운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저는 지금까지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그러니까, 이 게임의 희생자들끼리 싸우는 걸 중계해왔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고 우스운 일 아닙니까?”

“네? 어떤 점이 이상하신가요?”

조수의 물음에 안 기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우리가 대체 왜 우리끼리 싸워야 하죠?”

그는 별안간 따지듯 물었다.

“우리는 전부 이 게임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네크로맨서가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 게임의 이유를 밝혀야만 합니다.”

“아,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안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예, 저도 모릅니다. 힘들겠죠. 애초에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는 존재일 겁니다.”

룰에서 벗어나는 플레이어를 ‘자동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으니, 거의 절대적인 존재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존재에게 우리가 감히 저항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는 다소 과감한 말을 하려는 듯, 숨을 들이켠 뒤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는 대체 뭐 하는 새끼들인지, 그 낯짝 정도는 보고 엔딩을 맞이하고 싶네요.”

* * *

성우와 ‘동료’들 그리고 특별공격대 등, 세계수 진영의 정예들은 최전방에 모여 있었다.

후방이 안정화되고 견고하게 자리 잡자, 보다 원활한 전투가 가능해졌다.

후방의 화력 지원에 마왕이 소환하는 지옥 생명체들이 벌레처럼 휩쓸려 나가며, 걸리적거리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왕을 향해, 더욱 깊숙이 접근하면 화력 지원이 어려워질 것이었다.

“자, 이제 시작해야 합니다.”

마왕은 여전히 붉은 구름 아래, 흑색의 성을 뒤로하고 고고히 서 있었다.

놈의 하반신은 균열 아래 박혀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하반신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붉은 ‘촉수 다발’과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놈에게 어떻게든 접근해야만 합니다.”

마왕은 그 자리에서 당장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사정거리 안으로 접근하면 광선을 내뿜어서 다 쓸어버리는데, 그걸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지?”

리웨이가 물었고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은 그것뿐이야.”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우가 이미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두 번 모두 실패했다.

물론 이번에는 달랐다. 강력한 동료들이 함께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광선을 통과한다고 해도 8개의 긴 팔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 8개의 팔은 온몸을 두르고 있고 생각보다 빠릅니다.”

팔에 잡히는 순간 끝장이었다. 성우는 기간테스마저 어린애 잡듯 한쪽 팔로 찍어 누르던 그 괴력을 떠올렸다.

“또한, 바닥에서 촉수가 올라와 몸을 구속하니, 지면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전부 통과해도······.”

성우는 고개를 돌려 마왕을 바라보았다.

“······머리가 아니면 데미지를 주기 어려울것 같군요.”

마치 벌집에 달라붙어 있는 벌떼처럼, 마왕의 온몸을 촘촘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한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거 완전 종합 세트네요?”

마왕 자체가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내야만 했다.

“다음 기회는 없습니다.”

성우가 몸을 돌렸고 그를 따라,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움직였다.

* * *

쿵— 쿵— 쿵— 쿵—

기간테스가 전진했다. 그 뒤로 본 드래곤을 비롯한 대형 스켈레톤들, 그리고 한호의 현무가 줄을 이었다. 플레이어들은 그 뒤에 숨어서 마왕에게 접근했다.

“광선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이 정도 덩치들도 마왕의 광선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기에,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회피할 준비를 했다.

후우우우—

하늘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따라왔다. 레드 드래곤, 이사벨라였다.

“우리가 틈을 벌리면 이사벨라가 급하강하여 드래곤 브레스를 날릴 겁니다!”

효과를 볼 수 있는 공격은 ‘천근살’을 제외한다면 ‘드래곤 브레스’뿐이었다.

어느 정도 접근하자 마왕의 고개가 기울어지며 일행을 향해 12개의 눈알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리고 놈의 목소리가 온 세계에 울려 퍼졌다.

「네크로맨서,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배드 엔딩은 막을 수 없다.」

이 게임을 3번이나 경험한 자가 성우에게 조언했다.

「그 이유? 이 게임에는 애초에 해피 엔딩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배드 엔딩······.‘

마굴, 또 다른 지구였던 곳이 떠올랐다.

‘그래, 아무리 저항해도 그 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한강석처럼 이 게임에 굴복하여 놀아나는 건 싫었다.

‘차라리 무의미하더라도 이렇게 저항하다 죽는게 낫다.’

오래전부터 답은 정해두었다.

그 순간, 마왕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3개의 머리 위, 12개의 뿔이 달아올랐다.

광선 공격이었다. 붉은 선(線)이 뿜어져 오르며 일대의 공간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돌파!”

성우가 소리쳤다. 일행은 약속된 대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호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소크라테스! 막아 보자!“

그런 이름의 현무가 몸을 웅크렸고, 엄청난 열기가 현무를 강타했다.

- 주의! 감당할 수 있는 데미지를 초과했습니다. ‘화신’이 소멸할 수도 있습니다.

현무의 권능인 ‘절대 방어’ 조차 오래 견딜 수 없어 보였다. 이는 드래곤 브레스보다 몇 배는 강력한 수준이었다.

“큭! 견딜 만한······ 가? 으으, 안 되겠지? 그래도 한 방은 돌려주자고!”

그렇게 현무를 강타하던 광선의 에너지는 한호의 몸으로 흡수되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한 대 뒤엉키며 앞으로 쏘아졌다.

쩌—어—어—어—엉—

현무는 단 한 번의 광선을 반사함과 동시에 소멸했다.

반사된 광선은 마왕의 오른쪽 머리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됐다! 먹혔다!”

오른쪽 머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동시에 3개의 팔을 들어 올려 방어용 파동을 쏘아 보냈다.

이사벨라의 드래곤 브레스를 소멸시켰던 능력이었다.

구— 우— 우— 우— 우—

반사된 붉은 광선은 드래곤 브레스보다 훨씬 질겼다. 3개의 손으로 부족했는지 4번째 손까지 들어 올려 파동을 발사했다.

“지금이다!”

그렇게 4개의 광선과 4개의 팔이 무력화된 사이, 사방으로 흩어졌던 일행이 달려들었다.

성우는 그림자 이동을 통하여 놈의 몸통 바로 아래, 최대한 가까이 접근했다.

‘눈치 못 챈 건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기에 촉수가 반응하지 않았다. 저절로 움직이는 건 아닌듯했다.

성우는 마왕의 팔 한쪽, 관절 부근을 향해 ‘겨울 포식자’를 ‘확산’ 모드로 쏘았다.

쩌저저저저저一

50여 발의 빙결 탄환이 팔꿈치에 적중하며 관절을 굽히지 못하게 만들었다.

‘됐다!’

물론 저 거대한 팔뚝을 영원히 잡아 둘 수는 없었다. 이내 얼음 위로 균열이 일어났다.

하지만 필요한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제 4개의 광선, 5개의 팔이 무력화 되었다.

끄에에에!

마왕의 몸에 붙어 있던 지옥 생명체 중, 비행이 가능한 것들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발톱을 들어 올리고 성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우우우우—

그때, 성우의 등 뒤에서 귀신들이 솟아오르며 지옥 생명체들과 뒤엉켰다.

성우는 그사이에 좀비 히포그리포 한 마리를 소환하여 그 위에 올라탔다.

‘나머지 팔을 무력화해야 한다.’

성우는 그림리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두었던 악령 폭격을, 놈의 어깨 부근을 향해 날렸다.

구— 구— 구— 구— 구— 궁—

적중, 몸뚱이에 달라붙어 있던 지옥 생명체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이들도 돌파를 시도했다.

지수는 섬광처럼 쏘아져 거리를 좁힌 뒤, 날아드는 붉은 광선을 곡예 하듯 빗겨냈다. 오직 그녀이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나를 보고 있다.’

가운데 머리 중 3번째 눈알이 지수를 쫓고 있었다. 눈알이 12개나 되는 만큼, 모든 곳을 지켜보며 대응하는 것이었다.

‘온다.’

이내 놈의 몸뚱이에 달라붙어 있던 지옥 생명체들이 솟아올라, 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지수의 등 뒤에서 푸른 불꽃이 점등했다. 무려 20개였다.

촤자자자자자!

소환된 에인해랴르들은 기다렸다는 듯 사방으로 흩어지며 무기를 휘둘렀다. 달려드는 지옥 생명체들을 믹서의 칼날을 마주하듯 갈려 나갔다.

사방으로 온갖 살점이 흩어졌다.

놈의 눈알은 그렇게 복잡한 광경 속에서도 지수를 쫓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마왕이라도 해도 지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는 없었다.

지수는 붉은 광선에 최대한 가까이 붙어, 자신의 모습을 숨겼다.

턱—

순식간이었다.

지수의 발이, 마왕의 가운데 머리에 닿았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로 20명의 에인헤랴르가 소환되며, 무기를 들어올렸다.

푹! 푹! 푹! 푹! 푹!

21개의 칼날이 날아들어 마왕의 가운데 머리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눈알 파괴되고 머리가 들어 올려지며 8개의 광선이 무력화되었다.

이제 더 큰 틈이 생겼다.

“지금이다! 돌격!”

히포그리포에 올라타 있던 정훈이 그렇게 소리치며 앞으로 날아갔다.

그의 뒤를 따라 백여 마리의 히포그리프, 특별공격대가 속도를 높였다.

“이제 자유 전투, 산개 회피로 접근한다!”

히포그리프들이 날개를 펼치며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날아드는 광선을 회피했다.

“아, 안 돼!“

펑!

물론 모두가 통과할 수는 없었다.

“거기 조심······.“

펑!

8개의 광선이 사라졌음에도 쉽게 피할 수 없었고 수십 마리의 히포그리포와 특별공격대원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대다수가 마왕의 머리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두었던 캐논과 화염 마법을 쏘아 댔다.

펑! 펑! 펑! 펑! 펑!

유효타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먹힌다.’

성우는 기가스를 가까이 움직이며 허리춤에 매달아둔 ‘천근궁’에 손을 얹었다.

‘지금 쏴야 하나?’

하지만 곧장 손을 떼었다. 왼쪽 머리의 눈알 3개가 성우를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이다. 나를 경계하고 대비하고 있어.’

이렇게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무려 3개의 눈알을 붙여두었다.

놈은 성우가 가장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 확실한 기회가 있어야 해.’

저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지만, 그 질긴 화살의 시위를 제대로 당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때, 성우를 감시하던 눈알 중 2개가 위쪽을 향해 치솟았다. 다른 곳을 바라본 것이었다.

‘이사벨라다.’

때를 기다리던 레드 드래곤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이내 머리 위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모두 조심해!”

드래곤 브레스가 직선으로 떨어졌다.

콰과과과과과!

그 한 방이 오른쪽 머리에 적중했다. 살점이 녹으며 뼈가 드러났다. 이내 뼈까지 으스러졌다.

공세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포격이다!”

정훈의 외침이었다. 성우는 고개를 돌렸다. 머리 위로 수백여 발의 포탄이 스쳐 지나갔다.

퍼— 버— 버— 버— 버— 벙!

그 모든 것들이 마왕의 몸에 적중, 엄청난 화염이 일며 그 거대한 몸이 뒤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구우우우우······.

성우 일행이 마왕의 시선을 끄는 사이, 함대가 사정거리 안으로 과감하게 접근하여 한 방 먹인 것이었다.

뒤이어 일부 플레이어들이 가까이 접근하여, 합심하여 만든 대규모 마법을 연이어 날리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지금이다.’

놈의 머리가, 놈의 모든 눈동자가 붉은 화염과 검은 연기 속에 잠식되었다. 성우는 서둘러 천근궁을 끌어 내렸다.

그런데 그때······.

- 경고! ‘마왕의 권역(마왕성)’의 재앙 ‘악의 하르마게돈’이 시작됩니다.

‘이게 뭐지?’

성우는 천근살을 시위에 걸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왕의 권역의 재앙이라니, 마왕이 숨겨 두었던 수를 꺼낸 게 분명했다.

“성우 씨! 위를 조심해요!”

지수의 경고, 성우는 서둘러 뒤로 빠지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마왕성의 하늘을 메우고 있던 붉은 구름이 보였다. 그런데, 그 붉은 구름이 하나 같이 발광(發光)하고 있었다.

‘빛······ 번개?’

빛을 머금고 있는 붉은 구름, 그것들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당장이라도 그것을 토해낼 듯······.

쩌一 저一 저一 저一 저一 저一 저一

이내 모든 곳을 향해, 붉은 벼락이,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등 뒤, 함대가 그것에 휩쓸렸다. 십여 대의 비행선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게 보였다.

‘이게 대체······.‘

성우는 서둘러 본 드래곤을, 제 머리 위로 움직였지만, 빛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모든게 뒤집혔다.

* * *

붉은 구름 아래 있던 모든 것들이 붉은 번개에 휩쓸렸고, 쓰러졌다.

수만 명이 즉사했다. 멀쩡히 서 있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었다.

“어서 움직여!”

“여기 좀 도와줘!”

붉은 구름 밖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서둘러 다가오며 생존자들을 구조했다.

끄에에에!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이렇게 무너진 대열을 향해, 지옥 생명체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 젠장!”

단단한 대열은 금방 무너졌고 사방에 플레이어들이 쓰러져 있으니 함부로 공격을 퍼부울 수가 없었다.

“도, 도망쳐!”

촤一 악!

그때, 달려들던 지옥 생명체들이 무언가에 의해 반 토막이 나며 떨어져 나갔다.

지수였다.

“어서 가요!”

오직 그녀만이 불길한 구름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대응하여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지수는 에인헤랴르를 퍼트려 지옥 생명체를 막는 한편,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본 드래곤이 있었다.

“아, 미르야?”

본 드래곤 위에는 민석, 빅터, 미르가 타고 있었는데, 벼락에 맞아 추락한 듯 했다.

끄으으······.

다행히도 미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녀석은 본 드래곤의 뼈 무더기에 깔려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지수는 서둘러 달려가 미르를 꺼내주었다. 그런데······.

“응?”

그 옆에서 환하게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건 민석이 들고 있던 그림리퍼, 정확히는 마굴에서 얻은 다른 세계의 그림리퍼였다.

“······그래, 알 것 같아.”

이건 분명, 집으라는 뜻이었다.

“대산맥의 왕이 주었던 그 술, 죽음과 생을 잇는 무당의 힘이······.”

그 힘이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지수는 다가갔다. 그리고 오직 ‘리치’만이 다룰 수 있는 그 죽음의 낫을 들어올렸다.

- 당신은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여 ‘리치’ 상태에 이릅니다.

죽음의 낫을 쥘 수 있는 조건인 ‘죽음의 목도’ 지수는 이미 두 번이나 그걸 보았다. 그렇기에 자격이 충분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 일시적으로 ‘바리데기’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신격이었다.

그러나······.

- 주의! 아직 레벨이 부족하여 두 개의 신격을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한 가지는 포기해야만 합니다.

* 다중 신격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최소 ‘25레벨’이 되어야 합니다.

“아?”

지수의 레벨은 24였다.

* * *

한편 성우는 미궁의 복도에서 몸을 일으켰다. 붉은 번개에 의해 땅이 무너져 내리며 미궁의 지하 깊은 곳까지 떨어진 것 이었다.

그의 눈앞에는 또 다른 메시지가 떠 올랐다.

- 팀플레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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