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216화 (216/244)

# 216

72) 마왕성 토벌전 - 1

녹색의 지옥, 아마존, 그곳의 하늘은 지금 시뻘건 화염과 검은 연기로 포장 되어 가는 중이었다.

“다시 몰려온다! 전 함대 포격 준비 하라!”

퀘스트가 시작됨과 동시에 세계수 진영으로 가는 포탈이 열렸고 그곳을 향해 마왕의 군단이 진격했다.

“제1열, 방패를 들어 올려라!”

“마법사 부대! 방어 마법을 준비한다!”

하지만 수많은 플레이어가 ‘방어 루트’에 참여하여 포탈 입구를 봉쇄,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는 중이었다.

“준비! 함대의 포격과 동시에 화염 마법을 발사한다!”

“마나가 부족할 경우 보급된 마나 물약을 사용하라!”

세계수 진영이 수십 개의 서버를 돌면서 모은 플레이어 군단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기나긴 지옥에서 살아남은 플레이어 들이 무려 십만이 넘게 모였으니 당연했다.

“발사!”

유례없는 대군이 단 하나의 점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보급을 받으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제아무리 마왕의 군단이라고 해도 뚫어낼 수 없었다.

콰一 과一 과一 과一 광一

그렇게 벌써 3번째 웨이브가 막을 내렸고 숯덩이가 된 아마존의 영토 위로 온갖 괴물들의 시체가 너저분하게 깔렸다.

끄에에에!

하지만 적들은 멈추지 않았다. 흑색의 거성 곳곳에서 기어 나와, 동족의 시체를 짓밟으며 맹렬하게 전진했다.

“다시 온다! 준비하라!”

그런데 그때······.

“······어라?”

모든 게 한순간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후우우우一

마치 신이 이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세계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

정확히는 마왕의 군단이 진격을 멈췄기에 플레이어들 역시 저항을 멈춘 것이었다.

“뭐지?”

“놈들이······ 멈췄습니다.”

이내 그 이유가 드러났다.

“함장님! 북서쪽 하늘입니다!”

마왕성의 상공, 붉은 구름 사이, 허공에 무언가 떠올라 있었다.

인호가 망원경 아이템으로 확인하니, 그건 4명의 사람이었다.

그들이 하늘에 고고히 서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왕······ 놈이 왔군. 젠장.”

마침내, 마왕과 그 휘하의 심복들이 아마존으로 귀환했다.

성우가 없는 상태에서 마왕과 마주하다니, 방어 루트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지금 당장 공격 루트 쪽에 무전을 보내 마왕 출현 사실을 전해라!”

인호는 돌아서며 화기 담당 승무원들을 바라보았다.

“마왕이 우리 함대를 노릴 때를 대비하여 일부 캐논을 정조준해둔다! 물론 정직한 방향으로 다가와 맞아줄 일이 없을 테니, 저격수들을 갑판에 배치한다!”

“알겠습니다!”

인호는 ‘천사의 전당’에서 한순간에 비행선 2척을 잃었을 때가 떠올랐다.

‘뭘 어떻게 해도······ 성우 씨 없이는 막을 수는 없다.’

번개 공격에 한 척이 으스러지고 브레스 한 방에 또 한 척이 녹아버렸다.

비행선 승무원에게는 그 무엇보다 끔찍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번개, 놈으로서는 그리 대단한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즉 계속 쓸수 있는거다. 그렇다면······ 우리가 전멸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그걸 볼 때, 무려 13척에 달하는 비행선이 하늘을 지키고 있었다만,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때, 허스트가 함교로 들어왔다.

“함장, 그놈이 온 건가?”

“그렇습니다.”

허스트는 턱수염을 만지며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놈이 우리를 공격할 것 같나?“

그 물음에 대답을 대신한 건 관측 담당 승무원이었다.

“마왕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인호는 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망원경을 집어 들었고 허스트는 코웃음 쳤다.

“그래? 집보다 마당을 먼저 청소하려는 모양이군? 오케이! 지금 바로 내가 준비해 놓은 ‘선물’을 개봉하겠네.”

“마스터 허스트, 부디 잘 되길 바랍니다. 캐논만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잘 안되길 바라도 잘될 테니, 걱정 하지 말고 조종이나 잘 하고 있게!”

허스트는 서둘러 선루 갑판으로 나갔다. 그리고 무전 아이템으로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아아, 마스터다. 전부 준비해라. 기계 돌릴 시간이다.”

지이이이이—

그러자 모든 비행선에 설치된 어떤 기계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좋아, 잘 되는군. 어디 한 번 와라······.”

허스트는 미리 준비해 놓은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시가를 물었다.

후우우우우—

별안간 습기를 머금은 열풍이 몰아쳤다. 기류가 바뀐 것이다.

마왕이 근처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로 시퍼런 섬광이 번뜩이기 시작하더니······.

쩌저저저저一

그 섬광이 수십 가닥의 선이 되어 이쪽으로 뿜어졌다.

선두의 비행선을 향해 무수히 많은 번개가 쏟아져 내렸다.

비행선은 상하좌우로 격하게 뒤흔들렸지만, 천사의 전당에서 맞았을 때처럼 으스러지지는 않았다.

파지지지지—

전류는 비행선에 연결된 코일을 타고 흘러, 비행선의 하부 갑판으로 내려갔는데, 그곳에 무언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건 아주 긴 케이블이었다.

치지지지지—

엄청난 양의 전류가 케이블을 타고 내려왔다. 모든 케이블은 땅 위에 설치된 ‘마나 배터리’에 연결되어 있었다.

“성공입니다! 다량의 마나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풀 충전입니다!”

마나 배터리를 감독하고 있던 대장장 이가 소리쳤다.

그가 바라보고 있던 계기판의 게이지가 빠르게 차올랐다.

이에 갑판 위의 허스트가 무전기를 들어 올리고 소리쳤다.

“그 마나를 즉시 모든 개소로 공급하여 모든 무기를 사용한다!”

지상과 비행선 곳곳, 케이블을 통해 전류와 마나를 공급받고 있던 무기들이 불을 뿜었다.

투— 두— 두— 두— 두—

마치 기관총 세례처럼, 전류의 힘으로 쇠 구슬이 쏘아졌고 마나의 힘으로 마법 포탄이 작동했다.

“······와우!”

그뿐만이 아니었다. 땅에 거대한 돔 형태의 방어막을 순간적으로 만들어냈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꺼졌지만, 적의 공격이 아군의 방어막으로 전환된다는 현상 자체가 엄청난 반전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되면 마왕의 번개 공격이 원천 차단된 셈이 아니던가?

“으하하!”

허스트는 그 일련의 장면을 바라보며 호쾌하게 웃었다.

“똑같은 방법에 또 당할 것 같나? 문제 확인 이후 피드백이 없으면 그건 진정한 엔지니어가 아니지!”

이미 한차례 무참히 부서지는 걸 목격했다. 그걸 지켜보고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급하게나마 강력한 전류 공격을 흡수하고 그 에너지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었다.

물론 마왕이 작정하고 함대를 공략하려고 한다면, 번개 마법 외에 다양한 공격을 펼칠 테고 끝내 버텨낼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함대 전체가 아무것도 못 하고 일거에 침몰할 위기는 넘긴 셈이었다.

“어디 한번 물고 늘어져 보라고, 그 사이에 뒤통수가 시큰거리는 걸 참을 수 있다면 말이야.”

그리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버틴다면, 저 마왕성 안의 네크로맨서가 체크메이트에 이를 수 있을 것이었다.

* * *

“워, 놈들이······ 귀찮은 걸 만들었네요.”

그레이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강석은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도 새삼 놀랐다.

’저런 기술은 처음 본다.’

강석은 이 게임을 수차례 플레이하며 ‘마법 공학’이 이 정도까지 발전한 걸 목격한 적은 없었다.

’그놈을 너무 오래 내버려 둔 건가? 그사이에 별의별 괴상한 걸 다 만들어 뒀군.’

마법 공학이 저렇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가 필요했다.

스킬, 인력, 자본, 버프 등 그리고 그 모든 요소를 한데 묶어 거대한 인프라를 조성할 힘이 있어야만 했다.

‘그동안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 이를 줄은 몰랐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나?’

그때, 강석이 고개를 돌려 마왕성을 바라보았다.

“······.”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마왕님? 왜 그러시죠?”

“놈이 생각보다 빠르다.”

“예? 빠르다면······.”

“벌써 미궁의 최하층에 이르렀다.”

강석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이제는 전방의 함대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마왕성은 그의 권역이었기에 관문이 돌파될 때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방금, 7번째 관문이 돌파됐다. 즉 미궁이 뚫린 것이었다.

“마왕님? 그곳에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 있지 않나요?”

강석은 자신의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여겼던 것들이,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다.

“집 안에 든 쥐새끼들을 먼저 처리한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외손을 들어 올렸는데, 그의 손아귀에서 검붉은 연기가 흘러나와 부하 셋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들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마왕의 심복’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15)

* 이 효과는 오직 ‘마왕의 권역(마왕성)’ 5km 근방에서만 유지됩니다.

“너희에게 힘을 나누어주겠다. 이제부터 성 내부에 흩어져 있는 적의 핵심 플레이어들을 제거하라.”

겉으로는 방어 루트 쪽에 엄청난 병력이 운집해 있기에 주력 병력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마왕성의 미궁 내부에 있는 공격 루트가 주력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을 각개격파 한다면 세계수 진영을 단숨에 와해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럼 내가 그 칼잡이 계집을 처리한다.”

비보나가 그렇게 말하고는 저 홀로 성 어딘가를 향해 날아갔다.

얼마 전에 지수에게 크게 당한 이후 칼을 갈아오던 참이었다.

그렇게 부하들이 각자의 상대를 찾아 흩어졌고 강석 역시 흑색 거성의 중심부로 갔다.

“열려라.”

그가 손을 뻗자 성벽의 벽돌이 종이처럼 차곡차곡 접히며 천장이 열렸다.

쩌적一 쩌적一 쩌적一

그 움직임은 성안에서도 계속되었다. 수십 층에 달하는 공간이 단숨에 개폐되어, 최하층으로 내려가는 수직 통로가 열린 것이다.

펑! 펑! 펑!

그때, 머리 위에서 폭음이 울렸다. 그리고 그 폭발로부터 검은 연기가 스멀 스멀 흘러 내려오기 시작했다. 심연의 호흡이었다.

강석이 뒤돌아 마왕성으로 가는 걸 확인하자, 곧 벌어질 싸움에 앞서 네크로맨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었다.

“그래, 결국 네크로맨서 한 놈한테 의지하는 무능력한 놈들에 불과하군?“

애초에 그 정도의 ‘상태 이상’에는 자체 면역이 있었다.

강석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런데 그의 발아래, 열린 공간으로 희멀건 무언가가 나타났다. 천을 뒤 집어쓴 것 같은 모양새······ 유령이었다.

‘······스펙터?’

스펙터는 네크로맨서의 눈을 뜻했다.

구— 구— 구— 구— 궁—

그 순간, 구멍 아래에서부터, 검은 구체 수십 개가 치솟았다.

“······큭!”

강석은 몸을 뒤틀었고 검은 구체가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머리 위에서 터지며 굉음이 울렸다.

“네크로맨서······.”

성 밖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 받고는 기습을 준비하고 있었던 걸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구멍으로부터 바람이 폭발하듯 밀려 나오더니, 뒤이어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쇠사슬이 달린 검은색 팔이었다.

’······ 뭐야 저건?’

이 게임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고 한들, 모든 요소를 알 수는 없었다.

강석은 이 순간, 기차가 통과하는 구멍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콰— 드— 드— 드— 드—

그것은 강석이 연 구멍을 억지로 벌리며 튀어나와, 강석의 머리를 향해 삼십 톤 트럭 같은 주먹을 내리쳤다.

콰— 아— 앙!

강석은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오르며 주먹을 피해냈다.

그런데 그때, 그 거대한 주먹이 펼쳐지자 손바닥 안에서 시뻘건 불덩이가 산탄총처럼 터져 나왔다.

퍼一 어一 어一

두개골 머리와 화염으로 만들어진 몸뚱이를 가진 존재, 용아병이었다.

그것들이 거인의 손아귀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강석을 향해 로켓처럼 쏘아졌다.

크아아아!

마치 10발의 유도 미사일이 따라붙은 것처럼 위협적이었다.

파지지지지!

강석은 지팡이를 들어 올려 번개를 쏘았다. 용아병 4마리가 으스러지며 추락했다.

하지만 나머지 6마리가 번개를 피해 내고, 성벽 위에 내려앉은 뒤, 다시 한 번 튀어 올랐다. 정신없는 연쇄 공격이었다.

‘별 걸 다 가지고 있군!’

이전 게임에서도 네크로맨서를 본 적 있지만, 이런 걸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강석은 더 먼 하늘을 향해 물러서며, 다시금 신중하게 용아병을 요격했다.

쩡! 쩡! 쩡!

전투를 보조해줄 나비가 없으니 직접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강석이 열어젖힌 구멍을 기점 삼아 성벽이 무너지며, 거대한 손의 주인, 기가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오오오오一

한 마리가 아니었다. 두 마리의 기이한 존재가 마왕성의 성벽 위로 그 경이로운 자태를 드리웠다.

푸쉬이一

그들이 숨을 쉴 때마다 회색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리고 기가스의 몸뚱이가 성벽 아래로 그림자를 드리웠는데, 그 그림자 끄트머리에 무언가 일렁이며 성우가 나타났다.

강석의 등 뒤쪽, 시야 밖이었지만, 성우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놈이 당황했다.’

성우는 움직임이 다소 다급해 보인다는 걸 느꼈다. 모든 공격을 차단해내고 있었지만, 이전과 같은 여유가 없었다.

이러는 사이, 구멍 안쪽에서부터 수백 마리의 귀신들이 피어올라 강석을 향해 달려들었고, 어느새 성벽 위로 기어오르는 스켈레톤들이 강석을 향해 원거리 무기를 쏘았다.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그라고 할 지라도 순식간에 이렇게, 마치 오랫동안 연습을 한 것처럼 순차적인 공격을 퍼부어대니 침착하게 대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몸 상태도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명계에서 크게 한 방 먹인 게 유효했다. 기회였다.

‘지금 끝낼수 있다.‘

성우는 놈의 등을 향해 ‘겨울 포식자’를 난사했다.

쩡! 쩌! 쩡!

강석은 성우의 공격을 눈치채고 빠르게 돌아서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파지지지!

전기가 거미줄처럼 늘어지며 빙결 탄환을 차단했다. 바로 그때 마지막 용아병 한 마리가 놈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강석의 오른손과 지팡이는 성우를 향하고 있었기에, 왼손으로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뽑아 들어, 용아병을 향해 난사했다.

탕! 탕! 탕! 탕!

리볼버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서브 무기를 급히 꺼내어 사용했다. 그 정도로 궁지에 몰린 것이었다.

‘이대로 몰아붙인다. 놈은 아직 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럴 여유조차 없는 거다.’

성우는 겨울 포식자를 쏘며 거리를 좁힌 뒤, 놈을 향해 도약하는 동시에 황혼 습격을 사용했다.

- ‘황혼 습격’이 시작됩니다.

우우우우一

성우의 몸이 검은 연기와 동화되며 한 줄기의 회오리가 되어 몰아쳤다.

정신없는 공격과 함께 시도한 기습이었기에 강석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큭!”

성우의 회오리가 강석의 몸뚱이를, 허공에서 낚아챘다.

파지지지지一

놈은 자신의 몸 주변에 시퍼런 전기를 둘렀다. 명계에서 모든 언데드와 귀신을 차단했던 그 기술이었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성우는 온몸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느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한 수를 더 꺼냈다.

- 레드 드래곤 아머의 ‘보일링 아머’를 활성화합니다.

검은 연기로 뒤덮인 그의 몸 주변에 시뻘건 화염의 토네이도가 일어났다.

쿠구구구구!

검은 연기, 푸른 번개, 붉은 화염이 한 대 뒤엉키며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하나의 궤적을 만들었다.

그 궤적은 기나긴 곡선을 그리며, 성벽 아래로 추락했다.

퍼一 억一

두 사람은 한데 뒤엉킨 채 아마존의 진탕 위에 내리꽂혔다.

전기와 화염, 서로에게 끔찍한 데미지와 고통을 주면서도 서로를 붙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우우우우一

바닥에서 망자의 손이 튀어나와 강석의 몸을 구속하려고 했지만, 신성한 힘이 담긴 전류가 그것들을 밀어내 버렸다.

“마왕으로 변신하려면 피를 봐야 하지? 내가 지금 쏟게 해줄게.”

“······.”

하지만 그때, 놈의 목걸이가 빛을 발했다.

퍼一 어一 엉!

순간, 엄청난 파동이 일며 성우를 튕겨냈다. 그는 직선으로 날아가 성벽에 부딪혔다.

“으······.”

온몸을 뒤흔드는 충격,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저건 또······ 뭐야······.”

역시나 아이템이었다. 서로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숨기고 있는 만큼, 아이템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었다.

“······네크로맨서, 많은 걸 준비했군?”

강석이 진흙탕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래, 맞아.”

성우도 충격을 견디며 두 발로 섰다.

“내 집에서 나를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라······ 이게 꼴사납게 뭐 하는 짓이야?”

“아, 그런데 아직 놀라긴 일러. 그 파티가 끝난 게 아니거든? 이제 시작이야.”

그때, 강석이 딛고 서 있던 바닥의 어둠이 꿈틀거렸다. 그림자였다.

구우우우一

기가스의 드넓은 그림자, 그것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림자 왕의 권능’으로 기가스의 그림자마저 일으킨 것이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커다란 손이었다.

“······큭!”

강석은 바닥에서 아무런 기척 없이 올라온 손아귀를 피하지 못했다.

성우는 기가스의 손아귀에 붙들린 강석을 향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퍼一 어一 엉!

그러나 강석의 목걸이가 다시 한번 빛을 내뿜으며 파동을 일으켰고, 그림자 손아귀가 벌어지며 놈이 순식간에 탈출했다.

성우는 그 순간 방향을 틀며, 파동을 피해내는 동시에, 무언가를 내던졌다.

푹!

한 뼘 길이의 날카로운 흉기가 강석의 어깨에 박혔다.

“······.”

물론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파티 선물이야.”

그 날카로운 물건이 ‘바실리스크의 이빨’이라면 상황이 달라졌다.

“뱀의 독은 피를 굳게 해.”

강석은 어깨에 박힌 바실리스크의 이빨을 뽑아냈다. 상처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독이었다.

“자, 이제······ 네 피가 다 굳어버리기 전에, 빨리 피를 뽑아서 바닥에 마법진을 그려야 될 거야.”

다소 흥미가 떨어지게도, 마왕이 변신하기 전에 반쯤 죽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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