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
68) 종로, 천사와 악마의 침공 - 3
성우는 손목시계의 알림을 껐다. 알림은 총 29분으로 맞춰져 있었다.
이어서 버튼을 한 번 더 클릭하자 알 림 타이머가 새로이 세팅되었다.
- 00:00:59
‘이제 1분 남았다.’
29분과 1분, 총 30분의 타이머였다.
기기기기기!
그때, 저 아래에서 무언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빌딩의 옥상이었다.
그곳에는 Y자 형태의 거대한 기계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언뜻 봤을 땐 거대한 새총 같았다.
‘세계수의 넝쿨에 오우거의 힘줄을 엮어 만든 기계식 캐터펄트(Catapult), 어떤 무거운 물체라도 수 킬로미터 밖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톱니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나며, 그 뒤에 연결된 굵은 시위가 엄청난 장력을 머금기 시작했다.
성우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 00:00:37
그리고 다시 고개 돌려 옥상을 바라보았다.
“지금이야! 쏴!”
성우의 명령과 동시에 10개의 캐터펄트가 멈춰섰다. 다음 순간, 당겨졌던 밧줄이 거칠게 풀리며 시위를 잡고 있던 고정 장치가 제거되었다.
터一엉! 터一엉! 터一엉! 터一엉!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튕기며 무언가를 사출했다.
후우우우一
엄청나게 육중한 물체였는데, 그건······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트롤과 오우거의 사체였다.
그건 평범한 사체가 아니었다. 무려 30분의 ‘연성’ 과정이 필요한 궁극의 시체 폭발 ‘황혼 범람’을 품은 엄청난 위력의 폭탄, 그 자체였다.
부산 전투 때 그랬던 것처럼 빅터를 반복 소환하여 시체 폭발 스킬을 ‘궁극’ 등급으로 맞춘 뒤, 시간에 맞춰 적진에 던질 타이밍을 재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 20초 정도······.‘
육중한 사체가 허공으로 치솟아 하늘의 구멍을 향해, 아름다운 곡선으로 날아갔다.
퍼一 버一 벅!
그것들은 포탈에서 기어 나오는 천사들을 들이받은 뒤, 성공적으로 골인했다.
“······폭발.”
그런데 폭발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삐一 삐一 삐一
손목시계만이 1분 경과 알람으로 폭발 시간이 지났음을 외칠 뿐이었다.
사실 당연했다. 다른 차원에서 폭발했으니 이쪽에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게 정상이다. 이내 성우의 눈 앞에 떠오르는 메시지가 성공적인 폭발을 알려왔다.
- 일반 천사를 살해하여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 일반 천사를 살해하여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 간부 천사를 살해하여 10포인트를 얻었습니다.
- 일반 천사를 살해하여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 일반 천사를 살해하여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좋아, 스트라이크가 제대로 터졌군.“
그런 메시지가 정말 끝도 없이 밀려 나왔다. 대충 어림잡아 수천 개가 넘는 듯했다.
- 일반 천사를 살해하여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 일반 천사를 살해하여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 일반 천사를 살해하여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눈앞이 그런 글자로 가득 차자 성우는 결국 메시지 수신을 일시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천사 군단은 좁은 구멍으로 비집고 나오고 있었던 만큼, 포탈 너머 안쪽에도 떼거리로 몰려 있었을 것이다. 밖보다 더욱 많은 숫자가, 더욱 촘촘하게······.
그 사이에서 초대형 폭발이 일어났으니 그 피해는 직접 보지 않아도 엄청날 것이었다. 쉽게 말해 개미굴 안으로 폭탄을 밀어 넣은 꼴이었다.
“······공격 중지! 천사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원 경계 상태로 대기하라!”
아군 대열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집 안이 불바다가 되었을 테니, 그것도 현관문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테니 밖으로 나올 여유가 없을 것이었다.
후두두두一
그 이후, 구멍에서 흘러나와 지상으로 떨어지는 건 천사가 아닌, 천사의 시체 조각뿐이었다. 하늘에 난 구멍이 막대한 양의 대리석 돌조각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끝났다! 이제 청소만 하면 된다! 쓸어버려!”
성우의 명령에 비행선 위에 앉아 있던 히포그리포 편대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특별공격대는 훈련을 거듭했던 대로 대열을 이루며 구멍 근처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전부 쓸어버린다! 돌격!”
소수의 천사가 포탈을 빠져나왔지만, 특별공격대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처리했다.
마치 잠자리 떼를 노리는 새 무리처럼, 순간적으로 달려들며 머리를 으스러뜨렸다.
화력 공세 이후 돌격대를 투입해서 정리한다. 이는 점령전의 정석이었다.
절대 종족의 자존심을 다시 한번 구겨졌다.
* * *
월드 전체가 침공당하고 있었다. 한국 서버는 그 침공을 저지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했다.
“후퇴하라! 방공호로 후퇴해!”
이곳은 대만 서버의 타이페이였다.
“대규모 방어막이 뚫렸습니다!”
한때 해적들에게 점령당했지만, 해방한 이후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고 빠르게 발전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웅장함을 품었다.
그러나 지금, 그 모든 것들이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콰—앙!
폭발이 일며 건물 한 채가 폭삭 주저 앉았다. 그와 동시에 그 안에서 마치 벌집이 깨진 말벌 떼가 튀어나오듯, 수 백 마리의 천사가 콘크리트를 비집고 나왔다.
“젠장! 놈들이 온다!”
플레이어들은 도로를 내달리며 견제 사격을 했다.
“첸! 이젠 무리에요!”
동료의 고함에 첸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아직 더 버틸 수 있어. 아니, 버텨야만 해!”
대만의 플레이어들이 타이페이 방어를 위해 귀환 길에 올랐을 때, 네크로맨서가 말했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으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오겠다고······.
첸은 그를 믿었다. 아주 오래전, 별안간 나타나 해적들을 몰아내어 주었을 때처럼, 이번에도 그가 나타날 것이었다. 첸은 죽음에 맞서며 그 순간을 기다렸다.
“위에서도 온다!”
“마, 막아!”
사방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골목에서 튀어나오고 건물을 넘어오고 건물을 무너뜨리며, 모든 곳에서 나타나 플레이어들을 잡아채 날아올랐다.
“사, 살려줘! 악! 아아아아!”
그리고 하늘로 끌고 올라가 갈기갈기 찢었다. 새하얀 천사의 몸뚱이 위로 인간의 끈적한 핏물과 살점이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생존자가 줄어들수록 천사들은 점점 더 붉어졌다.
“첸! 당장 이 도시를 탈출해야 해요!”
동료의 재차 권유, 첸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아주 조금 늦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불길함이 들기 시작했다.
“첸! 부디······ 으I! 으아아!”
그때, 어디선가 하얀 손이 튀어나와 동료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날아올랐다.
“안돼!”
첸은 서둘러 석궁을 들어 올렸지만, 너무나 빠른 탓에 제대로 조준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콰직!
어디선가 섬광이 날아들며 동료를 붙잡고 있던 천사가 반 토막 났다. 동료는 지상으로 떨어져 바닥에 착지했다.
“방금, 뭐지?”
“그, 그러게요?”
직후, 엄청난 폭음과 함께 별안간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퍼—버—버—버—버—버—버—
첸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하늘을 찢고 눈을 태우고 고막을 찢을 것 같은 폭발이었다.
“······머리를 숙여!”
누군가 외쳤다. 낯선 음성이었다.
쉬쉬쉬쉬쉬쉬!
하늘에서 강철비가 쏟아졌다.
저공비행을 하며 플레이어들을 낚아 채던 천사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것들의 몸뚱이가 대리석으로 변하며 땅 위로 너저분히 깔렸다.
첸은 의아했다.
‘저게 뭐지?’
이 수많은 천사를, 그것도 아주 재빠르게 날아다니는 천사를 일거에 쓸어 버리는 무기라니? 그 어떤 광범위한 대규모 마법도 못 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네크로맨서의 목소리가 기억났다.
‘아, 그래, 그가 말했던 신무기다.’
네크로맨서가 새로운 무기를 개발했는데, 당장 물량이 넉넉지 않아서 하나의 전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했었다. 첸은 그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기에 어떻게든 버티겠다고 말했었다.
그 판단이 옳았다. 하나의 전장을 최대한 빠르게 끝낸 뒤 합류하는 것, 그게 정답이었다.
“아직 안늦었죠?”
누군가 첸의 앞에 내려앉았다. 검붉은 갑주를 입은 여전사, 발키리였다.
첸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서 일어나요. 우리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 곳이 아직 많아요.”
첸은 몸을 일으키며 지수에게 물었다
“아, 중국 서버로 지원을 가는 겁니까?”
그러나 지수는 고개를 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첸 역시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후우우우—
수백 마리의 히포그리포가 무리 지어 움직이며, 강철비에 젖은 천사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아니요. 중국 서버 쪽은 이미 정리됐어요. 네크로맨서가 그곳으로 갔거든요. 이제 다시 뭉쳐서 더 멀리까지 갈 거예요. 끝까지요.”
반격은 동쪽의 작은 서버에서부터 일어나, 서쪽을 향해 매섭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 * *
베트남 서버, 이곳에는 악마 종족의 침공했다.
“사령관님, 마지막 방어선이······ 붕괴했습니다. 그곳의 생존자가 이곳으로 후퇴 중입니다.”
베트남 서버의 마스터, 응우옌은 지하에 마련된 방공호에서 사실상 최후의 보고를 받았다.
“더는 후퇴할 곳이······ 아니, 방법조차 없습니다. 악마 숭배자 놈들이 퇴로를 막아버렸어요.”
현재 베트남 서버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적이 악마 군단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확인 결과, 그쪽 지휘부와 악마 군단장과 만났다고 합니다. 충성 맹세라도 할 모양입니다.”
악마 군단장은 보스 몬스터였다. 침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놈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응우옌은 들고 있던 마나 물약을 집어 던졌다.
쨍그랑!
“······배신자 놈들, 기어코!”
본디 베트남 서버 전역이 ‘악마 진영’의 세력권이었다. 그러나 대표자들이 모두 모여 회의한 결과 악마 진영을 탈퇴하고 세계수 진영으로 합류하기로 합의했다.
“개 같은 놈들! 모두가 함께 결정했으면서 저들끼리 꽁무니를 빼다니!”
그런데 이번 침공이 시작되기 직전, 겁에 질린 이들이 등을 돌리고 ‘복종’을 선택한 것이었다.
응우옌을 비롯한 베트남 서버의 주축 플레이어들은 그 사실을 몰랐고 결국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쿵! 쿵!
천장이 무너질 듯 뒤흔들렸다. 악마 군단은 플레이어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아는 듯했다.
쾅! 쾅!
이제는 정말 독 안의 든 쥐 신세였다.
“······다 끝났다.”
응우옌은 포기하며 의자에 앉았고, 그 순간, 천장이 통째로 뜯겨나가며 빛이 침투했다.
「여기에 있었군? 냄새가 난다.」
그곳에 거대한 악마가 서 있었다.
근육질의 시커먼 몸뚱이, 피막의 날개, 밋밋한 얼굴에는 오직 세로로 길게 찢어진 시뻘건 눈 단 하나만 존재했다.
「약자의 냄새, 먹잇감의 냄새.」
그런데 그 거구의 발 근처에 플레이어 한 명이 서 있었다. 웅우옌은 놈을 알았다. 악마 숭배자의 리더, 쩐이었다.
“응우옌, 이런 비참한 모습은 처음 보는데?”
쩐의 비아냥에도 웅우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저런 쓰레기 같은 놈과 불필요한 말을 섞고 싶지는 않았다.
“입을 열 용기도 없나 본데, 그러니까 선택을 잘 했어야지! 뭐? 세계수 진영? 저 살기도 바쁜 그놈들이 우릴 받아주겠어?”
그는 비열하게 웃으며 응우옌을 향해 침을 뱉었다.
“자, 그럼······ 후회하면서 죽어라!”
악마의 눈동자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광선 공격이었다.
“아······.”
응우옌과 그 부하들은 감히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괴물을 어떻게든 쓰러뜨린다고 한들, 그 뒤에 치고 들어올 수천 마리의 악마 군단을 막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쿠—웅!
하늘에서 거대한 녹색 물체가 떨어져 악마를 통째로 짓이겨버린 것이다.
그건 어떤 짐승의 거대한 발이었다.
“으아아! 이, 이게 뭐야!”
그 옆에 서 있던 쩐은 기겁하며 어디론가 뛰어갔다.
“······뭐지?”
뒤이어 온 세상을 찢어발길 듯한 폭음이 일더니, 하늘을 날아다니던 악마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천장에 난 좁은 구멍만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응우옌은 결국 구멍 밖으로 기어나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오! 안녕하세요?”
거대한 녹색 거북 모습의 괴물이 구멍 위에 우뚝 서 있었으며, 그 아래에 팔이 6개나 달린 남자가 방패를 6개나 들고 서 있었다.
그가 인사를 했지만, 응우옌은 경황이 없어 인사를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저 괴상한 생김새 때문에 악마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여러분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왔습니다! 저 방송으로 보셨죠? 황제에 홀로 맞서서 세계수를 지킨 영웅, 그게 바로 접니다.”
그는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어디론가 고개를 돌렸다.
“여기 생존자다! 선배! 생존자가 여기 있어요! 제가 구했어요!”
응우옌은 남자를 따라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래, 확실히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단단히 벌어진 상황이었다.
“어디서 저렇게 많이······.”
어디선가 엄청난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나타나 하노이를 장악한 악마 군단을 학살하는 중이었다.
“사령관님, 저쪽에서도 옵니다!”
부하의 말에 따라 고개를 돌리니, 북쪽 하늘 너머에서 비행선들이 나타났다.
“저, 저기도요!”
동쪽에서는 맨땅 위에서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 악마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건, 합류와 합류를 거듭하여 눈덩이처럼 불어난 세계수 진영의 군단, 아니, 사실상 인간 전체의 반격이었다.
응우옌과 베트남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악마 군단을 압도하는 그들의 활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 설마······ 아, 세계수 진영입니다! 그들이 왔습니다! 말도 안 돼!”
그리고 그들이 감탄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드래곤······ 본 드래곤!”
네크로맨서가 다루는 가장 강력한 권속, 본 드래곤이 그들의 머리맡으로 다가왔다.
쿠—우—웅—
그것이 땅에 내려앉았고, 그것의 머리 위에서 누군가 뛰어내렸다.
턱—
암녹색의 로브와 뼈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고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품고 있는 자, 네크로맨서였다.
“당신이 베트남 서버의 지휘관인가?
네크로맨서의 물음에 응우옌은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습니다.”
응우옌은 저도 모르게 공손하게 대답했다.
“딱한가지만 묻지.”
네크로맨서는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등 뒤로 엄청난 숫자의, 멸망 이후에는 본 적이 없는 엄청난 숫자의 군대가 펼쳐졌다. 함대, 언데드, 귀신, 플레이어, 히포그리프, 본 드래곤까지······.
응우옌은 순간 현실 감각을 잃었다. 마치 어떤 예술가가 거대한 전장 속 위대한 제국의 군대를 묘사해 놓은 것 처럼 웅장하고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우리와 함께 할 생각이 있나?”
응우옌은 황당한 한편 감격이었다. 자신들이 합류하고자 했던 그곳, 세계수 진영이 직접 나타나 구원해준 건 물론, 함께하자고 하다니?
“무, 물론입니다!”
네크로맨서가 손을 뻗었고 응우옌은 그 손이 달아날라, 서둘러 맞잡았다.
“그럼 이제부터 두 절대 종족을 멸망시키기 위한 원정을 시작할 거다. 준비해.”
성우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이렇게 벌써 7개 서버를 클리어했다.‘
한국, 대만, 중국1, 중국2, 중국3, 베트남까지 총 6개 서버의 플레이어들이 뭉쳤다.
“자, 다음은 라오스 서버다! 이동 선택지가 나오면 라오스 서버를 선택한다!”
6개 서버는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수십, 수백 개의 서버가 힘을 합치게 될 것이었다.
‘놈들이 틀렸어.’
절대 종족은 이 이벤트가 자신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계수 진영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고, 세계수 진영을 뿌리 뽑아 흔들린 생태계를 바로 잡을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다.
‘오히려 반대로, 우리가 절대 종족의 잔재를 모조리 불살라 버릴 기회다.’
이렇게 한 개 서버씩을 공략하며 월드를 순회한다면, 월드에 전역에 흩어져 있는 각 세력을 단숨에 규합할 기회이자, 남아 있는 절대 종족의 추종자들을 손쉽게 제거할 기회였다.
응우옌은 여전히 현실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채, 네크로맨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 부하 한 명이 다가왔다.
“사령관님, 살아남은 동지들을 규합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 물음에 응우옌은 고개를 끄덕이며 목청을 높였다.
“베트남의 전사들이여! 지금부터 네크로맨서를 따라라! 인류의 반격이다!“
죽음의 위기 속 구원자를 마주한다면 자연스럽게 합류하고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 의지하고 당연하게 믿게 된다. 그건 본능이었다.
성우는 확신했다.
‘이 전쟁이 끝나면 통제 기구는 저절로 완성된다.’
위기는 언제나 그렇듯, 엄청난 도약의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