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
67) 새로운 세계, 새로운 질서 - 3
누군가 이 게임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즐기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보고 싶은 장면은 무엇일까?
천사와 악마, 두 절대 종족을 따라서 두 진영으로 분화된 세계, 그리고 치열한 경쟁과 전쟁······ 그건 이 게임의 메인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 모든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별안간 평화와 화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남의 고통을 즐기고 있는 그 놈들이 보기에는 흥미가 확 식고도 남을 거다.’
그렇기에 또 한 번의 극단적인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조사 결과, 현재 한국 서버 내에서는 거의 모든 거대 조직이 절대 진영을 탈퇴했습니다.”
지휘관들이 대회의실에 모인 가운데, 경수가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대만 서버도 마찬가지고 중국 서버 쪽도 빠르게 탈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1서버는 애초에 소속이 없었고······ 미국 2서버와 미국 3서버 그리고 캐나다 서버까지, 차례대로 절대 진영 탈퇴가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이처럼 이미 많은 서버가 두 절대 종족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그리고 이는 세계수 진영의 입김이 직접 닿는 동맹 서버뿐만이 아니었다.
“임시위원회에 참석하겠다고 연락 왔던 서버들에 재차 연락을 취한 결과 대부분이 절대 진영을 탈퇴했거나 탈퇴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동안 우리가 보여준 행보가 그들에게 상당한 자극이 된 모양입니다.”
네크로맨서와 세계수 진영은 거듭하여 승리했으며 그들의 발아래 수많은 절대 진영이 쓰러졌다.
이에 월드의 플레이어들은 회의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절대 종족을 따르는 게 과연 옳은가?
그 이후 ‘통제 기구’ 설립 메시지가 지속 전파되었고 그 조류에 동참하기 위하여, 월드 곳곳에서 절대 진영을 탈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었다.
즉, 성우가 성공하고 성장할수록 절대 진영의 세력은 빠르게 약화하는 중이었다.
‘놈들은 통제 기구가 설립되면 더는 손쓸 수 없다고 판단했을 거다. 그래서 그 전에 이런 이벤트를 연 거야.’
처음에는 절대 종족이 직접 개입하는 게 어렵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 제한이 풀린 듯했다.
“하늘에 문이 열렸다고 하던데, 조사된 게 있습니까?”
경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리모컨을 조작했다. 그의 등 뒤, 대형 스크린에 사진이 한 장 떠올랐다.
“이곳은 이탈리아 서버의 로마입니다.”
로마의 하늘에 파란색의 포탈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어떤 글자가 떠올라 있었다.
- 새로운 이벤트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00:28:03)
“이번에는 W·P·U에서 보내준 사진입니다. 워싱턴이죠.”
워싱턴도 마찬가지였다. 파란색 포탈과 예고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아, 참고로 우리 서버는 서울 종로에 파란 포탈이 생겼다고 합니다. 아직 사진은 받지 못했는데, 광복 길드 측에서 곧 영상을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경수는 다시 리모컨을 클릭했다.
“이어서······ 인도 2서버의 뭄바이입니다. 그런데 여기 포탈은 좀 다릅니다.“
인도의 하늘에 나타난 포탈은 이전 2개와 다르게 붉은색이었다.
“현재까지 나타난 포탈 색깔은 저 두 가지뿐인데, 단순하게 추정하기론 파란색이 천사, 붉은색이 악마로 구분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두 절대 종족이 일제히 침공을 개시했지만, 두종족은 엄연히 경쟁 상대인 만큼, 각기 다른 지역에 등장할 예정인 듯했다.
경수는 이어서 슬라이드 쇼를 계속 넘겼다. 세계 각지의 사진이 연이어졌다. 그것들을 종합해서 볼 때, 각 서버 당 하나의 도시에 하나의 포탈 열릴 예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러 서버의 커뮤니티 상에 퍼지는 정보에 따르면 여전히 절대 진영에 속해 있는 플레이어에게 ‘진영 퀘스트’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각 도시 함락에 참여하여 공을 세우라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절대 종족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된 것이었다.
슬라이드 쇼가 끝나자 회의장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성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되면······ 임시위원회를 연기해야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당장은 각자의 터전을 방어하는 게 우선이었다.
“통신 센터에 연락해서 무기한 연기로 전파하겠습니다.”
경수의 말에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그렇듯 상황이 급변했고 그 상황에 발맞출 필요가 있었다. 다시 한 번 전쟁 준비였다.
“아, 그리고······.”
성우는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걸 느끼며 불편한 말을 내뱉었다.
“······브라질 서버, 마왕성과의 연락을 어떻게든 유지해주세요. 우리보다 많이 알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이니, 정보를 최대한 얻어야 합니다.”
이 현상을 처음으로 알려온 것 역시 마왕성이었다. 놈들에게 다른 속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교류하는 게 옳았다.
“······그사람, 믿어도 될까요?”
지수가 물었다. 성우는 고민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처음부터 믿지 않았습니다. 그저 싸울 이유가 없었을 뿐이죠. 그런데 이제는······ 싸울 이유가 생겼으니 더욱 믿지 말아야죠.”
한국 서버의 랭킹 1위, 강석은 아마존의 드래곤과 동맹을 맺은 뒤 월드 정복을 결정했다.
그 의도가 무엇이든 성우에게도 칼을 들이민 셈이었다. 이건 쉽게 넘어갈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 사람······ 이로운 사람이 아닐 겁니다.”
놈이 세계 멸망을 막을 수 있을지언정, 놈이 틀어쥔 세계는 절대 이롭지 않을 것이었다.
* * *
월드의 모든 서버에 포탈이 열렸다.
그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월드 전체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절대 진영에서 벗어난 이들은 항전을 준비했다. 하나로 뭉쳐서 방공망을 형성하고 요새를 쌓았다.
“적지 않은 서버가 저희 쪽으로 방어를 준비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통제 기구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은 세계수 진영과의 연결을 유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어떤 서버는 겁에 질려, 포탈이 열리는 도시를 줄지어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건 차라리 양반이었다.
“그나저나 몽골 서버는 연락 두절입니다. 그쪽 서버 커뮤니티에서 확인한 결과······ 항전이 아니라 악마 종족을 맞이하기 위한 환영식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참나, 이 자식들, 이럴 줄 알았습니다.”
세계수 진영과 달리, 절대 종족이라는 이름은 대다수에게는 여전히 공포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놈들이 직접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의기를 잃고 곧바로 꼬리를 말아버리는 것이었다.
’서울 침공을 막더라도 다른 도시가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 사태는 월드 전역에 동시에 벌어지는 일이기에 성우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역시, 힘든싸움이 되겠어.’
성우와 지휘관들은 중계 화면을 보고 있었다.
- 새로운 이벤트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00:02:03)
이벤트 시작까지 단 2분 남았다.
“광복 길드에서 방금 들어온 연락입니다. 혹시 모르니 포탈 아래에 총 30대의 공성 병기를 배치하고 대규모 공격 마법을 준비해둔 상태라고 합니다.“
만약 시간이 0이 되는 동시에, 별다른 안내 없이 다짜고짜 침공이 시작된다면 겨우 그 정도 방비로 막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정훈과 광복 길드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만약을 대비한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간이 0이 되었다.
- (!)
붉은색 느낌표, 게임 규칙이 급변할 때마다 떠올랐던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 다음에 반드시 어떤 장황한 설명이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같았다.
[월드 시즌 시작 안내]
- WORLD SEASON 2:결정의 시대(투쟁과 복종)
월드의 생존자 여러분······ 두 ‘절대 종족’이 중대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월드에 대한 결속이 느슨해짐에 따라, 그 매듭을 다시 한번 조이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폭력으로, 곧 월드에 대한 대대적인 심판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에 앞서 단 한 번의 ‘속죄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실수를 재고하고 절대 종족에게 ‘복종’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절대 잊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건 당장 살아남을 수 있는가, 오직 그것뿐입니다.
[안내 사항(중요)]
1) 절대 종족의 심판은 48시간 이후, 각 서버의 ‘중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됩니다.
2) 해당 이벤트는 ‘2가지 선택지(투쟁/복종)’가 주어지며 선택에 따라 다른 규칙이 부여됩니다.
‘역시나 이딴 식이군?’
이번 월드 시즌은 투쟁이 아니라 재가입 쪽으로 즉 복종을 유도하는 메시지였다.
성우는 이어서 두 가지 선택지를 읽어내려갔다.
1) 투쟁 선택 : 절대 진영의 침공에 맞서 싸우게 됩니다. 하나의 ‘전장(도시)’에 시작하여 ‘방어 성공’할 시, 아직 침공이 진행 중인 다른 ‘전장(도시)’으로 이동할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투쟁 랭킹’이 집계되며, 전체 ‘전장(도시)’ 중 80%를 수호해낼 시 승리합니다. 그리고 랭킹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 1등 : 신화 등급 아이템 상자 3개
* 2등 : 신화 등급 아이템 상자 2개
* 3등 : 신화 등급 아이템 상자 1개
* 4〜10등 : 전설 등급 아이템 상자
* 11〜100등 : 영웅 등급 아이템 상자 (2개)
* 101등〜1,000등 : 영웅 등급 아이템 상자
* 1,0()1등〜3,000등 : 기타 아이템 상자 꾸러미
* 기본 승리 보상 : 100,000골드
2) 복종 선택 : 본인이 선택한 절대 진영에 복속되어 ‘진영 퀘스트’에 따라 행동하게 됩니다. 보상 역시 해당 진영의 기준에 따라 부여됩니다.
‘확실히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번 메시지의 뉘앙스 때문에 더 많은 플레이어가 절대 진영으로 다시 붙어버릴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투쟁을 선택한 이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도 불가능할 거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과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이렇게 뿌리니······ 야망을 품게 될 것이다.’
’투쟁 랭킹’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되는 만큼 협력보다 치열한 경쟁이 될 가능성이 컸다.’
’또한, 월드 전체에서 누가 가장 강력한지, 명시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절대 질 수 없다.’
중국 서버의 황제를 굴복시키며 세계 패권을 쥐고 있다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 ‘투쟁 랭킹’에서 누군가에 밀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게 틀어진다.’
견고한 이미지를 쌓는 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번 전쟁, 성우에게는 일종의 챔피언 방어전이 될 것이었다.
성우는 고개를 들어 지휘관들을 바라 보았다.
“다시 시작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런 분위기, 이제는 꽤 익숙한상황이었다.
“이제부터 모두 각자의 자리로 가셔서 남은 시간 동안······.”
침공까지 남은 시간은 단 48시간이었다. 그 시간 안에 모든 병력을 최대치로 무장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제외한다면 모든 게 충분했다.
“······이번 싸움에 모든 자원을 동원하세요. 조금도 아끼지 말고, 전부 투자하세요.”
그리고 세계수 진영이 확실하게, 수치상으로 압도적인 건, 돈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다.
* * *
성우는 이번 전쟁을 위한 특별한 작전을 구상했다.
그리고 그 작전을 이끌어줄 사람들을 한 번에 호출했다. 지수, 정훈, 혜연이었다.
그들과 함께 ‘A등급 아이템 창고’로 향했다. 그곳은 가장 보안이 철저한 창고로, 최소 영웅 등급의 아이템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물류관리팀’의 팀장이 일행을 맞이했다.
“이 창고는 우리 세계수 진영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물건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몇 중의 보안 장치가 되어 있어서 도난 위험이 없습니다.”
그 창고 안에는 최상위 등급의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청룡언월도, 방천화극, 초천검, 초진창 등 이번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들이 상당수였다.
“자, 이쪽, 붉은 선 안쪽에 있는 건 전부 전설 등급 이상의 무기입니다. 총 24개로, 이번 전쟁에서만 17개가 들어 왔습니다. 아! 반출하실 때 꼭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여러분이지만, 기록을 철저하게 남겨야 하는 법이니까요.”
물류관리팀장은 그렇게 말하고 창고 밖으로 사라졌고, 성우가 입을 열었다.
“······음, 레벨이 아무리 높더라도 운이 좋지 않으면 전설 등급 아이템을 얻기란 쉽지 않죠.”
성우는 그렇게 말하며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이 최상위 등급 장비를 누군가 다뤄야 할 텐데······ 세 분께 부탁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성우는 전설 등급 아이템 중 ‘청룡언월도’를 들어 올렸다. 그 묵직한 그림자가 성우의 발아래로 길게 이어졌다.
“플레이어 중 최고 수준의 엘리트들을 선별하여 ‘특별공격대’를 설립해주세요.”
특별공격대라니? 그 말에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혜연은 당황함을 넘어서 겁을 지레 먹은듯했다.
“······트, 특별공격대요? 저 부르셨던거 아니죠? 제가 잘못 들었나 봐요.”
같이 서 있는 두 사람은 그런 거창한 이름이 어울리는 이들이었지만, 자신은 전혀 상관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맞아.”
성우는 짧게 대답하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자, 이런 질 좋은 아이템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전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서 전력을 극대화할 겁니다.”
많은 플레이어 중 단연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이들은 분명 존재했다.
비록 성우, 지수, 한호만큼의 활약은 아니더라도 물심 양면으로 지원한다면 세계수 진영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단순히 레벨이 높고 무장만 잘된 부대가 아니라, 쉽게 말해서······특수 임무를 수행할 ’특수 부대’를 꾸려주시면 됩니다.”
특수 부대라? 하긴, 그런 플레이어를 양성한다면, 조교 역할에서 지수와 정훈, 이 둘만한 사람이 없었다.
지수는 초월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 노련한 움직임을 구사할 줄 알았으며, 정훈은 이미 ‘크루세이더 팀’이라는 최정예 부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반면······ 혜연은 여전히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몰랐다.
“음, 특별공격대라고 하면, 어떤 특수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훈련을 한다는 뜻인데, 그 목적이 뭐죠?”
정훈이 물었다. 성우는 청룡언월도로 하늘을 가리켰다.
“공중 기동 작전입니다.”
“공중에서 싸울 수 있게 훈련하란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정훈은 여전히 걸리는 게 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공중, 그러니까, 비행할 수 있는 수단은 뭐죠?”
정훈이 그렇게 물었을 때, 창고가 덜덜 떨렸다. 비행선 한 척이 창고 위를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
“마침 오네요. 나가보죠.”
머리 위로 비행선이 움직인다는 건 십중팔구 ‘하이퍼 게이트’가 열렸다는 뜻이었다.
일행은 창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머리 위로 비행선의 그림자가 짙게 깔렸다.
“······경계 작전?”
하이퍼 게이트가 설치되어있는 ‘점프 스페이스’는 지상에서부터 수십 미터 위로 치솟아 있기에,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즉,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여, 하이퍼 게이트가 열릴 때마다 이렇게 다수의 비행선을 띄워, 첨예한 경계 작전을 펼치는 것이었다.
“자, 저길 보시죠.”
성우는 드높이 솟은 ‘점프 스페이스’를 가리켰다. 이내 공간이 일그러지며 하이퍼 스페이스가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날개가 달린 것들이었는데, 사방으로 뻗어 나와 흩어지더니, 이내 활주로 위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히이이이!
그건, 말과 독수리를 섞어 놓은 것 같은 비행 생명체 ‘히포그리포(Hippogriff)였다.
히포그리프 수백 마리가 세계수 진영에 등장했다.
“조금 전, 지수 씨의 언니가 연락 왔습니다. 제주도 측 플레이어들이 다수의 히포그리포를 포획하여 길들였다고 합니다.”
제주도의 ‘몬스터 숭배자’들이 다수의 히포그리포를 길들여서 공군처럼 이용했었다.
그런데 세계수 진영에 의해 몬스터 숭배자들이 소탕된 이후, 지민 주도의 제주도 플레이어들이 그 히포그리포를 죄다 포획하여 비행 방법을 익힌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전쟁부터, 제주도의 플레이어들도 세계수 진영 소속으로 함께 싸우기로 했습니다.”
강화도, 대만, 파주의 플레이어 무리가 그랬던 것처럼, 제주도의 플레이어들 역시 약속대로 제 몫을 다할 만큼 성장하여 합류한 것이었다.
“제가 말씀드린 특별공격대는 저 히포그리포를 타고 세계수 함대의 ’함재기’ 역할을 할 겁니다.”
세계수진영의 ‘연합 함대’는분명 엄청난 전력이었다. 하지만 지난 전투 때, 몽골 서버의 케시크 기병대에게 흔들리는 등, 근접 비행 공격 방어가 여의치 않았다.
그렇기에 함재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작고 재빠른 비행 병력이 있다면, 그런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 뿐더러 함대의 공격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었다.
성우는 혜연을 돌아보았다.
“이제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겠지?“
“아······.”
“네가 특별공격대의 비행 교관이 되어줘야 해.”
혜연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제가······그런 걸 할수있을까요?”
혜연은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자신의 직업이 ‘그리핀 라이더’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기껏해야 연락책 역할에 그치지 않았던가?
이에 성우도 고개를 저어 회의감을 내비쳤다.
“그건 나도 몰라.”
“······.”
“근데 네가 아니면 아무도 못 해.”
조직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건, 조직원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다는 뜻이었다.
혜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히 해봐야죠.”
잠깐 긴장했을 뿐, 그녀는 결코 유약한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강화도에 있을 때부터 네크로맨서를 동경하며 나약함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해오지 않았던가?
“아니, 대답이 좀 별로였던 것 같아요. 쓸모 있게, 제대로 잘 해볼게요.”
한 가지 더, 조직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건, 긍정적인 귀감이 연이어진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