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201화 (201/244)

# 201

67) 새로운 세계, 새로운 질서 - 1

무색의 세계, 세상에서 색이 사라진다는 건 생각 이상의 공포였다.

방향 감각과 공간감이 사라지고 결국 시각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머리가 어지럽다. 서서히 정신이 혼미해지며 이성이 메말라간다.

많은 이들이 눈을 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뜨고 있다가는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각을 닫자 청각이 환히 열렸다.

그러자 또 다른 공포가 침투해왔다.

고一오一오一오一오一

곡성(哭聲)이 양쪽 귀 안 가득 차올랐다. 그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이 뇌를 긁어 대는 것만 같다.

이곳은 산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여기가 마지막 전장이다.」

이곳은 성우의 권역이었기에 황제가 소환한 ‘압제자의 시선’과 ‘압제자의 손’이 사라졌다.

황제는 바닥에 우두커니 서서, 성벽을 올려다보았다. 녹색 아우라가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어째서, 네놈의 권역이······ 세상을 뒤덮은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황제의 권역인 ‘시황제의 고묘’와 헤파이스토스의 권역인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은 전부 아이템 형태로 존재했다.

그렇기에 현실 세계와는 무관한 곳이었으며, 해당 아이템에 물리적으로 접촉해야 입장할 수 있는 극히 제한된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네크로맨서의 권역은 현실을 잠식할 수 있단 말인가?

「네가 알고 있는 게 전부일까? 네가 통찰력을 가졌다는 그 허영심을 버려.」

네크로맨서는 계속해서, 황제가 허영심에 차 있다고 비난했다.

“네, 네놈! 짐에게······.”

황제는 부르르 떨었지만, 함부로 반박할 수 없었다.

「짐? 이 시대에 황제를 자처한다? 아무리 힘이 우선시 되는 세상이라지만, 진짜 멍청한 짓이야.」

성우는 성벽 밖으로 발을 내디뎠는데, 마치 투명한 계단이 있는 것처럼 허공을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 게임이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이 게임에 종속된 플레이어인 주제에, 누가 감히 지배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아무도 그럴 수 없어.」

이 발언은 다분히 의도된 것이었다.

‘이 싸움이 끝나면 더 많은 세계와 접촉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나와 싸우려고 하는 집단은 거의 없을 거다. 사실상 내가 주도권을 잡는다.’

바로 그때를 위하여 성우는 월드 전체, 모든 플레이어의 무의식 속에 어떤 메시지를 심는 중이었다.

자신은 황제와 달리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안심하고 따라도 된다는 메시지였다.

「지배와 통제는 다르다. 나는 너처럼 이 사태를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게 아니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제 기구를 세울 거다.」

이 세계, 명계를 울리는 목소리가 공식 채널의 카메라를 통하여 월드에 전해졌다.

성우는 ‘지배’가 아니라 ‘통제’를 할 생각이었다. 그건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통제가 없이는 제대로 된 조직이 만들어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성우는 황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황제는 성우가 다가오는 걸 바라보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

황제는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이 세계의 주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성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번에는 세계 전체에 울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성우는 직접 육성을 내어, 황제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널 이길 방법을 가지고 있었어.“

성우가 승리를 직감한 건 광교호수공원에서부터였다. 고대의 저주로 '와일드 헌트’가 발생, 수천 마리의 귀신이 탄생했고 그것들은 ‘명계의 율령’ 스킬에 의해 성우의 권속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력 상승이었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염라의 마지막 스킬 역시 귀신이 많을수록 비약적으로 강해진다.’

[스킬 정보]

- 이름 : 명계(臭界)의 문 개방

- 등급 : 궁극

- 분류 : 액티브

- 소모 : 최소 영혼·귀신 500마리 이상

영혼·귀신을 소모하여 ‘명계의 문’을 개방합니다. (유지 시간 : 100마리당 1분) 명계에 문에 입장할 경우 ‘세계의 주인’ 효과를 얻습니다. 명계의 문이 열려 있는 한 ‘염라의 권능’이 유지됩니다.

+ 생사부(生死簿) 기재 : 생사부에 상대의 이름을 적음으로써 명계에 ‘강제 입장’시킬수 있습니다. (명계의 문 개방에 소모한 영혼·귀신 5마리당 1명)

+ 악업(惡業) 징벌 : 부리고 있는 모든 영혼•귀신을 소모하여 명계 내에 ‘징벌’을 내립니다. 영혼·귀신의 숫자가 많을수록 더 넓은 영역에 더 큰 데미지를 줍니다.

’압도적인 효과지만 그만큼 많은 걸 투자해야 한다. 이건 마지막 순간에 써야만 하는 스킬이야.’

염라의 마지막 스킬인 ‘명계의 문 개방’은 부리고 있는 귀신이 많을수록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성우는 한 번에 1,000마리의 귀신을 소모하여 총 200명의 적을 ‘생사부’에 기재, 명계로 강제 입장시켰다.

즉, 지금 명계 안에 들어와 있는 적은 200명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하늘에 구멍에 뚫리고 ‘명계의 문’이 열리는 건 함께 목격했으나, 명계에 진입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네크로맨서와 황제 그리고 중국군 주요 간부 몇몇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제 전부 끝낼 시간이야.”

성우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늘을 가득 메우며 마치 물결처럼 흐르고 있던 귀신의 행렬이, 성우의 손짓 한 번에 우뚝 멈춰 섰다.

그때, 황제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이봐, 네크로맨서······.”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뭇 비굴해진 얼굴이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 대화할 여지가 있지 않은가? 네가 말한 그 사상, 그 통제 기구란 것······ 내 힘이 필요할 것이야. 네 휘하에 있는 수만, 수십만 명의 잡병들보다 나 하나가 훨씬 이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부디, 지혜롭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대화?”

하지만 성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살아 있는 멍청이는 취급 안 해. 죽은 다음에 다시 문의 해.”

그 말을 끝으로 성우의 몸이 수식으로 상승했다.

“자, 잠깐!”

고一오一오一오一오一

그의 몸이 명계의 꼭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의 목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악업 징벌.」

최종 심판이 내려졌다.

- 당신의 ‘권역(명계)’에 ‘악업 징벌’이 시작됩니다.

악업 징벌, 모든 귀신을 소모하여 명계 내에 강력한 범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최종 병기’였다.

“······전부, 쓸어버려.”

명계의 하늘을 새하얗게 메우고 있던 귀신들이 고개를 숙여 지상을 내려다 보았다.

그것들의 반투명한 몸뚱이가 하얗게 불타올라, 시퍼런 연기로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건 끔찍한 악몽의 전조였다.

이내, 그것들이 몸을 움직였다. 수천 마리에 달하는 영적 존재들이 시퍼런 꼬리를 매달고 지상으로, 목표물을 향해, 최후의 추락을 시작했다.

고一오一오一오一오一

그건 마치 ‘유성우(流星雨)’처럼 찬란하게 쏟아져 내렸다. 멀리서 바라본다면 그 어떤 표현으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백새의 세계 위로, 청색의 은하수 한 폭이 수채 물감 퍼지듯 녹아내리고 있었으니······.

하지만 실상 가까이에서 본 상황은 달랐다.

중국군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곡성에 파묻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었다.

그들은 이내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흩어지며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몸을 숨길 곳 따위는 없었다.

고一오一오一오一오一

곧, 귀신들이 지상으로 쏟아졌다.

거친 폭우 같았다. 그것들은 제 몸에 닿는 모든 걸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살점, 내장, 뼈, 그리고 영혼까지······ 그 모든 걸 분해해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것들의 시체를 끌어안고 시퍼렇게 타오르며, 끝내 함께 소멸해버렸다.

* * *

모든 게 끝났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중국 서버의 침략도, 전쟁도, 악연도 마무리되었다.

- [공식 채널 : LIVE] 월드 시즌 9번(18,496,415명)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월드 전체가 지켜보고 있었다.

“······.”

전쟁이 종결된 직후, 안 기자의 스튜디오는 한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생각해보면 이번 전쟁은 유독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많았다.

“아······.”

안 기자는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게임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했던 생각에 잠겼습니다.”

안 기자는 손을 뻗어 카메라를 가리켰다.

“여러분도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입니다. ‘이건 꿈이 아닐까? 그래, 꿈이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게 현실일 리가 없어.’ 그런데 정말 꿈······ 아닌 게 맞습니까?”

안 기자는 퀭한 눈으로 웡을 돌아보았다.

“웡 씨, 혹시 이 모든 게 꿈이길 바랍니까?”

“······.”

웡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반면 안 기자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머리를 감싸 쥐며 감탄했다.

“맙소사! 며, 명계에서 벌어지는 그 엄청난 장면······ 어떻게 매 순간 놀라운 걸 넘어서 경이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는 건지, 다시 생각해도······ 믿기지 않습니다. 맙소사, 웡 씨,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

“전쟁 전부터, 전쟁 내내 중국 서버가, 황제가 이긴다고 주장하셨는데 완전히 틀렸다는 게 결과로 증명되었습니다. 과연 어디가 문제였을까요?”

안 기자는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에 웡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저도······ 예, 맞습니다. 네크로맨서가 황제에게 지적했듯, 저도 허영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주 오래전부터 잘못된 생각에 길들여 있었던 걸까요? 내가 알고 있던 세계, 그 세계 밖의 것을 인정할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방송 내내 과한 감정이 담겨 있던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웡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안 기자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바람직합니다. 네크로맨서가 많은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네요.”

안 기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이내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클로징 멘트를 할 시간이었다.

“자, 마침내, 한국 서버의 영웅 ‘네크로맨서’가 중국 서버를 통일한 ‘황제’를 꺾었습니다. 그건 월드의 핸들을 잡았음을 뜻합니다. 앞으로 이 세계는 어떻게,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그는 잠깐 말을 멈추며 찰나의 긴장감을 조성하더니, 곧 말을 이어나갔다.

“그가 말한 것처럼, 통제 기구가 설립되고 월드가 하나로 뭉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게임의 원인? 진실? 흑막? 그게 뭐든, 이 사태가 일어난 이유를 밝혀낼 수 있을까요?”

안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의 눈앞에서 펼쳐졌던 치열한 싸움 때문에, 우리가 잊고 있던 게 하나 있죠.”

이내 안 기자의 등 뒤, 대형 스크린 위로 두 장의 사진이 떠올랐다.

한 장은 남아메리카의 지도였고 나머지 한 장은 열대 우림 위에 치솟은 흑색의 거성이었다.

“저희 ‘안 기자의 종말 뉴스’ 정보팀이 비밀리에 공수해온 이 사진은 남미, 브라질 서버, 아마존의 사진입니다. 예, 이쯤 되면 모두 눈치채셨겠죠? 얼마 전에 모두의 눈앞에 떠오른 월드 메시지, 마왕의 출현을 알리는 그 메시지가······.”

안 기자가 리모컨을 클릭하자 스크린 위, 남미의 지도가 사라지고 다른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거대한 세계수, 그리고 그 주변을 두르고 있는 성벽, 그건 세계수 진영의 원경 사진이었다.

그렇게, 좌측에 세계수 진영, 우측에 마왕의 성이 나란히 배치되어 어떤 대결 구도를 연상케 했다.

“······다음 전쟁의 힌트가 아닐지, 전쟁은 이제 시작인 게 아닐지, 저 안 기자는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두 장의 사진이 불타는 효과와 함께 사라졌다.

“이상으로 안 기자의 종말 뉴스, 전쟁 생중계를 여기서 마칩니다. 잠시 후에 전쟁 분석 코너로 찾아뵙겠습니다!“

* * *

이미 수차례 대규모 전쟁을 겪은바, 전후 수습은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황제와 다수의 지휘관을 잃은 중국군은 곧장 항복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이후, 중국 서버에 대한 통제는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리웨이를 따르던 ‘중국 2서버’의 플레이어들이 베이징을 급습, 수원과 이어지는 대규모 포탈을 연 게 주요했다.

“네크로맨서! 내가 가서 베이징을 점령하고 통제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여기 정리하고 있어.”

리웨이는 그렇게 말하고 포탈 너머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약 1시간 정도 지난 뒤, 경수가 찾아와 경과를 보고했다.

“총 5,441명, 이번 전쟁으로 발생한 포로입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골드를 깡그리 수거했습니다. 이게 총 604,511,200골드고······.”

경수는 서류를 한 장을 넘기며 말을 이어나갔다.

“베이징, 황제의 본진 쪽에서도 항복 선언을 전해왔습니다. 경비 병력으로 2〜3천 명 정도 남아 있었던 모양인데, 뭐, 항전할 생각이 있을 리가 없겠죠. 그래서 그쪽에서 다량의 골드가 또 들어왔습니다.”

그래, 전쟁이 끝났으니 전리품이 굴러들어올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규모가 남달랐다.

“음, 리웨이 쪽 말로는 그게 한 4억 5천 골드 정도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병사 신분이 아닌 플레이어가 훨씬 많아서 아직도 수거 중입니다.”

당장 포로들에게만 얻은 게 무려 10억 골드가량이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경수 씨, 리웨이에게 전해주세요. 우리가 사용하는 ‘맹세의 금고’처럼, 세금을 거두기 위한 아이템이 있을 겁니다. 그걸 찾으면 아마 더 많은 골드를 얻을수 있겠죠.”

“아, 그렇겠네요. 통신 센터 통해서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물자 수거를 위해서 파견한 ‘원정 함대’ 측에서도 보고가 들어왔는데······.”

경수가 다시 한번 서류를 넘겼다.

“베이징 내부의 주요 시설물을 점거하여 모든 아이템, 골드, 창고에 적재해둔 물자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오늘 내에 하이퍼 게이트를 열고 싹 긁어올 예정이라, 어휴······ 북쪽 지역 일대를 전부 창고로 만들어야겠습니다.”

단순히 골드뿐만 아니라 온갖 아이템과 물자가 물밀 듯 들어오고 있었다.

성우는 미르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전쟁은 돈이 들지만······ 더 큰 돈이 되는군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식민지 목록]

1) 중국 1서버

- 수금 비율 : 50%

- 총수입(골드) : 150,501,200

2) 중국 2서버

- 수금 비율 : 10%

- 총수입(골드) : 34,500,000

3) 중국 3서버

- 수금 비율 : 10%

- 총수입(골드) : 31,000,200

전쟁에서 패한 중국 서버가 한국 서버의 ‘식민지’ 상태가 되며 골드를 수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이는 엄청난 돈줄이 될 예정이었는데, 이제부터 해당 서버의 모든 플레이어가 버는 모든 골드 중 일부가 성우의 통장으로 자동 입금되는 것이었다.

‘식민지가 된 지 겨우 한 시간 만에 이 정도의 골드가 들어오다니? 앞으로 기대해도 되겠어.’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맹세의 금고

- 등급 : 특수

- 분류 : 금융

- 효과 : ‘계약된 플레이어’가 벌어 들이는 골드 중 일부가 자동으로 입금된다.

- 설명 : 금고 위에 손바닥을 얹으면 ‘계약 등록’을 할 수 있다. 금고 소유자는 ‘수금 비율’을 정할 수 있으며, 계약자가 벌어들이는 골드에서 해당 비율 만큼 금고로 자동 입금된다.

* 수금 비율 : 5%

* 등록된 계약자 : 14,526명

* 현재 보유 골드 : 1,453,455,048

전쟁 전, 동맹군의 모든 플레이어를 ‘맹세의 금고’에 등록하게 했다.

사실상 이제부터 ‘세계수 진영’이 된 셈이니 세금을 낼 의무가 있었다.

그 결과, 그전에 쌓여 있던 ‘세계수 진영 운영 자금’에 더불어 전쟁 도중에 얻은 골드가 ‘맹세의 금고’ 안에 차곡차곡 쌓였고, 무시 못 할 금액으로 불어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골드만 해도 20억이다.’

결과적으로 당장 세계수 진영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무려 46억 골드에 이른 상태였다.

“경수 씨, 일대의 모든 상점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파견해서 총 10억 골드 정도를 전부 아이템으로 환전 해야겠습니다.”

물자를 얻을 방법은 다양했지만, 상점에서 구매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물론 랜덤 획득이지만, 10억 골드 정도라면 필요한 물건을 모조리 얻고도 남을것이었다.

“예? 시, 십억 골드요? 그렇게 막 써도······ 아, 이제는 되겠군요?”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전쟁에서 이기면 더 큰 돈이 들어올 겁니다. 그러나 다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최대한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경수가 보고를 마치고 나가려고 할 때, 성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그리고 가시는 길에 마스터 허스트를 불러주세요.”

이 엄청난 골드와 물자를 바탕으로 대장장이들에게 제대로 플렉스(Flex)할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게임이 시작된 뒤 현대 과학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지만,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마법 공학’이 존재했다.

‘마법 공학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거다.’

세상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뒤, 연구와 생산에 몰두할만한 인프라가 구축되자 마법 공학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중이었다.

성우는 그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할 생각이었다.

“그래, 드래곤이 아무리 대단해도······ 돈 많은 공돌이한테는 안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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