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96화 (196/244)

# 196

65) 사냥꾼 앞의 토끼 - 2

용과 관련된 신격을 가지고 있다면 용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성우가 가진 ‘드래곤 슬레이어’ 아이템과 ‘드래곤 원정대’ 시너지가 그녀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뭐? 토끼?”

하지만 쯔쉬안은 코웃음을 쳤다. 그녀가 드러낸 첫 번째 표정이었다.

“내가 말하는 게 허영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걸······ 내가 금방 깨우치게 해줄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양팔을 들어 올렸다.

우우우우一

그러자 일대를 뒤흔들던 폭풍우가 단 숨에 멎었다. 공기의 흐름이 멈춘 것처럼 정적이 흘렀다.

다음 순간, 그녀가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에 따라 하늘에 떠 있는 먹구름이 서서히 움직였다.

우우우우우一

마치 막이 내리듯, 그녀의 등 뒤로 먹구름이 내려앉았다. 회색 물감이 흐르는것 같기도 했다.

그 거대한 수증기 덩어리는 물로 변해갔는데, 그건 폭포였다. 하늘에서 폭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一

그 모습에 리웨이는 뒷걸음질 쳤다.

“저, 네크로맨서?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못 해. 어렵게 구한 내 정령들이 또 저년한테 묶이고 말 거야.”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가 있어.”

하늘에서 쏟아진 폭포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몰아쳤다. 그 그림자가 성우의 머리 위를 넘어 등 뒤까지 닿았다.

콰과과과과!

파도는 지상의 모든 걸 뒤집어 까며 달려들어 언데드 군단을 덮쳤다. 다음 순간, 회오리가 되어 치솟았다.

“어때, 이걸 뚫을 수 있겠어? 네 군단은 내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어.”

쯔쉬안의 몸 주변으로 수십 미터에 이르는 토네이도가 맹렬히 회전했다.

빈틈이 없었다. 그리고 저걸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존재도 없었다.

“그래 그렇게, 계속 더 신나게 몰아쳐 봐. 이게 끝은 아니지?”

그러나 성우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뭐, 그래도 네 주제에 맞게 시간 끌기에는 딱 좋은 능력이군? 안 그래?”

성우의 도발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쯔쉬안이었지만, 그와 달리 손끝은 거칠어졌다.

그녀는 양손을 휘저어 성우를 향해 파도를 움직였는데, 몸 주변을 보호하던 토네이도 일부를 떼어 내어 더욱 거칠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성우는 그 순간, 저 멀리에 떨어진 무언가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다.

* * *

한편, 쯔쉬안이 네크로맨서를 막고 있는 사이, 황제의 테라코타 군단은 성 벽을 향해 돌격했다.

“어? 더 온다!”

“말도 안 돼, 너, 너무 많잖아!”

성벽에서 바라보는 적진의 규모는······ 너무나 거대하여 전의를 상실하게 했다.

지수는 성벽에 내려앉으며 전장을 바라보았다. 선두로 습격했던 ‘케시크 기병대’ 수백 명을 베어 넘기고 그 뒤로 들이닥친 창 제대에 맞서서 어느 정도 대치 상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만······.

쿠구구구구-

십여 만에 이르는 토기 인형 군단이 ‘창 제대’의 좌우로 돌아 나와 최전방, 성벽을 향해 맹렬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마치 산사태가 일어나 다량의 토사가 몰아닥치는 것만 같았다. 저 토사가 성벽을 으스러뜨리고 세계수 뿌리를 들썩이게 할 것 같았다.

“저게 들이닥치면 뚫릴 거예요.”

지수의 말에 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테라코타들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팔 다리를 기괴할 정도로 뒤흔들며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쏴! 쏴!”

메신저호의 함교에서 인호가 소리쳤다. 저 압도적인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모든 화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이내 수십 대의 비행선이 일제히 포문을 개방했다.

콰— 과— 과— 과— 과— 광—

갈색으로 뒤덮여 있던 시야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흔히 말하는 융단 폭격처럼, 방대한 영역 위로 불벼락이 내리꽂혔다.

그러나······.

“적 병력······.”

황제의 군단, 수십 만에 이르는 테라코타는 단순히 물량 때문에 강한 게 아니었다. 상식 밖의 어떤 기이한 능력이 있었다.

“······거, 건재합니다!”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 마치 감각이 발달한 벌레처럼 사방으로 일제히 흩어졌다.

그리고 서로 뒤엉키더라도 한 몸인양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포격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했다.

콰— 아—

또한, 포탄이 폭발하며 파편과 화염을 퍼뜨릴 때, 포탄 근처의 테라코타들이 제 몸을 터뜨리며 흙의 장막을 형성했다.

그런 게 몇 중으로 겹치어지니 폭발의 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노, 놈들이 다시 몰려옵니다!”

쿵— 쿵—

그리고 인간 형태의 테라코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몸집이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인 테라코타들이 육중한 걸음을 옮기며 전진해왔다.

투— 웅! 투— 웅!

그것들이 강철 골렘과 더불어 강력한 공성 병기를 개인 화기처럼 쏘아대니, 아무리 단단한 성벽과 비행선이라도 적지 않은 피해가 누적되었다.

“방어막이 뚫립니다!”

“······전 함대 후퇴! 후퇴해서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연합 함대는 모든 화력을 쏟아 붙은 뒤, 캐논을 장전할 때까지 성 벽 안쪽으로 깊숙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화력 공백이 생기면······.

“놈들이 성벽을 기어오른다!”

“젠장! 어떻게든 떼어 내!”

그것들이 마침내 성벽에 닿았다. 그리고 마치 좀비 떼처럼, 서로의 몸을 계단 삼아서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절걱一 절걱一 절걱一

엄청난 속도였다.

“대체 어떻게 기어오르는 거야!”

심지어 일부는 토기로 만들어진 손과 발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녹기 시작하더니, 끈적한 진흙 상태가 되어서 성벽 착 달라붙었다.

그렇게 손가락 발가락이 전부 녹아 없어지면서 기어 올라와······.

콰—앙!

몸 안의 폭탄을 터뜨렸다. 단숨에 대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저,전부 퍼부어!”

지一 잉一

석화 광선이 자동으로 발사되어 성벽을 기어오르던 수백 마리의 테라코타를 돌덩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그건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돌덩이가 쉽게 기어오를 수 있는 계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젠장! 저걸 부숴버려!”

그때, 그 난전 한 가운데의 허공에서 아주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눈을 질끔 감을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게 뭐야?”

별안간 거대한 손 두 개가 떠올랐다.

그 손은 마치 부처의 손처럼 찬란한 황금색이었으며 하들을 뒤덮을 만큼 아득히 컸다.

처음에는 거대한 나비가 떠오른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였다.

추추추추추一

손바닥을 바닥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 손가락 마디마다 반투명한 금색 실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

다시 보니 저건······ 인형술사의 손이었다.

쉭—

그 금색 실 중 대여섯 가닥이 성벽 위, 수호자의 석상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석상의 몸 곳곳을 옭아맸다.

쩌저저저一

그러자 무슨 일인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수호의 석상의 눈에 빛이 돌며, 관절 사이에서 돌 부스러기가 쏟아져 내렸다.

다음 순간, 그것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받침대에서 벗어나 성벽 위로 오른발을 내디뎠다.

쿵—

황제의 손아귀에 의해 조종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수호자의 석상 역시 일종의 토기 인형인 만큼, 황제의 권능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경탄의 존재’ 버프 효과가 종료되었다. 오히려 반대로 적들에게 해당 버프가 적용되어버렸다.

엄청난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석상을 지키던 수비 병력은 아연실색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당황은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머리 위로 석화 광선이 내리꽂혔다.

지— 잉—

수십 명이 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기행을 벌이는 두 개의 황금색 손 사이에 한 사내가 떠 있는 게 보였다.

“······저게 황제?”

테라코타를 조종하는 자라면 ‘황제’가 분명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가 습격을 하여 황제를 공격했을 때, 그것마저도 테라코타라는 게 드러났다.

눈에 보이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직전에 성우 씨가 공격한 황제도 가짜였다고 합니다. 저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정훈이 말했고 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뭐가 됐든 일단 없어야 해요. 저게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는 건 확실하니까요.”

지수는 검을 뽑아 들었다.

“······제가 갈게요.”

인형술사의 줄을 끊기 위해, 그녀가 성벽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 * *

웡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가 강력히 주장했던 것처럼, 황제의 군단은 압도적이었다.

물론 네크로맨서 역시 만만치 않은 강자이기에 몇 번이고 판이 뒤흔들렸지만, 결국 다시 한번 황제와 중국군 쪽으로 승기가 넘어왔다.

그 결과 성벽이 함락 직전이라는 건, 이 자리에 앉은 모두, 그리고 방송을 보고 있는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이제 정말 끝으로 가는것 같······.”

웡이 볼펜을 딸깍거리면서 그렇게 말하는 순간, 안 기자가 벌떡 일어났다.

“아! 발키리가 황제에 맞서고 있습니다!”

발키리가 성벽을 박차고 올라 황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황제는 그녀를 막기 위해서 수십 가닥의 황금색 실을 뿜어내어 휘둘렀다.

일대일 격돌이었다.

“그런데 저건 과연 진짜 황제일까요? 네크로맨서가 기습했지만, 가짜였었으니 이번엔······.”

이에 웡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황제가 의 위장 전술이 잘 먹혔다는 걸, 모두가 보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황제가 나설 이유? 전혀 없습니다. 황제가 바보도 아니고 몇 수나 앞서 있는데······.”

웡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키리 역시 네크로맨서처럼 헛수고를 하는 거죠. 아니, 어쩌면 이미 함정에 걸려든 걸 수도 있습니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발키리의 추락을 볼 수도 있겠네요.”

발키리는 황금색의 거대한 손에서 뻗어 나오는 실 공격을 피해내며, 어떻게든 황제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보는 이의 심장이 철렁일 정도로 아슬아슬한 곡예가 펼쳐졌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인다면 그 실무더기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이었다.

지— 잉—

한편, 조종당하고 있는 수호자의 석상은 상상 이상으로 위협적이었다.

성벽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채 성벽 안쪽을 향해 석화 광선을 뿜어댈 때마다 수십 명이 돌이 되어버렸다.

“아, 서, 석상이 한 번 광선을 뿜을 때마다 너무나 큰 피해가 발생합니다! 아!”

특히나 성벽 위의 공간은 직선으로 이어졌기에 광선을 피할 공간이 없었고, 빛이 뿜어지는 순간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말았다.

“저 무기가 얼마나 까다로운 것이었는지, 적이 되니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거 참······.“

그때 비행선 3척이 앞으로 나와 석상을 향해 포격을 퍼부었다. 되찾기는 글렀으니 파괴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석상은 거대한 방패를 들어 올려 그 포격을 방어했다.

그 충격에 몸 곳곳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지만, 그뿐이었다. 여전히 사지 멀쩡했다.

“허, 저거······ 뭘로 만들었는지 진짜 단단합니다.”

허스트와 대장장이들이 어찌나 튼튼하게 잘 만들었는지, 그 실력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비키세요!”

그때, 어디선가 고함이 들려왔다. 성벽 위의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지고······.

흥一

그 사이로 창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퍽一

창이 석상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그러자 그 비늘 갑옷을 구성하고 있는 방패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저걸 멈추려면 아이템을 뜯어내야 합니다!”

크루세이더 커맨더, 정훈이었다. 그는 그렇게 고함치며 방패를 집어 들고 달려갔다.

석상이 정훈을 향해 돌아섰다. ‘아이기스’가 번쩍였다. 피할 수 없었다.

피이이잉!

그때, 정훈 역시 손에서 빛을 뿜어댔다. 정훈 역시 그동안 성장하며 더욱 강력한 스킬을 얻은 상태였다.

두 빛이 맞붙었다.

파아아아아一

그러자 석화 광선이 옅어지며 그 효과가 사라졌고 정훈은 정면으로 밀고 들어갈수 있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파훼법이었다. 빛이라는 파동을 막을 수 있는 건 비슷한 형태의 파동인 것이었다.

“좋아, 이제 1분!”

정훈은 방패를 내던지고 등 뒤에서 대검을 끌어내려 움켜쥐었다.

쿵—

그의 머리를 향해 거대한 발이 떨어졌지만, 정훈은 바닥을 구르며 피해낸 뒤, 일어서는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그리고 녀석의 무릎을 한 손으로 붙잡고 다시 한번 튀어 올라, 놈의 허리 춤에 도달했다. 놈이 몸을 거칠게 흔들었지만, 그는 손아귀에 힘을 주어 버텨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몸을 튕겨, 허공으로 치솟았다. 바로 그 순간, 놈의 가슴 팍 부근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쩌一 엉!

회심의 일격, 하지만 그 갑옷을 구성하고 있는 단 하나의 비늘, 단 하나의 방패를 튕겨내는 데 그치고 말았다.

“······됐다!”

그런데 그 아이템이 아이기스, 석화 광선을 쏘아대는 방패라면 이야기가 달렸다. 석상의 가장 중요한 무기를 무장해제 시켜버린 것이었다.

턱!

정훈은 놈의 어깨를 붙잡고 오른쪽 귀를 손잡이 삼아 기어 올라가 마침내 투구를 붙잡았다.

“자, 이제 진정 좀 하자!”

정훈은 놈의 정수리에 선 뒤, 대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콱!

그렇게 대검을 꽂아 넣은 상태로 아이템 특유의 크로스보우 기능을 활성화했다.

크로스 가드(Cross-Gard)에서 시위가 떠오르자 그걸 잡아당겼다. 한 번이 아니라 연달아 잡아당겼다.

투—웅! 투—웅! 투—웅!

빛줄기가 칼날을 타고 놈의 머리통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입과 목덜미에서 백색 빛이 새어 나왔다.

쩌저저저저저一

그 거대한 몸뚱이 위로 균열이 번져 나가더니 이내 수직으로 무너져내렸다.

쿠구구구······.

그 무더기 위로 정훈이 착지했다.

“그래, 성벽 정도는······ 지켜낼 수 있다.”

그는 어깨 위의 돌조각을 털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네크로맨서와 발키리에 비교하면 빛바랜 영웅이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이 한 방으로 증 명한 셈이었다.

절그럭一 절그럭一

그때, 정훈의 앞으로 두 거한이 등장했다.

“······응?”

그건 테라코타였다. 성벽 위로 침투한 놈들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확연히 다른, 그리고 강력한 기운이 풀풀 풍겼다.

스튜디오의 안 기자와 웡 역시 그 장면을 유심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테라코타는 뭐, 뭔가 다릅니다?”

“아, 저건 후한말의 영웅이네요.”

“······후한말이요?”

웡은 안경을 올려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의 역사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니 괜스레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렇습니다. 세계인 모두가 알고 있는 삼국지의 시대죠. 그리고 저들은······ 들고 있는 무기만 봐도 여포, 관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웡의 말대로 두 테라코타는 여포와 관우를 닮아 있었고 무기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분명 ‘청룡언월도’와 ‘방천화극’이라는 이름을 가진 상위 등급의 아이템일 것이었다.

정훈은 성벽 위, 좁은 통로에서 그들을 막아섰다.

“······.”

관우와 여포는 말없이 바닥을 박차 달려들었다. 정훈의 대검이 청룡언월도, 방천화극과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그 중요한 순간, 화면이 바뀌었다.

“아! 다시 넘어갔습니다! 네크로맨서 쪽입니다!”

그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

* * *

그곳은 바다가 되어 있었다. 먹구름이 통째로 내려앉아 형성된 물결 위로 폭풍우가 몰아쳤다.

콰과과과과!

언데드 군단은 속수무책으로 휩쓸렸다. 심지어 본 드래곤 조차 그 폭풍우를 뚫지 못했다.

뼈만 남은 형태이기에 뼈 사이로 바람과 물의 물리적인 압력이 가해지며 좀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말했지?”

오직 쯔쉬안이 서 있는 자리만이 폭풍우의 영향 없이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거대한 토네이도가 고속 회전하며, 마치 하나의 장벽처럼 가로 막고 있었다.

“······넌 뭘 해도 이 벽을 넘을 수 없다! 포기하고 너희가 무너지는 걸 지켜봐라!”

성우는 비바람을 맞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벽, 넘어가지 않을 거야.”

“······뭐?”

“허영심에 가득 찬 자는 눈앞을 노려 보는 데 급급해서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볼 줄 모른다더니?”

그 말에 쯔쉬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처음으로 불안감이라는 감정이 표정에 드러났다.

그래, 그녀는 지금 무언가 자신의 머리 위로 내려오고 있음을 느낀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설마······.”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 어떤 인기척도 심지어 아무런 그림자도 없었다.

후우우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마, 말도 안 돼!”

저 아득히 먼 하늘에서부터 쯔쉬안의 머리 위로 낙하하고 있는 건, 그림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건 ‘본 드래곤’의 그림자였다.

쿠— 우— 웅—

폭음과 함께 검은 앞발이 쯔쉬안을 짓이겼다. 감히 막아낼 수 없는 힘이었다.

그리고 그 머리 위에 타 있던 민석이 ‘지배자의 검’을 역수로 쥔 채 뛰어내려, 쯔쉬안의 오른쪽 어깨를 내리찍어 그대로 박아 넣었다.

푸욱—

“악!”

이어서 오른이가 뛰어내리며 오른손에 쥐고 있던 ‘발뭉’으로 그녀의 왼쪽 어깨를 내리찍었다.

푹—

두 자루 모두 ‘드래곤 슬레이어’였다. 그녀는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성우가 다가왔다.

“내 능력을 볼 줄 안다고 잘난 체했지?”

성우는 본 드래곤의 그림자를 올려다 보았다.

“뻔한 말이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그림자 군단’ 스킬을 사용하면 모든 권속의 그림자를 ‘그림자 병사’로 일으킬 수 있었다.

즉, 본 드래곤이라는 거대한 뼈의 그림자 병사 역시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름 위에 숨기고 있었다.

“딱! 주, 주인님!”

본 드래곤의 그림자 위에서 빅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미르가 녀석의 오른손을 개껌처럼 씹고 있었다.

이 녀석들을 난전에서 보호할 겸, 그리고 이렇게 히든카드로 활용할 겸, 숨겨둔 것이었는데, 옳은 결정이었다.

“자 이제, 내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이야.”

“······뭐, 뭐?”

쯔쉬안이 창백한 얼굴로 성우를 올려다보았다. 취미 생활이라니? 지금 이런 상황에 나올 말이 아니지 않은가?

“언젠가부터 뼈 수집을 하고 있거든.“

성우는 용암으로 만들어진 대검, 레바테인을 꺼내 들었다. 검 끝에서 마그마가 뚝뚝 떨어지며 열기를 내뿜었다.

“안 돼! 저, 저리 가! 안 돼!”

이것저것, 괜찮은 것들을 얻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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