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94화 (194/244)

# 194

64) 죽음에 대한 완벽한 통제 - 3

성우는 광교호수공원에서 중국군의 방패 제대를 무너뜨린 직후, 모든 병력을 이끌고 수원 도심을 가로질러 성벽으로 향했다.

지상으로 이동한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테지만, 다수의 비행 언데드와 수천 마리의 귀신을 이용하여 모든 언데드를 공중 수송할 수 있었다.

후우우우一

그렇게 본 드래곤과 본 와이번 무리 그리고 수천 마리의 귀신들이 수천 마리의 스켈레톤을 집어 들고 하늘을 날고 있는 장면은······.

“이건 정말······ 끔찍해.”

리웨이 말처럼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성우 역시 선두의 본 와이번에 탄 채, 하늘을 가득 메운 언데드 무리를 돌아보며 새삼스레 감탄했다.

지상에서 이 광경을 올려다본다면 별안간 지옥의 한복판에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기괴하고, 웅장하고,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이었다.

‘그래, 이 정도 숫자는 앞으로도 다신 없을 기회다. 내 최고의 전력이나 다름없다.’

사실 ‘염라의 권능’으로 부릴 수 있는 귀신의 숫자는 500마리에 불과했다.

[스킬 정보]

- 이름 : 명계의 율령

- 등급 : 장인

- 분류 : 액티브

- 소모 : 마나 100

명계 판관의 권능을 발휘하여 망자의 영혼을 권속(귀신)으로 일으킵니다. (최대 500마리)

또한, 일대에 있는 모든 귀신을 ‘구속’하고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최대 권속(귀신) 수’에 상관없이 통제할수 있지만, 소멸 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운이 좋았다. 아니, 놈들이 운이 나쁜 건가?’

스킬 설명에 명시된 대로 성우가 만들어낼 수 있는 귀신은 500마리뿐이었다.

그런데 중국군이 ‘고대의 저주’를 이용하여 ‘와일드 헌트’를 일으켰고, 그에 따라 엄청난 수의 귀신이 탄생했다. 당연하게도 그 모든 게 성우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이걸로 이 전쟁을 끝낸다.’

성우는 그렇게 성벽 근처에 도달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황제가 나타나 ‘초공병영(超空兵營)’을 사용했다.

허공에 수백 개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엄청난 수의 병력이 쏟아져 나오며 하늘 한편을 빼곡하게 채워나가기 시작하는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테라코타다, 그런데 대체 몇 마리지?’

테라코타(terracotta,) 그건 이전에 정훈과 크루세이더 팀으로 변장하고 세계수 진영에 폭탄 테러를 가했던 토기 인형이었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10만 개는 넘을 거라는 건 확실했다. 문제는 이렇게 상황을 살피고 있는 지금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우 뒤에 서 있던 리웨이가 혀를 찼다.

“역시, 그동안 엄청나게 만들어뒀던 거야. 그리고 아마······ 지금도 계속 만들고 있을 거야.”

저것들은 성우의 언데드처럼 계속 살아나지는 않겠지만, 계속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시간 싸움이다.’

무한정 부활을 가능하게 하는 ‘사자의 권역’의 제한 시간 내에 놈을 굴복 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 그림리퍼 유지 시간 (00:33:56)

하지만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성우는 리웨이를 돌아보았다.

“네 정령들, 아직 회복되지 않았나?”

광교호수공원에서 방패 제대를 습격했을 때 정령을 가두는 감옥인 ‘정령제궤(精靈制櫃)’를 발견했다.

성우는 놈들이 그걸 쓸 틈도 없이 쓸어버렸고 그 안에 사로잡혀 있던 리웨이의 상급 정령을 구출할 수 있었다. 일부에 불과했지만, 리웨이의 소망을 이룬 것이다.

“그게, 정령의 원소가 오염되어서 완벽한 상태까지 회복하는 건 당장은 불가능해. 하지만 이 녀석들도 싸우고 싶어 하고 있어. 황제, 저 자식을 익사시키고 싶다고 아주 아우성이야.”

“좋아, 그럼 바로 가자. 시간이 별로 없어.”

성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로 공식 채널의 드론이 날아오며 성우의 등장이 방송에 공개되었다.

그렇게 중국 서버의 황제와 한국 서버의 네크로맨서, 두 절대자가 마침내 한 장면 안에 섰다.

“자칭 황제라고 칭하는 그 두꺼운 낯짝 좀 보려고 했더니, 꽁꽁 싸매고 있군?”

성우는 청색의 방어막으로 둘러싸인 자, 황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내가······ 30분 안에 다 방어막, 갑옷, 피부 다 벗겨내고 뼈만 남겨줄게.”

성우는 곧장 전 병력을 전진시켰다.

덜그럭! 덜그럭!

언데드들은 도로 사이로 또는 건물을 깨부수며 요란스럽게 돌진했다.

귀신들은 그사이에 뒤섞여, 건물 위로 또는 건물을 통과하며 나아갔다.

후우우우—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위, 본 드래곤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폭풍처럼 날아갔다.

황제 역시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네크로맨서의 등장을 확인한 뒤 몸을 돌렸는데, 청색의 방어막 안에서 황금색의 실들이 뿜어져 나왔다.

“저, 실에 붙잡히면 조종당할 수도 있어! 조심해!”

리웨이가 소리쳤다. 황제의 직업은 일종의 ‘인형술사’였다. 즉 실을 통하여 무언가를 조종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런데 예상외의 장면이 펼쳐졌다.

그 수십 줄기의 실들이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일대의 건물들을 모조리 날려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콰과과과과과!

순식간에 수십 채의 건물이 무너지며 드넓은 공터가 형성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대규모 파괴 마법으로 보일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데 그건 다음 스킬을 위한 일개 준비 동작에 불과했다.

쿠구구구구구—

박살 난 건물 잔해가 황금색의 실을 따라 뒤엉키며 어떤 모양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건 일종의 골렘처럼 보였다. 콘크리트, 철근 등 건물 잔해가 하나로 뒤엉키며 수십 미터에 이르는 ‘콘크리트 거인’이 탄생한 것이었다.

“미친······ 그사이에 새로운 스킬을 배운 모양이야.”

아무래도 주변의 모든 걸 재료 삼아 인형을 만들고 그걸 조종할 수 있는 듯했다.

‘역시 나한테 최악의 상성이다.’

성우는 시체만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 반해, 놈은 주변의 모든 걸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여러모로 지속적인 힘겨루기에서 성우가 불리했다.

쿵— 쿵— 쿵—

콘크리트 거인이 다가오며 팔을 크게 휘저었다. 그 팔에 매달려 있던 큼직한 잔해 몇 조각이 날아들었다.

사실상 걸어 다니는 투석기 그 자체 였다. 저 한 방만으로도 십여 마리의 언데드를 으스러뜨릴 것이었다.

푸화아—

그때, 리웨이가 손을 뻗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물의 정령들이 소환되었다. 동시에 한 줄기의 소용돌이로 변했다.

그리고 날아드는 콘크리트 파편을 향해 쏘아져, 그 묵직한 파편을 통째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푸부부부!

이어서 성우의 귀신 몇 마리가 앞으로 나아가 그 잔해를 함께 밀어내어, 마침내 역방향으로 던져버렸다.

퍼一 억!

잔해는 콘크리트 거인의 머리에 처박혔다. 놈의 몸뚱이가 크게 흔들리며 잔해를 사방으로 흩뿌렸지만, 놈은 다시 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놈의 큼직한 몸뚱이 위에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리고 그 육중한 덩치가······ 통째로 들어 올려지는 게 아닌가?

본 드래곤이었다.

본 드래곤이 빌딩만 한 콘크리트 거인을 뒷발로 움켜쥔 채, 단 한 번의 날갯짓만으로 하늘로 단숨에 치솟았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그 거대한 몸뚱이를 적진 한 가운데로 던져버렸다. 그건 운석 충돌이나 다름없었다.

콰아아아—

그 한 방으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숫자의 테라코타가 뭉개졌다.

- 플레이어의 ‘중급 테라코타’를 제거하여 3,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플레이어의 ‘중급 테라코타’를 제거하여 3,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플레이어의 ‘상급 테라코타’를 제거하여 1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무려 52개의 메시지가 일제히 떠올랐다. 물론, 그 보상은 그다지 영양가 없었다.

“좋아! 이번엔 우리야! 마음껏 쓸어 버려!”

리웨이의 외침과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 물의 정령들이 대거 소환되었다.

그것들은 한 대 뒤엉키며 거대한 파도가 되어 일어났다. 그리고 성우의 언데드 군단을 훌쩍 뛰어넘어가 적진을 향해 맹렬하게 몰아쳤다.

콰과과과과!

단숨에 수백의 테라코타를 박살 내고 그보다 많은 테라코타를 집어삼켰다.

“후, 잘했어!”

평범한 파도였다면 그 한 번으로 운동 에너지를 잃었을 테지만 상급 정령들은 아직 성에 차지 않았다.

충돌과 동시에 다소 약해진 물결, 즉 정령들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그러자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정령들은 집어삼킨 테라코타를 믹서처럼 으스러뜨리며 점점 더 회전 속도를 높였다.

이내 용오름처럼 솟아오르더니 그 회전 속도를 활용, 몸속에 있던 분쇄된 테라코타 조각을 적진을 향해 뿜어대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

마치 클레이모어를 연달아 터뜨리는 것처럼, 근처에 서 있던 테라코타들이 그 파편 공격을 맞고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단숨에 수백 개를 박살냈다.

“이, 이런 쾌감······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리웨이는 꽤 오랫동안 무력하게 있었지만, 마침내 중국 2서버의 랭킹 1위의 면모로 돌아온 것이었다.

성우는 그런 재난에 가까운 소란 속에서 전혀 다른 곳,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어딘가를 향해, 조심스레 마나를 불어넣었다.

* * *

한편, 황제와 네크로맨서가 맞붙는 사이에 중국군의 다른 병력, 창 제대와 화살 제대는 성벽 공략을 속행했다.

“폐하께서 네크로맨서 놈을 상대하는 사이, 우리가 성벽을 함락한다! 돌격!”

선두는 역시나 몽골 서버의 ‘케시크 기병대’였다. 놈들은 비행선의 폭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성벽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 폭탄과 스킬 등 온갖 공격을 퍼붓고 재빨리 빠져나갔다.

쾅! 쾅! 쾅! 쾅!

적지 않은 숫자의 성벽 수비 병력이 그 폭발에 휘말렸다.

급하강 폭격기나 다름없었는데, 워낙 순식간에 치고 빠지는 터에 격추하기도 쉽지 않았다.

“······젠장! 엄청 빠르네!”

그 폭격 속, 경수는 회색 연기를 뚫고 성벽을 달렸다.

“전부 비켜요!”

그리고 성벽의 가장 높은 곳, 파란색 천으로 덮인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그 주변에 4명의 대장장이가 바닥에 넓적 엎드려 폭격을 피하고 있었다.

“석상, 개방해요!”

그의 외침에 따라 대장장이들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천막을 단숨에 걷어냈다.

걸작이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 ‘수호자의 석상’이 해당 지역에 ‘경탄의 존재’ 효과를 부여합니다.

1)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10)

2) 물리 방어력·마법 저항력이 상승 합니다. (+100%)

3) ‘신성한 보호막’이 부여·강화됩니다. (+200%)

빛이 일렁이며 번져 나오자 성벽 위의 모든 수비 병력에 막대한 버프가 둘렸다. 또한, 성벽 자체에도 버프 효과가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었다.

- ‘수호자의 석상’이 1분마다 ‘석화 광선’을 발사합니다.

순간, 석상의 가슴팍, 갑옷의 비늘 중 하나인 ‘아이기스’에서 백색 빛줄기가 번쩍, 하고 뻗어 나갔다.

지— 잉—

케시크 기병대가 그 빛줄기를 피하고자 회피 기동을 했지만, 아무리 빠르더라도 빛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빛줄기가 하나의 편대를 통째로 홅고 지나갔다.

쩌저저저一

단 한 방에 무려 11명과 11마리의 말이 허공에서 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추락했다.

“······뭐, 뭐야 저건!”

케시크 기병대는 석화 광선의 위력에 기겁하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가 공격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서로 거리를 두는 대형으로 전환했다.

“저 광선, 계속 쏘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내 석화 광선의 메커니즘을 파악한 뒤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17조! 당장 저걸 박살 내!”

한 개의 편대가 석상을 향해 급하강했다. 그들의 양손에는 가죽 주머니 같은 폭탄이 쥐어져 있었다.

“온다! 석상을 방어해!”

세계수 진영도 이에 대응했다. 자동 석궁을 든 궁수들이 석상 앞에 포진해 있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일제히 사격, 수백 발의 화살이 쏟아부어 탄의 장막을 형성했다.

텅! 텅! 텅! 텅! 텅!

그러나 선두, 두 명의 기마병이 방패를 들어 올리자 거대한 방패 모양이 떠오르며 모든 화살을 튕겨냈다.

“어? 과, 관통 화살 장······.”

여러 가지 대응법을 준비해뒀으나······ 적이 너무나 빠른 나머지 추가 대응을 할 시간이 없었다.

이미 그들의 머리 위로, 석상 위를 향해 수십 개의 폭탄 주머니가 낙하하고 있었다. 피할 시간도 없었다.

“바, 방어막 전······.”

역시 늦었다. 마법사 역시 마법을 시동할 시간이 부족했다.

촤—악!

그때, 무언가 폭탄 주머니들을 스쳐 지나갔다. 다음 순간, 모든 폭탄 주머니가 허공에서 사분오열되며 오발을 일으켰다.

매서운 화염이 성벽을 훑고 지나갔지만, 직접적인 데미지는 면할 수 있었다.

“사, 살았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방어막을 펼쳐요! 당장!”

발키리였다. 그녀는 폭탄 주머니를 베어 넘긴 뒤, 그대로 케시크 기병대를 향해 돌진했다.

“어? 그년이다! 마, 막아!”

촤-악!

그렇게 소리친 선두의 목이 허공으로 떨어져 나갔다. 지수는 이어서 4명의 적을 베어 넘긴 뒤, 그들의 시체를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했다.

쉬익! 쉬익!

적들이 화살을 쏘아댔지만, 빙그르르 돌며 피해내, 케시크 기병대의 본대 안, 아주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뭐?”

“죽여!”

사방이 적이었다. 지수는 눈동자를 굴렸다. 사거리 내에 86명, 사실상 호랑이 입안으로 직접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놈들은 지수를 향해 창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녀의 검에 푸른 불꽃이 감돌고 있었다. 심지에 불이 붙은 격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과과과과과!

마치 적의 뱃속에 침투하여 폭탄을 터뜨린 것처럼, 기병대 한가운데에서 수십 개의 푸른 칼날이 작렬했다.

촤자자자자자!

수십 명의 플레이어와 수십 마리의 말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붉은 핏물이 칼날의 궤적을 따라 흩어지며, 마치 붉은 물감을 적신 붓을 이리저리 휘저어 놓은 것 같은 광경이 연출되었다.

“······소환.”

이어진 그녀의 한 마디에, 그녀의 등뒤로 20명의 에인헤랴르가 튀어나왔다.

“싹 다, 쓸어요.”

단순명료한 발키리의 명령, 에인헤랴르가 사방으로 튀어나가며 케시크 기병대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이었다.

“으, 으아아!”

“······컥!”

에인헤랴르의 움직임에 따라서 하늘에 떠 있는 천여 명의 기병이 한 움큼씩,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그 광경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서 마치 벌레 떼가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마, 말도 안 돼!”

리 장군이 놀라 소리쳤다. 케시크 기병대를 선발대로 보내 흔들어 놓은 뒤, 지상군이 공성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성벽에 도착하기도 전에 케시크 기 병대가 휩쓸려 나가는 장면을 목격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발키리가 저 정도였나? 네크로맨서도 그렇고, 하나 같이 우리 예측보다 훨씬 성장한 것 가, 같은데?”

황제 직속 기관인 금의위 첩보대에서 상대 전력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공문으로 하달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크게 틀린 것 같았다.

“젠장, 젠장, 이러다가 진짜로······ 우리가······.”

그는 불안감을 내비치며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서는 황제와 네크로맨서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후,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다행히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황제의 군단은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네크로맨서와 정령술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몰아쳤지만, 그 정도로 무너뜨리기에는 너무나, 한없이 많은 숫자였다. 하물며 지금까지도 활짝 열려 있는 ‘초공병영’에서 추가 병력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 역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리 장군은 새삼 감탄했다. 저건 이 월드 전체를 점령하고도 남을 만한 무한의 힘이 분명했다. 리 장군는 안도하며 고개를 거듭 끄덕였다.

“우리는 버티면 된다. 어차피 황제께서 모든 걸 끝내실······.”

그러나 그의 안도는 끝을 맺지 못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

별안간 세상이 진동하며 바닥이 뒤틀렸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빛이었다. 아주 진한 빛이 어디선가 터져 나왔다.

“뭐, 뭐야!”

땅이 까뒤집히고 화염이 치솟았다. 황제의 군단이 그 안에 집어 삼켜졌다.

그뿐만 아니라 전장 위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다.

대폭발이었다.

그 충격에 전장이 멈췄다. 모든 이들이 하던 일을 중단했다. 자세를 낮추고 머리를 보호했다. 그리고 그 진한 빛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살폈다.

쿠구구구······.

그리고 모든 게 일시 정지된 그 순간, 폭발보다 중요한 어떤 일이 벌어지고있었다.

‘저게 뭐야?’

짙은 화염의 폭풍을 속, 무너진 테라코타 진영 사이로 무언가 내달리고 있었다.

‘······도마뱀?’

리 장군은 바닥을 짚은 채 균형을 잡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가 도마뱀이라고 생각한 건 거대한 뼈였다. 정확히는 이렇게 강력한 폭발과 화염을 견딜 수 있는 존재 ‘샐러맨더’의 뼈였다.

그 위에 네크로맨서가 올라타 있었다.

“어? 서, 설마!”

리 장군은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화염을 뚫고 들어간 네크로맨서가 황제를 향해 거대한 흑색 낫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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