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90화 (190/244)

# 190

63) 전쟁을 위한 전쟁 - 2

한편, 안 기자의 스튜디오는 일찌감치 방송을 준비하여 중계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안 기자의 종말 뉴스의 안 기자입니다! 지금부터 ‘전쟁 전야’ 방송 시작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어서 오세요!”

안 기자의 스튜디오는 지난 방송 때 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이었다.

안 기자의 등 뒤, 공식 채널의 방송을 해적 중계할 스크린은 훨씬 커졌으며 마이크나 반사판 따위의 장비까지 추가되어 그럴듯한 구색을 갖췄다.

“자, 이번 전쟁 역시 저 안 기자가 생생한 편파 중계로 전해드릴 예정이니, 함께해주세요!”

이전 전쟁에서 해설의 묘미를 알렸기에 이번에는 더 많은 시청자가 몰렸는데, 무려 4만 명에 달했다.

- [LIVE] 안 기자의 한국 서버 VS 중국 서버 2차전 편파 해설 중계 (46,464 명)

“오늘은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중국 서버를 통일한 일명 ‘황제’와 맞선 적 있는 분이십니다.”

심지어 이런 식으로, 다양한 코너까지 만들어 방송의 질을 높여 나가고 있었다.

“중국 3서버 랭킹 17위, 웡 씨, 나와 주세요!”

안 기자의 외침과 함께 패널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 3서버에서 왔습니다.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직후 잠깐의 소개가 이어진 뒤, 질의 응답이 시작되었다.

“자, 지금부터 질문 나갑니다! 웡 씨, 중국 3서버 출신으로 황제의 군대와 맞선 적 있으시다고요?”

웡이라는 남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 었습니다. 살아남은 게 기적입니다.”

중국 3서버는 꽤 오래전에 중국 1서버, 즉 황제에 의해 점령당했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그렇다면 그 누구보다 황제의 전력에 대해서, 물론 최근 전력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잘 아실 텐데요? 이번 전쟁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그런 직설적인 질문에 웡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별안간 얼굴 한가득 비웃음을 띄었다.

“······황제가 네크로맨서를 압살할 겁니다.”

“예? 저, 뭐라······.”

이는 안 기자도 예상하지 못한 발언인 모양이었다. 안 기자의 얼굴에 당황이 번져나가며, 끼어들려고 했지만 웡은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직 답변 안 끝났습니다. 한국 서버 여러분,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여러분은 통일된 중국 서버를 이길 수가 없어요. 지난 전쟁은 운이 좋았던 겁니다.”

“아, 저기······.”

“그러니까 부디 헛된 희망을 품지 마세요. 기자님, 저는 네크로맨서의 활약을 방송으로 많이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기자님은, 그리고 한국 서버의 플레이어 여러분은 황제의 군단을 보신 적 없죠?”

안 기자의 말문이 막혔다. 웡이 거친 언행을 계속 이어나갔다.

“참나, 이러면서 무슨······ 아, 네크로맨서는요? 네크로맨서는 황제의 힘을 본 적 있답니까? 역시 없지요?”

채팅창에 온갖 욕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웡도 그걸 봤지만 멈추지 않았다.

“반면 황제는 네크로맨서를 잘 알 겁니다. 아주 잘 알 겁니다. 그러니까 확실한 대비책을 세워서 나오겠죠. 황제는 바보가 아닙니다. 네크로맨서는 약점을 완벽히 공략당해 아무것도 못 할 겁니다.”

그는 아예 검지를 들어 올려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한국 서버 여러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부디 알에서 깨어 나오세요.”

* * *

- 앞으로 12시간 뒤에 ‘전장 배치(확정 위치)’가 시작됩니다.

* 배치된 병력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전장 배치까지 12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과 같은 ‘교차 선택’이나 ‘명단 공개’가 없었다. 종목이 다른 만큼 세부적인 규칙도 달라진 것이었다.

“자! 이제 마지막 점검에 들어갑시다!“

남은 12시간 동안 세계수 진영은 바쁘게 돌아갔다. 아이템과 병력을 점검하고 성벽 방비와 비행선 정비를 서둘렀다.

새로 만든 공성 병기가 성벽으로 옮겨졌으며 성벽이 무너질 때를 대비하여 긴급 보수용 자재가 미리 배치되었다.

성벽 방어를 지휘할 예정인 인호와 민흠은 그 모든 과정을 돌아보는 중이었다.

“지난 전투 때 성벽 위 동선이 자주 꼬였습니다. 이번에는 탈출 경로에 확실하게 지정해야 합니다.”

“아, 그리고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블록에 조속히 병력 충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빈자리 채우라면서 막 우왕좌왕하니까 화력 공백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적의 공세가 매서워지더라고요.”

이미 한 차례 치른 수성전인 만큼, 지난 전투 때 부족했던 게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었고 빈틈을 하나씩 메워나갈수 있었다.

한편, 성우는 경수와 함께 성벽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일대를 내려다보았다.

“성우 씨,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경수가 도심의 끝자락을 가리켰다. 세계수를 중심으로 하여, 반구형으로 형성된 결계가 그 지점에서 끝나고 있었다.

“세계수가 성장하면서 결계가 너무 먼 곳까지 확장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성벽과 무려······ 2킬로미터 정도의 간격이 벌어진 상태입니다.”

세계수가 성장하자 ‘신목의 그늘’이 강화되었고 그 때문에 결계가 너무 먼 곳으로 뻗어 나가 버린 것이었다.

“이게 참, 성벽과 결계의 위치가 일치해야 방어에 효과적일 텐데······.“

애초에 성벽은 결계에 맞춰 지은 것이었다. 그것들은 함께 어우러져 있어야 최고의 효과를 낸다.

그런데 이렇게 확연하게 떨어져 버렸으니······ 결계는 결계대로 따로 뚫릴 테고, 성벽은 결계의 방어없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말 상황이었다.

성우는 고민 끝에 결계 사이의 도심지를 가리켰다. 낡은 건물들이 우후죽순 뒤엉켜 있는 곳, 버려진 지 오래이기에 사실상 야생으로 전락한 곳이었다.

“결계를 당겨올 수도, 성벽을 밀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결계와 성벽 사이의 공간을 활용하여 적들을 지체시킬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음······ 예를 들면 함정 같은 거 말씀이신가요?”

성우는 고개를 끄덕 였다.

“뭐든지요. 놈들이 결계를 뚫고 침투했을 때, 성벽까지 쉽게 도달할 수 없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다면 아군의 포격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겠죠.”

성우의 설명을 듣자 경수 역시 머릿 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 걸 느꼈다.

성벽과 결계 사이의 공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마치 ‘해자(Moat’)처럼 이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음, 관련 공방을 통해서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보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착수해야겠네요.”

최선은 아니더라도 언제나 대안은 있기 마련이었다. 경수는 조금의 시간이라도 아끼기 위해 급히 몸을 돌렸다.

“아, 경수 씨.”

성우가 그를 다시 불러세웠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말을 당부했다.

“그리고······ 그곳에 땅속 깊이 몬스터 사체를 묻어주세요. 밟고 있는 적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깊게요.”

* * *

한편, 대장장이와 건축가들은 어젯밤부터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 들어가 단 1초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쨍— 깡— 쨍— 깡—

그들이 한 대 뒤엉켜 있는 화로 앞에서는 망치 소리와 함께 허스트의 고함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중이었다.

“젠장! 그딴 식으로 불균형하게 두들기면 완성된 뒤 내구성이 바닥을 친다고 했잖아!”

대부분의 이런식으로 비난이었다.

“거기 너! 금속을 두드리기 전에 네 머리통부터 두드려야 할 것 같은데? 응?”

세계수 진영의 대장장이들은 허스트의 폭력적인 리드에 혀를 내둘렀다. 한편으로는 호승심이 들끓었다.

‘저 미국놈은 갑자기 어디서 와서 갑자기 부장님 노릇이야? 실력 발휘를 해서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지······.‘

그렇기에 더욱 악착같이 일했지만, 허스트의 갈굼은 점점 더 악독해졌다.

“아니,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들어? 내 말이 번역이 안 되고 있나? 응? 너는 최악의 아이템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네 동료를 만원 골드로 만들어서 적들한테 퍼먹어 주려고 작정한 거야? 응? 내가 시키는 게 아니라 너희 대장 놈이 12시간 안에 만들어 내라고 했단 말이야!”

그러나 사실 이 정도 갈굼쯤이야, 이들 대부분이 군 생활을 하며 2〜3년 정도 받아 겪어 본 것이었다.

하물며 그 이후, 사회생활을 할 때조차 온갖 모욕을 견디며 숱한 야근을 해본 전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계수 진영의 대장장이들에게는 일종의 스트레스 면역 체계인 ‘코리아 버프’가 있었다.

쨍— 깡— 쨍— 깡—

“됐다! 하나 성공이다!”

작업은 고됐지만,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전쟁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5성급 대장장이나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 없어도 해냈을 일이다. 그러니 지금은 훨씬 더 쉬워. 할 수 있다.’

그렇게 점차 나아지고······.

“음, 네놈들 비록 멍청하긴 해도 타고난 악은 있군? 어떻게든 해내는 것봐라? 흠, 나중에 우리 공방으로 데려가도 괜찮겠어.”

“참나, 누구 마음대로?”

“······뭐?”

어느새 상당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독한 놈들, 진작 이렇게 잘 할 것이지? 왜 억울하게 욕을 먹었어?”

이렇듯, 적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 땀흘리며 총력을 기울인 결과, 전장 배치까지 고작 2시간 정도 남았을 무렵······.

“후······ 네놈들의 대장 놈, 네크로맨서 불러와!”

마침내 아놀드 허스트가 시가에 불을 붙였다.

* * *

“젠장! 이런 크런치 모드는 살다 살다 처음이야.”

허스트가 담배 연기를 풀풀 풍기는 가운데, 그의 등 뒤로 녹초가 된 대장장이와 건축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성우가 위로했지만, 그들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 칭찬보다는 당장 수면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 옆으로, 파란색 방수용 천으로 덮인 거대한 무언가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못해도 20미터의 크기······ 저게 바로 밤샘 작업의 결과물인 걸까?

“저게 뭐죠?”

성우가 물었다. 허스트가 반쯤 태운 시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뭐긴 뭐야, 우리 위대한 손님께서 의뢰하신 절대 뚫리지 않는 수성 병기라는, 원대한 망상의 산물이지. 망상은 물주가 하고 실현은 엔지니어가 한다더니······.”

허스트가 손짓하자 대장장이 두 명이 달려가 방수용 천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그 어려운 실현을 해버렸군?”

펄럭一

천이 흐드러지며 내려앉자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건 석상이었다.

마치 고대 로마의 거대한 신상 같은 모양새였는데, 특이한 모양의 갑옷을 입고 거대한 방패를 쥐고 있었다.

“이건 ‘토템’이야. 아, 토템이라는 게 설치형 버프 아이템이라는 건 알지?”

성우가 그 석상을 머리에서 발 끝까지 쓱 훑어보자 범상치 않은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 걸작의 아우라를 목격했습니다. 30분간 ‘환상의 축복’이 부여됩니다.

* 체력·마나 회복 속도 상승(+20%)

* 모든 능력치 상승(+1)

“걸작? 이런 메시지는 처음 보네요.”

성우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석상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수호자의 석상

- 등급 : 불명

- 분류 : 플레이어 제조

- 효과 : 다수의 아이템이 ‘대형 토템’에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 아이템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인근 지역(lkm) 내의 아군에게 ‘경탄의 존재’ 효과를 부여합니다. 그 효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10)

2) 물리 방어력·마법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100%)

3) ‘신성한 보호막’이 부여·강화됩니다. (+200%)

또한 ‘자동 포탑’ 기능이 부여되어 1분마다 적을 향해 ‘석화 광선’을 발사합니다.

- 설명 : 몰라. 이딴 거 쓸 힘도 없어.(제작자 직접 기술)

’진짜, 엄청나군. 그리고 석화 광선이라면, 아이기스의 아이템 효과를 무기화한 거다.’

성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뒤에 서 있던 허스트가 방문 판매원처럼 이 신상품의 기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건축가들이 온갖 영험한 재료를 반죽해 만든 ‘마법 석상’을 베이스로, 우리 대장장이들의 피땀이 담긴 초대형 갑옷과 방패, 투구, 창 등을 얹었어.”

“그럼 설마, 저 갑옷하고 무기가······.”

성우는 특이한 모양의 갑옷을 다시 한번 살폈다. 마치 모자이크 양식으로 디자인한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건 전부 다른 모양과 색깔의 방패였다.

‘아이기스’와 ‘아킬레우스의 방패’ 그리고 전설·영웅 등급의 방패들이 얼기 설기 엮어서 마치 비늘 갑옷 같은 형태로 만든 것이었다.

“자네가 원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는데, 이 조합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더군.”

백여 개의 아이템이 대형 토템에 부착되자 유례없을 만큼 강력한 ‘수성 병기’가 탄생했다.

“마스터 허스트······ 역시 완벽하군요.”

성우는 허스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허스트는 코웃음을 치며 그 손을 맞잡았다.

“그거야,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하시는군?”

이 정도 아이템이라면 성벽의 ‘방패 제대’에 엄청난 힘이 되어줄 것이었다.

이제 곧, 전장 배치가 시작될 것이었다.

* * *

전장이 ‘수원’으로 결정된 건 중국 서버 측에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들 역시 베이징은 아니더라도 중국 어딘가가 전장이 되리라고 예상하여 가능성이 큰 곳을 물색하고 방비해둔 상태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것 때문에 큰 혼란을 겪지는 않았다.

“뻔한 전략입니다.”

“쉬운 전략이고요.”

붉은색 원탁에 둘러앉은 금의위(錦衣衛) 관료들이 말했다. 이런 자신감처럼, 중국 서버는 이미 모든 전쟁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원탁에 놓인 의자 중 가장 큰 의자에 앉은 자, 금의위 태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럼 아군의 출전 준비 현황은?”

이에 관료 한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머리를 읊조렸다.

“이미 준비를 끝냈습니다. 10만의 대 군이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대군입니다.”

멸망 전의 중국이었다면 10만이라는 숫자는 우스울 정도였지만, 현재로서는 10만의 병력을 마련하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좋아, 그럼 백성광구(白光聖球)의 운송 준비는?”

백성광구는 ‘홀리 필드’를 방출하는 거대한 토템으로, 네크로맨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핵심 전력이었다.

“그것도 역시 준비를 마쳤습니다. 바람의 정령을 구속하여 만든 출력 장치로 고속 이동이 가능합니다.”

태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제 수염을 쓰다듬었다.

“좋아, 모든 일이 계획대로 풀리고 있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뒷짐을 지며 원탁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내 어제 늦은 저녁 황제 폐하를 아뢰었소. 그때 그분께서 물으시기를, 우리의 비기, 백성광구가 파괴될 확률을 재차 물으셨는데······.”

그는 누군가의 등 뒤에 멈춰 섰다. 그 리고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보시오 기술부장, 나는 당연하게도 문제 없다고 말했지만, 황제께서 두 번이나 물으신 게 찝찝하기만 하오. 기술부장께서 보기에 내 답변이 옳았는가?”

그러자 기술부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무, 물론입니다. 직접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성스러운 방어막이 중첩되어 현무의 권능이 부여된 상태입니다. 놈이 부산에서 보여줬던, 그 말도 안 되는 폭발을 쓰더라도 백성광구의 찬란한 빛은 여전할 겁니다.”

부산 도심을 철저하게 파괴했던 궁극 단계의 시체 폭발조차 백성광구의 방어막을 뚫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이 실험한 결과였다.

이렇듯, 백성광구라는 물건은 중국 서버의 모든 마법 공학이 집대성된 아이템이었다.

“그, 그리고 본체의 외벽은 또 어떻습니까? '구야자(歌治子)’의 힘으로 제련된 금속입니다. 방어막이 뚫리더라도 긴급 회피할 틈을 벌어줄 수 있습니다. 물론, 방어막이 뚫릴 일은 절대로 없을겁니다.”

“으흐흐, 그래, 그렇고말고, 얼마나 많은 돈을 쏟은 물건인데 당연히 그래야하지!”

태감이 기분 좋게 낄낄거리자 기술부장도 덩달아 신이 났는지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태감 어른,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크로맨서 그놈은 권속을 죄다 잃고 아무것도 못하며 껄떡거리다가 비루하게 죽을 것입니다!”

백성광구가 죽음의 마법을 상쇄시킨다는 건, 이미 숱한 실험으로 증명된 바였다.

“제가 감히 또다시,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백성광구는 그 무엇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그 무엇도 파괴할 수 없다는 건, 그들이 아는 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들이 아는 한······.

* * *

그 시각 성우는 출전에 앞서 모든 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가 없는지 전부 테스트를 해보았다.

“······잘 되는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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