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89화 (189/244)

# 189

63) 전쟁을 위한 전쟁 - 1

성우는 조나단으로 하여금 미국 본토의 W·P·U 쪽과 연락을 취하도록 했다.

W·P·U는 오래전부터 아마존의 드래곤을 감시하고 있던 만큼, 더욱 자세한 정보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컸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곳에 와 있는 W·P·U의 함대가 본토 방어를 위하여 다시 돌아가려고 할 수도 있다.’

현재 아마존의 드래곤은 ‘휴면’ 상태였기에 W·P·U는 과감하게 엄청난 숫자의 함대를 파견할 수 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정황상 어떤 변수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만큼, 파병을 물리고 본토 방어에 집중하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들이 회군 결정을 내린다면 만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성우는 인호를 바라보았다. 성우의 표정에 담긴 근심을 읽은 인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 그럼······ 10분간 휴식 후 다시 진행하도록 하죠.”

예상 밖의 문제에 작전 회의는 흐름을 잃고 중단됐다. 성우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

‘마왕, 지옥 차원, 천사와 악마······.‘

해결되지 않은 퍼즐들이 너무나 많았다.

‘마굴이 멸망한 평행 세계라면, 나머지는 대체 뭘까? 그리고 강석, 그 사람의 목적은 대체 뭐야?’

오래전, 성우가 ‘마왕’에 관하여 물었을 때 강석이 대답하길, 월드 이터나 천사와 악마 따위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한, 자주적인 힘을 기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만 얼버무리고 사라졌다. 즉, 그는 성우가 알지 못하는 영역까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진짜 중요한 물음은 이거다. 그는 우리 세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존재인가? 아니면 오히려 멸망으로 몰아갈 존재인가? 생각해보면 나는 아직도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몇 번 같은 편으로 함께 싸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섣불리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있기에는 너무나 강한 존재였으며 너무나 비밀이 많은 존재였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내 조나단이 돌아왔다. 모두가 침묵하며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표정은 한층 어두워져 있었다.

“······.”

그는 말없이 제 자리에 앉더니 성우를 바라보았다.

“남미에 파견된 우리 측 정보원이 첩보를 보내왔습니다.”

성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나단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 지역에 새로운 퀘스트가 발행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재앙 퀘스트입니다.”

재앙 퀘스트, 이전에 러브 의장에게 듣기로 〈최악의 생명체〉라는 이름의 재앙 퀘스트가 발행된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은 남아메리카를 파괴한 드래곤이 48일의 ‘휴면’을 거친 뒤 깨어나 북아메리카를 파괴한다는 것이었다.

“드래곤의 공격 말고 또 다른 게 예고된 겁니까?”

“맞습니다.”

이어서 조나단이 설명하길, 남미 정보원의 눈앞에 떠올랐다는 메시지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재앙 퀘스트]

- 이름 : 마왕성(魔王城)의 두 제왕

- 유형 : ‘전쟁’ 혹은 ‘복종’

- 목표 : 알수 없음

- 보상 : 알수 없음

남아메리카에 재앙을 흩뿌린 ‘드래곤’은 다시금 제 둥지로 돌아가 ‘휴면’ 상태에 빠졌다. 그러던 중 예상하지 못한 손님을 맞이했다. 그는 바로 ’마왕’이었다.

마왕과 드래곤은 동맹을 맺고 ’드래곤 레어’ 위에 ‘마왕성’을 건립했다. 그곳은 ‘지옥 차원’과 연결되는 통로가 되어 수많은 ‘지옥 생명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후, 두 제왕은 ‘월드 정복’이라는 사악한 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들은 첫 번째 목표로 ‘북아메리카’를 선정했다.

* 14일의 ‘전쟁 준비 기간’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그전까지 북아메리카를 탈출하지 않을 시 ‘목표’로 지정되어 ‘전쟁’과 ‘복종’ 중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그 사람은 적이다.’

성우는 확신했고 지휘관들은 당황했다.

“드래곤도 모자라 마, 마왕이라고요?“

다른 무엇도 아닌 ‘드래곤’과 ‘마왕’이었다.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만, 그 두 존재는 그 어떤 판타지에서도 쉽게 여길 수 없는, 사실상 정점에 선 지배자의 모습으로 나오지 않던가?

“······.”

무거운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성우는 지금까지 강석을 마주했을 때, 그가 했던 말을 되새겨보았다.

‘그가 원하는 걸 알아야 그가 뭘 하려는 건지 알수 있다.’

물론 제 속셈과 진심을 숨겨왔겠지만, 그 의도를 조금이라도 지레짐작할 만한 게 있을 것이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그는 단 한 번도 생존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애초에 생존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성우는 생존을 목적으로 움직였기에 수많은 이들과 힘을 합쳤고 지금도 멸망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생존이나 세계 멸망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지, 오로지 저 혼자만의 이득을 위해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진짜 RPG 게임을 하는 것처럼 강해지는 것에만 중점을 두었다.

바로 그 점이 성우와 달랐다.

‘지옥 차원의 침략을 막고 월드 이터나 천사와 악마에 맞서겠다고는 했지만, 그 모든 건 단순히 강해지기 위함으로 보였다. 그런 위험천만한 일을 벌이면서까지 강해져야 할 이유가 대체 뭐지?’

어쩌면 간단했다.

‘힘 그리고 지배······.’

그가 월드 이터나 절대 종족을 경계했던 건 그들이 아닌, 자신이 이 세계를 지배하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당장 중국 서버의 황제만 보더라도 월드 지배가 목적이다.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이 더 있어도 이상할 것 없다. 물론 그 사람은 단순한 권력 욕은 아닌 것 같지만······.‘

혼란한 시기에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 등장하는 건, 이미 숱한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온 일이었다.

‘어쨌든 결국 이기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거잖아?’

복잡한 퍼즐이 어 렴풋하게나마 맞춰지자, 성우는 차라리 안심되는 기분이었다.

‘정말 단지 지배를 위한 거라면, 오히려 전혀 복잡할 것 없다. 싸워서 이길 생각만 하면 된다.’

장내에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성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달라질 건 없습니다.”

분명 어마어마한 변수가 발생했다. 하지만 상황은 간단명료했다.

“어차피 우리는 중국 서버를 격퇴한 뒤에는 아마존의 드래곤과 맞서야만 했습니다. 그저 그 난이도가 조금 올라 간 것뿐이죠.”

성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조나단을 바라보았다.

“조나단, 러브 의장께 연락을 다시 드려서 대피 계획을 수립하고, 언제든지 한국 서버로 탈출할 수 있게 항시 하이퍼 게이트를 열어 두라고 하십시오. 지금 함대를 돌린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러브 의장께서도 지금은 중국 서버와의 전쟁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판단하셨습니다.”

애초에 적은 드래곤과 마왕이었다. W·P·U의 모든 함대를 회군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러브 의장은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네크로맨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는걸 잘 알았다.

“좋습니다. 그리고 아마존 쪽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주길 부탁드립니다. 언젠가 제가 갈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것도 전하겠습니다.”

성우는 지휘관들을 쭉 둘러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건 눈앞의 전쟁입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더 큰 힘을 얻어, 아마존에서 불어 올 재앙에 대응하는 게 답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성우가 자신 있게 말하자 다른 지휘관들 역시 마음을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언제나 승리해온 네크로맨서였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성우는 인호를 돌아보았다.

“그럼 다시 회의를 시작하죠. 중국 서버를 가장 손쉽게 박살 낼, 그리고 그들의 힘을 흡수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번 전쟁이 끝난다면 성우와 세계수 진영은 또 한 단계 성장할 것이었다.

* * *

짧지 않은 회의 끝에 마침내 전쟁 ‘종목’이 결정되었다.

“지휘관님들은 결정된 ‘종목’의 규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외울 정도로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경수가 종목의 규칙이 정리된 A4 용지를 프린트해왔고 지휘관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본인뿐만 아니라 휘하 플레이어들 모두 숙지하게 하셔야 합니다.”

성우 역시 A4 용지를 받고 그 내용을 다시금 훑어보았다.

- 종목 이름 : 창과 방패와 화살

1) 각 진영은 아래와 같이 병력을 나누어 총 3개의 ‘제대’를 형성하여 ‘하나의 전장’에서 전투를 치릅니다.

* 창 제대 : 전 병력의 70% 미만 선정, 전장 모든 곳으로 자유로이 이동 가능, 공격력 30% 상승 보너스

* 방패 제대 : 전 병력의 70% 미만 선정, 전투 시작 10분 후부터 이동 불가능(고정 위치 지정), 방어력 10% 상승 보너스

* 화살 제대 : 전 병력의 10% 미만 선정, 전장 모든 곳으로 자유로이 이동 가능, 5분마다 아군 위치로 순간 이동 가능

2) 각 제대는 70% 이상의 피해를 입으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며, 상대 측에게 ‘승리 버프’가 주어집니다.

“······자, 그럼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모두가 그 종이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인호가 재차 브리핑을 시작했다.

물론 마라톤 회의를 통하여 다 함께 결정한 종목이었지만, 거듭 확인하여 철저하게 숙지해야 할뿐더러,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종목을 고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전체적으로 튼튼한 군대와 그 무엇보다 파괴적인 두 개의 신격 ‘네크로맨서’와 ‘발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이 규칙에 따라 잘 나눈다면,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구상 중인 건, 성우 중심의 ‘창 제대’ 지수 중심의 ‘화살 제대’ 한호와 크루세이더 팀 중심의 ‘방패 제대’였다.

성우가 지휘하는 언데드 군단은 절대 꺾이지 않는 ‘창’으로써 전장을 헤집어 놓을 수 있을 것이었다.

지수와 에인헤랴르는 소수지만, 압도적인 기동력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순간 이동’이라는 특수 기능을 받게 된다면, 시위를 튕겨 나가는 ‘화살’처럼 위협적인 전술을 펼칠 수 있을 것이었다.

한호와 크루세이더 팀은 방어막을 온 몸에 두른 만큼 ‘방패’ 역할을 그 누구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이었다.

“······이처럼 모두 각 제대에 맞는 훌륭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에게 유리한 게임이 되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다. 이에 대해 대만 서버의 지휘관으로 참석한 첸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오랜 회의 끝에 아군에게 괜찮은 종목을 선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장은 어디로 합니까? 그것도 꽤 중요한 문제일 텐데요?”

그 질문에 대답한 건 성우였다.

“아, 그건 제 판단하에 정하겠습니다.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었지만,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네크로맨서가 가지는 위상과 신뢰는 이미 그가 무얼 하든 잠자코 따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내 그가 담백한 어조로 말했다.

“전장은 이곳, 수원이 될 겁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예?”

“자, 잠깐만요?”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네크로맨서의 위상을 떠나서 이 자리의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숨지 못했다.

당황스러운 게 당연했다. 속히 말해서 안방에서 전쟁을 치르겠는 뜻이 아니던가? 왜 구태여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단 말인가?

“저, 성우 씨? 일대를 초토화할 정도로 큰 전쟁이 될 텐데, 중국 서버가 아니라 한국 서버에서 그, 그것도 본진에서 전쟁을 치르겠다는 겁니까?”

“피해가 막심할 겁니다. 1차 전쟁 때도 결코 무시 못 할 정도의 피해를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겁니다.”

그런 의문을 제기할만한 게, 지난 1차 전쟁으로 한국 서버는 적지 않은 피를 보았다.

수원의 성벽 절반이 무너졌으며 서울 역시 엄청난 규모의 폐허가 발생했다. 그리고 가장 심한 건 역시나 부산이었다.

“저희 화랑 길드는 그간 쌓아온 인프라 절반이 날아갔습니다. 물론 그게 아주 값진 승리였다는 건 알지만, 또 한번 감수하기에는 너무나 뼈 아픈 일입니다.”

“맞습니다. 놈들이 만반의 준비를 해뒀을 베이징만 피한다면, 중국 서버에서 전쟁을 치르는 게 우리에게 큰 불리함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텐데요?”

이에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불리함을 피하려는 게 아닙니다. 극도의 유리함을 추구하는 겁니다..”

성우는 깍지를 끼고 지휘관들을 쭉 둘러보았다.

“명심해야 합니다. 이번 전쟁에서 중국 서버를 완벽하게 이기지 못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어쭙잖게 승리를 거머쥔다고 한들 과연 드래곤과 마왕의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까?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전쟁을 위하여 최소한의 피해와 최대한의 이득을 취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완벽한 승리에 우리의 본진이라는 이 전장이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그때 민흠이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말씀해주시죠. 수원에서 싸우면 대체 어떤······ 이점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블라인드를 걷어 올렸다. 햇빛이 들어오며 저 멀리 성벽이 보였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와 지수 씨, 그러니까 네크로맨서와 발키리는 적들에게 지지 않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을 넘어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 말에 반대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 두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꺾이지 않는 창과 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은······ 우리의 방패를 노리려고 할 겁니다.”

성우는 그렇게 말하며 정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우리의 방패가 절대 뚫리지 않는다고는, 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장담하십니까?”

정훈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압도적인 방어 능력을 지닌 크루세이더 팀이었지만, 지난 마굴 공략 때 한계를 노출했었다. 그들은 무적의 방패가 아니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는 가운데, 성우는 검지를 들어 올려 창밖, 저 멀리 고고히 선 성벽을 가리켰다.

“그렇기에 그런 ‘방패 제대’에 본진의 성벽과 결계는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그때, 민흠이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

“음, 하지만 지난 전쟁 때, 결계와 성벽은 생각보다 무력하게 뚫리지 않았습니까? 그 사이에 세계수가 조금 더 성장해서 방어막이 더 두꺼워졌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1차 전쟁 당시에도 성벽과 결계를 믿었다. 그러나 비행선의 포격에 생각보다 쉽게 뚫리고 말았었다.

“······아, 그렇다면 혹시 또 다른 방법이 있는겁니까?”

다른 방법이 있냐는 질문에, 성우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 방법은 없지만, 방법을 만들어 낼 인재들이 있지요.”

* * *

지휘관 회의가 끝난 이후, 성우는 허스트와 대장장이들 그리고 무연을 불러서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인재 여러분, 어서 오세요.”

이들이 바로 방법을 찾아줄 사람들이었다.

“응? 인재? 그게 갑자기 무슨 시답지 않은 말이야?”

허스트는 작업 도중에 불려서 나온게 영 언짢은지 계속 툴툴거리고 있었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을 내준 이후, 새로운 게임기를 선물 받은 아이처럼 좀처럼 손에서 놓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스터 허스트, 예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프로즌 시드’를 가지고 캐논을 만들어 주셨었죠.”

“아, ’겨울 포식자’ 말인가? 그래, 그랬었지? 그래서 그거 여전히 잘 쓰고 있나? 고장은 안 났고?”

성우는 고갯짓하여 한쪽 벽에 기대어 있는 ‘겨울 포식자’를 가리켰다.

“물론입니다. 이번에도 그런 신화 등급의 무기를 활용하여 특별한 아이템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흠, 이번엔 또 뭔데?”

허스트가 귀찮다는 듯 시가를 꺼내 물었고 성우는 미리 준비해둔 아이템들을 차례차례 꺼냈다.

총 2개, 그건 전부 방패였는데,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안, 금고에서 얻은 아이템이었다.

“두 방패 모두 신화 등급입니다.”

허스트는 방패를 받아 들고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아이기스

- 등급 : 신화

- 분류 : 방패

- 효과 : 체력 수치 상승(+15), 물리 방어력 상승(+150%), 마법 저항력 상승(+150%), 모든 저주 면역(+60%), 모든 상태 이상 면역(+60%), 전투 시작과 동시에 ‘신의 방패’ 효과가 발동하여 대규모 방어막을 형성합니다. 마나를 주입할 시 ‘메두사의 머리’ 효과가 발동하여 일정 거리(50m) 내의 적에게 ‘석화’ 상태를 부여합니다.

“이건 제우스와 아테네의 방패, 일명 이지스(Aegis)잖아?”

이어서 두 번째 방패도 확인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아킬레우스의 방패

- 등급 : 신화

- 분류 : 방패

- 효과 : 체력 수치 상승(+10), 물리 방어력 상승(十100%), 마법 저항력 상승(+100%), 모든 저주 면역(+50%), 모든 상태 이상 면역(+50%), 마나를 주입할 시 ‘신성한 방어막’을 전개합니다. 또한, 방어막 안에 있는 대상은 모든 상태 이상 효과에 면역이 됩니다.

이건 한호에게 줬던 ‘아킬레우스의 방패’였다. 잠깐만 쓰고 돌려준다고 했지만, 녀석의 입은 삐죽 튀어나온 채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자네는 대체 매번 이런 걸 어디서······ 음, 그래서 이걸로 뭘 만들면 되지? 커플용 눈썰매라도 만들어 주면 되나?“

허스트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며 물었고 성우는 무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왜 여기 와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자, 우선 서로 소개부터 해드리죠.”

성우의 소개에 4성 건축가와 5성 대장장이, 두 중년 남자가 형식적인 악수를 했다.

“이제부터 두 분이 함께 아이템을 만드실 겁니다.”

그 말에 두 남자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 졌다.

“건축가랑 팀을 짜라니? 대체 뭘 만들라는 거야?”

성우는 싱긋 웃었다.

“성벽입니다.”

그 말에 허스트는 입에 물었던 시가를 뱉었다.

“······뭐? 뭘 만들어? 서, 뭐?”

무연 역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성벽을 대장장이들과 함께 만들라는 말입니까?”

이에 성우는 아주 가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성벽이라는 건 아니고 절대 무너지지 않을 만한, 그리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만한 대형 ‘수성 병기’를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음 시간은······ 앞으로 24시간 남았습니다.”

허스트를 스카우트할 때 생각했던 것처럼, 성우는 인재를 고분고분하게 둘 생각이 없었다.

“아, 참고로 여러분의 손에 우리 전체의 목숨이 달렸습니다. 부디 책임감을 느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갈아 넣을 수 있을 때까지 갈아 넣는 것, 그로 인해 급성장, 그게 바로 초격차의 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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