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86화 (186/244)

# 186

62)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 1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신화 속 대장장이 신으로 수많은 신과 영웅이 그가 만든 무기를 사용했다.

‘그런 존재의 이름이 붙은 공간이라면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건가?’

물론 헤파이스토스가 직접 망치를 두드려 줄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붙었다는 건 그의 권능이 발휘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성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반투명한 형상으로 현실과 겹쳐 있기에, 드넓은 공간임에도 곳곳이 현실의 벽으로 인해 막혀 있었다.

‘이러면 넓은 곳에서 열어야 하나?’

성우는 그런 의문을 품으며 천천히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자······.

- 해당 아공간(亞空間)에 완전하게 진입하시 겠습니까? (Y/N)

* Y :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으로 이동됩니다.

* N : 현실과 ‘공간 중첩’ 상태를 지속합니다.

‘역시, 이래야지.’

하긴, 무려 헤파이스토스의 이름을 걸고 그렇게 어설픈 시스템을 적용했을 리가 없다.

일명 ‘공간 중첩’ 기능은 대장간에 완전히 진입하지 않더라도 간편하게 간이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모양이었다.

성우는 경수를 돌아보았다.

“경수 씨, 잠깐 다녀올 곳이 있어서요. 방금 말씀드린 대로 세계수 주변에 아무도 접근 못 하게 해주세요.”

“예? 어딜다녀······.”

성우는 경수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Y를 클릭했다. 그러자 사무실의 풍경과 경수의 모습이 사라지고 반투명했던 대장간의 모습이 명확하게 도드라졌다.

후우우—

성우는 어느새 다른 공간에 서 있었다. 방안의 밝기는 물론이거니와 온도가 바뀌었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화로가 뜨겁게 타오르며 방안을 후끈하게 달구고 있었다.

‘아이템 제작 공간과 보관 공간인 건가?‘

화로가 있는 곳까지 긴 복도가 이어졌으며 좌우로 수많은 방이 이어졌다.

일반적인 방은 아니었다. 온갖 문양이 세공된 철문마다 로마 숫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일종의 금고처럼 보였다.

성우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으로 다가갔다. 문의 상단에 난 작은 창문으로 내부를 살폈다. 장식장이 하나 보였고 그 위에 온갖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래, 이곳은 월드 이터 세계의 수호자들, 그들의 아이템을 보관하는 곳이다.’

맥락상 이해가 되었다. 수호자의 전당의 캡슐 속에 있던 이들, 그들의 아이템을 바로 이 공간에 보관해둔 모양이었다.

언젠가 다시 깨어날 때,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초대형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넣어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됐고 월드 이터는 마지막 순간, 이 모든 걸 성우에게 넘겨주었다.

‘그런 면에서 월드 이터 역시, 한때는 시스템에 저항하고 싶었던 사람이겠지······.‘

성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초대형 화로와 모루를 향해 다가갔다. 그게 이 공간의 핵심 시설이었다.

‘필드에서 생성되는 대장간과 비슷한 구성이지만 겉보기에 훨씬 고급스럽다.’

성우는 모루 위에 손을 얹었다.

- ‘헤파이스토스의 모루’를 이용할 경우 ‘성공 확률’과 ‘추가 효과 부여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또한, 기본 내구성이 300% 상승합니다.

성우는 입맛을 다셨다. 성우가 볼 때는 그다지 매력적인 효과가 아니었다.

‘뭐, 그래도 대장장이들이 좋아하겠군.’

세계수 진영의 대장장이들은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 중이었다. 그러나 아직 W·P·U 허스트 공방에는 미치지 못했다.

‘직접 봤지만, 거긴 급이 다르긴 하다.‘

5성 대장장이인 ‘엘더 블랙스미스’ 아놀드 허스트를 필두로 수백 명의 대장장이가 한데 모여 있었다.

그렇기에 ‘드워프’라는 시너지 효과를 받으며 대형 비행선을 자동차처럼 찍어낼수 있었다.

‘그쪽이 스킬과 시너지라면 우리는 이런 신화 등급의 장비로 격차를 좁힐 수 있겠어.’

하지만 성우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모루에서 손을 떼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복도의 좌우로 펼쳐지는 수많은 금고에 엄청난 아이템······ 이제 그 모든게 성우와 세계수 진영의 소유가 될 수 있었다.

성우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 23번 금고의 문고리에 손을 얹고 천천히 잡아당겼다.

철컹一

잠겨있었다.

- 문이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 상자에 ‘각인된 존재’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 그 외 다른 방법으로는 해제할 수 없습니다.

”······역시나봉인이 걸려 있군.”

그런데 조금 달랐다. 이 봉인은 ‘봉인 해제’ 주문이나 ‘자물쇠 해제’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아주 특수한 봉인인 듯했다.

“이런 봉인이면, 미르도 풀 수 없다는 뜻이겠지?”

세계안을 뜬 후,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을 열어 버린 미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봉인 해제’ 주문이었다. 이런 방식에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열지?”

다소 당황스러웠다. 각인된 주인들이 다 죽었는데 이러면 어떻게 열 수 있단 말인가?

성우는 고집스레 다시 한번 문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 안내 : 각인된 존재가 장기 부재하여 ‘강제 해제’해야 한다면 아래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하십시오.

1) 헤파이스토스의 마스터키 사용(헤파이스토스의 권능 필요)

2) 도굴꾼의 시련(알 수 없음) * 24 시간에 단 1회 시도 가능

다행히도 대안이 있는 모양이었다만, 정당한 방법으로 보이는 1번은 어림도 없었다.

헤파이스토스의 권능이라면 신격이라는 건데, 성우는 대장장이와는 아주 거리가 멀었기에 얻을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엘더 블랙스미스인 허스트라면 언젠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막연하게 기다릴 여유는 없다.’

이렇게 된 이상 금고를 강제 해제하기 위해서는 ‘도굴꾼의 시련’이라는 다소 뻔뻔한 이름의 퀘스트를 클리어해야만 했다.

성우는 거침없이 2번을 선택했다. 그러자······.

철컥一

천장에서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성우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 위로 큼직한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빠르게 번져나갔다. 거대한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쿠— 웅—

그게 지축에 맞닿자 땅이 뒤흔들렸다 . 이 단단한 공간이 한 차례 출렁일 정도의 육중함, 그건 약 20미터 크기의 황금색 동상이었다. 정확히는 금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거인이 었다.

구구구—

놈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흐리멍덩한 눈구멍 안에서 붉은색 빛이 껌뻑이며 성우를 바라보았다.

- 대장간의 수호자 ‘골드 가드’가 출현했습니다.

“뭐야, 지금 바로 하는거야?”

성우는 다소 황당했다. 퀘스트 같은 게 주어질 줄 알았는데, 다짜고짜 전투라니?

“뭐, 복잡하지 않아서 좋네.”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마굴로 기어서 들어가 월드 이터까지 잡은 마당에 이런 집 지키는 동상 하나 쯤이야, 성우는 뒷걸음질 치며 대강령을 열었다. 그런데······.

- ‘특별한 힘’이 이 공간을 지배합니다. ‘해당 스킬’의 사용이 제한되었습니다.

“소환할수······ 없어?”

심지어 신격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 이 공간은 ‘특정 신격’에 의해 지배 받는 ‘신의 권역(權域)’입니다. 이곳에서는 다른 신격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젠장!”

말 그대로 헤파이스토스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기에 이곳에서는 다른 신격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였다.

쾅!

성우는 머리 위로 날아드는 거대한 발을 피하며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확인했다.

하지만 공격 스킬이 거의 없는 네크로맨서의 특성상, 언데드를 부리지 않고 싸울 방법이 거의 없었다.

“저걸 맨몸으로 뚫으라고?”

하물며 겨울 포식자 같은 주요 장비는 현실 세계에 벗어 놓고 온 상황이었다.

그런데 딱 하나, 정말 다행히도 그림리퍼 소환은 가능했다.

- 사신의 낫 ‘그림리퍼’를 소환합니다.

* 그림리퍼 유지 시간 (00:59:58)

* ‘리치’의 힘을 얻습니다.

성우는 리치 상태가 되며 그림리퍼를 움켜쥐었다. 맨손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주먹이 내리꽂혔다.

쿵—

간발의 차로 황금 주먹을 피해내는 동시에 놈의 손등을 향해 그림리퍼를 휘둘렀다.

콰가가가!

거대한 낫이 딱딱한 황금을 무른 찰흙처럼 헤집었고 놈의 엄지손가락이 잘려, 저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그 정도 피해로는 백번을 휘둘러도 모자랐다. 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엄지가 잘린 손을 그대로 휘저었다.

후— 웅!

폭이 아주 넓은 수평 공격, 피할 수 없었다.

“큭!”

성우는 그 공격에 맞고 공중에 떠오르고 말았다. 다행히 허공에서 중심을 잡고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성우의 근력 수치가 상당한 편이긴 하지만, 두 개의 신격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평소와 같은 괴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쿵— 쿵—

놈이 성우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복도는 상당히 넓었지만 20미터에 이르는 거인이 우뚝 서 있으니 사실상 꽉 막힌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돌아나가 사각을 노리기가 까다로웠고 사실상 놈과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이렇게 치고받고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다른 방법이 필요해.’

성우는 이곳의 기물 중에서 이용할만한 게 있는지 살폈다. 천장에 샹들리에라도 달려 있다면, 그런 걸 끊어서 놈에게 데미지를 줄 작정이었다.

그러던 중 어딘가에 시선을 빼앗겼다.

“뭐야 저건?”

다가오는 ‘골드 가드’의 뒤쪽 좌측, 하나의 금고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풍겨 나오는 걸 보았다. 말 그대로 문틈으로부터 일렁이는 빛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친숙함을 느꼈다. 마치 성우를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저기로 가봐야 한다.’

쿵— 쿵—

그러나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단 정면을 완전히 틀어막고 있는 이 거구를 통과해야 했다.

성우는 땅을 박차고 달렸다. 놈의 정면이었다. 그러자 놈의 몸이 크게 기울어지며 손을 뻗었다. 성우를 짓눌러 죽일 작정이었다.

그 순간, 성우는 놈의 등 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를 향해 순간 이동했다. 이어서 허리를 크게 돌리며 그림리퍼를 힘껏 휘둘렀다.

콰— 득!

놈의 왼쪽 아킬레스건 쪽을 박살내 버렸다. 발목 균열이 번져나가며 몸의 무게 중심이 무너졌다.

성우는 그 틈에 금고의 문을 향해 달려가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철컥一

‘열린다.’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들려온 소리는 ‘철컹’이 아니라 ‘철컥’이었다.

이건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라 정교한 장치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였다.

- ‘각인된 존재’에 의해 문의 봉인이 풀립니다.

“됐다.”

문이 열리자 안도하는 한편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여기에서 성우가 각인된 문이 있단 말인가?

쿵— 쿵—

숱한 의구심이 들었다만, 등 뒤로 골드 가드가 다가오고 있었다. 방금과 같은 재치있는 공격이 언제까지 먹히길 바랄 수는 없었다.

성우는 급한 대로 금고 안으로 들어 갔다. 역시나 진열대 위에 다수의 아이템이 보였다. 방패, 창 등등······.

‘그림리퍼보다 위력적인 무기가 필요하다.’

성우는 금고에 진열된 아이템 중에서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약 2미터가량의 장창을 집어 들었다.

저렇게 단단한 금속 거인을 상대할 때는 베는 무기보다 찌르는 무기가 효과적일 것이었다.

‘그런데 이거, 뼈로 만든 건가?’

재질이 왠지 손끝에 익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레드 드래곤 스피어(+3)

- 등급 : 불명

- 분류 : 플레이어 제조

- 효과 : 근력 수치 상승(+1), 민첩성 수치 상승(+5), 체력 수치 상승(+2), 최대 마나 상승(+300), 마법 저항력 상승(+20%), 화염 면역력 상승(+20%), 공포 저항력(+10%), 관통력(+1,000%), 투창 시 ‘드래곤의 사냥’ 효과가 적용되어 목표물의 이동 속도를 감소시킨다.(-30%), 소지 시 레벨이 낮은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

- 설명 : 드래곤의 뼈를 갈아 만든 최강의 병기이다. 헤파이스토스의 권능이 담겨 있어 내구성이 아주 뛰어나다. 또한, 표면에 대마법사의 ‘특별 주문’이 새겨져 있다.

+ 미확인 세트 효과 : 레드 드래곤의 뼈로 제작된 장비 3개 이상 장착시 발동된다.

‘······뭐? 드래곤 뼈?’

성우는 두 눈을 의심했다. 드래곤 뼈로 만든 무기라니?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말 그대로 최강의 재료로 만들어진 무기라는 뜻이 아니던가?

“아.”

한편으로는 이 아이템 설명을 읽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왜 이곳에 성우의 이름이 각인된 금고가 있는지를 말이다.

‘이건 멸망한 세계의 드래곤 슬레이어, 월드 이터의 장비다.’

그렇다. 이 금고는 월드 이터의 금고였다. 그가 평범한 플레이어였던 시절에 사용한 아이템을 보관해둔 것이다.

그런데 성우가 그가 소지하고 있던 ‘발뭉(지배자의 검)’을 얻음으로써, 용기사의 모든 권한을 빼앗아왔고 그렇게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은 것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금고인 만큼 드래곤 재료로 만든 장비가 가득하다.’

월드 이터는 드래곤을 잡고 ‘지크프리트’라는 신격을 얻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드래곤을 잡고 얻은 최고의 전리품, 드래곤의 뼈와 가죽을 그냥 내버려 두었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라는 최고의 기술까지 있으니 말이다.

“여러모로 내 양분이 되어 줬군.”

성우는 그림리퍼를 내려놓고 ‘레드 드래곤 스피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창을 뒤집어 역수로 쥐었다.

’오랜만에 투창이다.’

이 게임이 막 시작되었을 때, 투창을 깨나 했던 성우였다. 하물며 투창과 관련된 추가 효과까지 붙어 있으니, 제대로 한방 날릴 수 있을 것이었다.

쿵— 쿵— 쿵—

지축이 울리는 가운데, 성우는 문을 향해 돌아섰다. 어느새 ’골드 가드’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놈은 다리를 굽히고 천천히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금고 안을 살펴보기 위해서 그 밋밋한 대가리를 바닥에 척 붙였다.

“그거······ 큰 실수다!”

그 순간, 성우는 놈의 머리통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레드 드래곤 스피어를 내던졌다.

부— 웅!

금고 안이 뒤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광풍이 일며, 성우의 손에게 거대한 창이 쏘아져 나갔다.

퍼— 걱—

놈의 이마에 정확히 적중, 바닥에 넓적 엎드렸던 골드 가드의 몸뚱이가, 그 거대한 몸뚱이가, 더 큰 누군가에게 걷어차인 것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건너편 벽에 처박혔다.

그와 동시에 성우는 금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후속 공격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웬걸, 후속 공격 따위는 필요 없었다.

‘한 방에 끝났다.’

레드 드래곤 스피어는 놈의 이마를 뚫고 들어가 목과 등을 관통해, 건너편 벽에 박혀 버렸다.

- 대장간의 수호자 ‘골드 가드’를 처리하여 1골드를 얻었습니다.

쿠구구구구—

그 거대한 황금색 몸이 바위처럼 무너져내렸다. 성우는 그 위력에 새삼 감탄하며 고개를 돌려 금고 안쪽을 돌아보았다.

창 말고도 다양한 아이템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레드 드래곤’의 뼈와 가죽으로 만든 아이템이었다. 이 정도라면······.

“목숨을 걸고 도굴할 만한 가치가 있었군.”

- 13번 비밀 금고가 ‘강제 개방’됩니다.

앞선 설명에서 강제 개방은 하루에 한 번만 시도할 수 있다고 했었으니······ 아무래도 오늘부터 중요한 일과가 하나 추가된 듯했다.

“그나저나 드래곤 세트라니······.”

‘레드 드래곤 스피어’를 쥐었을 때, 미확인 세트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했었다.

금고의 중앙에는 레드 드래곤으로 붉은 비늘 기반으로, 드래곤의 뼈와 흑색의 금속을 덧대어 만든, 압도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갑주가 놓여 있었다.

”······갑옷을 바꿀 때가 됐나?”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