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
61) 마굴 탈출, 중국 정벌 준비 - 2
성우는 천근살을 획득한 직후, 곧장 메신저호에 올라탔다.
“출발합니다!”
그와 동시에 메신저호는 전속력으로 발진하여 악마의 세계수를 벗어났다.
- 마굴의 문이 봉쇄됩니다. (00:28:43)
“제한 시간 내에 출구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성우의 물음에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온 시간을 볼 때, 충분합니다. 예상 못 한 변수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변수는 없을 가능성이 컸다. 월드 이터가 소멸하면서 모든 마물이 사라졌을 테니 말이다.
“다행히도 모래 폭풍까지 옅어진 상태입니다. 현재로선 방해가 될만한 건 보이지 않습니다.”
메신저호가 전속력으로 항해하는 가운데, 성우는 의자 앉아 밀어두었던 메시지를 확인했다.
- ‘전문 용 사냥꾼’ 칭호가 ’전설의 용 사냥꾼’으로 향상(대체)됩니다.
* 체력 수치 상승 (+7)
* 근력 수치 상승 (+5)
* 화염 면역력 상승 (十45%)
* 마법 저항력 상승 (+15%)
* 공포 저항력 상승 (+20%)
드레이크부터 시작하여 다수의 용 계열 몬스터를 잡으며 나날이 칭호가 업그레이드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공포 저항력이 새로 생긴 게 중요하다.’
신격을 보유한 성우였지만, 월드 이터의 ‘드래곤 피어’에 의해 몸이 경직 되는 걸 느꼈었다.
공포 저항력은 그런 위압감에 벗어날 수 있는 능력으로, 어쩌면 드래곤과 마주할 때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맞설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진짜 드래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드래곤을 잡고 드래곤과 관련된 신격을 얻은 월드 이터라고 하지만, 실제 드래곤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하물며 성우가 마주한 월드 이터는 너무나 병약한 상태였다.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모든 면에서 최악의 적이라고 상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어서 또 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 전용 퀘스트 〈수호자의 의무-3〉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정규 신격(神格) 상승
2) 직업 변경권
마굴의 심장을 파괴함으로써 수호자 퀘스트를 클리어했다. 그러자 늘 그렇 듯 신격에 관한 보상이 나왔다.
‘직업 변경권은 당연히 아니고 신격은······ 아누비스를 한 단계 더 올려야 하나?’
아누비스 때 경험해본바 ‘정규 신격’과 ‘임시 신격’ 간의 능력 차이는 없었다. 기능은 완벽히 동일했다.
다만, 임시 신격은 까다로운 ‘발동 조건’을 필요로 하지만 정규 신격은 몸에 각인되어 스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이점이다. 아누비스 때만 봐도 그렇다.’
정규 신격을 얻은 뒤 아누비스의 힘을 끌어낼 때 ‘수인화 앰플’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덕분에 훨씬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하물며 일종의 페널티나 다름없던, 사용한 뒤 몰려오는 능력 감소와 피로감까지 사라졌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신격 발동 조건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정규 신격으로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현재 임시로 부여된 ‘염라의 권능’ 역시 ‘비형랑의 부채’나 ‘심판관의 표식’ 같은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모종의 이유로 성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지도 몰랐다.
이렇듯, 종합적으로 고려본 결과 아누비스이 권능을 강화하기 보다 ‘염라’ 신격을 정규 신격으로 만들기로 했다.
- 정규 신격(神格)이 부여됩니다.
* 죽음의 신 : 염라
[스킬 정보]
- 이름 : 염라의 권능
- 등급 : 데미 갓
- 분류 : 패시브 및 액티브
- 소모 : 0
하루에 단 1시간 동안 신격(神格)을 얻어 ‘염라’의 권능을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전용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2개의 정규 신격을 얻었다.
‘여기에 리치 상태까지 합치면 모든 능력치가 무려 35나 오른다. 천근궁을 당길 날도 머지않았다.’
성우는 이어서 마지막 선택 메시지를 확인했다.
- 레벨 업 카드를 선택하세요.
1) 능력치 (랜덤)
2) 스킬 (랜덤)
3) 아이템 (랜덤)
4) 기타 (랜덤)
5) 맹독 구름 제조 (확정)
여기에서는 5번, 확정 슬롯을 선택했다. 큰 전쟁을 앞둔 만큼 범위 마법을 강화하는 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 스킬 등급이 향상되었습니다. (기초 → 숙련)
[스킬 정보]
- 이름 : 맹독 구름 제조
- 등급 : 숙련
- 분류 : 액티브
- 소모 : 마나 50
맹독을 머금은 구름을 제조하여 20분 동안 일대에 ‘맹독성 비’를 뿌립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 비에 노출된 대상에게 추가적인 ‘상태 이상’을 유발하게 합니다. : 무기력 증상 (20%), 호흡 곤란 증상 (10%)
숙련 등급으로 강화되며 지속 시간이 늘어나고 추가 효과가 붙었다.
“좋아. 이걸로 끝이군.“
이렇게 또 한 번의 전력 상승을 끝냈다.
성우는 마굴의 출구로 향하는 동안 ‘염라의 권능’ 스킬을 하나씩 자세히 살피며 머릿속에 익히기 시작했다.
‘중국 서버는 내가 이런 능력을 얻었다는 걸 모른다.’
아무래도, 놈들에게 서프라이즈를 선사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제주의 오름, 굉음과 함께 비행선 한대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세계수 함대의 4번 함이었다.
“이, 이쪽으로 떨어진다! 모두 피해!”
4번 함은 대체 어떤 공격을 받은 건지 처참하게 반파된 상태였다. 무언가 하부 갑판을 뚫고 들어가서 함선 내부의 중요 기관을 헤집어 놓은 것이었다.
마법 공학으로 제조된 저 거대한 병기를 종이상자 다루듯 갈기갈기 찢어 버린 건······ 단 한 마리의 몬스터였다.
“저기에 있다! 4번 함 선루 갑판이다!”
온몸에 수백 개의 입이 달렸으며 척추뼈로 만들어진 채찍을 휘두르는 괴물······.
마굴의 문 2층의 최종 보스 몬스터 ‘마굴 제1군단장’이 추락하는 4번 함의 선루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어! 이쪽으로 온다!”
놈은 추락하는 4번 함에서 도약하는 동시에 인근에 있던 3번 함을 향해 척추뼈 채찍을 휘둘렀다.
3번 함이 급히 선회했지만, 뱀의 아가리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채찍을 피해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제, 젠장!”
그리고 그것에 적중당하는 순간, 척추뼈 안에서 가시가 튀어나오며 비행선 내부를 초토화할 것이었다.
채一 앵!
그때였다. 척추뼈의 끄트머리가 무언가에 맞고 튕기며 크게 틀어졌다. 그 덕분에 비행선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갔다.
“발키리다!”
그 공격을 막아낸 건 지수였다. 그녀는 허공에 떠오른 채, 지상으로 떨어지는 제1군단장을 내려다보았다.
“오! 그녀가 살아 있다!”
사실 놈이 출현했을 때, 처음으로 맞섰던 건 당연하게도 지수였다. 지수는 20명의 에인헤랴르와 함께 놈에게 대항했다.
그러나 마굴 제1군단장은 수문장과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단 10분 만에 대부분의 에인헤랴르가 소멸했으며, 그녀도 일격을 허용하며 멀리 튕겨 나가고 말았다.
다행히도 발키리의 갑주가 생각보다 방어력이 우수하여 살아남았다. 하지만 다음 공격도 버텨낼 거란 보장은 없었다.
’정면승부로 이기기는 어렵다.’
지수의 등 뒤로 두 마리의 호걸 등, 살아남은 에인헤랴르들이 떠올랐다. 총 7명이었다.
“낭자, 조심하셔야 합니다.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나머지 13명은 소멸했다. 아무리 영혼 상태라고 하지만, 반쯤 실체화되어 물리적인 전투를 치르는 만큼, 자신도 물리 데미지를 무시할 수 없었다.
“모두 일단 뒤로 빠져 있어요. 저 혼자 틈을 노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여러분을 소환할게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 기회를 만들고 일격을 노려야 해요.”
생전보다 빠른 몸놀림을 구사할 수 있는 에인헤랴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수만한 감각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 놈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건 저뿐이에요.”
마굴 제1군단장은 팔에 달린 두 개의 긴 채찍을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댔다.
또한, 채찍 안에서 수 미터 길이의 가시가 뿜어져 나오며 주변의 모든 걸 꿰뚫어 버린다.
‘그 공격을 피한다고 해도 접근하는 게 문제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놈의 온몸에 달린 수백 개의 입이 산성 액체를 토해 내기에 함부로 디밀었다가는······ 산 채로 뼈까지 녹아 죽을 것이었다.
“······믿겠습니다.”
에인헤랴르들은 군말 없이 뒤로 물러섰다. 지수가 놈의 공격을 뚫고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순간, 지수의 근처로 소환되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작정이었다.
“후······.”
지수는 검을 움켜쥐고 심호흡을 했다. 사실 지수 역시 이미 놈의 공격을 한 방 제대로 얻어맞았다.
그만큼 어려운 상대였다. 그러나 두렵지는 않았다.
쿵— 쿠구구구—
4번 함이 오름 위에 추락하며 굉음이 일어났다. 그 위로 제1군단장이 거칠게 착지했다.
놈의 몸뚱이 곳곳에 달린 모든 입이 쩍 벌어졌고 혀를 날름거리며 침을 질질 흘려댔다.
’이길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분명 방법이 있다.’
지수는 성우를 떠올렸다. 불패의 네크로맨서, 그의 힘은 압도적이었지만 수세에 몰린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성우 씨가 강한 건 언제나 이길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야.’
그때,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지수는 고개를 돌려 대산맥의 왕을 바라보았다.
“혹시 산의 정기로 저기 추락한 비행선에 마나를 공급해서 방어막을 복구할 수 있을까요?”
“응? 방어막 말이오?“
대산맥의 왕은 산에서 마나를 공급받을 수 있었는데, 뿌리를 통하여 마나를 방출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는 건 마나 동력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뭐, 그야 잠깐 정도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겠소만, 그걸 왜?”
지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제1군단장을 바라보았다.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제가 저 비행선에 닿는 순간, 그때 방어막을 복구해주세요.”
지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놈이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오르며, 지수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촤좌좌좌좌!
두 개의 채찍이 지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수는 몸을 비틀어 광선처럼 쏘아지며 두 개의 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빗겨 지나갔다.
그런데 그 순간······.
푸부부부부-
두 개의 채찍 안에서 엄청난 수의 가시들이 물줄기처럼, 아주 촘촘하게 뿜어져 나왔다. 4번 함을 단 한 방에 추락시킨 기술이었다.
‘4번 함에 도착해야 한다.’
지수는 가시 사이를 강행 돌파할 생각으로 속도를 높였다. 허공에서 곡예를 펼치며 가시를 피해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지상을 향한 추락을 멈추지 않았다.
쉬이이이!
두 개의 채찍이 뱀처럼, 지수를 따라 붙었다.
쩡!
지수는 검을 휘둘러 접근을 차단하고, 제1군단장을 스쳐 지나가, 오로지 4번 함을 향해 나아갔다.
놈이 지수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두 개의 채찍이 지수를 따라 방향을 틀었다. 끝까지 추격을 놓지 않는 집요함, 지수는 유도 미사일에 쫓기는 기분이었다.
턱—
마침내, 지수의 발이 추락한 4번 함의 선체에 닿았다. 그리고 땅속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른 뿌리들이 선체 안에 기어서 들어가, 다량의 마나를 공급하는 중이었다.
‘아직인가?’
지수는 고개를 들었다. 두 줄기의 채찍 지수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너무 빨랐다. 당장이라도 수직으로 그녀를 꿰뚫어 꼬치로 만들어버릴 것 같았다.
우우우-
찰나의 순간, 동력이 복구되며 비행선의 주변에 반투명한 일렁임이 피어 올랐다. 비행선의 방어막이 복구된 것이다.
쩡一
그러나 이미 한 번 그랬던 것처럼, 비행선의 방어막은 놈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손가락으로 비닐랩을 뚫듯 너무나 쉽게 관통되고 말았다.
그런데 지수의 몸은 그곳에 없었다.
흥一
그녀는 ‘그림자 추적’ 스킬을 이용하여, 눈 깜짝할 사이 놈의 목전에 도달한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놈의 팔 움직임이 워낙 빠르고 예리하기에 함부로 시도할 수 없는 기술이었으나······.
끄에에?
놈은 더는 그 긴 팔을 휘저어 지수의 접근을 견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걸렸다!’
방어막을 수직으로 꿰뚫기는 쉬웠지만, 그 상태로 좌우로 휘젓는 건 어려웠다.
즉, 늪 속에 양팔을 집어넣은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힘으로 뽑아내는 건 가능하더라도 팔을 좌우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체크메이트’가 아니었다.
‘아직 깊숙이 다가가면 안 된다. 이제 액체를 뿜을 거다.’
지수는 거기까지 계산해두었다. 이내 지수의 등 뒤로, 빛줄기로 연결된 ‘에인헤랴르’ 전사들이 소환되었다. 그들이 지수의 앞으로 튀어나갔다.
“전달해주신 대로 준비했습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거대한 방패를 쥐고 있었다. 지수와 정신이 연결되어 있었기에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명령을 전달할 수 있었다.
부와와와!
역시나, 수백 개의 입이 쩍 벌어지며 끈적끈적한 액체를 내뱉었다. 지수는 방패 뒤에 숨어 산성 액체를 피했다.
“윽! 바, 방패가 녹습니다!”
방패가 치즈처럼 녹아내렸지만, 액체를 토해낼 수 있는 건 고작해야 2초가량, 에인헤랴르들은 악으로 버텨냈다.
지수는 ‘울프베르흐트’를 단단히 꼬나쥐었고 놈의 구토가 멎는 순간, 앞으로 튀어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촤一악!
회심의 일격을 날리고 재빨리 뒤로 빠졌다. 조금만 지체하더라도 가시 공격이나 산성 액체에 노출될 수 있었다.
‘젠장, 머리를 날렸어야 했는데······.‘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 놈이 몸을 격하게 비틀며 피하는 바람에 머리가 아니라 오른쪽 팔을 도려내는 데 그치고 말았다.
철퍽一
두 개의 채찍 중 하나가 바닥 위로 널브러졌다. 지수는 멀찍이 물러나 다음 수를 고민했다.
‘그래도 한쪽 팔이 없으니, 훨씬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역시 무리하게 다가가는 건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해서 똑같은 방법을 또 시도하는 건 위험하다.’
그렇게, 지수가 다음 방법을 고민할 때였다.
우우우우一
별안간 기류가 바뀌며 거친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마굴의 문이었다.
“응?“
“······뭐야?”
모두가 그곳을 바라보았다. 포탈의 표면이 뒤죽박죽 꼬이며 요동치는 바람에 일대 공기의 흐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지수는 제1군단장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지만, 마굴의 문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후우우一
마굴의 문으로부터 진한 죽음의 냄새를 밴, 모래가 섞인 바람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무언가 나오려고 한다.’
또 다른 마물이 나오는 건가?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추가 웨이브 메시지는 없었다.
‘그런데······ 엄청나게 크다.’
대체 무엇일까?
’답은 하나다.’
지수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발바닥에 힘을 주고 손목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검 끝을 살짝 들어 올리며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후웅一
마굴의 문이 산통을 느끼듯 뒤틀리더니, 다음 순간, 거대한 백색의 발톱이 튀어나왔다.
모두가 그 장면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지수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맙소사!”
“저게 뭐야!”
지금까지 목격한 그 무엇보다 거대한, 뼈로 만들어진 앞발이 포탈을 강제로 확장시키며 등장했다.
그것은 바닥을 한 차례 헤집고 튀어올라, 포탈 근처에 서 있던 마굴 제1군단장을 내리찍어버렸다.
콰一 직!
넘볼 수 없는 위압감을 뽐내던 제1군단장은 난데없는, 그리고 압도적인 습격에 무방비로 당하고 말았다.
끄에에에에!
놈은 그 거대한 발톱에 짓눌린 채, 벗어나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소용없었다.
지수는 본능적으로 땅을 박찼다.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녀는 빠르게 쏘아져, 놈의 앞에 도달, 이번에는 정확한 지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一 악!
놈의 머리가 단 한 방에 잘려나갔다.
- 보스 몬스터 ’마굴 제1군단장’을 사냥하여 33,3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놈의 몸속에 가득 차 있던 산성 액체가 같이 터져 나오며 지수의 머리를 향해 쏟아졌다.
푸화아아一
지수는 급하게 바닥을 박차는 동시에 몸을 틀었고, 산성 액체는 피해냈으나 십여 미터를 날아가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지수야!”
지민이었다. 지금까지의 전투를 마음을 졸리며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지수를 향해 달려왔다.
“너, 괜찮은 거지?”
물론 이 정도 충격으로 데미지를 입을 리가 없었다. 지수는 곧장 일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그, 그런데 저건 뭐야? 저것도 설마······ 몬스터? 아직 끝나지 않은 거야?”
지민이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저 구멍에서 나오는 수많은 괴물을 목격했다지만, 지금만큼 공포에 질린 적은 없었다. 하물며 세계수의 플레이어들 역시 당황한 듯 웅성거렸다.
보스 몬스터를 단숨에 짓이긴 거대한 앞발에 이어, 경이로운 크기의 머리뼈가 등장했다.
구우우우우-
이어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전신이 그 압도적인 자태를 완벽하게 드러냈다.
동시에 피막의 날개가 머리 위에 드리우며 하늘을 완전히 가리자, 그림자 속, 두 개의 녹색 안광만이 고고하게 빛났다.
그쯤 되자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지금이 장면, 믿어져?”
“서, 설마 저건······.”
본드래곤이었다.
‘역시······.‘
지수도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
“언니, 저건 적이 아니야.”
지민은 아직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뭐? 저, 저런 게 아군이라고?”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군 그 자체야.”
그때, 포탈 안에서 비행선 한 척이 튀어나왔다. 메신저호였다. 그것이 드래곤의 머리 위로 비상하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그리고 오름 위에 내려앉은 ‘본 드래곤’의 머리 위에서 암녹색 로브를 입은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모두가 입을 모아 그의 이름 ‘네크로맨서’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왔다! 왔어! 그들이 왔다! 네크로맨서가 나왔다!”
“성공이다! 우리가 이겼다! 네크로맨서가 이겼다!”
지민과 제주도의 플레이어들은 이 벅찬 상황에 동화되기는 했으나 다소 어리둥절했다.
“아, 저 사람······. 그런데 대체 저 사람은 누구야?”
지민 역시 성우를 마주한 적이 있었으나, 이제야 궁금해졌다. 대체 저 사람이 누구기에 이렇게 거대한 집단을 이끌며, 이들 모두에게 신뢰와 추앙을 받는단 말인가?
지수가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이야.”
“······응? 누구?”
지수의 몸에서 발키리의 갑주가 벗겨졌다. 그녀는 울프베르흐트를 착검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던, 항상 이기는 사람.”
지수는 성우와 함께 중국 서버를 무너뜨리고 드래곤을 사냥하고 더 나아가······ 이 게임을 마무리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