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82화 (182/244)

# 182

60) 악마의 세계수, 월드 이터 - 4

뚫린 구멍으로 엄청난 수의 마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사방에서 몰려와 포위하여 집어삼킨다면 모를까, 작은 터널 정도의 구멍으로 꾸역꾸역 들어오는 건 맹수의 우리에 먹이를 공급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군단 앞에 마물의 시체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 ‘죽음’을 흡수하여 모든 스킬 효과가 상승합니다. (1%)

- ‘죽음’을 흡수하여 모든 스킬 효과가 상승합니다. (1%)

- ‘죽음’을 흡수하여 모든 스킬 효과가 상승합니다. (1%)

그렇게 양질의 먹이를 받아먹은 언데드 군단은 벌써 143퍼센트나 강화된 상태로, 전투가 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하물며······.

- 심연 속 ‘주인 없는 좀비(상급)’이 3마리 소환됩니다.

’죽음 도래지’ 효과로 1분마다 좀비가 소환되고 있었다. 그렇게 등장한 게 하급부터 상급까지 총 24마리였으며 계속해서 불어날 예정이었다.

성우는 후방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며, 바닥에 마물의 사체가 충분히 쌓일 때마다 마법의 주문을 읊었다.

“폭발.”

쾅! 쾅! 쾅!

시체 폭발은 언제나 옳았다. 구멍 근처에 쌓여 있던 마물의 시체가 일제히 폭발하며 밀고 들어오던 놈들을 밀어냈다.

- 외부 차원의 존재(하급 마물)’을 사냥하여 5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하급 마물)’을 사냥하여 5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하급 마물)’을 사냥하여 5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월드 이터 역시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구멍 근처에 서서 마물의 침투를 보조하기 위해 원거리 마법을 사용했다.

손아귀에서 빛이 번쩍거릴 때마다 십여 마리의 언데드가 박살 나며, 침투를 저지하는 힘이 한층 느슨해졌다.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하지만 성우의 언데드 군단은 절대로 밀려나지 않았다.

’아무리 레벨이 높다고 해도 마법은 어설프다.’

월드 이터, 그는 어디까지나 기사 계열이었다. 파트너 드래곤이 없는 상태로는 어느 정도 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무기 없이는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었다.

“하, 하아······.”

더군다나 놈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신체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게 분명했다.

“좋아, 이대로 끝낸다.”

그렇게 총공세를 펼치려고 할 때였다. 구멍에서 쏟아지던 공세가 별안간 멈췄다.

‘뭐지?’

성우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작전을 중단했다.

‘다른 게 들어온다.’

구멍 너머로 남다른 기운이 풍겨왔다. 월드 이터가 사용한 ‘드래곤 피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육중한 위압감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절그럭一 절그럭一

이내, 구멍의 한 가운데에 거인 하나가 우뚝 섰다. 빛을 등진 탓에 거대한 그림자가 구멍 안에 드리웠다.

- 보스 몬스터 ‘마굴 제2군단장’ 출현했습니다.

’······군단장?’

마굴과 인연이 깊은 성우지만, 저건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였다. 아마도 수문장보다 한 등급 위인 듯싶었다.

“이 동네, 하나 같이 상식 밖의 몰골을 하고 나타나네요.”

민석의 표현대로, 역시나 놈의 외양은 끔찍했다. 마치 피부를 벗겨 놓은 것처럼 근육이 다 드러난 몸뚱이 위로 수백 개의 입이 돋아나 있었다.

그것들은 각기 다른 생명체처럼 입을 열고, 이빨을 부딪치고, 혀를 내밀고, 침을 흘려댔다. 정작 얼굴에는 단 하나의 거대한 눈알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절그럭一

그리고 다수의 척추뼈를 엮어 만든 채찍을 양손에 쥐고 있었다. 그게 어찌나 긴지 등 뒤, 바닥 위로 한참이고 이어졌다.

절그럭一 절그럭一

놈이 다가올 때마다 척추뼈 채찍이 흔들리며 괴상한 소리를 냈다.

‘저놈은 뭔가 다르다.’

대만에서 마굴의 문이 열렸을 당시, 수문장만 하더라도 엄청난 화력을 선보였었다.

출현과 동시에 포탈을 틀어막고 있던 언데드 군단을 순식간에 녹여 버렸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큰 공격 한 번으로 다수의 병력이 무너지는 순간, 마물의 침투가 재개될 것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던 전황이 빠르게 기울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즉, 저놈 한 놈 때문에 상황이 뒤바뀔 수도 있었다.

’놈을 막아.’

성우의 명령에 오우거 스켈레톤, 본 드레이크, 뼈 구미호 등의 대형 스켈레톤들이 서로 간의 거리를 벌린 채 조여 들어갔다.

덜그럭! 덜그럭!

광역 스킬을 사용할 가능성이 컸기 에 다수의 병력을 전진시키는 건 위험했다.

놈이 팔을 들어 올렸다. 자세히 보니 채찍을 들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척추뼈 뭉치는 놈의 팔에 연결되어 있었다.

촤좌좌좌좌!

채찍은 휘둘러지는 게 아니라 쏘아졌다. 마치 뱀의 머리처럼 달려들었는데, 쏘아짐과 동시에 4갈래로 나뉘는 게 아닌가?

쩍! 쩍! 쩍! 쩍!

총 8줄기의 척추뼈가 마치 전갈의 꼬리처럼 빠르게 정확하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목표물에 적중하는 순간, 그 끄트머리에서 수십 개의 가시가 튀어나왔다.

제아무리 거대한 스켈레톤이라고 할지라도, 몸 안에서부터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공격을 버틸 수는 없었다. 단 몇 초가 지나자 죄다 완전히 조각 나 버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것의 몸뚱이에 달린 수백 개의 입이 별안간 헛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욱! 욱! 욱!

그러더니 기어코 무언가를 토해냈다.

부에에에一

무너져내린 뼈 무더기 위에 고름 같은 끈적이는 액체를 뱉어냈는데, 산성 물질인지 회색 연기가 치솟았다.

더불어 슬라임처럼 아주 찐득하게 엉겨 붙었는데, 사자의 권역 효과가 적용되며 부활이 시작되었지만, 뒤엉킨 채 들썩일 뿐이었다. 물리적으로 다시 조립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치이이이一

역한 악취가 풍겨왔다. 성우는 한 걸음을 물렀다.

“역시 역겨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군?”

성우의 말에 월드 이터가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창백했던 얼굴은 푸른 핏줄이 돋아날 만큼 망가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이런 지옥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옥의 왕이 될 수밖에 없다. 나라고 저런 좋을것 같나?”

구멍을 뚫었을 때, 오염이 어쩌고 한 걸 보면, 캡슐 안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철저하게 차단해둔 모양이었다.

“어쨌든, 저건 멸망이 잉태한 최악의 생명체 중 하나다. 시스템상, 사냥 대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사냥꾼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성우는 ‘마굴 제2군단장’을 바라보았다. 그래, 분명 언뜻 보더라도 사냥을 위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끔찍한 외형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외부 차원에서 온 침략자 같은 이미지가 적합한 생명체였으며 애초에 그런 시나리오를 위해 제작된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예만 봐도 그랬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분명 끔찍한 놈이야. 기가 질린 정도야.”

그리고는 다시 월드 이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한테 더 끔찍한 놈이 있어.”

월드 이터는 코웃음을 쳤다. 그것마저 힘겨워 보였다.

“네 장난감 중에서 쓸모 있는 게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성우의 군대를 쭉 둘러보았다. 분명 주력 권속들은 이미 녹다운된 상태였다. 월드 이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거운 추가 하나 얹어지며, 균형이 나에게 넘어왔다. 네크로맨서, 대단하긴 했지만 네 한계야.”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방금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거든.“

구구구구구구一

“그런데······ 너도 잘 아는 친구야.”

그때, 성우의 등 뒤에서부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심상치 않은 전조에 월드 이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에 성우가 말했다.

“부탁인데, 눈물겨운 상봉은 하지 마.”

이내 뒤쪽 벽과 천장이 통째로 뜯겨나갔다.

콰과과과과과!

월드 이터가 뚫어낸 앞쪽 구멍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였다. 마치 거대한 수조의 가운데 벽을 제거했을 때, 분리되어있던 액체가 거칠게 뒤섞이는 것처럼, 두 거대한 공간이 강제로 합쳐지며 비현실적인 대류 현상이 발생했다.

후우우우우우一

광풍이 불어 닥치며 모든 게 뒤흔들렸다.

본디 존재하던 어둠 위로 더 짙은 그림자 한 자락이 무겁게 깔리었다. 이어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림자 위에 덧씌워졌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피막의 날개가 모든 것의 위로 드리웠다.

고오오오오一

바람이 허공을 비틀어대며 웅장한 괴성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날개 틈 사이에서 두 개의 녹색 안광이 드러났다.

본 드래곤(Bone Dragon)이었다.

그 거대한 괴물이 이 공간의 절반을 가득 메웠다. 본 와이번은 그 존재 앞에서 독수리 아래를 지나가는 나비로 보일 지경이었다.

“저 뼈, 설마······.”

월드 이터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성우의 손에는 어느새 월드 이터의 대검이 들려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발뭉(지배자의 검)

- 등급 : 신화

- 분류 : 양손 검

- 효과 : 모든 능력치 상승(+6) 공격 대상의 방어 효과를 일부 무시한다. (30%), ‘드래곤 슬레이어’ 효과가 부여되어 드래곤 계열 공격 시 추가 데미지가 부여됩니다.

- 설명 : 이 검은 드래곤을 깨울 수 있는 열쇠이자 드래곤을 다룰 수 있는 목줄의 상징입니다. 이전 주인의 행적에 따라 ‘새로운 이름’이 부여되었습니다.

발뭉, 게르만 신화의 영웅인 ‘시구르드’ 혹은 ‘지크프리트’의 검으로써 노퉁, 그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전설의 검이었다.

‘지배자의 검이 이름을 얻으면 이렇게 되는 건가?’

5분의 봉인 시간이 지나는 순간, 그리고 이 검을 손에 쥠으로써, 이 검과 연결된 존재, 드래곤 뼈에 대한 통제력을 얻었다.

- 자격을 증명하여, 당신의 권능 아래 ‘위대한 존재’가 권속(卷屬)됩니다.

그리고 그 위대한 존재가 지금,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자, 진짜 끔찍한 게 뭔지 보여줘.”

성우의 말에 회색 연기 속에서 드래곤이 앞발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마굴 제2군단장’을 향해 낙하했다.

콰—앙!

수백 미터에 이르는 육체를 가진 존재이기에 앞발만 하더라도 직경 10미터가 넘었다.

놈은 이렇다 할 저항도 못 해본 채 단숨에 깔아뭉개졌다. 마치 거대한 워커 아래 깔린 벌레처럼 괴상한 소리를 냈다.

부에에에一

수백 개의 입이 일제히 벌어지며 산성 액체를 토해냈지만, 이 거대한 존재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어서 놈은 양팔을 휘저어 채찍 공격을 시도했다. 대형 스켈레톤들을 단숨에 파괴했던 그 기술이었다.

가가가가!

그러나 역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드래곤의 뼈는 고목처럼 두껍고 텅스텐 합금처럼 단단했다. 그 정도 공격으로는 뼈 표현 위에 긁힘이 발생할 뿐 이었다.

아주 오래전 생명을 잃고, 더 오랜 시간 동안 풍파를 맞았음에도 전혀 손상된 감이 없었다.

‘언데드 주제에 아름다워 보일 지경이다.’

성우도 새삼 감탄했다. 심미 따위는 잘 알지도 못하지만, 이 거대한 존재는 웅장한 걸 넘어서 어딘가 고풍스러웠다. 균형, 질감, 색감, 곡선 모든 게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

숱한 판타지에서도 드래곤의 뼈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최고의 무기 재료로 다루어지곤 한다.

이 게임도 다르지 않았다.

”······.”

월드 이터 역시 그 자태를 바라보며 넋이 나갔다. 다만, 그는 다른 의미로 충격받은 듯했다.

“너, 너는······.”

오래된 이름이 떠오른 걸까? 그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콰—앙!

드래곤이 다시 한번 앞발을 들어 올려, 중장비처럼 내리찍었다. 그렇게 압도적인 힘에 구속되자 언데드 군단이 개미 떼같이 달려들었다.

푹! 푹! 푹! 푹!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가운데, 그 역겨운 몸뚱이가 해체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보스 몬스터 ‘마굴 제2군단장’을 사냥하여 45,0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성우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10마리의 귀신을 조종해 넋을 놓고 있는 월드 이터를 노렸다.

“큭!”

10개의 무기가 날아들자 놈은 어울리지 않게 놀라며 몸을 움직였다.

이제 빈손이기에 제대로 된 방어를 할 수 없었지만, 43레벨이라는 단단한 베이스는 어디 가지 않았다.

쩌一 엉!

놈의 손아귀에서 빛이 터져 나오자, 그걸 정통으로 쬔 귀신 한 마리가 소멸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성우가 놈의 등 뒤 에서 나타났다. ‘그림자 이동’ 스킬이었다.

성우는 왼손의 발뭉과 오른손의 그림리퍼 중, 사거리가 긴 그림리퍼를 휘둘렀다.

훙!

거대한 낫의 칼날이 놈의 목덜미를 향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리꽂혔다.

철퍽一

그러나 조금의 상처도 낼 수 없었다. 어느새 놈의 몸뚱이 위로 검붉은 혈액이 번져나가며 얇은 막을 형성한 상태였다.

‘무적 스킬이다.’

온몸을 뒤덮는 핏빛의 갑옷, 그 피는 검이 아니라 손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귀속 아이템’인 모양이었다.

성우의 기습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놈의 반격이 시작됐다. 성우의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마법이었다.

그때, 허공에서 대검 한 자루가 낙하했다. 귀신의 염력이었다. 그것이 월드 이터의 등을 내리쳤다.

촤-악!

피가 터지며 놈의 몸이 기우뚱했다.

“큭!”

어찌 된 일인지 무적 스킬을 뚫고 데미지가 들어간 것이었다.

’방금 공격이 먹혔다. 왜지?’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놈에게 정타를 먹인 무기는 드래곤의 뼈 아래에서 발견된 대검인 ‘아스칼론’이었으며 그 물건은 ‘드래곤 슬레이어’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갑옷, 드래곤의 피?”

발뭉이 증명하듯, 드래곤의 피로 목욕하고 불사를 지크프리트, 그게 월드 이터의 신격이었다. 저 검붉은 핏빛 갑옷 역시 놈의 ‘신격 스킬’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불사신이라고 할지라도 드래곤의 피다. 드래곤의 천적의 ‘드래곤 슬레이어’ 효과에는 쉽게 뚫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단 말이지?”

성우는 귀신 한 마리에게 그림리퍼를 넘겨주고 놈에게 빼앗은 ‘발뭉’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월드 이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은 성우보다 압도적으로 빨랐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확연히 느려졌다.’

놈은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성우는 도약하며 놈을 쫓았고 놈은 허공으로 치솟으며 성우에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성우의 카드가 훨씬 다양했다.

푹!

놈의 왼쪽 날개삐에 아스칼론이 박혔다. 성우가 놈의 퇴로로 귀신을 보낸 것이다.

그렇게 놈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느려지는 순간, 성우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놈의 복부에 발몽을 박아넣었다.

“헉!”

마침내 피로 만들어진 무적 스킬이 깨지며 놈의 몸뚱이가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성우는 귀신에게서 쐐기를 박을, 3번 째 칼을 전해 받았다. 그건 미르와 연결된 ‘지배자의 검’이었다.

푸—욱!

그것이 월드 이터의 가슴을 꿰뚫었다. 완벽한 치명상이었다. 성우는 지배자의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월드 이터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월드 이터, 너에게 어떤 사연이 있던, 나한테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너는 실패했어.”

”······.”

“그런데, 숱한 동료를 희생하고도 네 세계를 지키지 못한 주제에 다른 세계를 집어삼키려고 해?”

성우의 비난과 함께 놈의 눈에서 빛이 꺼져갔다. 냉정함이 사라지고 무력감이 담겼다. 놈은 힘겹게 숨을 내뱉었다.

“그래, 나는······ 시, 실패했어.”

순순히 인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니 말이다.

월드 이터는 마지막 힘을 짜내, 성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너, 너는 꼭······ 지켜내라. 사람, 세계, 모든 것······. 그리고 이딴 짓을 버, 벌이는 놈들에게 꼭 복······ 수해라.”

그는 성우의 멱살을 놓고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수호자의 전당, 처, 천장을 확인해······.”

그 말을 끝으로, 월드 이터, 아니 이 월드 최후의 플레이어의 눈에서 생기가 꺼져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본 드래곤에게 눈을 돌렸다. 아주 작게, 오래된 이름을 부른것 같았다.

- 플레이어를 살해하여 43,000골드를 얻었습니다.

이어서 그의 몸 안에서 검은색 불꽃이 하나 피어오르더니 허공에서 소멸해버렸다.

- 차원 포식자 ‘월드 이터’를 제거하여 1,000,0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걸 시작으로 성우의 눈앞에 온갖 메시지가 떠올랐다.

- 전용 퀘스트〈수호자의 의무-3〉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정규 신격(神格) 상승

2) 직업 변경권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25)

- 조건을 만족하여 다중 신격을 보유할수 있습니다.

* ‘염라’ 신격을 사용할수 있습니다.

’마침내 얻었다. 염라.’

최고의 소득은 분명 ‘염라’를 얻은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밖에 엄청난 것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 ‘지배자의 검’이 ‘특별한 조건(드래곤 슬레이어)’를 달성하여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미르와 연결된 ‘지배자의 검’이, 드래곤의 신격을 가지고 있던 월드 이터의 숨통을 끊으며 ‘드래곤 슬레이어’ 효과를 얻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드래곤 슬레이어가 3 자루?’

그리고 보통 특별한 시너지는 3개가 모일 때부터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 팀 플레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발동합니다.

[시너지 목록]

43) 드래곤 원정대(히든)

- 구분 : 무기 시너지

- 조건 : ‘드래곤 슬레이어’ 무기 3개 이상 장착

- 효과 : 드래곤 계열 공격 시 추가 데미지(+200%), 모든 종류의 ‘브레스 면역력’ 상승(+200%), 소지자에 한하여 ‘드래곤 피어’ 면역력 상승(+200%)

미국에서 러브 의장에게 말했듯,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한 힘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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