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
60) 악마의 세계수, 월드 이터 - 3
성우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빠르게 읽고 또 읽었다.
‘궁극 단계만 되어도 엄청났다.’
〈죽음의 하모니(히든)〉시너지를 통하여 스킬을 ‘궁극’ 단계로 강화한 결과 ‘뼈 무기 제조’ 스킬이나 ‘시체 폭발’ 스킬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초월 등급이라니?’
성우가 볼 때, 초월 등급이란 건 평범한 방법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누비스나 염라 같은 ‘신격’처럼 숨겨진 조건을 만족해야지만 열리는 ‘히든 요소’인 듯했다.
그렇기에 스킬 정보조차 휘황찬란했다.
[스킬 정보]
- 이름 : 묵시록 4기사의 권능
- 등급 : 초월
- 분류 : 패시브
- 소모 : -
‘묵시록의 현현’ 시너지가 지속하는 한, 아래와 같은 ‘추가 효과’가 60분 동안 부여됩니다.
1) 전쟁의 권능 : 심연 속에 봉인된 ‘종말의 군단’을 소환하며 ‘지휘 권한’ 을 얻습니다.
2) 기근의 권능 : 일정 지역 내(10k m)에 심연과 연결된 ‘죽음 도래지’를 조성합니다.
3) 역병의 권능 : 범위 피해 마법 및 저주 마법의 효과가 대폭 상승합니다. (+400%)
4) 죽음의 권능 : 주변에서 발생한 죽음으로부터 힘을 얻습니다. (하나의 죽음 당 모든 스킬 효과 +1%)
‘죽음에 관한 모든 스킬이 한 번에 강화된다.’
묵시록의 4기사란 성경 속 종말 시나리오 중 하나를 뜻했다. 인류를 종말로 이끌만한 모든 요소를 총집합하여 인격화한 것이기에, 죽음에 관한 힘의 ‘최상위 단계’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었다.
한편, 월드 이터는 공격을 중단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성우의 전력이 확연하게 달라졌음을 깨닫고는 신중하게 탐색을 시작한 것이다.
“사신의 낫이 두 개? 그럼······.”
월드 이터는 이 월드의 최종 승리자인 만큼 게임의 흐름을 꿰뚫어 볼 줄 알았다. 일종의 통찰력이었다. 그는 이내 성우에게 일어난 변화를 알아챘다.
“······리치가 넷이군.”
그러나 자신의 계산을 부정하듯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이건 존재할 수 없는 시너지다.”
그래, 한 자리에 리치가 넷이나 존재하고 있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설정상 너무나 희박한 확률이기 때문이었다.
“글쎄, 네가 아직 이 게임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성우는 한 게임의 끝을 본 자, 월드 이터 앞에 우뚝 서서 기고만장하게 말했다.
“네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야.”
그러나 아주 긴 여정 속에서 변수에 변수가 얹힌 과정을 거친다면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
즉, 히든 요소에 히든 요소가 결합하고 또 결합하며, 월드 이터가 부정할 정도로 막강한 시너지가 탄생한 것이었다.
“너도 이 게임, 하루 이틀 한 거 아니 잖아? 그럼 알 텐데?”
성우 옆으로 빅터와 민석이 나란히 섰다. 그리고 어디선가 미르까지 튀어 나왔다. 그렇게 넷의 리치가 월드 이터를 마주 보았다.
“이 게임, 레벨이 다가 아니란걸.”
그러나 월드 이터는 여전히 담담했다. 조금 당황한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고작 그 정도 변화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네크로맨서, 그깟 시너지 하나 얻었다고 해서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건 무지함에 불과하다. 넌 날 못 이겨.“
놈이 다시 움직였다. 검 끝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성우는 이전처럼 피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새로운 스킬을 사용했다.
‘종말의 군단, 소환.’
- ’묵시록 4기사의 권능’으로 심연 속에 봉인된 ‘종말의 군단’을 소환합니다.
‘어디, 뭐가 나오나 보자.’
성우 역시 처음 소환하는 것이었기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수 없었다.
쿠구구구구!
첫 번째 징조는 거대한 진동이었다. 바닥이 뒤흔들렸다. 그래, 이 정도 웅장함은 있어야 인지상정이다.
월드 이터 역시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고 있기에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그는 공중으로 천천히 떠올랐다.
우우우우一
이어서 바닥에서부터 보랏빛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모든 이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빛의 정체는 마법진이었다. 온갖 기괴한 형상이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이 승리자의 요람 전체를 뒤덮었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마법진보다 크다.’
언뜻 봐도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고, 이내 성우의 눈앞에 선택지가 하나 떠올랐다.
- 소환할 대상(군단)을 선택하세요.
1) 죄수 부대(소환 가능)
2) 기간테스(소환 불가 : 종합 등급 미달)
3) 봉인된 자(소환 불가 : 종합 등급 미달)
하지만 당장 선택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시너지를 내는 넷의 리치들의 스킬 등급이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인 걸까?
성우는 어쩔 수 없이 1번, 죄수 부대를 선택했다. 그러자 마법진이 방출하는 빛이 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하더니······.
쩌저저저一
바닥이 격렬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떨어집니다!”
민석이 외쳤다. 마법진이 방출하는 에너지 때문일까? 바닥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성우는 곧장 ’좀비 히포그리프’를 움직여 드래곤 피어로 인해 경직된 플레이어들을 챙겼다.
직후, 성우는 서둘러 미르를 끌어안으려고 했는데, 녀석이 날개를 펼치더니 성우의 머리 위로 휭 날아오르는 게 아닌가?
‘뭐야? 날아?’
녀석, 알게 모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쿠구구구一
이내 바닥이 통째로 꺼졌다. 성우는 좀비 괴조 한 마리를 움직여 자신의 어깨를 붙잡게 했다.
수호자의 전당에 있던 모든 것들이 수십 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제단, 캡슐, 엉킨 뿌리 다발, 언데드 군단이 이곳저곳에 처박히며 박살 났다.
쿵一 쿠구구一
성우는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새로운 전장을 살펴보았다. 머리 위로 떠오른 보라색 마법진 덕분에 어렴풋하게나마 시야가 밝혀졌다.
‘훨씬 넓다.’
여기는 세계수의 뿌리 아래 공간인 듯했는데, 승리자의 요람보다 서너 배는 넓은 공간이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수백에 달하는 언데드 군단에 ‘종말의 군단’이 더해진다면, 아군끼리 서로 뒤엉켜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시의 적절한 전장 전환이었다.
성우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월드 이터가 공중에 떠오른 채, 보라색 마법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 심연 속에서 ‘종말의 군단(죄수 부대)’이 소환됩니다.
이내 마법진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소한 작업이 시작된 것이었다.
우우우우우一
그러자 마치 거대한 수문을 돌려 연 것처럼, 마법진 중심 부근에서 무언가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一
그건,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이었다.
심연에서 소환된 ‘종말의 군단’이 새로운 전장 위로 다소 거칠게 등장한 것이다.
콰직! 콰직!
녀석들은 스켈레톤답게 바닥에 처박히며 박살이 났다. 그 위로 또 다른 스켈레톤이 내리꽂히고, 꽂혔다.
그렇게 산산 조각난 뼛조각과 온갖 무기들이 이리저리 뒤섞이며 황당하고 기괴한 광경을 연출했다.
쩌적一 쩌저一
하지만 진정한 등장은 지금부터였다. 박살 난 뼈가 저절로 제자리를 찾아가 조립되기 시작하더니······.
덜그럭! 덜그럭!
뼈 무더기 밖으로 하나둘씩 기어 나왔다. 그리고 무기를 집어 들고는 대열을 맞추며 늘어섰다.
한 마리, 두 마리, 이내 열 마리, 이어서 수십, 수백 마리로 불어났다. 그것들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텅빈 안와 안으로 푸른 안광이 점등했다.
- 종말의 군단(죄수)에 대한 ‘지휘 권한’이 주어집니다.
* 고대 정복 제국의 돌격 전사 (150명)
* 고대 정복 제국의 방패 전사 (150명)
* 고대 정복 제국의 정예 궁수 (150명)
* 고대 정복 제국의 철갑 기사 (50명)
* 고대 정복 제국의 암흑 사제 (50명)
이 스켈레톤 군단에 어떤 역사가 담겨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나 같이 완전무장한 상태였다.
단순히 그럴싸한 갑옷을 걸친 게 아니라 마법의 힘이 담긴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최소 영웅 등급 이상으로 보였다.
’한 마리가 잘 무장한 플레이어 수준이다.’
그리고 녀석들의 목덜미에 보라색 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그것 덕분에 성우가 통제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덜그럭! 덜그럭!
총 550마리, 그런데 그것들이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고, 무기를 정돈하는 사이에······.
츠츠츠츠 —
550마리의 그림자 병사가 추가로 생성되었다. 단숨에 1,100마리의 군단이 충원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지금 이곳, 세계수 뿌리 아래의 거대한 지하 공간은 마치 진시황릉의 병마용을 방불케 했다.
“딱! 주, 주인님, 진정 죽음의 주인이십니다!”
천생 언데드인 빅터는 진심으로 감탄한 듯, 양손을 벌벌 떨며 연신 이빨을 부딪쳐댔다.
“이제는 정말, 군단이라는 말이 손색없군요.”
민석도 감탄해 마지않았다. 솔직히 성우도 놀랐다. 하루아침에 10배에 달하는 전력 상승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종말의 군단이 소환된 직후, 바닥 위로 검은 일렁임이 번져나갔다. 마치 물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후우우우-
그리고 회색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 일정 지역(10km)이 ‘죽음 도래지’로 선포됩니다.
이건 ‘묵시룩 4기사의 권능’ 스킬 중 ‘기근의 권능’의 효과였다.
- 해당 지역(10km)이 일시적으로 ‘심연’과 ‘공간 중첩’ 상태에 접어듭니다.
* ‘심연의 백성’ 효과가 적용됩니다. 언데드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10%)
* 일정 시간(1분)마다 무작위 등급의 ‘주인 없는 좀비’가 무작위 숫자(최대 5마리)로 생성됩니다.
‘실시간으로 좀비가 충원된다고?’
‘죽음 도래지’는 언데드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심연’이라는 곳과 공간이 중첩되는 것이었다.
즉, 성우의 군대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불어날 예정이었다.
성우는 그 압도적인 군세를 사방으로 두른 채, 월드 이터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져 있었다.
“······어때, 아직도 달라진 게 없나?”
“······.”
“그래, 여전히 모르겠으면 느끼게 해 줄게.”
그 순간, 성우의 군단이 출렁이며, 거대한 파도가 되어 월드 이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수백 발의 활과 마법이 날아가고 그 뒤로 더 많은 숫자의 언데드가 진군했다.
덜그럭! 덜그럭!
군단의 발소리와 더불어, 뼈 부딪치는 소리가 이 이름 모를 공간 안을 장엄하게 울려댔다.
’무겁다.’
이백 남짓의 병력을 운용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소형차 핸들링과 대형 트럭 핸들링의 차이 같다고 할까?
‘그리고 그만큼 파괴적이다.’
소형차의 돌진과 대형 트럭의 돌진, 아니, 군용 전차의 돌진 만큼이나 달라져 있었다.
새로이 등장한 ‘종말의 군단’은 일반적인 스켈레톤과 확연히 달랐다. 성우가 명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알아서 체계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었다.
녀석들은 병력을 나누어 적을 포위하고 방패를 든 스켈레톤이 앞으로 나아갔다. ‘암흑 사제’들이 녀석들에게 버프를 걸어줄 때쯤, 후방에서 일제 사격이 이루어졌다.
쉬쉬쉬쉬쉬!
또한, 폭탄 주머니 같은 걸 내던지기도 했는데, 폭발과 동시에 심연의 호흡을 방출했다.
덜그럭! 덜그럭!
그 틈 사이로 ‘철갑 기사’가 난입했다. 일반적인 적이었다면 순식간에 와해 될 만큼, 위력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런 잔재주로 나를 잡겠다고?”
월드 이터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콰—앙!
놈이 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충격파가 발생하며 포위망을 좁히던 철갑 기사들을 날려버렸다.
이어서 놈의 검이 붉게 달아올랐다.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기세였다. 성우는 불안감을 느끼고 최대한 멀찍이 물러 섰다.
그때, 놈이 성우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콰과과과과과과!
불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스켈레톤들이 몸을 내던져, 성우의 몸을 가로막는 방어벽을 형성했다.
‘······브레스?’
드래곤의 화염 브레스라고 생각될 만큼 압도적인 화염이었다. 대형 스켈레톤 수십 마리가 통째로 녹아버렸다. 저렇게 녹아버리면 부활이 어려울 듯 싶었다.
“네크로맨서!”
놈은 파도처럼 몰아치는 언데드 군단에 정면으로 맞서며, 그 파도를 연달아 부수며, 성우의 심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쉽사리 다가오지 못한다.’
성우는 뒤로 빠지며 상황을 분석했다. ‘묵시록 4기사의 권능’을 얻기 전이었다면 놈에게 심장을 내줬을지도 몰랐다.
스켈레톤을 아무리 내던져 막아내더라도, 기어코 뚫고 들어와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안 되지.’
하지만 몇 배는 두꺼워진 상태였고, 그 틈바구니에서 버겁게 벗어나는 게 전부였다.
‘심지어 지치고 있다.’
성우는 월드 이터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는게 보였다.
‘무려 43레벨의 기사 계열 플레이어가 저리 쉽게 지친다니?’
다소 이상한 일이었다. 한참 레벨이 낮은 ‘차르’ 역시 성우의 군단에 혼자 맞섰거늘, 지친 기색 따위는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역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야.’
아주 오랫동안 캡슐에 잠들어 있던 만큼, 심신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아무런 아이템도 두르지 않은 맨몸이기도 했기에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게 분명했다.
’역시 이길 수 있다.’
성우는 이리저리 빠지며 또 다른 아이템을 꺼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비형랑의 부채
- 등급 : 신화
- 분류 : 완드
- 효과 : 마법 면역력 상승(+15%), 죽은 이의 영혼(귀신)을 부릴 수 있습니다. (최대 10개) 사용자의 ‘죽음 속성 친화력’에 따라 귀신의 성능이 달라집니다.
- 설명 : ‘귀신을 부리는 자’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우우우우-
성우의 주변으로 10개의 혼령이 피어났다.
- ‘귀신’을 부릴 수 있습니다. (죽음 속성 친화력이 최고 수준입니다.)
* ‘물리 공격’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모든 등급’의 무기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 공격 대상에게 ‘혼란’ 저주를 부여합니다.
* 일정 등급 이하의 대상에게 ‘빙의’ 할 수 있습니다.
성우는 가지고 있는 모든 아이템을 허공으로 흩뿌렸다. 그 순간, 10마리의 귀신이 달려들어 그것들을 낚아챘다.
‘변칙적인 공격을 반복해서 놈의 정신을 빼놓아야 한다. 그럼 반드시 틈이 나온다.’
레바테인, 지배자의 검, 아스칼론, 투사의 족쇄, 리피팅 크로스보우, 핸드 캐논, 겨울 포식자까지······ 고효율의 아이템들이 귀신에 의해 허공을 휘젓기 시작했다.
쩡! 쩡! 쩡!
놈과 무기를 맞부딪치면 그 압도적인 힘에 튕겨 나고 말며, 뒤로 날아가 아군에게 부딪쳐 피해를 주기까지 했다. 민석이 단 1합 만에 무릎을 꿇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형체가 불분명한 귀신이라면, 튕겨 나가더라도 아군 진영을 흐트러뜨릴 염려가 없었다.
쩡! 쩡! 쩌一엉!
월드 이터는 변칙적으로 날아드는 마법 무기들을 튕겨내는 데 적지 않은 움직임을 할애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그게 일반적인 아이템도 아니 었으며 죄다 전설과 신화 등급은 아이템이었으니, 충격이 남달랐다.
레바테인은 마그마를 뿜어 댔고, 겨울 포식자는 빙결 탄환을 날렸으며, 리피팅 크로스보우는 쉴 새 없이 화살을 퍼부어 댔다.
그리고 무엇보다······.
- ‘투사의 족쇄’에 의해 무기가 봉인 됩니다. (5분)
투사의 족쇄가 작용하고 있었다.
“끝이다!”
“······뭐, 뭐야?”
투사의 족쇄에서 보라색 사슬이 뿜어져 나오며, 성우의 모든 무기, 그리고 월드 이터의 검까지 예외 없이 휘감아,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이제 5분간 무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레벨이 높고, 아이템이 좋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성우는 정신없이 휘몰아치며, 놈이 투사의 족쇄 효과를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다.
제아무리 게임의 엔딩을 본 고수라고 할지라도, 방심하는 순간 게임 오버되기 마련이었다.
“······큭!”
놈의 입에서 처음으로 쉰 소리가 나왔다. 당황을 넘어서 위기를 느낀 것이다.
“그래, 어디 끝을 보자.”
놈은 악을 담아 그렇게 말하더니 왼손을 등 뒤로 뻗었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광선 한 줄기가 쏘아졌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쿠구구구-
뿌리가 관통되고 외부로 이어지는 통로가 생긴 것이었다.
“······방주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 마물을 끌어들이지 않았지만, 더는 잃을 게 없다.”
놈의 말에 끝남과 동시에 구멍 밖에서부터 끔찍한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끄에에! 끄에에!
마물이었다. 세계수 밖에 도사리고 있던 놈들이, 소음과 냄새를 맡고 떼거리로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는군, 눈깔 괴물?”
놈은 최후의 수단으로 세계수 밖의 마물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마치 둑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엄청난 숫자의 마물이 세계수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발악일 뿐이었다.
- ‘외부 차원의 존재(하급 마물)’을 사냥하여 5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하급 마물)’을 사냥하여 5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하급 마물)’을 사냥하여 5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하급 마물)’을 사냥하여 50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더는 언데드 군단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구멍을 틀어막고, 머리 위로 쏟아져 들어오는 마물을 차례차례 잡아 죽이기 시작했다. 하물며······.
- ‘죽음’을 흡수하여 모든 스킬 효과가 상승합니다. (1%)
- ‘죽음’을 흡수하여 모든 스킬 효과가 상승합니다. (1%)
- ‘죽음’을 흡수하여 모든 스킬 효과가 상승합니다. (1%)
- ‘죽음’을 흡수하여 모든 스킬 효과가 상승합니다. (1%)
마물의 죽음은 ‘묵시록 4기사의 권능’에 따라, 성우의 힘으로 치환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네크로맨서를 물량으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무용지물이었다.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시너지를······.”
월드 이터의 얼굴이 확연하게 일그러졌다. 당황을 넘어, 위기를 넘어, 공포가 번져나갔다.
“너무 오래 자더니 감을 잃은 모양이야?”
성우는 월드 이터가 놓친 ‘지배자의 검’ 앞에 섰다. 5분 뒤에 봉인이 풀릴 것이었다.
성우는 고개를 돌려, 지나온 곳, 거대한 뼈가 잠들어 있는 공동 쪽을 바라보았다.
“······5분 뒤에 완전히 재워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