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
60) 악마의 세계수, 월드 이터 - 2
월드 이터의 정체는 멸망한 월드의 플레이어였다.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악신을 자처하며 다른 월드를 집어삼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 세계를 공격해야만 하는 이유가 뭐지?’
이곳의 상황을 볼 때,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게 분명했다. 지나오면서 목격한, 캡슐 안에 잠들어 있는 플레이어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성우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놈이 응하지 않았다. 애초에 놈의 목적을 위해서는 다른 월드, 성우가 사는 세계의 멸망이 필요한 듯했다.
즉, 대화로 풀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
놈은 말없이 성우를 내려다보았다. 무표정 안에서 강한 의지와 살기가 느껴졌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먼저 죽일 수밖에 없다.’
성우는 그림리퍼를 움켜쥐며 등 뒤로 언데드 군단을 소환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죽음의 응답’이 시작됩니다.
성우의 등 뒤로 압도적인 숫자의 언데드 군단이 등장했다. 함정 구덩이 안에서 얻은 ‘악령 마법 설명서’의 효과로 군단의 숫자가 대폭 증가한 상태였다.
최대 권속이 85마리, 죽음의 응답으로 소환된 좀비가 60마리, 플래시 골렘이 2마리였다.
덜그럭! 덜그럭!
뼈 부딪치는 소리가 이 장소를 가득 채우는 가운데, 성우의 좌우로 데스나이트 민석, 리치 빅터, 듀라한이 차례 차례 소환되었다.
“딱! 이번엔 저 한 놈뿐입니까?”
“······하지만 범상치 않아 보이는군요.”
이들 셋은 미르와 더불어 ‘특수 권속’으로 분류되어 ‘최대 권속’을 초과하여도 소환할 수 있었다.
“저도 소환하겠습니다! 딱!”
빅터 역시 제 권속을 소환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죽음의 응답’이 시작됩니다.
빅터는 아직 ‘대강령’ 스킬을 익히지 못했기에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양질의 스켈레톤을 다룰 수는 없었지만, 심연 속, 주인 없는 좀비를 소환하는 ‘죽음의 응답’을 쓸 수 있었다.
우어어一
좀비 15마리가 등장하여 미약하게나마 권세를 부풀렸다.
끙!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이어서 미르까지 ‘치킨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사실 리치가 소환한 병력치고는 한 줌에 불과했지만, 성우는 그 병력을 무려 2배로 불릴 수 있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그림자 군단’이 일어납니다.
성우의 머리 위에 ‘그림자 왕의 왕관’이 생성되며 그림자 군단이 일어났다.
츠츠츠츠츠—
병력이 정확히 2배로 불어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는다!”
“후방에서 전투 지원을 준비한다!”
플레이어들은 언데드 군단에게 정면 승부를 맡기고 후방으로 빠지며 저격과 마법을 준비했다.
성우는 자신의 병력을 슬쩍 돌아보았다. 이곳, 승리자의 요람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언데드 군단을 모조리 소환할 정도는 됐다.
’이렇게 300마리가 훨씬 넘는다.’
오히려 적당히 넓기에 다수의 병력으로 단 한 놈의 적을 포위하고 짓눌러 버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월드 이터의 표정은 담담했다. 심지어 그 모든 과정을 아무런 방해없이 묵묵하게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
그는 자신의 방을 채운 언데드 군단을 쭉 훑어보더니 다시 성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소용없어. 너는 나를 이길수 없다.”
그가 내린 결론은 너무나 간단했다. 그런데 그의 냉랭한 표정이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내가 만난 놈들 대부분이 그렇게 말했어.”
성우는 기고만장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그래, 넌 분명 너희 월드, 너희 서버에서는 손에 꼽는 강자다 . 하지만 나는 달라. 너는 이곳에 잘못 들어왔어.”
그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려 그 끝을 성우에게 겨누었다. 뻣뻣한 움직임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몸을 쓰지 않아서 그런 걸까? 창백한 안색과 벌거벗은 몸과 더불어 어딘가 병약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외양과 달리, 놈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힘은 엄청났다.
“이곳, 마굴의 공략 권장 레벨이 왜 43인 줄 아나?”
“······.”
“이곳의 최종 보스가 바로 나고 내 레벨이 43이기 때문이야. 쉽게 말해, 네가 올 곳이 아니다.”
성우의 레벨은 고작 24였다. 둘 사이의 레벨 격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랑 19레벨 차이라고?’
성우는 지금까지 레벨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왔다. 레벨 업으로 얻을 수 있는 전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칭호 획득’이나 ‘아이템 효과’ 또는 ‘시너지 효과’ 등 특별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훨씬 큰 힘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무려 19레벨 차이라면“······ 이야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하물며 신격도 2개 이상일 것이다.’
성우가 2개의 신격을 얻기 직전이다. 그렇다면 놈 역시 최소 2개, 어쩌면 그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성우는 한 걸음 물러섰다. 언데드 군단이 꿈틀거렸다. 놈이 한 걸음 다가왔다.
“이제 너는······ 그저 조용히, 우리의 양분이 되어라.”
그 순간, 놈의 몸에서 무언가 터져 나왔다.
쿠구구구구—
투명한 파동이었다. 그건 마치 소닉붐처럼, 방 안의 모든 것들을 뒤흔들었다.
콰— 과— 과— 과— 과!
뿌리 다발이 잘리고 뽑히며 허공을 흩날렸다. 언데드 군단은 뒤로 밀려났다. 플레이어들은 몸을 웅크리고 고통을 호소했다.
“······윽!”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이건 마나 폭풍이었다. 놈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 신격(神格)을 마주합니다.
* 당신의 자격이 충분하여 신격을 마주 볼 수 있습니다.
놈이 신격을 드러낸 것이었다.
“······네크로맨서!”
그때, 검은 사자가 성우를 불렀다. 성우는 고개를 슬쩍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뭔가 다르다! 저자의 몸 안에서 드래곤과 세계수에서나 풍길 법한 힘이 느껴진다!”
“······뭐?”
세계수와 드래곤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대체 무슨 신격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때, 놈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래, 나는 드래곤의 주인이자, 다른 드래곤을 죽이고 그의 피를 취한 자, 그 이후 세계수를 갉아 먹고 자란 자, 그럼으로써 드래곤 그 자체가 됐다!”
그 말을 끝으로 놈이 달려들었다. 성우를 향해 투창처럼 쏘아졌다.
성우는 뒤로 빠지며 ’겨울 포식자’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놈을 향해, 정확히 3발을 갈겼다.
쩡! 쩡! 쩡!
지금까지 그 무엇이든 얼려버렸던 강력한 빙결 탄환이지만, 소용없었다.
놈은 검 끝을 슬쩍 내미는 것만으로도, 목전까지 다가온 빙결 탄환을 증발시켜버렸다.
“젠장!”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성우를 향해 찌르기를 날렸다. 성우는 옆으로 빠지며 스켈레톤을 움직여 가로막았다.
퍼버버버버—
단 한 번의 찌르기에, 십여 마리의 스켈레톤이 줄줄이 조각났다. 십여 미터를 관통한 것이다.
이어서 오른쪽으로 검을 휘두르자 광포한 바람이 일어나며 일대의 모든 걸 휩쓸어버렸다. 놈을 향해 달려들던 언데드 군단이 장난감처럼 무너져내렸다.
‘저건 무슨 말도 안되는······.‘
검기 같은 스킬도 아닌, 그저 검을 휘둘러 바람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수 십 마리를 베어 넘긴다니?
놈을 향해 마법이 떨어졌다. 후방의 플레이어들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놈이 머리 위로 검을 휘두르자······.
후— 웅!
광풍이 불고 마법이 역행하여 치솟더니 천장을 때렸다.
콰과과과과—
뿌리 조각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마,말도 안 돼!”
“어떻게 저렇게 간단하게······.“
가히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 한 장면 앞에, 플레이어들은 당황은 금치 못했다.
“······다, 다시! 대규모 마법 준비해!”
그 순간. 놈의 시선이 후방의 플레이어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눈이 붉게 빛나며 무언가 시작됐다.
- 주의! ‘드래곤 피어’가 발동합니다.
* 격이 낮은 생명체를 경직시킵니다.
“드, 드래곤 피어?”
그 순간, 지성을 가진 모든 이들의 몸이 굳었다.
“컥!”
“허!”
“모, 모······.“
신격이나 외부 차원의 존재를 마주할 때는 느끼는 위압감, 그것과 차원이 달랐다.
플레이어들은 말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서, 제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일부는 풀썩 쓰러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신격을 가진 성우조차도 허벅지가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일전에 미르가 썼던 드래곤 피어, 그것과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기술이다.’
이로써 용과 관련된 신격을 가졌다는게 확실해졌다.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야 해.’
성우는 언데드 군단을 던지며 놈의 시선을 끌었다. 놈이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사의 군단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는 없었다.
철컥一
성우는 놈의 시선 뒤로 돌아나가며 겨울 포식자를 ‘확산 모드’로 바꾸었다. 단발 정도의 위력으로는 놈을 저지할 수 없었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그림리퍼를 움켜쥐었다.
- 당신의 무기에 ‘악령 폭격’이 깃듭니다. (MAX)
겨울 포식자는 눈속임일 뿐, 진짜 한 방은 따로 준비했다.
‘ 지금이다.’
놈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정면으로 돌진하는 듀라한을 ‘유령 기사단’ 통째로 날려버렸다.
이어서 민석의 쏘아 보낸 검은 사슬을 튕겨내는 사이, 성우는 놈의 옆구리를 향해 총구를 들어 올렸다.
쩌저저저저저一
수십 발의 빙결 탄환이 뿜어져 나가며 일대를 얼리기 시작했다. 언데드 군단 역시 그 범위 안에 있었다. 녀석들을 빗겨서 쏠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월드 이터는 느긋하게 돌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후우우우웅!
역시나 광풍이 일며 빙결 탄환이 역행했다. 성우를 향해 눈보라가 쓰나미 처럼 몰아쳤다. 그 사이에 있던 백여 마리의 언데드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큭!”
찰나의 순간, 성우는 ‘그림자 이동’ 기술을 활용하여 놈의 뒤로 순간 이동 했다. 동시에 그림리퍼를 휘둘러 ’악령 폭격’을 쏘아 보냈다.
‘됐다!’
수십 개의 구체가 놈을 향해 내리꽂혔다. 놈도 몸을 움직여 피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한 걸까?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뭐? 고작 인상을 찌푸린다고?’
고작 짜증을 내는 것 정도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이런 회심의 일격을 날린 게 아니었다.
구一 구一 구一 구一 구一 궁一
검은 구체가 폭발하여 검은 일렁임이 터져 나왔다. 그것들은 중력처럼 작용, 일대의 공간을 강력하게 짓누르며 놈이 밟고 선 재단이 폭삭 주저앉았다.
쿠구구구구······.
바닥이 반구형으로 파이며 공간 전체가 뒤흔들렸다. 막대한 연기가 뿜어져 오르고······.
“소용없다.”
놈의 몸이 움푹 파인 구덩이 안에서부터 천천히 치솟았다. 역시나 아주 멀쩡한 상태였다.
’저게 뭐지?’
놈의 창백한 알몸 위로 무언가 흐르고 있었다. 검붉은 피 같았다. 그런데 놈의 피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검의 자루에 박힌 보석에서 흘러나와 몸을 뒤덮으며 붉은색의 갑옷을 형성했다. 마치 용의 비늘 같은 생김새였다.
‘설마무적인가?’
육안으로 볼 때 조금의 데미지도 들어가지 않았다. 일전에 상대한 차르의 ‘거북 형상’처럼 어떤 방어막도 나타나지 않은 걸 보면 완벽한 ‘무적 판정’일 가능성이 컸다.
츠츠츠츠—
다만, 곧장 흘러내리며 벗겨지는 걸 보아하니 그 상태를 항시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했다.
“포기해. 너희는 여기서 죽지 않더라도 어차피 다음 전쟁에서 죽을 목숨이었다.”
베이징에 열어둔 수십 개의 마굴의 문을 뜻하는 모양이었다. 놈의 말처럼 여기서 이기지 못하면, 탈출한다고 한 들 미래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러하니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아무리 생각해도 내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성우는 냉정하게 판단했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새로운 방법 없이, 자신이 가진 무기만으로는 저놈을 이길 수 없었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일단 탈출이라도해서······.’
그 순간 하나의 아이템이 성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 두 번째 그림리퍼?’
그 순간 놈이 달려들었다. 기습적으로 쏘아져 성우의 목덜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너무나 빨랐다.
’······어림없다!”
민석이 튀어나와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렇게 두 개의 ‘지배자의 검’이 맞부딪쳤다.
쩌一 어一 엉!
굉음이 울리며 민석의 무릎이 꺾였다. 그리고 그의 팔이 뒤로 크게 튕겼다.
“······큭!”
데스나이트조차 월드 이터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무력하게 무너진 것이다.
“응?”
그런데 무슨 일인지 월드 이터는 추가 공격을 날리지 않았다. 그는 민석이 쥐고 있는 ‘지배자의 검’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민석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꽈득一
“이 검, 네가 휘두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민석이 쥐고 있는 게 자신과 같은 무기라는 걸 확인하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큭? 네, 네가 뭔데 그걸 판단해?”
“너, 이게 뭔지는 아나?”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꽈드드!
월드 이터가 그의 손목뼈에 균열이 일어날 정도로 움켜쥐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큭! 아, 알아. 벌거벗은 멍청이가 휘두르거나 아니면 오, 옷은 입었지만, 뼈밖에 남지 않은 놈이 휘두르는······ 다소 변태적인 도구 아닌가? 너만큼은 아니지만 퍽 어울리지?”
민석의 반문에 월드 이터의 얼굴 위로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멋모르고 모욕하지 마라. 나는······ 이 검을 제대로 쥐기 위해서 숱한 동료를 잃었다.”
“······.”
“나는 그 누구보다 무력했지만, 언젠가 달라질 걸 알았기에 이 세계의 미래를 위해서 그들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단 말이다.”
성우는 그 대사에서 과거에 본 용기사 소년이 떠올랐다. 용기사라는 직업은 분명 초반에는 한없이 무력했다. 월드 이터 역시 그랬던 걸까?
“······이 한 자루의 검은 그렇게 버티고 버텨, 잃고 잃어, 그 모든 피와 인내와 맞바꾸어 얻은 힘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세계를 재건할 힘이기도 하다. 네놈들은······ 절대 알 수 없다. 당장 이 검을 내려놓아라.”
이제는 그 목소리에서 울분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민석도 그 감정을 느꼈는지 담담하게 놈을 올려다보았다. 민석은 누군가를 지켜내고자 하는 그 기분을 잘 아는 사내였으니 말이다.
“하하하······.”
그런데 어디선가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참나, 그럼 그거 그냥 내줘요.”
성우였다. 두 사람이 성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예?”
“······뭐?”
성우는 얼굴 한가득 조소를 담았다.
“아까부터 최후의 플레이어다, 구원자다, 뭐다······ 자기 세계를 지키지도 못한 실패한 수호자 주제에 보상 심리만 가득해서 이거야 원······.”
그리고는 고갯짓으로 월드 이터를 가리 켰다.
“······너, 무능의 표본이네. 이 세계가 왜 멸망한 건지 알만해. 너를 위해 죽은 네 동료, 투자 실패야.”
놈은 민석의 팔목을 던지듯 놓고는 성우에게 다가왔다. 창백한 얼굴 위로 붉은 기운이 번지고 있었다. 분노였다.
“······네크로맨서, 조금 더 가까이 와서 다시 말해 봐.”
“그건 싫어. 그리고······.”
성우는 천천히 물러섰다 놈의 어깨너머,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지금이야!”
성우의 외침과 동시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웨어 울프 스켈레톤 한 마리를 움직였다.
녀석은 두 번째 ‘그림리퍼’를 쥐고 있었는데, 그 물건을 어딘가를 향해 내던졌다.
“아저씨!”
그 거대한 무기는 가장 믿음직한 존재, 민석을 향해 떨어졌다. 민석이 팔을 뻗었다.
척一
그리고 그 물건이 민석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동시에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 당신의 권속 ‘데스나이트’가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여 ‘리치’ 상태에 이릅니다.
쿠우우우一
민석의 몸에서 보랏빛 광채가 번져 나왔다. 진하게 농축된 죽음의 에너지였다.
“윽! 이, 이 힘은?”
이미 ‘죽음 마법사 임명’으로 ‘스켈레톤 메이지’ 속성을 가지고 있던 민석이었다.
하물며 이미 한 번 죽음 목숨이기에 ‘죽음 목도’라는 특별한 조건까지 만족했다.
“ 하아······”
민석은 그렇게 사신의 낫인 ‘그림리퍼’를 얻음으로써, 최강의 죽음 마법사인 ‘리치’로 거듭날수 있었다.
구구구구一
일대가 뒤흔들렸다.
- 팀플레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부여됩니다.
‘된다.’
3마리의 리치만으로도 극강의 시너지를 효과를 발휘했던 게, 4마리 리치가 됨으로써 한 단계 격상되었다.
[시너지 목록]
7) 묵시록의 현현(히든)
- 구분 : 직업 시너지
- 조건 : ‘리치’ 단계의 죽음 마법 사용자 4명 이상
- 효과 : 전용 스킬 ‘궁극’ 단계로 격상(랜덤 1종), 특수 스킬 ‘묵시록 4기사의 권능’을 얻을 수 있다.
“······뭐야?”
별안간 벌어진 알 수 없는 현상 앞에, 월드 이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종전에, 악령 폭격에 당하기 직전에 지었던 살짝 찡그린 표정과 다르게, 이번에는 짜증을 넘어선 어떤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 감정은······.
“왜 그래, 설마 당황했나?”
분명 당혹감이었다.
“······.”
성우는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시너지 효과로 얻은 ‘묵시록 4기사의 권능’ 특수 스킬의 정보였다.
그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초월 등급의 스킬? 궁극 등급이 끝이 아니었어?”
레벨의 격차를 접어버릴 만큼, 엄청난 게 손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