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74화 (174/244)

# 174

59) 제주도, 마굴 공략 - 5

메신저호는 말라비틀어진 한강을 따라서 서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세계수의 그늘로 안으로 접어들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 안으로 세계수의 가지가 튀어나왔다가 구부러져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기괴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마치 용 수십 마리가 뒤엉켜서 날아 가는 것 같네요.”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기에 압도적인 걸 넘어, 마치 뜯어진 천장 안의 배관과 배선이 뒤엉켜 있는 걸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게 바로 세계수의 완성 상태다.’

그 존재를 더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성우는 확신했다. 저건 ‘악마의 세계수’가 분명했다.

‘예언석에서 봤던 그대로다. 다른 점 이라면 지금은······ 죽어있다.’

악마의 세계수에서는 그 어떤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런 막강한 존재라면 분명 특별한 기척을 물씬 풍겨야 정상이었다.

성우의 세계수만 하더라도 밤낮 할 것 없이 시퍼런 빛을 뿜어대지 않던가? 그리고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마나를 방출하기까지 했다.

“혹시 저 세계수에게서 뭔가 느껴지나?”

성우는 검은 사자에게 물었다. 그는 특별한 능력을 통하여 세계수의 탄생을 직감했을 만큼 감각이 뛰어난 편이었다.

“아니, 저건 죽었다. 내가 볼 땐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압도적으로 큰 크기이긴 하지만, 구름 너머까지 뻗어 오른 가지는 이파리 하나 없이 앙상했다.

그리고 그 아래, 여의도를 두르는 한강 줄기 안으로 아직 채 썩어 문드러지지 않은 거대한 이파리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다만, 세계수 아래, 지하에서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처음에 감지했던 주기적인 진동의 진원이 바로 저기야.”

검은 사자가 다시 한번 방향을 짚었다. 역시 세계수가 괜히 서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게 ‘마굴의 심장’과 관련이 있는 건가?”

“아마도 그런 것 같군. 단순히 위치로만 본다면 말이야.”

하지만 저 거대한 나무 아래로 들어갈 만한 방법이 요원했다.

“메신저호를 두고 내려가야 할까요?“

경수의 의견처럼, 당장은 뿌리 사이의 틈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저 거대한 나무 아래, 뿌리 사이의 미로를 헤매는 것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글쎄요. 일단 조금만 더 확인해보죠.”

성우의 말에 메신저호는 속도를 줄이고 세계수 주변, 여의도 지역을 천천히 돌아보기 시작했다.

빌딩 대부분이 무너졌지만, 일부는 뿌리 사이에 기울어진 채 위태롭게 서있었기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어! 저기! 세계수의 중단쯤에 거대한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이내 승무원 한 명이 중대한 힌트를 발견했다. 경수가 망원경 아이템을 사용하여 확인한 뒤, 성우에게 넘겨주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분명 엄청 큰 구멍입니다. 꼭 뭐랄까, 고목에 난 옹이 같은데, 메신저호가 착륙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우는 망원경으로 구멍을 살폈다.

“······무언가 꿰뚫고 들어간 흔적 같군요.”

저런 구멍이 자연스레 생겼을 리도 없었다. 무엇보다 구멍의 테두리가 안 쪽으로 우그러져 있었다. 강력한 힘이 작용하며 변형이 생긴 흔적이었다.

“그렇습니까? 대체 뭐가 저걸 꿰뚫었을까요? 다른 것도 아니라 한국 서버 전체를 잡아먹은 괴물을요?”

“그건 직접 가서 확인해봐야겠지요.”

메신저호가 방향을 틀어 구멍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모든 게 쉽게 풀리지만은 않았다.

구구구구구一

어디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굉음이 울렸다. 마치 거대한 천 조각이 바람이 흔들리는 듯, 무언가 일제히 움직이는 듯한 공기의 파동이었다.

이어서 갑판 위로 수십 개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함교에 있던 모두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뭐, 뭐야?”

“······박쥐?”

박쥐라, 아주 멀리서 볼 때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무언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가 거꾸로 낙하한다면, 익히 알고 있는 박쥐에 대입해 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들이 매달려 있던 천장이란 게······ 구름 위까지 드리운 세계수의 가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날개를 단 거대한 생명체들이, 수천 미터 상공에서 벌떼처럼 내려오기 시작했다.

구구구구구一

그것들이 날개를 펼치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습격이다! 전원 전투 준비!”

경수의 외침과 함께 함교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승무원들이 바쁘게 게시판을 두드려댔다.

“외부 방어막 가동합니다!”

“모든 포탑 장전 완료!”

“전속력 회피 기동 체계로 돌입합니다!”

성우는 구름 속, 가지 사이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그것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건 너무 많다. 그리고 너무 빠르다. 얼마 버티지 못한다.

“세계수의 구멍을 향해 최대 속도로 가야 합니다!”

성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경수 씨, 당장 세계수의 넝쿨, 그 아이템을 꺼내주세요. 그리고······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저런 괴물이 떼거리로 몰아치는 상황에서 성우 말고는 그 누구도 갑판 위에 설 수 없을 것이었다.

“아니, 나도 나갈게.”

그런데 리웨이가 그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그 뒤로 한호도 엉거주춤 걸어나왔다.

“뭐, 비록 상급 정령을 다 잃었지만, 한 서버의 랭킹 1위로서 아직 한 가닥 해.”

“어, 저는······ 팔이 6개예요.”

성우는 둘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말리진 않아. 그런데 쓸데없이 죽지는 마.”

리웨이는 턱을 치켜들며 기고만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몇 번 말했듯, 내가 잘하는 게 죽을 위기에 처하는 거잖아? 그렇다는 건 정작 죽는 건 잘못 한다는 거야.”

그래, 비록 황제에게 패했지만, 놈에게 살아남아 도주했다는 것만으로도 리웨이는 강자가 분명했다.

심지어 마굴을 통해 탈출한 뒤, 다시 베이징에 침투하여 싱 장군의 거처에서 ‘악마의 석상(축복의 증표)’을 털어 나오지 않았던가?

그렇게 세 사람이 문밖으로 나갔다.

“리웨이, 혹시 저것들이 뭔지 알아?”

성우는 선루 갑판으로 향하며 물었다 . 이에 리웨이는 음, 하고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글쎄, 내가 들어간 마굴에서는 날개 달린 놈은 못 봤어. 네가 연 마굴의 문은 2층이잖아? 아마도 서로 다른 곳이 아닐까?”

1층과 2층이 다른 세계다? 이렇다 할 근거는 없었다만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리웨이의 추론 대로라면 이렇게 폐허가 된 차원이 한 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우리가 N층이 되는 일은 없어야겠어.”

성우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응? N층이라니?”

“내가 느끼기에는 여긴 한 게임의 결말이 지난 뒤, 폐기된 것 같은 곳 같다. 우리의 결말 역시······ 다르지 않을 수 있지.”

성우 답변에 리웨이는 혀를 내둘렀다

“뭐? 미친, 그럼 폐기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성우 잠시 고민을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모든 게임은 어떤 엔딩을 맞더라도 결국 폐기될 운명이야.”

이에 한호가 덧붙였다.

“그렇겠죠? 게임이란 게 원래 즐기는 사람이 질려서 외면하면 그대로 영원히 끝나는 거니까요.”

다만, 그 게임을 즐기지 않고 오히려 불쾌하게 여기는 이가 성우를 돕고 있었다.

‘이 게임의 붕괴를 원한다는, 그 말을 믿는 수밖에 없다.’

철컥一

세 사람은 선루 갑판으로 나왔다.

“벌써 가까워졌군.”

그것들의 접근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그리고 무려 천여 마리에 달해 보였다.

마치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이집트의 10가지 재앙 중, 거대한 메뚜기 떼가 창궐하는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허, 허허······ 저, 지금이라도 기권하는 건 좀 그렇죠?”

이대로라면 메신저호가 세계수의 구멍에 도착하기 전에 저 괴물들에게 휩쓸리고 말 것이었다.

“그래서 네크로맨서, 네 계획은 뭐야 ? 저것들 엄청 커. 이깟 비행선 따위 피라냐가 돼지 사체 파먹듯 잘게 조각 내버릴 거야.”

머리부터 꼬리까지 약 5미터, 생김새는 이전에 보았던 ‘하급 마물’과 비슷했지만, 뒷발이 맹금류처럼 날카로웠다. 그것에 붙잡히면 뼈도 못 추릴 것이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대강령(大降靈)’이 시작됩니다!

성우는 우선, 갑판 위로 언데드 부대를 소환했다. 마물의 발톱에 끌려가지 않게 ‘트롤 스켈레톤’ 같이 덩치가 큰 녀석들로 골랐다.

“딱! 주인님?”

“응? 여기는 어디······.“

그 사이에는 빅터와 민석도 섞여 있었다.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턱을 쩍 벌렸다.

“딱딱“ 여, 역시나 이런 상황에서만 눈을 떠야 하, 하군요?”

“뭐, 이제는 익숙하지만······.“

그때, 경수와 승무원 몇 명이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성우가 부탁한 물건이었다.

“성우씨, 여기 세계수의 넝쿨입니다.“

“알겠습니다.”

“후······ 행운을 빌겠습니다.”

그들은 그 아이템을 내려놓은 뒤 급히 돌아갔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세계수의 넝쿨

- 등급 : 신화

- 분류 : 특수 장비

- 효과 : 넝쿨 한쪽을 어딘가에 묶고 , 다른 한쪽을 물체에 연결하면 강력한 힘으로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미국 공습 당시 워싱턴 함대를 하이퍼 게이트 너머로 견인할 때 썼던 만큼,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뼈 무기 제조.”

성우는 트롤 스켈레톤 몇 마리를 소환 해제한 뒤, 뼈와 세계수의 넝쿨을 조합하여 새로운 무기를 제작했다.

절그럭一

넝쿨의 끝부분에 갈고리가 달린 형태였는데, 어딘가에 걸린다면 쉽게 빠지지 않을 만큼 구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갈고리 부분 외에도 긴 넝쿨을 따라, 날카로운 직선 형태의 칼날이 수백 개나 달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긴 생선 가시 같은 모양새였다.

“그게 뭐야?”

물의 정령을 소환하던 리웨이는 그 물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험치와 골드를 끌어모아 줄 물건이야.”

“······그게?”

트롤 스켈레톤들이 그 기괴한 무기를 집어 들었다. 총 7개였는데, 개당 최대 길이가 무려 100미터에 이르렀기에 무게가 상당해 보였다.

“······그 수백 개의 칼날이 달린 100미터짜리 갈고리 밧줄이?”

리웨이는 그게 도대체 무엇을 위한 물건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는 듯 되 물었다. 하지만 성우는 이 아이템의 가능성을 믿었다.

’어쩌면 지금, 머리 위로 경험치가 쏟아지는 걸 수도 있다.’

애초에 마굴에 들어온 중대한 이유 중 하나는 레벨 상승이었다. ‘염라’ 신격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25레벨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순간일지라도, 어떻게든 이득을 취해야만 한다.’

콰—앙!

이내 첫 번째 캐논이 불을 뿜었다. 견제 사격이 시작된 것이다.

쿠구구一

하지만 화력을 100% 발휘할 수는 없었는데, 비행선에 설치된 캐논은 대부분 지상을 공격을 위해 설계되었기에, 공중을 조준할 수 있는 각도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콰—앙! 콰—앙!

연이어 두 발이 터졌다. 머리 위를 시커멓게 뒤덮은 마물 사이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말도 안 돼! 캐논이 큰 효과가 없는데요?”

하지만 제주도에서 상대했던 ‘히포그리프’처럼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정통으로 맞은 놈은 힘을 잃고 낙하했지만, 그 주변에 있는 것들은 그저 조금 충격을 받은 듯 휘청거릴 뿐이었다.

끄에! 끄에에!

놈들의 강하 속도는 줄지 않았고 어느새 수백 미터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선배? 놈들이 와, 와요!”

“제, 젠장! 흐르는 장벽!”

리웨이가 그렇게 외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등 뒤에 소환되어 있던 작은 크기의 ‘물의 정령’들이 공중으로 튀어 오르며 넓게 퍼지더니, 비행선의 상층부를 돔처럼 뒤덮었다.

쿠구구구一

정확히는 돔 형태를 유지하며 거칠게 흐르는 물줄기였다.

“방어막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걸로 밀어내는 것뿐이야! 오래 버티진 못해! 망할, 상급 정령만 있었어도······.“

비행선 자체의 마법 방어막과 리웨이의 방어막, 총 두 겹이 덧씌워졌다.

“그래, 나쁘지 않아.”

성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도 아주 잠깐은 버텨내 줄 것이었다.

끄에에! 끄에에! 끄에에!

머리 위로 역겨운 괴성이 점점 짙어져 갔다. 이런 연약한 비행선 따위, 단숨에 짓이겨 버릴 기세였다.

“······선배? 뭔가 계산하고 있는 거죠? 그렇죠?”

다른 이들이 우려의 눈빛을 보내는 사이, 그는 숨을 고르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계산하고 있는 게 맞았다.

‘더 가까이 와라.’

그리고 놈들이 마침내 어느 반경 안으로 들어오자,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 당신의 신격이 ‘중급 마물’의 능력치를 대폭 하락시킵니다. (-25%)

“ 역시나.”

저것들이 아무리 강한 존재라고 한들, 대만에서 마주한 마물이 그러했던 것 처럼, 신격을 가진 성우 앞에서는 위압감을 느끼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말이다.

끄에?

아니나 다를까, 전속력으로 하강하던 놈들이 잠시 머뭇거리며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그건, 무언가를 정밀하게 맞출 수 있는 순간이 왔다는 뜻이었다.

“지금이야! 갈고리를 던져!”

트롤 스켈레톤들이 특수 제작된 갈고리를 있는 힘껏 내던졌다. 갈고리는 수직으로 치솟아, 마물들 틈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텅一텅一텅一텅一

7개 모두 어딘가에 걸리며 팽팽하게 당겨졌다.

“힘을 풀어!”

성우의 외침과 동시에 트롤 스켈레톤들이 갈고리를 놓았다. 그러자 갈고리에 걸린 놈들이 본능적으로 높이 올라 가기 시작했다. 갈고리를 떨쳐내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촤라라라라一

마치 무거운 닻이 풀리는 것처럼, 세계수의 넝쿨이 순식간에 빨려 올라갔다.

‘좋아. 더 올라가라. 더 높이······‘

갈고리에 걸린 놈들은 기겁하며, 살충제를 맞은 파리처럼 발광하며 날아 다니기 시작했다.

‘된다.’

이 괴상한 무기의 진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휘되었다.

촤좌좌좌좌!

갈고리에 걸린 놈들의 움직임에 따라, 넝쿨에 달린 수백 개의 칼날이 허공을 휘저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일정한 대열 없이 그저 본능적으로 날아다니는 놈들은 허공을 휘젓는 긴 ‘직선’을 피해낼 재간이 없었다. 하물며 그게 7개나 된다면 더더욱 피하기 어려웠다.

“허, 허허······ 저게 뭐, 뭐야?”

“세상에······.”

촤좌좌좌좌!

마치 ‘나일론 커터’를 길게 내뺀 예초기 7대가, 메뚜기 떼를 갈아버리는 것만 같았다.

“다시 넝쿨을 잡아!”

트롤 스켈레톤이 넝쿨을 움켜쥐자, 상승하던 갈고리가 다시 당겨지기 시작했다. 세계수 넝쿨의 마법적인 힘 덕분에 아주 손쉽게 끌어당길 수 있었다.

촤좌좌좌좌!

이번에는 힘주어 휘두르는 방향에 따라 넝쿨이 요동치며, 걸리는 모든 것들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후둑一 후두두一

뜯겨 나간 살점과 절단된 팔다리가 방어막 위로 쏟아져 내렸다. 특히나 피막의 날개는 너무나 쉽게 찢어졌는데, 그렇게 날개를 잃은 놈들이 불나방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끄에一 끄一끄에에一

- ‘외부 차원의 존재(중급 마물)’을 사냥하여 8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중급 마물)’을 사냥하여 8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중급 마물)’을 사냥하여 8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한 마리 당 무려 85만 골드가 들어왔다. 말도 안 되는 양이었다. 그리고 경험치 역시 엄청나게 들어왔을 것이었다.

‘확실히 여기는 역대 최고의 사냥터다.’

마굴은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막대한 경험치와 골드를 선사해주는 ‘금광’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은 금물이 었다.

“3시 방향, 놈들이 몰려와요!”

칼날 넝쿨이 활약한다고 한들, 천여 마리에 이르는 놈들을 완벽히 차단해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수십 마리가 비행선의 방어막 위에 내려 앉았다.

텅! 텅! 텅! 텅! 텅!

그것들이 발톱을 들어 올려 방어막을 긁어대자, 리웨이가 만들어 낸 방어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감당할 수 없는 데미지였다.

“저리 꺼져!”

리웨이가 손을 위로 뻗자 물의 정령으로 이루어진 방어막이 격하게 출렁거리며 들러붙어 있던 놈들을 튕겨냈다.

“으으! 뭐라도 더 쏴 봐!”

안에서 밖으로 튀어나가는 물체는 그대로 통과되었기에, 성우는 겨울 포식자를 들어 올려, 한 마리 한 마리 요격하기 시작했다.

쩌 쩡! 쩡!

즉사시키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지만, 놈들의 날개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추락사를 유도할 수 있었다.

- ‘외부 차원의 존재(중급 마물)’을 사냥하여 8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중급 마물)’을 사냥하여 8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그때, 물의 정령 한 마리가 방어막에서 이탈하여 갑판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기화되어 소멸해버렸다.

“안 돼! 이젠 하, 한계야!”

뒤이어 두 마리가 더 소멸했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찌지지지一

그 틈 사이로 마물의 머리와 팔이 비집고 들어왔다. 비행선 자체의 방어막을 뜯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쉭! 쉭! 쉭! 쉭!

한호가 그 구멍을 향해 단검을 내던졌다. 단 1초 사이에 무려 12자루가 마물의 머리에 꽂혔다.

“제가 잡았······ 뚫렸어요!”

어찌어찌 구멍을 뜯어내는 놈을 죽이긴 했지만, 결국 방어막에 구멍이 뚫리며 놈들의 시체가 갑판 위로 떨어졌다.

찌지지지지 一

한 번 벌어진 구멍은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마물 3마리가 침투했다.

“제, 제가 막을게요!”

한호가 방어막을 두른 채 놈들을 덮쳤다. 그 옆으로 민석이 섰다.

아직 침투하는 숫자가 많지 않기에, 어떻게든 쓰러뜨릴 수 있었다만······ 방어막이 완전히 벗겨진다면 정말 끝장이었다.

“네크로맨서! 그, 그거 기발하기는 했는데! 겨, 결국 우리가 휩쓸려 나갈거야!”

리웨이가 절규했다. 하지만 성우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휩쓰는 건 내 전문이야.”

성우는 왼손을 ‘중급 마물’의 사체를 향해, 오른손을 머리 위를 향해 뻗었다.

- 22개의 시체에 ‘고압 폭발’이 적용 되었습니다. (폭발 29초 전)

어느새 차곡차곡 쌓여 있는 시체를 활용하여, 놈들에게 큰 한방을 선사할 생각이었다.

“좋아! 이번엔 또 뭐, 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버텨 볼게!”

세 사람이 악전고투 하는 가운데, 트롤 스켈레톤들이 부풀어 오르는 사체를 집어 들었다.

24, 23, 22······.

성우는 속으로 숫자를 세며 겨울 포식자를 쏘아댔다. 한호는 갑판 위에 내려앉은 마물에게 달려들어 목덜미에 6개의 칼날을 쑤셔 넣었다. 그는 벌써 백병전으로만 4마리를 고꾸라뜨리는 중이었다.

13, 12, 11······

리웨이가 남은 물의 정령을 이용해 놈들을 밀어냈지만, 어느새 메신저호는 수백 마리의 마물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장수 말벌에게 당하는 한 마리 새 같은 꼴이었다.

7, 6, 5······.

“······지금이야! 던져!”

폭발 5초 전, 트롤 스켈레톤들이 완전히 부풀어 오른 시체를 머리 위로 내던지는 순간, 성우는 조용히 읊조렸다.

“뼈 무기 제조.”

쩌저저저저一

그러자 보호막에 얹혀 있던 마물의 사체 십여 구와 트롤 스켈레톤 일부가 해체되며, 그 뼈들이 한 대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대한 ‘덮개’가 만들어지며 메신저호를 완전히 뒤덮었다.

“몸을 숙여!”

직후, 거대한 화염이 메신저호의 위에서 작렬했다. 엄청난 열기가 굴곡진 덮개를 타고, 한쪽 방향, 오로지 마물 떼거리를 향해서만 치솟았다.

콰— 아— 아— 아— 앙—

선루 갑판에 있던 모두가 나동그라졌다.

분명, 일대의 모든 걸 짓이길만한 파괴력이었지만, 뼈로 만들어진 덮개가 충격을 완화해주었기에 메신저호는 무사할 수 있었다. 그저 수십 미터를 튕겨 나간 뒤 다시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그 폭발만큼이나 엄청난 양의 메시지가, 성우의 눈앞에 차곡차곡 떠 오르기 시작했다.

- ‘외부 차원의 존재(중급 마물)’을 사냥하여 8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중급 마물)’을 사냥하여 8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중급 마물)’을 사냥하여 8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 ‘외부 차원의 존재(중급 마물)’을 사냥하여 850,000골드를 얻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냥 성공 메시지와 함께······.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24)

마침내 한 계단을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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