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63화 (163/244)

# 163

57) 서울, 수원, 부산 동시 전쟁 - 3

네크로맨서와 한 번 맞서 싸운 적 있는 남자, 보리스는 네크로맨서를 죽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래, 보리스, 그는 개인 무력 하나는 최고라고 볼 수 있어. 분명······ 네크로맨서와의 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거야. 그렇고말고.”

싱 장군 역시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보리스를 부산에 배치한 것이었다.

“······하지만 보리스, 그자만 믿고 있으면 안 돼.”

그러나 싱 장군은 ‘믿음’을 함부로 남발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보리스를 인정하되 신뢰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실패할 경우의 수는 존재한다.’

그렇기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대대적인 ‘추가 조치’를 했다. 보리스가 요청한 프리스트 외에도 다수의 ‘정예병’을 선별하여 부산으로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배치가 시작되기 직전, 그들을 불러 놓고 신신당부하기까지 했다.

“모두 명심해라. 믿음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믿음은 더욱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는 일을 허투루 넘기게 만든다. 그러니 너희는 보리스를 믿기보다 스스로 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장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누구입니까?”

그 ‘정예부대’는 언제나 그렇듯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까지 수천 명을 암살한 저격수 분대, 중국 최고의 신성 기사단으로 불리는 광금대(光金隊), 4성의 ‘아크 메이지’가 이끄는 마법사 군단까지 총 천 여 명의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드래곤 앞일지라도 그 콧대를 높이고 서 있었을 것이었다.

“그래. 누가 뭐라고 해도 너희는 제국 최고의 정예다. 하지만······. 그러하니 그 체면을 위해서 항상 완벽해야 한다. 그리고 완벽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

싱 장군이 무게를 담아 말하자 자신감을 내비치던 이들 역시 진지한 태도로 임했다.

“그 말씀, 깊이 새기고 나아가, 공을 세우고 이른 시간에 수원, 장군의 전장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너희를 믿겠다.”

이처럼 압도적인 실력자들을 다수 배치했으니 부산이 네크로맨서의 무덤이 되는 건 당연지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철저하게 무너져 내렸다.

모든 배치가 끝나고 12시간 뒤, 전투가 막 시작되었을 때였다.

싱 장군은 수원의 전장을 내려다보며 병력을 지휘하던 중 충격적인 보고를 듣게 되었다.

“자, 장군!”

“무슨 일이냐?”

“부, 부산이! 부산이 통째로 폭발했습니다!”

“······.”

“그, 그리고 그 규모가 심상치 않은 게 아군이 전멸한 거로 예상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을뿐더러 그 보고 자체를 의심했다.

하지만 공식 채널의 방송을 통하여 지옥이 된 부산의 풍경을 본 뒤에야 머리가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대국이었군.’

엄청난 비보를 들었음에도 싱 장군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한 판이 더 큰 즐거움을 주는 법이다.’

그는 빠르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수원 정복에 박차를 가했다. 네크로맨서, 그 예측할 수 없는 괴물이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시간 싸움이다. 놈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

싱 장군은 고개를 들어 올려 성벽 안, 마을의 중심에 솟아난 세계수를 바라 보았다.

‘빠르게 성벽을 뚫고 들어가 세계수를 뿌리째 뽑아내어, 놈이 만에 하나 이 전투에서 승리하더라도, 다음은 없게 만들어주는 거다.’

그는 슬며시 미소지었다. 하나의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 지지않으면 그만이었다.

* * *

보리스는 목덜미를 잡힌 채 발버둥쳤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혹독한 시베리아의 지배자이자 러시아의 랭킹 1위가 아니던가?

비록 지난번에는 예상치 못한 습격에 당하여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칼을 갈고 나왔다. 술도 마시지 않았다. 방심이나 실수를 경계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못 하고 전멸이라니?

“더, 더러운자식······.”

보리스, 자신은 강인한 육체 덕분에 살아남았지만 그것뿐이었다.

폭발, 독, 심연의 호흡 등 온갖 저주에 휘말려 육체가 무너져 내렸기에 스스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이, 이딴 식으로······ 비겁하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다.

퍽!

그 결과 복부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나마 남아 있던 힘이 쭉 빠져나가며 몸이 늘어졌다.

“······커, 컥!”

성우가 그의 목덜미를 더욱 새겨 움켜 쥐었다.

“이번에는 술 냄새가 나지 않는군?”

“······.”

“그래, 두 번째에는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왔겠지 정신 바짝 차리면 상대의 속셈에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성우의 얼굴에 조소가 피어났다.

“······멍청한 것들은 그게 한계야. 자신만 깨달음을 얻는 줄 알지. 그리고 마치 놀라운 발견을 한 것처럼 기세 당당해져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야.”

성우는 보리스의 몸뚱이를 콘크리트 덩어리 위로 내리쳤다. 엄청난 충격이 척추를 타고 올라가 뒷골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헉······.”

뒤이어 성우의 옆으로 트롤 스켈레톤 한 마리가 다가왔다. 녀석의 손에는 용암이 흐르는 검, ‘레바테인’이 들려 있었다.

성우는 그 검을 받아 들었다.

“자, 잠깐······.”

보리스가 손바닥을 내밀었지만 성우는 고민 없이 놈의 가슴팍에 그 검을 박아 넣었다.

푹!

제아무리 육체 능력이 뛰어날지라도 견딜 수 없는 한 방이었다.

“미안하지만, 네 헛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어.”

레바테인이 붉게 달아오르자 보리스의 상반신이 바스러지며 한숨 재가 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생존자의 눈에서 불빛이 꺼지는 순간, 성우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한국서버가 ‘부산’ 전장에서 승리했습니다!

* 5분 뒤에 다른 전장으로 ‘합류’ 할 수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성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예상 못 한 상황이었다.

“······이러면 위험한데.”

당장 갈 수 있는 게 아니 었다. 5분이라니, 이 치열한 전면전에서 5분은 전과 5분 후는 천지 차이 였다.

누군가가 죽을 수도, 아니면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 * *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지어진 35층짜리 빌딩 안, 거대한 뿌리와 넝쿨이 모든 곳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그것들은 지하에서부터 솟아나 창문을 틀어막았으며 벽과 기둥을 단단하게 휘감았다.

쿵— 쿵—

빌딩을 향한 포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놈들은 공성 병기를 이용하여 빌딩을 무너뜨릴 작정이었다.

빌딩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려 댔지만, 벌써 11분째 버티는 중이었는데, 뿌리가 건물 전체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폭격이 멈췄어요.”

지수의 말에 대산맥의 왕이 슬며시 눈을 떴다. 그는 빌딩 한가운데에 가부좌를 튼 채 뿌리에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렇게 무식하게 때려대서는 시간이 지체된다는 걸 깨달은 거요. 저들에게 시간은 우리와 반대로 아쉬운 것이니······.”

이들은 1분이라도 더 버텨야 하지만 저들은 1분이라도 더 빨리 끝내야만 했다. 서울 전장은 승패와 별개로 흔히 말하는 ‘시간 싸움’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해졌다는 건······.”

지수가 슬며시 눈을 감았다. 그는 감각을 확장하여 빌딩 밖의 상황을 훑었다.

“······또 다른 속셈이 있다는 뜻이죠.“

적들은 여전히 빌딩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공성 병기로 빌딩을 날려버리려고 할 때와는 다르게 아주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발소리를 최대한 숨기고 움직인다. 이번에도 닌자들이다.’

대산맥의 왕 역시 그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렇소. 놈들은 직접 뚫고 들어오는 걸 선택한 것이외다. 그러나 낭자, 이 몸은 이 건물을 지탱하는 데 여념이 없어서, 한동안은 이렇게 거만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부디 양해 해주시오.”

대산맥의 왕은 모든 힘을 뿌리를 통제하는 데 쓰고 있었다. 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뽑아 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길고 어두운 복도 앞에 섰다.

저 어둠 너머에 빌딩의 정문이 있었다. 지수는 그곳을 노려보았다.

불빛 한 점 없기에 눈으로 파헤쳐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날카로운 감각이 공간 전체를 생생하게 재현했다.

’들어왔다.’

지수는 검을 쥔 손목을 돌려 근육을 풀었다.

“낭자, 놈들이 방금 뿌리를 뜯고 안으로 들어왔소. 뚫린 곳을 계속 재생시키겠지만, 저런 식을 침투를 막을 수는 없으니······ 이제부터는 싸우셔야 하오.”

왕의 눈이 등 뒤, 두 마리의 호걸에게 향했다.

“그리고 너희도 죽었다고 생각하고 싸워야 하느니라.”

“예! 물론입니다!”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대산맥의 왕 대신 호걸 형제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거대한 쇠망치를 어깨에 인채, 지수의 양측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복도의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스스스스—

어디선가 바람 한 점이 스며들어와 복도를 배회했다. 그건 입구가 잠깐 열렸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두 호걸의 귀가 쫑긋 세웠다. 지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는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귀면갑(鬼面甲)을 착용 했다. 그리고 숨을 잠시 멈췄다.

스一 스스스一

이번에는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이건······ 바람 소리로 위장한 발걸음이었다.

그르르······

두 호걸이 이를 드러내자 육중한 울음이 흘러나와 복도를 향해 뻗어 나갔다. 지척까지 접근한 누군가를 향해 경고를 날린 것이다.

그리고 그 경고를 무시하고도 다가온다면, 곧 충돌하고 말 것이라고, 아군을 향해 보낸 신호이기도 했다.

‘온다.’

다음 장면은 당연히 충돌이었다. 복도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날아들었다.

툭—

그건 묵직한 가죽 주머니였다.

“폭탄이다!”

호걸이 소리쳤다. 폭탄 주머니였다. 그들은 망치를 바닥에 내리쳤다. 그러자 녹색 보호막이 바닥에서 튀어 오르며 일행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지수는 선택을 달리했다.

‘이 좁은 곳에서 기세를 내주면 구석으로 몰린다. 그럼 오래 버틸 수 없다.’

찰나의 순간, 지수의 어깨 위에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그와 동시에 땅을 박찼다. 보호막을 벗어나 복도의 어둠을 향해 뛰어간 것이다.

쾅! 쾅! 쾅!

등 뒤에서 폭음이 울리며 사방으로 쇳조각이 튀었다. 지수 역시 아직 살상 범위 안에 있었다.

수십 발의 쇳조각이 그녀를 갈기갈기 찢기 위해 쫓아왔다. 느낄 수 있었다. 곧 목덜미, 등, 골반이 걸레짝이 될 것이었다. 당장 바닥에 납작 엎드려야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화아아아!

그녀는 검을 휘둘러 푸른 칼날을 쏘아냈다. 좁은 복도를 향해 수십 개의 섬광이 달려나가며 벽과 천장에 뒤엉킨 뿌리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콰과과과과과—

그것들이 요동치며 발광하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얼굴이 여실히 드러났다. 공포에 질린 얼굴, 그 위로 푸른 칼날이 스치고 지나갔다.

“······악”

“으아아!”

그것들은 뿌리 사이에 숨어 있던 검은 옷의 닌자들을 사정없이 도륙한 뒤, 복도 끝에서 소멸했다. 완벽한 한방이었다.

“······윽!”

하지만 지수 역시 피를 보았다. 그녀의 날갯죽지와 허리에 쇳조각이 박힌 것이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폭탄의 파편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한 차례 학살이 끝나자, 적들의 피가 공중으로 비상하더니 지수의 검을 향해 몰려들었다.

- ‘울프베르흐트’가 적의 피를 흡수합니다. (총 5명)

* 일시적으로 근력·민첩성 수치 상승(+5)

그녀의 바이킹 소드 ‘울프베르흐트’가 피를 머금고 특유의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수는 이에 더불어 본격적인 사냥을 준비했다.

- ‘사냥 본능’을 발동합니다.

* 120초간 전투 지속 시 ’사냥 개시’가 열립니다.

그녀의 눈이 세로로 찢어지며 어둠 속을 샅샅이 헤쳐 보았다.

“······후.”

푸른 칼날이 훑고 지나간 복도 곳곳에 절단된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죽은 건 아니었다.

“저년을 죽여!”

“당장 찢어버려!”

공격을 피해낸 이들이 동료의 시체 틈바구니에서 기어 나왔다. 총 11명, 그들은 일제히 수리검을 던졌다.

심지어 두 놈은 ‘핸드 캐논’을 들어 올렸다. 이런 좁은 곳에서는 그 무엇보다 치명적인 무기였다.

쾅! 쾅!

지수는 수리검을 쳐낸 뒤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산탄의 궤적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넓게 퍼지는 쇠 구슬을 모두 피해내기에는 복도가 너무 좁았다.

“······큭!”

몇 발이 목덜미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 방은 왼쪽 쇠골을 으스러뜨렸다. 몸 이곳저곳이 시큰거리고 뜨거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 차례였다.

“뭐해! 어, 어서 마, 막······.“

촤-악!

칼을 휘두르자 단숨에 2명의 목이 날아갔다.

- ‘울프베르흐트’가 적의 피를 흡수합니다. (총 7명)

* 일시적으로 근력·민첩성 수치 상승(+7)

직후, 그녀는 쓰러지는 적을 몸으로 밀어붙이며, 적진 사이로 파고 들어가 산탄총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놈들은 악다구니를 내뱉으며 ‘핸드 캐논’을 내던지고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늦었다.

촤아아!

지수가 칼을 두 차례에 휘두르자 이번에는 팔 4개가 동시에 잘려나갔다.

놈들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고 좁은 복도 안에서 이리저리 뒤엉키며 한 순간에 난장판이 벌어졌다.

“컥!”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명이 더 쓰러졌다.

촤악! 푹! 푹!

그녀는 마치 새벽녘에 닭장을 습격한 삵처럼, 포악하고 잔혹하게 놈들을 차례차례 물어 죽였다.

“제, 젠장! 이년은 무시하고 전부 안으로 침투해! 가서 뿌리를 만들고 있는 놈을 죽여!”

놈들은 다급했다. 그렇기에 지수와 대거리를 하며, 언젠가 그녀를 쓰러뜨리기보다 문제의 핵심을 노렸다.

즉, 대산맥의 왕을 방해하여 건물을 휘감은 뿌리를 제거하기만 한다면, 수 천 명의 병력이 총공세를 퍼부을 수 있을 것이었다.

“감히 누구를 노린다는 것이냐!”

“못 지나간다!”

하지만 두 마리의 호걸이 복도의 출구를 단단히 막아섰다. 닌자들은 겁없이 달려들었지만, 이내 쇠망치의 위력 앞에 뭉개진 고깃덩어리가 되어 쓰러졌다.

“뭐야? 감자 삶기보다 쉽군?”

“낭자! 여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수는 자신을 피해 뒤로 돌아가는 닌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총합 10명을 베어 넘겼을 때였다.

- ‘울프베르흐트’가 적의 피를 충분히 흡수했습니다. 5분간 ‘전장의 노래’ 효과를 얻습니다.

* 모든 ‘상태 이상’에 면역이 생기며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제 더 과감하게 싸울 수 있겠어.’

그녀는 검을 내려다보며 그 효과를 다시금 읽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울프베르흐트

- 등급 : 전설

- 분류 : 한손 검

- 효과 : 적을 벨 때마다 근력과 민첩성이 (+1)만큼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최대 10 중첩) 최대치에 도달할 경우 5분간 ‘전장의 노래’ 효과를 얻습니다. (상태 이상에 면역이 생기며 그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 ‘알 수 없는 장소’에 초대되었습니다.

* 초대에 응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여 ‘인정받은 자의 문’ 을 열어야 합니다.

’알수 없는 장소? 이게 뭐지?’

처음 보는 메시지였지만, 추정하기로는 ‘전장의 노래’ 효과가 부여되며 일종의 ‘히든 퀘스트’가 부여된 모양이었다.

‘······지금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그 메시지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뚫어내라!”

어느새 더 많은 적이 침투해 들어왔다. 이번에는 무려 22명이었다. 지수는 또 한 번의 육탄전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어?”

새로 등장한 적들은 지수의 과감한 돌격에 멈칫했다. 그리고 그 머뭇거림은 죽음으로 이어졌다.

“컥!”

지수의 검 끝이 적의 목덜미를 긋는 순간, 검기가 쏘아지며 그의 목을 깨끗이 도려내고 그 뒤에 서 있던 자의 눈에 명중했다.

지수는 그렇게 무너지는 두 몸뚱이 사이로 파고 들어가, 나머지 20명의 한 가운데로 침투했다.

“아니, 뭐?”

“이게 무슨······.“

그 말도 안 되는 행동에 적들은 당황했다. 그리고 당황은 판단을 느리게 만든다.

이번에도 지수가 훨씬 빨랐다. 그녀는 춤을 추듯 사방으로 검을 휘둘렀다.

촤악! 촤악! 촤악!

순식간에 22명 중 14명이 시체가 되어 나뒹굴었다. 나머지 8명은 지수를 지나쳐서 대산맥의 왕을 노리려고 했지만, 역시나 호걸 둘에 의해서 막혔다.

어느새 긴 복도는 수북하게 쌓인 시체로 발 디딜 틈조차 없어졌으며 시체 틈바구니에 고인 핏물이 찰랑거렸다.

지수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도랑 근처 진흙밭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역한 피비린내만 없었다면, 그렇게 착각할 수 있을 것이었다.

“4조 투입!”

“멈추지 말고 밀고 들어가라! 적은 고작 넷뿐이다!”

하지만 적들은 끝없이 밀고 들어왔다. 하긴, 이 건물 주변에 수천 명이 대기 하고 있으니 이 공세는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하아······ 하아······.“

이제 숨이 가빠왔다. 전장의 노래 효과 덕분에 고통은 없지만, 몸 곳곳의 상처가 벌어져 피가 질질 흐르고, 그 안에 박힌 파편이 더 깊숙한 곳으로 비집고 들어가고 있는 걸 느꼈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건, 그 이질감을 무시하고 적들을 베어 넘기는 것이었다.

“여기 그년이 있다!”

이번에는 더 많았다. 26명, 지수는 이번에도 돌격을 선택했다. 적들이 침착하게 대응할 틈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온다! 준비!”

하지만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자신의 선택이 잘 못 됐다는 걸 깨달았다.

‘뭔가 다른 게 있다.’

그리고 놈들이 좌우로 갈라지는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 머리를 들어올렸다.

“아······.“

그건 거대한 캐논이었다. 그것도 점화되어 약실과 포신이 붉게 달아오른, 한껏 흥분한 바다악어의 주둥이 같은······.

’어서 그림자밟기를······.’

그러나 그 순간에 움직이고 있는 적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아주 잠시 멈칫하는 사이, 포구가 시뻘겋게 끓어 올랐다.

콰—앙!

제아무리 지수라고 할지라도, 이 좁은 복도에서 수백 발의 산탄을 물벼락처럼 쏟아대는, 그 거대한 공성 병기를 피해낼 수는 없었다.

쉬一 쉬一 쉬一 쉬一 쉬!

수백 발의 쇳조각이 공기를 갈기갈기 찢으며 날아들었다. 그 어느 곳으로 움직이더라도, 피해낼 수 없었다.

그녀는 웅크렸고, 그 작은 몸뚱이가 쇳조각에 휩쓸렸다.

그녀는 걷어차인 인형처럼 붕 떠올라, 복도의 끝자락의 벽면에 처박혔다.

“······아.”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 ‘인정받은 자의 문’ 에 가까워졌습니다.

* * *

폐허가 된 부산, 성우는 눈앞의 메시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 곧 다른 전장으로 합류할 수 있습니다. (00:00:04)

“드디어······.“

그건 타이머였다. 5분이라는 시간은 매우 길었다. 하지만 마침내 카운트 다운이 끝났다.

- 합류할 전장을 선택하십시오.

1) 서울

2) 수원

5분의 기다림은 적들에게 종말을 고할 카운트 다운이기도 했다.

성우는 손가락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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