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60화 (160/244)

# 160

56) 월드 시즌 - 3

전쟁 시작 22시간 전, 상해의 상하이 타워, 그 거대한 건축물의 펜트하우스에는 휘황찬란한 조식 뷔페가 차려져 있었다.

온갖 중식 요리들이 기름진 냄새를 풍겨댔는데, 아무리 권력자라고 한들, 멸망한 세계에서 마주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본 만찬이었다.

“······.”

그 만찬은 군침을 돌게 만들기보다는 이질감을 풍겼다. 이 식사를 내놓은 ‘권력’의 드높은 자존심과 허영심이 느껴진다고 할까?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3명의 손님은 그 누구도 식사 들지 않았다. 이 상황 자체가 거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으며 그저 창밖의 도심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 정적을 깬 건 문 앞에 서 있던 안내인이 었다.

“싱 장군님 나오십니다.”

이내 금색 자수가 박힌 문이 열리고 키가 작은 중국 남성 걸어 나왔다.

그는 청색의 전통의상을 입고 허리춤에는 금색 칼 한 자루를 차고 있었는데, 장군이라는 직책과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젊은 편이었다.

“모두 환영합니다. 저는 제국의 대장군인 싱 리앙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싱 장군, 통일된 중국 서버의 이인자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는 호쾌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손님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시베리아의 사냥꾼, 보리스 선생님, 하하! 역시 듣던 대로 키가 아주 크시군요?”

“······.”

러시아에서는 일명 차르, 즉 황제라고 불리는 남자였지만, 싱 장군은 ‘선생’이라는 흔한 호칭으로 불렀다.

이는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중국의 황제 외에는 그 누구도 대우해주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아! 이게 누구십니까!”

보리스를 지나친 싱 장군은 다음 손님과 손을 맞잡았다. 그 중년의 백인 남자는 야구모자를 쓰고 골프 가방을 발 언저리에 내려두고 있었는데, 그 가방에서 총구 3개가 삐쭉 삐져나와 있었다.

“미국의 베이커 제독, 소문은 자주 들었지만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영광입니다.”

“······.”

마지막은 동양인 노인이었다.

“규슈의 큰 어른, 미야모토 님, 언젠가 반드시 규슈를 재건할 수 있으실 겁니다. 저희가 기꺼이 도와드리죠.”

“······.”

싱 장군이 상석으로 다가가자 하인들이 의자를 빼내었고 그는 소매를 들어 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자,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 모두 하나의 소망을 품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는 깍지를 끼며 흐뭇하게 웃었다.

“한국 서버의 네크로맨서, 죽이고 싶으시겠죠? 그러하니 저희의 동맹 제안에 응하셨을 테고요?”

상하이에 초대된 세 남자, 그리고 그 셋이 이끄는 조직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한국 서버를 건드렸다가 되려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자국 서버에서 입지가 확연하게 줄어들어 ‘서버 마스터’에 도전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렇다. 이들은 지금, 서버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와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서버를 이탈하여 다른 권력에게 빌붙은 셈이었다.

“······나는 그놈한테 지지 않았어.”

러시아의 보리스가 이를 갈았다.

“그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는 순간, 웬 미친놈이 난입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지······.”

이에 일본의 미야모토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규슈가 무너진 것도 그 남자 때문이다. 네크로맨서 정도는······ 충분히 막을수 있었어.”

“만약 다시 만난다면 내가 그 네크로맨서 놈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분해해 버릴 테니까 아무도 건들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이건 부탁이자 선언이다.”

보리스와 미야모토가 격한 감정을 표현했고 이에 싱 장군이 미소를 머금었다.

“아주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좋습니다. 이번 월드 시즌의 규칙 중 ’선전 포고’가 무엇인지 들어보셨습니까?”

“······전쟁 주도권을 가지는 것?”

그때, 하인들이 들어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려놓았다. 싱 장군은 두 손으로 잔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야모토 씨, 맞습니다. 주도권을 가진다는 건 전장과 전투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절대적인 규칙 아래에서 싸우기 때문에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 윈난성에서 만들어진 고급 보이차입니다. 향이 아주 좋습니다. 드셔보시죠.”

하지만 아무도 차를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말은, 그 번개를 다루는 재수 없는 놈은 이번 전쟁에 나오지 않는다는 건가?”

보리스가 물었고 싱 장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만들 겁니다. 한국 서버의 랭킹 1위, 그 남자는 애초에 이런 거대한 이벤트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황제 직속 부대인 금의위(錦衣衛) 첩보대에서 추적한 결과, 그 남자는 ‘지옥의 힘’이라는 목표를 찾아서 움직일 뿐입니다. 어때요? 향이 정말 좋죠?”

“······맞아. 나를 공격할 때도 지옥 차원에 관한 이야기를 떠벌렸어. 개 같은 자식! 지난번은 기습에 당했지만, 다시 만나면 역시 죽여버리겠어!”

“보리스, 차를 한 모금 하시면 조금 진정이 될 겁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죠.”

싱 장군은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는 자, 한국 서버의 랭킹 1위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중국 서버의 ‘제국’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 어디에 속해 있지도, 그 누구와 어울리지도, 중요한 사건의 전면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금의위 첩보대에서 그자를 추적했지만, 번개를 다룬다는 것 말고는 그 무엇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미행 4시간 전멸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차를 후루룩 마시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물론, 그 남자의 전투 장면이 노출된 경우가 몇 번 있지만······ 뭐, 전부 그 남자가 일방적으로 이겨버렸으니 자세히 분석할 수 있는 게 없지 뭡니까?”

그 말에 미야모토와 보리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기에 제국에서도 그 남자를 ‘최상급 경계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르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으니······.”

싱 장군이 고개를 앞으로 빼며 검지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우리는 딱 한 가지,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알고 있지요.”

“······지옥 차원?”

미야모토가 대답했고 싱 장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지옥 차원을 추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금의위 첩보대에서 유인책을 마련했습니다.”

싱 장군이 싱긋 웃으며 보리스를 바라보았다.

“3시간 전, 시베리아 퉁구스카 유역에 3층짜리 지옥의 문을 열었습니다. 보리스 씨, 시베리아만큼이나 외딴곳도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놈이 시베리아로 갔나?”

“그야 당연합니다. 3층짜리 지옥의 문 스크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닙니다. 특별한 행운이 따라주어야 얻을 수 있죠. 모든 걸 뒤로하고 오로지 지옥의 힘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그 맛깔나는 걸 무시할 수 있을까요? 유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집어삼키려고 들 겁니다.”

그가 손짓하자 하인이 찻잔을 내갔다. 그리고 과일을 가져왔다.

“자, 그럼 저희가 방해물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 드렸습니다. 그럼, 네크로맨서를 어떻게 잡으시겠습니까?”

“내가, 내가 잡지.”

당연히 보리스였다.

“나를 놈과 같은 전장으로 매칭시켜. 장담하건대 당신들 계획처럼 발목 잡고 시간 끄는 게 아니라, 아예 머리통을 뽑아 버릴 테니까.”

겉으로 보이는 보리스는 워낙 막무가내였기에 그의 자신감은 치기 어린 오만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진짜라는 걸, 싱 장군은 잘 알고 있었다.

“······보리스, 당신이 1대1 대결에서는 압도적으로 강한 분이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지요. 금의위가 당신에 대한 정보를 26페이지나 만들어서 줬거든요.”

그 말에 보리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 뭐? 나한테도 미행이 붙었다고?“

“약 13일 동안 붙었었죠. 우리는 모든 강자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보리스, 필요한 걸 말하세요. 당신이 이길 수 있다지만, 확실하게 이길 수 있도록 지원해드릴 겁니다.”

보리스가 씩 웃었다.

“그럼 프리스트, 신실한 놈들로 최대한 많이 붙여줘. 시베리아에는 그런 놈들이 없었거든.”

“······프리스트?”

“내가 놈의 머리를 뽑으러 들어갈 때, 놈이 격하게 저항할 거란 말이지? 그 때 나를 위해서 기도해주면, 내가 더 힘이 날것 같아.”

“아?”

“그럼, 웬만하면 오픈 마인드를 가진 젊은 여자 프리스트들로 붙여줘.”

싱 장군은 포도 한 알을 입에 넣고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생각에 잠긴 것이었다.

“······음, 그거, 간단하지만 아주 괜찮은 방법 같군요.”

“그렇지?”

싱 장군 역시 서울에서 벌어진 보리스와 네크로맨서의 대결을 알고 있었다.

당시 보리스는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네크로맨서를 몰아붙였었다.

‘보고에 따르면 박빙의 승부라고 했지만······‘

한국 서버의 랭킹 1위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프리스트의 축복이 더해진다면?

‘마치 불곰처럼, 늑대 무리의 공격을 무시하고 파고 들어가, 늑대 우두머리를 잡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이나 확실한 공략 방법은 없을 거다.’

프리스트의 축복이 있다면, 저 강대한 드루이드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이다. ‘군단’과 ‘저주’라는 바람을 헤치고 한 마리 매처럼 쏘아 보내줄 날개를······

“좋아요. 보리스, 당신이 네크로맨서를 죽이십시오. 나머지 한국 놈들은 우리가 말끔히 청소하도록 하겠습니다.”

싱 장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미야모토가 왼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황제는, 당신들의 황제는 출전하지 않는가?”

싱 장군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하, 중국의 군대는 강합니다. 전쟁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더 쉬울 겁니다. 이 변방의 싸움은 황제께서 직접 나설 일이 아닙니다.”

싱 장군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 * *

전쟁 시작 14시간 전, 세계수 진영의 본진인 수원의 ‘마을’ 입구에는 엄청난 수의 플레이어가 운집해 있었다.

“······맙소사 저게 뭐야?”

성벽 위의 경비병들도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저, 저거 다 우리 편 맞지?”

“그러게······ 우리 편은 항상 소수여서 그런가? 약간 얼떨떨한데?”

멸망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있는 숫자였겠지만, 세계수 진영이 창설된 이래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운집한 건 처음이었다.

“새삼 사람이 많은 게 이렇게 시끄러운 일이었구나?”

“그러게······ 역시 사람은 시끄러운 동물이야.”

한국 서버 각지에 몰려온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거니와 대만 서버에서 온 3천 명의 지원군까지 합세하여 무려 9천 명 이상이 한 자리에 운집해 있었다.

그렇기에 제 아무리 정숙을 당부한다고 하더라도 소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싸우자! 우린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중국 새끼들 당장 들어오라고 해!”

“그런데 우리는 왜 안으로 안 들여보내 주는 거야?”

사실상 시장통이나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그들의 마을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기에 결계와 성벽 앞에 진을 치고 늘어서 있었다. 멀리서 보면, 이미 공성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엄청난 인파를 맞이하여, 상황 통제를 책임지고 있는 경수와 ‘총무팀’은 죽을 맛이었다.

“······하, 이거 참, 팀장님, 정확히 집계가 안 되는데 이미 1만 명이 넘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몰려오고 있기도 하고오.”

“더군다나 전쟁 물자랍시고 가져온 화물만 벌써 수십 톤입니다. 일일이 확인하려니 이거 답이 없습니다.”

경수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일을 처리했다.

“전쟁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물자도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까 화물은 당장 반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확인 하지 않고 근처 건물에 쌓아두도록 하세요.”

이렇듯 총무팀은 모든 인원, 모든 소지품을 확인했다. 이 작업을 게을리할 수 없는 것은, 저 신원불명의 자원자 중에서 첩자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모두 신원을 확인받으셔야 합니다!”

“소지 중인 핸드폰을 꺼내주세요!”

언어는 자동으로 번역되기에 대화를 통해서 외국인을 구분해내는 건 어려웠다. 한국 서버와 연결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죄송하지만 핸드폰이 없으시면 한국 서버 소속이라는 걸 증명할 수 없기에 이 자리에 계실 수 없습니다. 안내를 따라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주셔야 합니다!”

이 작업은 세계수 진영의 인력만으로는 벅찬 일이었기에 광복 길드 ‘행정처’가 가세했다.

한편, 성벽 안, 각 그룹의 리더들이 모여서 작전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 서버에서 모였던 그 어떤 군대보다 많은 병력입니다만, 관리가 걱정이군요. 조금만 문제가 발생하면 오합지졸로 전락할 겁니다.”

정훈의 말을 성우가 이어 받았다.

“맞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모두가 싸울 수는 없습니다. 전투 능력이 부족한 이들은 후방 지원으로 뺄 수 있게, 남은 시간 안에 철저하게 분류해야만 할겁니다.”

발 벗고 나서준 것만으로 분명 장한 선택이었지만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미숙한 인원은 본인의 목숨을 잃는 걸 넘어서 아군의 작전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럼 그걸 구분해내기 위해서 검문 인력을 추가해야겠군요. 레벨, 스킬, 장비 현황까지 살피라고 하겠습니다.”

중소 규모의 생존자 그룹이 다수 왔지만, 여전히 가장 큰 전력은 거대 세력 소속의 플레이어였다. 그들이야말로 검증된 실력자이자 정예 병력이었으니 말이다.

이내 각 세력의 리더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전력 현황’을 브리핑했다. 인호는 그 모든 정보를 취합하여 ‘병력 현황판’을 작성했다.

“자, 종합적으로 현재 무소속자와 신원불명자 제외, 믿고 운용할 수 있는 병력 통계입니다. 광복 길드가 1,441명, 의정부와 파주 연합군이 753명, 헌터 컴퍼티가 211명, 화랑 길드가 1,266명, 남부 연합이 401명······ 그런데 대만이······.”

놀랍게도 가장 많은 병력을 이끌고 온 건, 대만 서버의 플레이어들이었다.

“······3천 하고도 21명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대만 서버의 ‘서버 마스터’인 첸에게 향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전, 해적단의 지하 감옥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훨씬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이런 말, 거창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은혜를 갚으러 왔습니다.”

대만에서 ‘붉은 혁명군’을 처리하고 대만 서버를 해방해 주었을 때, 첸이 성우에게 말했었다.

언젠가 반드시 연락드리겠으며 그때는 실망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 되어 있겠다고, 첸은 그날의 약속을 지킨 셈이었다.

“네크로맨서님이 우리 서버에 자유를 가져다주셨죠. 그날 이후로 저희는 하나로 단단히 뭉칠 수 있었습니다.”

붉은 혁명군에게 지배를 당한 뒤였기에 분열 따위는 없었다. 대만 서버는 단 하나의 강력한 조직으로 뭉쳐, 식민지의 충격을 씻어내며 급속도로 발전해나갔다.

“사실 아직 모자라지만, 그래도 네크로맨서님과 한국 서버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 였고 첸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대만은 성우에게도 예상 밖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감사 인사를 제대로 건넬 여유조차 없었다.

“······자, 그럼 다시 중요 사안을 논해보죠. 이제 12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완성된〈병력 현황표〉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3분할 방법을 고민해나갔다.

“수원 지역은 ‘결계’와 ‘성벽’이 있으므로 오히려 많은 병력을 두지 않아도 오래 버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른 곳에 집중해서 승리 후 합류를 노리는 건 어떻습니까?”

“흠, 적들이 그걸 노릴 수도 있을 텐데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지점이니 수원 공격에 많은 병력을 배치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곳을 넘겨 주더라도 수원이 넘어가면······.”

“······그런데 세계수 함대는 나누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한 곳에 집중해야 하나?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맞대어도 정답은 없었다. 그리고 전쟁까지 12시간 00분 00초가 남는 순간······.”

- 잠시 후 ‘전장 배치(교차 선택)’가 시작됩니다.

“벌써 시작이군요······.”

- 첫 번째 선택 (한국 서버)

“예. 이제 더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뭐가 됐든, 첫 번째 패를 내야 합니다.“

성우의 눈앞에 한반도 지도가 떠올랐다. 그 지도 위에서 3개의 점이 반짝거렸다.

서울, 수원, 부산

성우는 지도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전쟁 게임의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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