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
56) 월드 시즌 - 2
지금, 한국 서버는 장작불 위의 기름솥처럼 뜨겁게 끓고 있었다. 성우가 보낸 ‘총동원령’ 메시지가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킨 것이었다.
“화랑 길드와 헌터 컴퍼니가 우리의 메시지에 응했습니다. 이미 전 병력 대기 상태였답니다!”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이 언제나 그러했듯, 외부에서 위협이 다가오자 모든 이해관계를 접어두고는, 함께 싸울 준비를 시작했다.
“광복 길드와 그 휘하 수도권 세력들도 영등포에 운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서 의정부 쪽 연락입니다. 최근에 파주의 한마음회와 교류 중이었는데, 그쪽과 함께 참전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준비된 병력이 총 550명이라고합니다.”
서버 각지에서 세계수 진영을 향해 연락을 보내왔고, 그 엄청난 양의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서 ‘총무부’ 휘하에 ‘통신 센터’가 급히 신설될 정도였다.
그들은 핸드폰 여러 대를 두고 커뮤니티와 방송국을 모니터링하며,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했다.
“큰 세력 말고도 전국 가지의 중소규모 단체들이 속속히 연락해오고 있습니다. 중국 서버와 싸우려면 어디로 가면 되냐는 문의가 계속 옵니다.”
“병력 지원뿐만 아니라 골드나 아이템을 지원하겠다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그동안 개인적인 생존에만 안주하던 이들이 목숨을 걸어보겠다고 나섰으며, 여전히 직접 나설 자신이 없는 이들은 다른 방법으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와, 우리나라 사람들 선전 포고 때문에 제대로 열 받은 모양이네요? 무슨 벌집 건드린 것처럼 갑자기 우르르······.”
한호의 감상처럼, 한국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중국 서버의 선전 포고에 단단히 분개한 상태로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그룹을 한데 묶는 결속 역할, 즉, 한국 서버의 중심은 당연하게도 네크로맨서였다.
그건, 한국 커뮤니티에 접속한 뒤, 아무 게시물이나 클릭해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1,541] 이 시국에 왜 네크로맨서를 찾는가?
- 작성 : 애국지사 I 조회 : 27,456
한국 서버 인간들ㅋㅋㅋㅋ 중국 새끼들 선전 포고에 자다가도 네크로맨서 떠오르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그건 존나 간단함. 네크옹께서 지금까지 한반도 핥짝핥짝 하려는 외국 서버 새끼들 혓바닥을 전부 뽑아서 엮은 다음 줄넘기했기 때문이지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번에도 그래 줄 것 같고? 사실 나도임ㅋ
우리 넼 하고 싶은 거 다 해!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중국놈들이랑 싸우다 뒤지면 내 뼈 스켈레톤으로 쓸 수 있게 기증할게! 이참에 북벌 가즈아! 덜그럭! 덜그럭!
[댓글 : 55]
- 활쟁이A : 저 당장 싸우러 갑니다. 혹시나 제가 싸우다 죽으면 제 뼈도 쓰십쇼 덜그럭!
김진아 : 22222 저도 갑니다. 제 뼈도 쓰세요! 덜그럭 !
김민철1143 : 33333 우리 집안 골격 좋습니다 가져다 쓰세요. 둴구럭 ! 둴구럭!
박 드래곤 : 44444 제가 죽으면 시체 폭발로 쓰십쇼
속초 생존자 : 555 이사람이지금까지몇번지켜줬는데 시체하나기증못하겠음? 내몸다가지셈ㅋㅋ ㄷㄱㄹㄷㄱㄹ
안국철 : 응원.하마.대한건아.젊은이들.너흐가.이땅으.미래다.아그들아.선배들은.좀.쉬마.대신.골드.보내마.임전무퇴의.기상.잊지마라.
이러한 현상은 ‘월드 시즌’이 시작과 함께 진행된 ‘서버 마스터’ 선거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투표가 진행된 지 단 3시간 만에······.
- 축하합니다! 한국 서버의 제1대 ‘서버 마스터’로 ‘kor-157’이 추대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서버를 대표하여 각종 정책을 선정하실 수 있습니다.
그 어떤 변수 없이, 무려 78.4%의 득표율로 성우가 한국 서버를 대표하게 되었다.
이는 상당히 의미 깊은 사건이었는데, 한국의 모든 생존자가 참여한 가운데, 아주 공정한 방식으로 지도자가 선출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한국 서버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수차례 증명해 온 유일무이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와! 축하드립니다!”
“어깨가 더 무거워지셨네요. 어쨌든 축하합니다.”
모두가 축하를 보내왔지만, 성우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욕심내던 자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필요 때문에 도맡은 자리였다. 실상, 영광보다 책임이 더 컸다.
그리고 서버 마스터가 된 직후, 처음으로 마주한 메시지 역시 그 책임을 부각하는 내용이었다.
- ‘전쟁 상대(중국 서버)’가 선전 포고를 통하여 ‘주도권’을 얻었습니다.
* 현재 상대가 전쟁 방식(전장, 종목)을 선택 중입니다. 선택이 완료되면 24시간 이후부터 전쟁이 시작됩니다.
* 당신은 ‘서버 마스터’로서 ‘항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의! 이 경우 상대의 식민지가 됩니다.)
‘전쟁 방식이라?
이전에 한일전이 그랬던 것처럼, 예정된 전쟁은 일반적인 전쟁이 아니었다.
규칙이 정해지고 그 규칙에 따라서 싸워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건 정말이지 골치 아픈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놈들이 어떤 방식을 고를지 모르니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더군다나 전장을 결정한다니?’
한일전의 방식에서 한 가지 추가된 게 있었는데 ‘종목’뿐만 아니라 ‘전장’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중국 땅으로 불려갈 수도 있겠군.’
놈들이 자신들에게 극도로 유리한 전쟁을 원한다면,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한국 서버의 기반 시설이 파괴될 걱정을 덜겠지만, 낯선 땅에서 헤매다가 전멸한다면 어차피 그런 시설 따위 적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었다.
‘모든 게 불투명하다. 조금이라도 예측해내기 위해서는 적의 동태를 살필 필요가 있다. 정보가 필요해.’
성우는 참모들을 소집하여 중국 서버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할 것을 명령했다.
“······병력이 많이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들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정보가 더욱 중요할 겁니다.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긁어모아 주세요.”
“예, 그렇지 않아도 헌터 컴퍼니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는 중입니다.”
헌터 컴퍼니는 그간 해온 사업의 특성상, 온갖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해 왔으며 그중에는 해외 서버의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를 위해서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중국, 일본 등지에 정보원을 파견해 놓은 상태였는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성우 씨! 이건 광복 길드에서 보내 온 첩보입니다. 베이징 외곽에······ 젠장, 5천 명에 달하는 병력이 대기 중이라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광복 길드도 자체적인 정보전을 펼치고 있었다. 역시나 ‘광역감시팀’이 그 주축이었다.
“······계속 모이고 있어서 얼마나 증가할지는 모르겠지만, 출전을 준비하는걸 볼때, 아마 곧 ‘종목’과 ‘전장’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방에서 첩보가 들어오며 적들의 윤곽이 조금씩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심상치 않았다.
“······베이징에서 들어온 추가 정보입니다. 인근에 군집한 중국 측 병력이 추가로 발견되어 총 9천 명, 아직 더 추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려 9천의 대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헌터 컴퍼니가 오키나와 서버에서 가져온 정보입니다! 이전에 규슈에서 살아남은 ‘규슈 통합군’이 해적이 되었는데, 중국 서버가 그들을 포섭했답니다! 그 숫자가 약 1천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어서 베이커 제독의 함대가 서해에서 관측됐다는 소식입니다. 2시간 전, 중국 측 컨테이너선과 접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이은 보고에 경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만으로도 모자라 일본에 미국이라니? 성우도 여기까지 듣자 다른 얼굴까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시베리아에서 온 사냥꾼들이 살아서 탈출했었죠. 어쩌면 그들도 이번 전쟁에 개입할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그들까지 개입한다면 미, 중, 러, 일 연합군과 맞서 싸우는 셈이었다.
특히나 차르, 그 한 놈이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 우리는 적이 정말 많네요.”
경수의 걱정에 성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한 번에 청소해낼 기회죠.”
“······역시, 이번에도 그렇게, 다 잘 되겠죠?”
성우는 묵묵히 끄덕였다.
“청소를 넘어서 피를 뽑아 마셔야 해요. 그게 아니면······ 결국 드래곤한테 다죽게 되겠죠.”
말도 안 되지만, 이 거대한 전쟁은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한 수련으로 여겨야만 했다. 성장 없는 승리는 그저 생명 연장이 그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전쟁의 신호탄이 울렸다.
- 상대가 전쟁 방식(종목, 전장)을 선택했습니다.
* * *
전쟁 방식에 관한 메시지가 떠오른 직후, 세계수 진영의 참모들이 회의실에 모여앉았다.
“······음,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경수가 허공의 메시지를 바라보며 턱을 긁적거렸다.
[전쟁 방식(중요)]
- 전장 : 수원, 서울, 부산
- 종목 : 분할과 합류
1) 전장이 3곳(수원, 서울, 부산)으로 분할되며, 모든 곳에서 동시에 전투가 벌어집니다.
2) 하나의 전장에서 승리할 때마다 서버 전체에 ‘강력한 버프’가 부여됩니다.
3) 하나의 전장에서 승리한 측에게는 다른 전장으로 ‘합류’할 수 있는 ‘포탈’이 열립니다.
놈들이 심사숙고 끝에 고른 종목은 특이하기 그지없었다. 동시에 3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는데, 한 번 이기는 쪽이 끝없이 유리해지는 게임이었다.
“왜 하필 이런 종목을 골랐을까요? 분명······ 간악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경수의 물음에 인호가 말문을 열었다
“이건 뭐, 뻔하네요. 네크로맨서와 나머지 병력을 분리하게 만드는 겁니다. 각개격파 하면서 마지막에는 강력한 버프를 두르고 저기 3번에 쓰인 대로 ‘합류’하여 네크로맨서를 잡겠다는 거죠.”
그 말에 지수가 끄덕 였다.
“네크로맨서가 없는, 다른 한국 서버 병력을 상대로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거네요.”
“놈들의 그 오만에 현실이라면, 뻔하지만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성우 씨의 몸이 한 개인 이상 하나의 전장에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확실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병력이 적은 쪽은 병력을 나눌수록 그 힘이 약해지기 마련이었다.
다수의 적을 상대로 똘똘 뭉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모자랄 판에, 그걸 3분할을 해서 싸워야 한다니······.
심지어 발목 잡는 규칙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 앞으로 12시간 뒤에 ‘전장 배치(교차 선택)’가 시작됩니다. 배치된 병력의 ‘명단’은 상대에게 공개됩니다.
“그리고 이 ‘교차 선택’이라는 건, 꼼짝없이 성우 씨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게요. 마치 모 게임의 밴 픽(Ban Pick) 같네요.”
성우가 어디로 가든 그 명단이 적에게 공개되는 상황이었기에, 적들은 성우를 묶어둘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여 배치할 것이었다.
즉, 네크로맨서를 최대한 묶어두면서 다른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시도할 게 뻔했다.
“최악 중의 최악이네요.”
“······음”
이건 모여 앉아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해서 될 게 아니었다. 성우가 자리에 일어서며 정리했다.
“앞으로 12시간 동안 적 병력의 수준을 최대한 파악한 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보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경수가 그를 따라서 일어섰다.
“맞습니다. 광복 길드가 1시간 안에 도착할 예정이니 함께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 최대한 병력 정비를 하고 전국에서 몰려오는 지원군들을 통제할 방법도 마련해야 합니다.”
방법은 막연하기만 한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으며 전쟁은 다가오고는 중이었다.
* * *
성우는 잠깐 시간을 내어 미르를 보기 위해서 팔달산을 올라갔다.
녀석은 여전히 성우를 의지했고, 자리를 오래 비우면 어떤 해괴망측한 난동을 부릴지 몰랐다.
그러던 중, 누군가 뒤에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저, 네크로맨서님!”
팔달산 초소의 경비병인 듯했는데, 그가 성우를 따라서 산에 올라오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런데 그의 눈이 이상했다. 동공이 확장되고 호흡이 느린 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저기서 누가 네크로맨서님을 찾습니다.”
“누가요?”
그는 말없이 히죽 웃었다.
“어, 어, 저, 그······.“
그리고 품속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누가 절 찾습니까?”
“······.“
성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단순한 정신 이상이 아니었다.
성우는 허리춤의 핸드 캐논에 손을 얹어, 당장이라도 목을 날려버릴 준비를 했다.
“어, 어, 어······.“
남자는 안주머니를 한참 동안 뒤적거리더니 동그란 물체를 하나 꺼내어 내밀었다.
“그 사람이 이걸 주랍니다.”
그건······.
“······감자?”
삶은 감자였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경비병은 그 말을 한 뒤 산비탈을 내려갔다. 성우는 감자를 내던지고는 경비병이 가리킨 방향으로 갔다.
수풀이 우거진 산속에 나무 벤치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누군가 머리를 괘고 누워있었다.
“이런 장난은 좀 곤란해.”
“이게 왜 그저 장난이라고 보는가? 아주 중요한 작전의 일환일 수도 있지 않은가?”
대산맥의 왕, 그가 삶은 감자를 씹으며 성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가 여긴 무슨일이지?”
성우가 쌀쌀맞게 말하자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참나! 무슨 일이긴? 자네의 일침대로 집주인 노릇 하러, 집 지키러 온 걸세!”
그는 자세를 고쳐잡더니 팔짱을 끼고 일어섰다.
“뭐, 내가 좀 늦은 것 같은데······ 아, 혹시 우리를 훔쳐보는 눈이 있진 않겠지?”
언뜻 들으면 미행이 있냐고 묻는 것 같았다.
’훔쳐보는 눈?’
하지만 성우는 그 말 안에 담긴 의미를 알아들었다. 그리고 품속에 손을 넣어, 이무기의 비늘을 짚었다.
— OFF AIR (-)
“없어.“
훔쳐보는 눈, 그러니까 ‘창조주’는 지금 이곳을 보고 있지 않았다. 월드 어딘가, 더 흥미진진한 장면을 쫓아갔을 것이다.
“그래?”
대산맥의 왕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래도 잘 감시하고 있어. 내가 기상천외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 건데 이게 새어나가면 영 곤란해.”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삶은 감자를 등 뒤로 던져버 렸다. 그리고는 한 걸음 다가오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음, 내가 사실 좀 신기가 있는데 어제 신의 목소리 때문에 통 잠을 못 자서 헛소리가 나올 것······.“
“······그 신이 뭐라고 했지?”
이번에는 성우가 한 걸음 다가섰다.
’신의 목소리라니?’
이무기를 통해서 접촉해왔던 그들이다. 일명 창조주와 같은 존재, 그들이 대산맥의 왕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해 온 게 분명했다.
“어허, 이 친구, 급하기는?”
“급해. 급하니까 빨리 말해.”
성우의 닦달에 왕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 그러니까······ 어디 보자, 이번 전쟁은 네가 운이 좋으면 이길 수도 있다고 했어. 하지만 드래곤에게는 죽을 거라고 했지.”
“······.”
정보가 아니라 예언이라고? 성우는 예상 밖의 말에 당황했다. 그러자 대산맥의 왕이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거봐, 내 미리 언질 주길, 무서운 이야기라고 했지?”
“그래서? 무서운 이야기에는 교훈이 있을 텐데?”
대산맥의 왕이 씩 웃었다.
“싱 장군의 소지품 중 작은 석상, 베이커 제독의 기함 안의 작은 석상, 그 두 개를 찾아. 그리고 세계수로 가져가······ 그럼 짠!”
“······.”
“······하고 뭐가 나올까?”
성우는 진심으로 새로 얻은 무기인 ‘겨울 포식자’를 꺼내어 쏠 뻔했다.
“······지금나랑 장난해?”
“워, 이 친구 방금 자네에게 살기를 느꼈다네. 부디 자중해주게나. 나를 잃으면 우리 불쌍한 동생들은 감자만 먹다가 죽을 걸세.”
성우가 계속 노려보자 그가 머쓱하게 웃었다.
“음, 그게 사실 나도 몰라. 신은 원래 자기 할 말만 하는 법이잖아? 언제나 그저 수수께끼를 내줄 뿐이야.”
“정말이야?”
“내가 장난을 좀 쳐도 자네를 속일 이유는 전혀 없지 않은가?”
그가 다가와 성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기서 중요한게, 하나 더 있어.”
“뭔데?”
“드래곤 말고 당장 이 전쟁, 운이 좋아야지만 자네가 이길 수도 있다고 말했잖은가?”
“그 운이 좋은 경우가 뭐지?”
왕이 성우의 어깨를 툭툭 털었다.
“내가 자네를 도우러 왔다는 거야. 그리고······.”
그의 등 뒤로 파란 불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12개의 포탈이 일제히 열렸다.
“······대산맥에 사는 나의 식솔들이 자네를 도울 거라는 거야.”
예상 밖의 지원군, 산맥의 몬스터가 포탈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예상 밖의 지원군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왕의 몬스터 군단을 팔달산에 대기시킨 뒤, 대산맥의 왕과 함께 산에서 내려갔을 때, 경수가 그를 찾았다.
“······대만의 연락입니다. 우리를 돕기 위해서 3천 명의 군대를 보내겠다고 합니다.”
성우가 그간 거쳐온 인연들이, 한 자리로 묶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