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
52) 영등포역, 천사 강림 - 3
천사 심판관, 그것은 분명 압도적인 존재였다.
“어, 엄청나다.”
영등포역 일대의 그 어떤 빌딩보다 거대했으며 지금까지 한국 서버에 등장했던 모든 몬스터를 통틀어서 가장 큰 크기가 분명했다.
플레이어들은 그 장대한 그림자 아래에 깔린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세우고 멍하니 올려다보는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큭! 아직도 수, 숨쉬기가 어려워.”
“레벨이 낮은 이들은 뒤로 빠진다!”
심지어 천사가 이렇다 할 공격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그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이들이 정신을 잃거나 죽었다.
‘심판관’이라는 칭호를 가진 만큼 ‘심판 대상자’인 광복 길드로써는 사실상 저항이 불가능한 존재로 설계된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일방적으로 진행되었어야 할 이벤트였으며, 이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간단했다. 절대 진영을 배신하는 이들에게 어떤 형벌이 내려지는지 만 천하에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교훈적인 시나리오에 잉크가 쏟아졌다.
“······여, 역시 네크로맨서다.”
몰아치는 눈보라 속, 완전히 얼어붙은 천사를 바라보며 플레이어들은 하나의 이름을 떠올렸다.
네크로맨서, 절대 종족의 대적자, 그가 또 한 번 드높은 이름에 먹칠을 해버린 것이었다.
“끝난 건가?”
천사는 움직임이 없었다. 수백 톤의 물벼락을 쏟아부은 이후 ‘프로즌 시드’를 가동하여 통째로 얼려버리는 비밀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이 가시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손에 땀을 쥐고 떨리는 눈으로 천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직 아니야. 얼음이 녹으면 다시 움직일 거야. 그리고 어쩌면 그 전에 뚫고 나올 수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천사라는 압도적인 존재는 얼어붙되 견고하게 서 있었고 언젠가 다시 움직여 광복 길드를 멸하고 말 것 같았다.
그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변수를 사서 걱정했다. 그건 노파심이 아니었다. 위기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약자의 당연한 심리였다.
그러나 성우는 달랐다.
“된다.”
그 잘난 절대 종족을 덩치 큰 동태로 만들어버리는 순간, 성우는 이미 승리를 확신했다.
사실 도박에 가까운 전략이었다. 그리고 이 도박이 통하는 순간, 모든 게 예상대로 풀릴 거라는 걸 확신했다.
쉽게 말해서, 거의 다 이겼다.
’지금 총공세를 하면 놈을 단숨에 잡을 수 있다.’
- 당신의 무기에 ‘악령 폭격’이 깃듭니다. (MAX)
동시에 성우의 등 뒤로 언데드 군단이 나타나 도열했다. 성우는 자체적인 전투 준비를 끝내고 영등포역의 옥상을 바라보았다.
옥상의 사령탑, 그곳에 나란히 선 정훈과 민흠이 성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우에게 모든 권한을 맡겼으니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공성 병기를 준비하세요!”
성우의 외침에 민흠이 정신을 차리고 곧장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이내 미리 준비되어 있던 공성 병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광복 길드에서 보유한 것들은 물론이거니와 성우의 인벤토리에 보관 중이던 신기전까지 동원되어 얼어붙은 천사를 조준했다.
그리고 영등포역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민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성우씨, 전공성 병기, 전사수, 전 마법사 대기 중입니다. 공격이 필요하실 때 말씀해주세요.”
하지만 성우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모든 화력을 끌어 내야만 했다.
성우는 본 와이번을 타고 날아올랐다.
“부관님! 사체 보관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몬스터 사체를 재료로 쓸 수 있게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습니다.“
“전부 꺼내 주세요!”
“아, 폭발입니까?”
네크로맨서가 필요로 하는 게 사체라면 이제는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맞습니다! 모든 화력을 동원해서 한 방에 날려버리는 겁니다! 프로즌 시드가 영등포역을 남극 기지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마무리하지 않겠습니까?”
민흠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스피커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원팀! B33 창고의 모든 사체를 꺼내서 전방으로 옮긴다! 그리고 전 병력은 공격을 준비한다! 목표는 천사의 머리와 가슴! 모든 공격을 집중한다!”
처음으로구체적인 명령이 떨어지자 플레이어들은 그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그래! 쫄 게 아니라 박살 내버려야지! 가자!”
군인은 아무리 두려운 상황일지라도 명령이 떨어진다면 행동하기 마련이었다.
영등포 한가운데에 우뚝 선 천사의 얼음 석상, 이내 그 흉물의 철거 작업이 시작되었다.
* *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북처럼 울리던 폭음이 멈췄다. 눈보라가 옅어지며 거대한 백색 몸뚱이, 천사의 시체가 빌딩 위에 얹혀 있는 장면이 드러났다.
- ‘천사 심판관’을 사냥하여 35,455,650골드를 얻었습니다.
“······끝났다.”
성우는 프로즌 시드를 회수하며 천사의 시체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 강림한 절대적인 존재는 오늘,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
‘절대 종족 역시 하나의 몬스터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월드 이터도 비슷하겠지.’
오늘의 전투가 많은 걸 증명했다. 그건 외부 차원의 존재와 맞설 수 있다는 건 물론,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었다.
- ‘천사 살해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마법 저항력 상승 (+5%)
*기절 면역력 상승 (+10%)
*감전 면역력 상승 (+10%)
- 레벨 업 하셨습니다. (LV. 23)
그리고 그 보상은 역시 막대했다. 정말 오랜만에 레벨 업 메시지를 본 것이다.
‘대만 마굴 이후로 처음인가?’
그 이후로 사냥보다는 플레이어와의 싸움이 잦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몬스터를 잡는 게 훨씬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레벨 업 카드 선택은 일단 밀어두었다. 당장 무엇보다 값진 건 ‘신격 상승’이었기 때문이다.
- 전용 퀘스트〈수호자의 의무-2〉를 ‘추가 조건(천사 심판과 처치)’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정규 신격(神格) 상승
2) 직업 변경권
예전처럼 ‘정규 신격’과 ‘직업 변경권’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성우에게 필요한 건 당연히 정규 신격 상승이었다. 성우는 1번을 선택했다.
- 신격 등급이 향상되었습니다. (1단계 → 2단계)
[스킬 정보]
- 이름 : 아누비스의 권능(2단계)
- 등급 : 데미 갓
- 분류 : 패시브 및 액티브
- 소모 : 0
하루에 단 1시간 30분 동안 신격(神格)을 얻어 ‘아누비스’의 권능을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5)만큼 상승합니다. 전용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아누비스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이나 늘었을뿐더러 모든 능력치 상승 역시 10에서 15로 대폭 증가했다.
’앞으로 시간 때문에 조급해질 일이 적어지겠군.’
이뿐만이 아니었다.
- 전용 퀘스트 ‘추가 조건 만족(천사 심판관 제거)’으로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천사의 가슴팍에서 무언가 떨어져나왔다. 한 줄기의 빛이었는데, 성우의 손아귀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정보가 떠올랐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심판관의 표식
- 등급 : 특수
- 분류 : 진영 아이템
- 효과 : 해당 표식을 가진 이는 같은 진영 소속원을 ‘심판 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위치를 추적할 수 있으며 일시적으로 90%에 이르는 모든 능력치 감소를 부여합니다.)
- 설명 : 진영의 특별한 성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권능으로 진영의 규율과 치안 유지에 탁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진영이 더 커진다면 보다 세분된 조직이 필요할 것이었으며 일부 구성원에게는 특별한 직위를 부여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심판관’ 역시 그중 하나로 보였는데, 이 표식은 진영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중재할 법무 기관의 리더에게 주어질 만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절대 종족의 진영만큼 커지려면 아직 한참 남았을 테니, 당장은 심판관을 임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결실이 탄생했다.
- 일정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 리치(죽음을 다루는 자) + 비형랑의 부채(귀신을 부리는 자) + 심판관의 표식(법을 집행하는 자) + 심판관의 표식(심판관 표식이 1개 더 필요합 니다.)
‘이건 비형랑 부채를 얻었을 때 떠올랐던 메시지다.’
우연히 ‘심판관의 표식’이 남은 조건에 부합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게 총 2개가 필요했기에 아직 보상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게 대체 뭐지?’
모든 조건이 충족되진 않았지만 모두 공개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죽음과 귀신과 심판관이라? 이게 조합되면 뭐가 나올 것인가? 예전처럼 신격 같은 걸까?
’뭐가 됐든 굳이 멋대로 예측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진영의 성장을 통해서 심판관의 표식을 얻을 기회가 있을 테니 그때를 기다려야겠군.’
조급해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현재의 일에 열중하며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성우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 역시 특별한 보상을 얻었다.
“오! 천사 진영과 연결이 끊겼어! 그리고 사라졌던 능력치가 돌아왔다!”
“그동안 몸에 힘이 없었는데 이제 막 힘이 넘치는데?”
광복 길드는 말 그대로 ‘해방’되었다. 천사 진영의 휘하에 있으면서 진영 퀘스트를 불이행할 때마다 받았던 각종 페널티가, 천사 진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모든 게 원상 복구된 것이었다.
“자, 그럼 힘이 돌아왔으니 복구 작업을 시작하자고! 어서 움직여!”
“······아.”
해방 이후 새 출발을 위해서는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영등포 도심을 깔아뭉갠 저 거대한 시체를 처리해야만 했다.
* * *
- 외부 차원의 존재는 권속으로 일으킬 수 없습니다.
아쉽게도 천사의 뼈를 되살릴 수는 없었다. 마굴의 문에서 나왔던 마물을 되살리지 못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외부 차원’에 존재하는 놈들이기에 전혀 다른 법칙을 적용받는 듯했다.
하지만 뼈에 대한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절대 종족의 뼈
- 등급 : 알수 없음
- 분류 : 제작 재료
- 설명 : 강력한 힘이 어린 뼈이다. 웬만한 금속보다 단단하며 웬만한 매개체보다 마법 반응이 좋다.
이는 아이템 제작의 재료로써 성우의 스킬인 〈뼈 무기 제조〉의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었다.
성우는 즉시 천사의 시체를 이용하여 수백 개의 무기와 갑옷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언데드 대군에게 그 장비를 착용하게 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천사의 손가락 마디 장창
- 등급 : 영웅
- 분류 : 장창
- 효과 : 공격 대상의 방어력을 무시한다(10%)
- 설명 : 절대 종족 ‘천사’의 뼈로 만들어진 무기이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천사의 늑골 갑주
- 등급 : 영웅
- 분류 : 전신 갑옷
- 효과 : 방어력 상승(+30%), 방어력의 20%에 해당하는 방어막을 형성한다.
- 설명 : 절대 종족 ‘천사’의 뼈로 만들어진 방어구이다.
’엄청나군.’
성우의 언데드 군단에 엄청난 규모의 신무기가 보급되었다.
이런 양질의 무기와 방어구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에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이는 비약적인 전투력 상승이 아닐 수 없었다.
“이야, 선배, 애들 옷 한 벌씩 장만해 주셨네요?”
한호와 지수가 다가왔다.
“그렇게 굴리더니 드디어 뭐 좀 해주셨나 보네? 약간의 양심은 남아 있는 건가?”
“너도 한 벌 줄까?”
“으, 저런 뼈 갑옷? 풉! 저는 이미 쫙 빼입었잖아요. 특히 이 투구 보세요.”
아수라 망토에 철제 투구를 쓴 한호가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 보였다.
그 괴상한 꼴에서부터 시선을 피하던 성우는 지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한편, 그녀의 품에는 미르가 잠들어 있었다.
“방금 잠들었어요.”
“애는 애네요.”
“그러게요. 계속 낑낑거리다가 결국, 지쳤는지 치킨 스켈레톤을 껴안고 잠들더라고요.”
녀석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치킨 스켈레톤은 품에서 놓지를 않았다. 혹시 애착 인형 같은 걸까?
한편 민석은 영등포역에 있던 가족들과 상봉했다. 그동안 너무 이곳저곳을 다니는 터에 가족들을 챙길 시간이 없었는데, 드디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아빠! 아빠가 네크로맨서 아저씨랑 세상을 구하고 있다고 엄마가 말해줬어!”
“하하! 엄마 말 잘 듣고 있었지?”
“응! 말 잘 들으면 나도 아빠처럼 변신할 수 있는 거지?”
“하하······.”
아이들은 여전히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6살짜리 둘째는 싱글벙글하였지만, 8살 큰아들의 얼굴에는 어딘가 그림자가 느껴졌다.
* * *
영등포역 복구 작업의 휴식 시간, 정훈과 민흠이 수원으로 갈 채비를 하고 있던 성우 일행을 찾아왔다.
“제가 틀렸습니다.”
정훈의 첫 마디에는 상실감이 담겨 있었다. 절대 종족을 선택하면서 성우와 갈라섰던 그였는데, 결국 뼈 아픈 실패를 경험하고 말았다.
그것도 자신만이 아닌, 자신을 믿고 따라오던 수많은 이들까지 실패를 겪게 했다. 하지만 성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정답은 모르죠. 이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는요.”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 그리고 그런 걸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그 모든 건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이 게임을 끝낼수 있을까요?”
정훈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성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끝낼 수 있게······ 만들어 뒀을 겁니다. 이게임을 만든 사람이요.”
“그렇다면, 조금 늦었지만······ 제가 그 끝까지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정훈이 손을 내민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예전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언제나 성우를 경계하고 있다는 느낌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입니다.”
성우가 정훈의 손을 맞잡았다. 정훈과 광복 길드라면 당연히 환영이었다.
그는 세계수 진영을 적대시하는 천사 진영 소속일 때도, 진영의 명령을 위반하면서까지 성우를 지원했었다. 그것도 여러 차례나 말이다.
“그럼 저는 일단 수원으로 돌아가서······.”
그때였다.
삐이이一
그리핀 한 마리가 영등포역 상공에 나타났다.
“어라? 혜연이 아니에요? 여길 왜? 설마,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한호의 말대로 그녀가 찾아왔다면 예삿일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이내 그리핀이 역 앞, 대로 위에 착륙했다. 그리고 혜연이 뛰어내려서 성우를 향해 달려왔다. 다급해보였다.
“네크로맨서님!”
“무슨 일이야?”
그녀는 숨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그, 그게! 미국에서 플레이어들이 왔어요.”
“미국?”
그 말에 한호가 어이없다는 제 머리를 헝클었다.
“아니, 이번에는 또 미국이야? 우리나라가 언제 이렇게 관광객이 많았지?“
성우는 침착하게 물었다.
“마을이 공격당했나?”
다행히도 혜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들이 네크로맨서님을 뵙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어요.”
“이렇게 급하게 찾아온 이유가 그건 아닐 텐데?”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혜연의 얼굴에 당황이 묻어나왔다.
“······그 사람들이 누군가한테 전부 죽었어요.”
“죽어?”
“네. 그 사람들이 타고 온 하늘을 나는 배가 폭발하고 갑자기 싸움이 일어났는데, 우리 경비대가 가까이 접근하니까 검은 복면을 쓴 사람들이 도망갔데요. 경수 오빠가 느낌이 안 좋다고 이 사실을 알리라고 해서요.”
“복면이라······.”
확실히 수상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이 게임의 공략 방법은 단순 명확했다. 죽지 않고 적을 쓰러뜨리고 더 강해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세계 곳곳에서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