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네크로맨서-143화 (143/244)

# 143

50) 5000일의 끝, 자격 증명 - 3

갓 태어난 드래곤은 자신의 권속, 치킨 스켈레톤과 몇 분을 뒹굴어댔다.

그러다 문득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방금까지만 해도 거부하던 이유식에 주둥이를 박고는 허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했다.

“뭐야, 잘 먹네?”

그러는 동안에도 뼈가 달린 음식은 기어코 스켈레톤으로 일으켜댔다. 설마 저게 본능인 걸까?

녀석이 생애 첫 끼니를 다 먹었을 때 쯤에는 주변에 치킨 스켈레톤, 붕어 스켈레톤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덜그럭一 덜그럭一

그것들은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몸놀림으로 덩실거리며 춤 같은 걸 추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새끼 드래곤의 알 수 없는 정신세계가 반영된 듯 했다.

“저, 저게 뭐야? 무슨 주술 같은 건가?”

“그러게 도대체 뭐 하는 거지? 이상해.”

춤추는 치킨 스켈레톤이라니······ 그건 성우의 언데드 군단과 다른 의미로 기괴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었다.

끄르르-

그렇게 식사를 마친 녀석은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켰다. 그러더니 성우에게 폴짝폴짝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직 직선으로 걷는 게 서툰지 뒤뚱거리면서 성우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개를 치켜들어 성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샛노란 눈동자가 천천히 끔뻑거렸다.

“······왜? ······뭐?”

녀석은 무언가를 바라는 표정이 었다.

끄릉- 끄릉-

하지만 성우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않자 서럽다는 듯 울음소리를 내더니, 성우의 발목에 머리를 비벼대는 게 아닌가?

“오, 주인을 알아보네요? 근데 왜 울지?”

“안아달라는 것 같은데요?”

5000일의 기간을 만족시킴으로써 ‘자격’을 얻었기에 시간을 들여서 유대를 쌓아가지 않더라도 저절로 주종관계가 성립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녀석과 접촉하자 프로필이 떠 올랐다.

[크리처 프로필]

- 이름 : -

- 종족 : 블랙 드래곤

- 등급 : 해츨링(1단계)

- 주인 : 유성우(kor-157)

- 상태 : 매우 건강

새카만 비늘이 증명하듯, 이 녀석은 ‘블랙 드래곤’이었다. 일반적인 판타지에서는 몸의 색깔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른 편인데, 이 녀석은 방금 보여준 것처럼 성우의 스킬을 복제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뭔가 귀찮네.’

성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녀석을 내려보았다. 성우의 왼쪽 발 옆에 몸을 웅크리고 하품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애를 키우듯 다뤄야 한다.’

드래곤을 얻는다는 게 엄청난 전력 강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 사실로 보였다. 태어나자마자 치킨이랑 붕어를 권속으로 삼았으니······.

다만, 성질 더러운 어린 괴물이 껌딱지처럼 붙어 다닐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한일이었다.

“그나저나 선배, 이름은 생각해보셨어요?”

“······글쎄?”

“와, 너무 무심한 거 아니에요? 선배를 꼭 빼닮은 귀여운 괴물이 저렇게 애교를 부리는데, 5000일을 채울 동안 이름 한 줄 고민 안 하셨다고요?”

“그럼 네가 한 번 지어볼래?”

한호에게 히든 퀘스트가 부여됐다.

* * *

녀석은 성우의 발밑에서 잠들었고 성우는 녀석을 안아서 세계수 가지가 깔린 요람 위에 올려주었다.

“진짜 사랑스러운 녀석이네요.”

혜연이었다. 그녀는 요람 위에서 잠든 녀석의 이마를 검지로 살살 문질렀다.

“우리 태풍이도 이만할 때는 진짜 귀여웠는데, 진짜 금방 자라더라고요.”

“그래? 얘도 빨리 자랐으면 좋겠네.”

“그런데 다 자라면, 이게 또 더 큰 걱정 생기더라고요.”

성우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혜연이 말을 이어갔다.

“다 자라면 저보다 태풍이가 앞서서 싸워야 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마음 졸이게 되는 거 있죠? 든든하기도 하지만······ 거의 항상 불안한 마음이 더 커요.”

언데드를 부리는 성우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혹시나 다칠까 봐······ 꼭 잘 챙겨주세요. 특별한 가족이 될 거예요.”

혜연이 돌아간 뒤에도 성우는 잠든 드래곤의 앞에 앉아 있었다.

성우에게는 혜연과 같은 감정은 없었다. 그저 이 작은 녀석이 어서 자라서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 * *

역시 새끼인지라, 녀석은 꽤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었다. 약 13시간이 지난 뒤에야 잠에서 깨더니 다시 치킨 스켈레톤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성우는 그 고문의 현장을 계속해서 지켜보다 보니, 치킨 스켈레톤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 ‘죽여줘!’라고 외치고 있을지도······.

날개 뼈 쪽은 계속해서 잘근잘근 씹힌 덕분에 구멍이 가득했는데, 그래도 붕어 스켈레톤에 비하면 건강한 편이었다. 붕어 스켈레톤은 이미 3등분이 난 채, 둥지 건물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끙?

그때, 녀석의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치킨 스켈레톤은 바로 그 틈에 녀석의 마수에서 빠져나와 둥지 건물 구석으로 도망쳤다.

끙— 끙—

“왜 그래?”

녀석의 동공이 확대되었다. 그 시선 이 향한 곳은 작은 창문 쪽이 었다.

“창문?”

창문 밖에는 산속 풍경이 펼쳐졌다. 아무래도 나무 위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이 녀석의 관심을 끈 모양이었다.

그런데 단순한 관심이 아니었다.

- ‘드래곤 피어’가 발동합니다.

* 레벨과 지능이 낮은 생명체를 경직시킵니다.

그 순간, 나무에 매달려 있던 참새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게 아닌가?

끙?

녀석은 제가 한 짓인 줄도 모르고 고개를 갸웃했다. 다만, 성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흡족한 기분이었다.

“확실히 쓸모 있겠군.”

탄생 1일 차, 계속해서 엄청난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다.

* * *

“평양에서 데려온 포로가 죽었습니다.”

“죽어요?”

민석이 머리를 때려서 기절시켰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드래곤을 챙긴 뒤에 심문할 생각으로 감옥에 가둬둔 상태였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자살인 것 같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몸에 숨겨둔 독극물을 흡입한 모양입니다. 그, 스파이들처럼 정보 누출을 막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낭패는 아니었다.

성우는 경수의 안내를 따라서 감옥으로 갔다. 그곳에는 지수와 한호가 이미 와있었다.

“소지품을 확인하니까 중국 사람 같은데요?”

“잠깐 비켜 봐.”

성우는 포로의 시체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차가운 몸뚱이 안에 마나를 주입했다.

‘ 일어나라.’

- 망자의 ’기억 파편’을 확인할수 있습니다.

역시나 기억 파편이 떠올랐다. 그렇 다는 건······.

’뭔가 중요한 정보를 품고 있군.’

그런 의미였다.

이내 영상이 재생되었다.

후우우우-

척박한 설원 한복판이었다.

‘어디지? 적어도 한국 서버는 아니다.‘

시점의 주인을 포함하여, 세 명의 남자는 눈밭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었다. 이내 침엽수림 사이로 접어들었다. 산은 아니었다. 평지 위로 펼쳐진 숲이었다.

“······말로만 듣던 시베리아 한복판에와 볼 줄이야. 젠장, 그놈들은 이런 곳에 처박혀서 뭘 한답니까?”

앞서가던 남자의 푸념으로 이곳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시베리아였다. 이에 시점의 주인이 대답했다.

“사냥, 그들은 사냥꾼이다.”

“사냥 말입니까? 뭘 사냥한답니까?”

“······뭐든지.”

그의 대답 속에는 경외감이 어려있었다. 성우는 이 기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그 ‘사냥꾼’들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런데 황제께서는 대륙을 넘어, 이런 변방의 족속들까지 품으려고 하시는 겁니까?”

“아니, 황제께서는 이런 것까지 신경 쓰실 틈이 없다. 2서버를 점령하여 천하 통일을 이루시기 직전이니······.“

황제라? 이제는 소속까지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중국-1 서버에서 황제를 자처하는 자의 부하들이었다.

시점의 주인은 허리춤에서 보온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적신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작전은 싱 장군의 명령이다. 장군은 오랑캐를 동원하여 한국 서버를 잠재우라고 지시하셨다.”

“아, 이이제이군요?”

“그래, 러시아 서버의 사냥꾼들뿐만 아니라 북한으로 내려가서 그곳을 점령한 몬스터 왕과 협상하려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우리가 직접 힘을 빼지 않고, 변방의 오랑캐를 움직여서 한국 서버를 박살 낸다.”

이들의 계획이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중국 본토에서 압박이 가해 질 거라는 건 예측했지만······.‘

그런데 그 압박이 직접적인 게 아니라 다른 세력을 동원하는 방식일 줄은 몰랐다. 즉, 일종의 외교전이 시작된 셈이었다.

후우우우!

그때, 예고도 없이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윽!“

“갑자기 이게 무슨······.“

엄청난 돌풍이었다. 시점의 주인과 일행들은 저절로 몸을 구부렸다. 칼날같은 바람이 목덜미로 파고들어 왔다.

순식간에 화이트 아웃(White Out)이 일어났다. 시계가 온통 백색으로 변하며 방향감각과 원근감이 상실됐다.

“으으! 걸을 수가 없습니다!”

“움직이지 마! 함부로 움직이면 방향을 잃는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얼굴을 가린채 전방을 주시했다. 그때, 백색의 장막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엄청난 속도로 부풀어 올랐다.

무언가, 정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뭐, 뭐야!”

그때, 눈보라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눈앞이 거짓말처럼 깨끗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림자의 정체가 눈앞에 우뚝 서 있었다.

“······고, 곰?”

불곰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곰들이 시베리아 벌판 위에 장승처럼 우뚝 서 있었다. 눈보라가 멎은 건, 그 곰들이 바람의 경로를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저건 웨어 베어가 아니다. 호걸 같은건가?’

성우가 보기에도 너무나 컸다. 상체를 세우면 아파트 3층 높이에 달할 것 같았다. 그런 괴물이 5마리가 나란히 서 있으니 바람이 막히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그 괴물들 사이로 하얀 털모자를 쓴 거구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온통 기괴한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다.

“대장님? 저 사람은······.“

“저 사람이 바로······ 시베리아의 악마 드루이드, 러시아 서버 랭킹 1위다.“

시점의 주인이 그 사내와 눈을 마주쳤다.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불쾌감이 담겨 있었다.

“너희, 냄새가 너무지독해.”

“예? 지금 무슨······.“

시점의 주인은 난데없는 모욕에 당황했지만, 이내 꿋꿋하게 다가갔다.

“우, 우리는 의뢰를 청하러 왔소.”

그리고 찾아온 목적을 밝혔다. 사내가 싱긋 웃었다. 그의 볼에서 취기가 감돌았다.

“알아. 액수와 목표만 말하고 꺼져. 냄새나니까.”

영상은 그 지점에서 끝났다.

“······끝났어요?”

한호가 성우의 눈앞에 불쑥 튀어나왔다.

“끝났네. 이번에도 어떤 놈들이 우리한테 쳐들어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죠? 맞죠?”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 이번에는 또 누구예요!”

“익숙한 놈들이야.”

“네? 누구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까지······ 역사적으로 이 땅을 노렸던 자들이, 지금까지도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익숙한 현상이었다.

* * *

한편, 메인스트림의 갑작스러운 종료는 난데없는 시작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네크로맨서를 중심으로 뭉치려고 했던 각 세력은 허무하게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새삼스레, 네크로맨서와 자신들의 수준 차이를 절감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메인스트림은 한국 서버가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그 통합된 세계의 구심점이 누가 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준 사건이었다.

그런데 광복 길드는 다른 의미에서 파장을 겪고 있었다.

“······젠장!”

정훈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책상을 내리치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가 문제였다.

- 진영 퀘스트(특수)가 실패했습니다.

“제발 적당히 좀 하라고!”

그는 네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의 석상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로써, 이번 메인스트림이 발행될 때, 그와 연계하여 진영 퀘스트를 부여받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진영 퀘스트(특수)]

- 제목 : 실수를 반복하지 마라

- 유형 : 암살

- 목표 : kor-157을 암살하라

- 보상 : 계급 점수

멸망한 세계가 한국 서버로 넘쳐 흐를 예정이다. 그리고 교만한 악의 존재 ‘kor-157’이 그 혼란 속에 등장할 예정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kor-157을 배신하여 몬스터 군단에게 죽게 만들어라. 이는 명령이다.

* 불이행 시 ‘계급 점수’가 삭감됩니다. (누적 시 다양한 진영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구성원 전체에게 ‘모든 능력치 하락’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1)

한일전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진영 퀘스트가 발행되었지만, 정훈은 그 메시지를 무시하고 성우를 도왔다. 그게 옳은 일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사 진영은 정훈을 내버려 두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압적인 진영 퀘스트를 발행하며, 정훈과 광복 길드를 옥죄여 왔다.

‘틀렸다. 내가 틀렸다.’

천사라는 단어가 가진 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천사 진영을 선택했지만 그 대가로 돌아온 건······.

- ‘진영 퀘스트(특수)’ 실패로 인해 구성원 전체에게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1)

명령 불복종에 대한 처벌이었다.

“더는못 해! 이렇게 할 거면 계약을 끊으라고! 우리를 그냥 놔두란 말이야!“

그는 천사의 석상을 바라보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해 온 그였지만, 이제는 한계에 달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천사 진영은 또 다른 명령으로 대답했다.

- ‘천사 진영’ 소속의 상위 계급자(플레이어)가 파견된다. 그의 명령에 복종하여 ‘kor-157’을 제거하라.

* 마지막 경고다. 이 명령을 수행하지 않을 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훈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민흠이 들어왔다.

“부관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가 이렇게 찾아올 때면 언제나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민흠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어려있었다.

“누군가 북부 경계 지역으로 찾아왔습니다. 외국 서버 출신인데, 슬라브인들로 보입니다.”

슬라브인이라면 러시아 서버인 걸까? 그건 알 수 없었다만, 방금 떠오른 천사 진영의 명령에 명기된 ‘상위 계급자(플레이어)’가 분명했다.

“그리고 천사 진영 소속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이 여섯 장의 날개를 가진 석상의 주인이라면서······ 이곳의 지휘관을 데려오라고 합니다.”

역시나 맞았다. 하지만 민흠의 보고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의 표정은 한층 더 딱딱하게 변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경계병들이 검문하려고 하자 그들 중 한 명이 눈보라를 일으켰는데, 50명이 주둔 중인 북부 경계 통째로 날려버렸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정말로 단 한 방의 마법이었다고 합니다.”

정훈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표정에 경악이 어려있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마법 한 방으로 50명의 대규모 병력을 날려버렸다니? 그건 한국 서버의 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아무래도······ 보통이 아닌 놈들이 분명합니다. 무력이 아니라 외교로 상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직접 나가셔서 대화를 유도하는 게 옳을 듯합니다.”

정훈은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 작은 땅은 하나가 되지 않으면······ 결국 잡아먹힐 운명이군요.”

“······.“

정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우 씨를 찾아가세요.”

“예? 커맨더, 무슨······.“

그는 벽에 걸려 있는 백색 갑옷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아래 널브러진 자신의 대검을 내려다보았다.

“칼부터 디미는 놈들과 외교를 하려면, 비슷한 크기의 칼을 디밀고 협상해야 합니다.”

이곳, 한반도는 그런 칼에 의해 여러 차례 난도질당한 땅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오늘날의 이 땅에는, 그만한 칼이 한 자루 정도는 존재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역시나 그가 필요하다.’

찔리되, 같이 찌를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치명적인 무기, 그게 바로 최고의 협상 카드였다.

4